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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축구소설인데 주인공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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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H
작품등록일 :
2018.10.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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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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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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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결승전, 다른 너머에서 #2.

DUMMY

“태완아? 현일 선수 오기로 했던 거냐?”


빈 옆자리를 안내하는 한석에게 쓰게 웃는 태완을 슬쩍 살핀 현일이었다.


오늘 저녁, 시간 괜찮냐는 그의 질문에 축구하는 동기들을 만날거고 브렌트포드 경기를 볼거라며 완곡하게 거절했던 우태완이다.


그러나 그래서 혹시 근처로 가게 되면 인사라도 드리겠다, 지나가는 듯 이야기하고 머리를 들이 민 것이니까.


“편히 말씀하세요. 제가 선배들 뵙고 싶어서 졸랐습니다.”


주성범과 한석의 얼굴에 왜?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스코티쉬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대 U-20 팀에서 테스트 받으러 일찍 귀국한 둘이라 하나 평범했다.


K리그서 매 경기 득점과 어시스트를 뽑아내며 재작년 서울의 슈퍼 에이스이자 득점왕 데얀이 기록한 한 시즌 31골을 당연히 뛰어넘으리라 기대 받는 슈퍼스타에 비하면.


현일이 오고도 다른 이야기가 오래 이어지진 않았다. 화면 너머, 아스날의 집요한 공세는 전반이 다 기울어 가는 동안도 계속되고 있었으니까.


그 어지간한 양준도 힘에 부쳐 허덕이는 것이 보일 정도.


백현일은 클로즈업된 양준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 불굴의 투지 (C+) : 자신보다 높은 실력의 적수를 만날 때마다 신체 보정, 학습 효율 증가.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 아님에도, 그의 특성은 선명하게 기억하는 현일이었다.


별것 아닌 능력일 뿐이라 여겼고, 그저 가볍게 가져 갈 만한 특이한 특성이라 생각해 접근했다 두 번이나 고꾸라졌지.


‘최초의 벽한테 또 한 번 처박은 느낌이 어때?’


인정했다.


특성도, 현재 능력도 별것 없는 주제에 양준은 그보다 훨씬 대단한 강자였다. 오만했던 그와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던 이.


그렇기에 우태완에게 고개를 숙였다.


시스템으로 그를 넘어서긴 어려웠으니까.


누군가에게서 특성을 빼앗는다는 생각은 집어치웠던 일 년간이었다.


시스템으로 손쉽게 얻어왔던 능력들과 비교 할 수 없는 감각이었으나, 스스로 경지를 개척한 태완과 함께하며 그 능력의 지평선을 뛰어 넘기 위해 땀을 흘렸다.


그리고 양준의 발자취를 쫓았다.


그렇기에 알 수 있던 것이다.


지금의 브렌트포드는, 의도적으로 힘을 비축 중이었다.


현일의 시스템 역시 이역만리 영국 웸블리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했으나, 그가 보았던 브렌트포드와 명백히 다른 움츠러든 움직임이었으니까.


2002년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계에 6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했다.


축구는 90분 경기지만 사실 전력으로 힘을 쓰는 시간은 60분 정도라는 뜻이다. 나머지는 휴식하며 볼을 돌리고, 경기의 흐름이 멈추는 부분이라는 것.


그러니까 축구에서 60분간 뛸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는 지가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잘 풀어나간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전반은 버린다.


- 위험합니다! 위험해요!


- 카솔라가 베예린에게! 그대로 돌파해 때립니까? 때립니다!


화면 너머, 카메라는 다시금 엑토르 베예린의 스프린트와 이어지는 슈팅을 몸을 던져가며 막은 양준을 클로즈업했다.


위태롭고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상황은 심플하다.


- 집중력을 가지고 페널티 라인 안의 원투 패스를 막으면, 아스날의 공격을 차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말한 적이 있었죠.


- 현재까지는 그런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브렌트포드입니다.


그러나 승리할 수는 없겠지.


현일은 말을 삼켰다. 해도 될 이야기인지 아닌지야 이제는 분간을 하는데다, 막 전반이 끝난 뒤 해설자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 전반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만, 브렌트포드에게 있어서 후반이 썩 좋아보이지가 않네요.


- 양준 선수가 활약하긴 했지만, 결국 두드리면 열리기 마련이거든요.


- 때리다 아스날이 지칠 정도였는데, 전반 막바지부턴 템포를 늦춘 아스날이었습니다.


시스템의 가호를 받는 주인공인 자신이 아니더라도, 백전노장 아르센 벵거 감독이 브렌트포드의 전략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다.


어차피 주도적으로 경기를 끌고 가는 것은 그들 아스날. 이미 쓴 체력은 어쩔 수 없다 해도, 후반의 브렌트포드의 체력적 우위라는 게 대단할 수준이 아닌 것이다.


광고가 나오는 순간에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이들을 그는 슬쩍 바라보았다.


다른 테이블은 두런두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태완과 이 테이블의 표정은 어둡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


휴식시간 15분.


휘슬이 불린 후부터 계산하는 식이기에 사실 그에 미치지 못하는 짧은 시간은 숨을 돌리는 것도 어렵다.


오히려 쉬는 동안 경기중 뿜어져 나왔던 아드레날린의 후유증을 맞지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거지. 가쁜 호흡과 집중력 난조.


무언가 준비를 해왔더라도, 아스날의 공세를 맛본 후 선수들의 마음이 꺾이지 않았을까. 그 양준도 말이다.


사실 시스템을 만나기 전의 백현일도 그렇게 숱하게 마음이 꺾여왔던 평범한 축구선수였다.


이제는 흘러간 옛 기억이지만은.


그러니까, 그의 기억 속에 항상 벽처럼 서있던 양준이 좌절하는걸 보고 싶어 이 자리를 찾은 것일지도 모르지.


양준의 지인들과 함께 브렌트포드라는 작은 팀에서 승격 팀의 핵심이 되어 더 공고히 굳어진 벽이 좌절하고, 무너지는 것을.


“정말 잘 풀어나간거 맞지?”


후반전 시작 직전, 주성범이 입을 열었다. 현일은 덤덤히 말했다.


“네.”


“그럼 됐어.”


뭐? 백현일은 감상에서 벗어나 성범과 한석을 살폈다.


“경기 전에 전화 해보니 해볼 만하다 하더라고.”


“허세 크게 부리는 놈이긴 한데, 말한 건 무조건 지키는 녀석이니까.”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믿음이었다. 덤덤함을 가장하던 현일의 얼굴에 균열이 생기려는 것을 그는 억지로 참았다.


왜지?


그 아스날인데?




◇◇◇




후반, 달라진 브렌트포드의 모습에 아스날 선수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반과 달리 서로 진형을 바꿔 늘어선 것뿐인데, 생각보다 기죽지 않았다.


분명 전반 내내 공세를 주도하고, 심지어 체력 안배까지 마친 아스날 선수들도 긴장된 얼굴들인데 반해 기세를 잃지 않은 브렌트포드.


딘 스미스도 그렇게 몰리던 감독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평정심을 찾은 얼굴이었다. 옆 벤치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슬쩍 입술을 비틀어 보인다.


전반과 선수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브렌트포드였다. 단지, 양준이 드디어 중앙 미드필더로 복귀해 애런 그린과 듀오를 이뤘다는 것.


중앙 수비수로는 기존 주전인 요안 바벳이 앨런 맥코맥과 교체된 상태. 이로써 브렌트포드는 그동안 제일 잘해오던 수를 꺼내 든 것이다.


맞불.


수비라인을 그렇게 웅크리고 있었음에도 두들겨 맞던 상황에서, 꽤나 끌어올려진 수비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이었다.


웸블리를 가득 메운 관중 중에서 브렌트포드 팬들은 한줌도 되지 않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라는 것은 그들의 응원과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전반 내내 한 차원 높은 압박을 보여주고 있던 아스날이었으니까. 브렌트포드가 점유율을 내주고 후반을 바라보는 전략을 쓰긴 했으나, 전반 내내 제대로 된 유효슈팅 하나 없었다.


같은 방법으로 첼시를 꺾고 올라오긴 했다만, 첼시가 이런 압박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헛웃음을 지으며 산티아고 카솔라는 그대로 볼을 끌며 전진했다.


- 우리가 전반전에 조금 부족했네. 자네들이 아니라 내가 실수했어. 예측을 했으면서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네.


- 하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야. 그대로 밀어붙이게, 우린 거너(Gunner: 아스날 선수의 애칭)야.


벵거 감독의 지시로 템포는 후반 시작 후에도 늦춰진 상태였다.


전반 쏟아 부은 체력에 대해 의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막바지 늦추긴 했으나, 어쨌든 체력적으로 조금 손실을 본 아스날이었다.


그러나 카솔라는 그대로 속도를 끌어올렸다.


이미 전반 내내 경험했던 사실이다. 애런 그린은 생각보다 좋은 미드필더라고 할 수 없었다.


빠른 발과 훌륭한 피지컬, 그리고 지치지 않는 체력과 활동량. 그러나 볼을 간수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혼자서 뭔가를 만들어 갈 선수는 아니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결국 2부 리그의 선수들. 양준이라고 해서, 뭐가 다를까?


달랐다.


양준은 그대로 카솔라와 경합해 볼을 탈취했다.


- 현재 적수는 엑토르 베예린 (★★★★★)입니다.


같은 5성. 6성 이하를 손으로 꼽는 아스날의 스타들을 상대로 그를 적수로 설정한 것은, 특성으로 얻어낼 수 있는 단거리 육상선수의 그것에 가까운 스프린트.


수비수임에도 별다른 수비 특성이 없었기에, 전반 내내 순수한 그의 능력으로만 수비에 전념했던 양준이었다.


아자르 개인에게 공격 빌드 업을 다 맡겨버렸기에 아자르를 봉쇄하는 것만으로 틀어막을 수 있던 첼시 전과는 다른, 벵거 볼을 플레이해온 아스날의 스타들을 상대하느라 죽을 맛이었지.


하지만 버텨냈다.


버텨야만 했다.


그렇게 얻어낸 아스날의 방심이었다.


견고하게 중앙을 틀어막은 아스날의 중원이 해체되었다.


급하게 뛰는 카솔라의 앞뒤로 발 빠른 베예린과 코시엘니가 가속을 해 광활한 뒤 공간을 커버하려 나섰으나, 그 베예린이 양준을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


시스템으로 얻은 특성은 언제나 백퍼센트 활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였음에도 의외의 결과.


‘전반 내내 뛰었으니까.’


예상을 했던 양준은 주먹을 쥐었다.


체력 안배 주문이 들어왔다 해도 아직 어린 나이.


아스날은 라인을 끌어올린 상태서 베예린등 수비요원에게까지 지속적인 공격 가담을 요구했고, 실지로 체력을 아끼라는 지시가 떨어진 후에도 계속 뛰며 경기장 전 구역을 커버해온 베예린이었다.


그걸 위해 내준 주도권.


양준을 쫓느라 흩어진 아스날 선수들의 틈을, 전반 내내 이를 악물고 버텨온 브렌트포드 선수들이 파고들었다.


양준의 뒤를 바로 받치는 이는 언제나 그렇듯 애런 그린.


조쉬 클라크와 루이스 맥로이드, 샘 사운더스와 마리온 조지가 그 뒤를 따랐다.


브렌트포드라는 이름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그 아래서 뛰는 이들은 다르다.


“막아!”


아스날 수비의 핵 메르데사커가 손짓해 목표를 설정했다. 수비 조율에 아직 재능이 없는 아스날 골키퍼 슈체즈니가 불안하게 고개를 돌리는 상황.


허나 양준의 앞은 무인지경이고, 파고드는 브렌트포드 선수들은 서로간의 간격을 벌려 아스날이 수비 라인을 형성하는 것을 최대한 방해하고 있었다.


메르데사커에겐 선택의 시간.


양준을 막느냐, 아니면 후속해오는 공격진을 막느냐.


정상급 수비수 치고는 다소 느린 발이었으나 일단 페널티 라인 밖에서 양준에게 파울을 해서라도 저 돌진을 끊는 것이 정공법.


그러나 그의 머릿속으로 양준의 분석지가 떠올랐다. 수비수 출신. 득점은 어디까지나 혼전 상황의 세컨볼 획득이 대부분.


양준을 막기 위해 자리를 비우면, 현재 접근중인 브렌트포드의 공격진을 막는 것은 어불성설. 슈체즈니에게 모든 것을 기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마 여기서도 패스할까?


반사적으로 몸을 날린 그의 앞에서, 양준은 이를 드러내며 발등으로 직선 패스를 날렸다.


슈체즈니마저도 양준을 주시하던 상황, 완벽하게 빈 공간서 나타난 애런 그린이 때린 슈팅이 골망을 뒤흔들었다.


거대한 함성이 폭발했다.


웸블리에 운집한 아스날 팬, 구너(Gooner)들이 머리에 양손을 올린 상태. 브렌트포드 팬덤이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주먹을 마구 허공에 휘두르고 있었다.


벵거 감독이 잠시 눈을 감는 새, 불독같은 인상에 큰 체격으로도 허공으로 겅중 뛰어오른 딘 스미스는 무슨 소린지 알지도 못할 소리를 마구잡이로 지껄이며 침을 튀겼다.


브렌트포드 선수들은 미친 듯이 양준을 향해 달려들다, 가볍게 손짓한 양준을 보고 고개를 끄떡이며 묵묵히 라인으로 복귀했지만 말이다.


애런 그린은 그런 와중에도 다가와 양준의 손을 꾹 눌러 잡고 달려갔다. 애런도 전반과는 달리 힘을 아끼지 않고 있던 중.


양준은 그저 씩 웃었다.


전반전의 체력 소모, 후반전 기습적인 선제 득점. 계획대로 되었음에도 이제 겨우 해볼 만한 선이었다.


방심으로 기회를 내준 아스날은 무너진 것이 아니었으니까.


언제나 유약하다던 그들에게서 흔히 보기 힘든 투지에 찬 아스날 선수들이었다. 코클랭이 고함치고 외질이 손짓한다.


이제 써먹을 비책은 다 쓴 상황, 브렌트포드는 그런 이들에게 맨몸으로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볼만 했다.




◇◇◇




- 후반 36분! 나초 몬레알의 빠른 패스와 산체스의 슈팅으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벵거 감독! 근래 보기 드문 감정표현인데요?


- 아······. 이런 명승부가 되리라고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다니엘 벤틀리 선수가 자책하는 것을 양준 선수가 토닥여줍니다. 정면으로 오는 걸 안정적으로 잡았어야 했는데, 펀칭하려다 어긋났네요.


- 이제 승부는 알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앞서나가던 것을 놓친 것을 딘 스미스 감독이 많이 아쉬워하는데요.


술집 중앙 근처 테이블이 모두 치워지고, 어느새 사람들은 그 공간에 전부 일어선 채로 초조하게 화면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브렌트포드의 골키퍼 다니엘 벤틀리의 실수에 쌍욕과 고함이 쏟아진 것도 잠시. 사실 가장 크게 소리친 것은 언제나 냉정 침착한 플레이로 그라운드의 신사 소리를 듣던 우태완이었다.


같은 팀 후배, 자신의 동기가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다독이던 모습만을 기억하는 백현일은 헛웃음을 지었다.


주성범과 한석은 그저 몰입해 초조하게 발만 구르고 있을 뿐.


미칠 듯 한 난타전으로 흐르던 경기는 어느새 소강에 가까운 상태였다.


아스날도, 브렌트포드도 체력은 진즉 다 바닥났다. 수많은 안배와 행운이 따른 선제골에도 먼저 체력이 떨어진 브렌트포드 였기에 아스날의 동점골이 터진 것.


그러나 애타게 템포를 끌어올리라는 벵거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그 동점을 만들어낸 움직임도 더 이상 유기적이고 완성도 높은 벵거 볼은 아니었다.


- 아스날의 교체 카드는 다 사용한 상태지 않습니까? 코시엘니 대신 잭 월셔, 시오 윌콧 대신 올리비에 지루, 코클랭 대신 옥슬레이드 챔벌레인.


- 밸런스를 깨고라서도 공격에 집중한 아스날입니다만, 이제 골을 넣었으니 밸런스를 돌려야 하거든요. 현재는 조금 그게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 물론 브렌트포드는 교체카드를 두 장 쥐고 있는 중에도 선수를 바꿀 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말입니다.


교체 선수의 퀄리티가 주전에 비해 압도적으로 떨어지는 브렌트포드다.


압도적인 체력으로 찬사를 받던 애런 그린이 손을 벌벌 떨며, 눈을 자꾸 깜빡이고 있는데도 그를 대체할 인원이 없고 전반 체력을 비축한 편인 양준 역시 스프린트와 돌파에 집중하다 또 경기 중 토사물을 사이드라인에 흩뿌린 상태.


그럼에도 양준은 웃으며 선수들에게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였다.


어떻게든, 한골 넣자.


아직 해볼만 하다고.


경탄이 튀어나왔다. 지나치게 선 굵어, 그리 잘생긴 외모는 아닌데도 양준의 그 모습에 누군가 박수를 쳤다.


후반은 종료를 바라보는 중. 입안에 겉도는 쇠맛, 온몸에 느껴지는 소금기. 비명을 지르는 온 몸과 포기하고 싶은 그런 마음.


그 느낌을 알지도 못하는 일반인들임에도 그럴진대, 그것을 잘 아는 선수들은 탄식했다.


- 아스날의 벵거 감독은 타협했군요. 압박을 포기하고 선수들의 열을 끌어내린 아스날입니다.


- 연장으로 끌고가면 절대 유리한 것이 아스날 아니겠습니까? 지금 브렌트포드는 한계거든요.


라인을 끌어내리고 수비를 굳힌 아스날이었다. 연장전으로 경기를 끌겠단 의도다.

현장의 팬들의 반응도 대단히 격렬했고, 양준을 응원하는 이 자리 역시 대단한 상태.


백현일이 보기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름다운 축구를 고집한 벵거 감독이 대단한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화면은 비척거리면서도 볼을 움직이는 양준을 클로즈업했다.


현일의 기억 속에, 그를 만난 첫 번째 모습이 떠올랐다. 별 둘짜리 능력에도 불구하고, 악에 받혀 그를 막아내던 양준이.


지금도 궁금했다.


그는 무엇을 원해서 그렇게 뛰었을까.


그리고 왜 자신은 그런 엑스트라의 뒤를 쫓고 있었을까.


“무조건, 사이드로 벌려.”


최대한 입을 열지 않고 경기를 보던 현일이었다.


중앙으로 똘똘 뭉친 아스날의 유일한 약점.


측면이 비는 것도 비는 것이지만 나초 몬레알과 엑토르 벨레린 모두 오늘 너무 많이 뛰었고, 공격적인 능력 보다 수비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 선수들이었다.


“그래! 측면! 측면으로 밀어붙여!”


“각 나오나? 각 나오지? 다 앞으로 가! 앞으로!”


들릴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발만 구르던 한석과 주성범의 말문이 트였다. 태완의 시선은 의외라는 것. 얼마나 그가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의 동요가 없는지 알기 때문이겠지.


중구난방이던 조그만 주점의 응원은 월드컵을 맞이한 국가대표팀을 향한 것 마냥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것 마냥 딘 스미스가 고함치며 손짓했고, 브렌트포드의 모두가 내 달리기 시작했다.


아스날의 벵거 감독이 손을 흔들며 수비 라인을 조정한다. 냉정 침착하던 그는 어느새 입고 있던 점퍼 상의를 벗어던진 채.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해온 그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굵게 맺힌 것을 카메라가 잡아내었다.


공격위주로 세팅한 아스날의 현재 선수단이었다. 체력이 너무 빠진 이들과 교체된 이들의 호흡도 정상이 아니고, 모든 것을 다 준비해 두기엔 빠듯했던 시간.


그 간극을 파고 든 브렌트포드다.


측면을 달린 루이스 맥로이드와 애런 그린의 2대 1 패스로 이선까지 그냥 내준 아스날이었다.


위험한 차징으로 어떻게든 끊겠다는 챔벌레인에게 부딪혀 위태롭게 기울어가던 애런 그린이나 넘어지면서 찔러 넣은 패스를 양준이 받아 챘다.


슈체즈니가 자세를 낮추고, 메르데사커는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듯 수비 열을 조정해 뒤 이어 올 공격진을 견제하는 상태.


심리학적인 결정이었다. 이런 상황, 마지막 클러치를 시도 할 리가 없다. 최후의 기회. 높은 축구 지능으로 가능성 높은 플레이를 해오던 양준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주춤거리던 그의 눈앞에서 양준은 그대로 볼을 후려쳤다.


강하지도, 빨랫줄처럼 곧지도 않은 슈팅은 수비벽을 피해 낮게 깔렸다.


예상치 못한 슈체즈니가 겅중 날아올랐으나, 땅을 맞고 굴절된 볼은 그의 오른손을 스치고 골망에 톡 부딪힌 상태.


- 아······.


- 골······. 입니까······.?


순간 적막해진 상황에서, 해설진이 심판과 전광판을 살폈다.


브렌트포드를 가리키던 숫자가, 1 에서 2로 변한다.


- 골입니다! 골! 브렌트포드! 후반 44분에 기적 같은 결승골을 뽑아냅니다!


- 양준선수가 해냅니다! 대단합니다! 양준!


얼마나 사람들이 뛰는지 순간적으로 카메라 화면까지 흔들거렸다. 그러나 알수 없다. 작은 술집 안의 모두가 미친 듯 펄쩍 펄쩍 뛰고 있었으니까.


그들만이 그런 것이 아닌지, 도심 밖의 여기저기서도 환호와 비명이 들리는 와중이었다.


백현일은 그 광풍에 휩쓸리지 않았다.


화면 너머의 양준 역시 휩쓸리지 않았다.


쓰러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은 채 천천히 몸을 돌려 복귀하는 그는 선수들을 향해, 관중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땀에 절고, 지친 얼굴에도 미소는 떠나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뛰었고, 모든 것이 걸린 슈팅을 때렸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모두를 위해.


가벼운 현기증을 느낀 백현일은 잠시 자리에 주저앉아 그를 올려다보았다.


하기야, 그가 무너지는 것을 보기만 위한 것이었다면 이 자리를 찾지 않았겠지.


고교 팀에서 고교 리그와 국가대표팀을 폭격하면서도 현일은 양준의 소식을 챙겼다.


K리그서 프로로 꽃가마를 탈, 그리고 이미 탄 그와는 달리 축구 본토 영국의 밑바닥에서 차근히 오르던 그는 어느새 앞서나가는 중.


올해 3월, 드디어 서울 팀에서 애지중지하던 최고의 유망주로 K리그 데뷔를 마친 상태에서도 그의 머릿속에는 양준뿐이었다.


그는 결국 표정을 풀고 웃음을 지었다.


추가시간이 주어진 웸블리 경기장을 비추는 화면을 보며, 축구 경기를 보러 온 이들은 모두 어깨를 끌어안고 소리를 질렀다.


결국 경기 종료의 휘슬이 울리자마자, 망연자실한 아스날 선수들과 벵거 감독. 그리고 멈칫하다 양준에게 달려드는 브렌트포드 선수들이 교차로 보였다.


주점의 사장이 모두에게 안주를 돌리겠다 호기를 부리고, 흥분한 이들이 박수와 휘파람을 불어제끼는 판국.


믿었어! 믿었다고! 소릴 연발하던 태완의 무리도 간신히 흥분에서 벗어나 자리로 돌아갔다.


화면은 그대로 진행되는 시상식으로 바뀌어 있는 중.


현일은 그들에게 물었다.


“말씀 해 주실 수 있나요?”


워낙 시끄러운 분위기라, 뭐? 하고 바라보는 한석에게 그는 말을 이었다.


“양준 선배가 거기서 어떻게 해왔는지.”


어떻게 팀을 이끌었고, 어떻게 핵심이 되어갔는지.


그가 했던 만큼, 해보이겠다.


아니, 그게 당연했다.


‘더 높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한번 따라와 봐라.’


양준이 그렇게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그가 따라 나설 차례.


결승전, 다른 너머에서 백현일은 마음속으로 선전 포고를 마쳤다.


작가의말

경기 이야기를 더 끌고 싶지 않아서 쓰다가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화 부터 다시 양준 시점 위주로 돌아갈겁니다. 파장도 있고, 드디어 비시즌 이야기가 나오겠네요. 일일연재를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독자님들 덕분에 연재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노력하고, 연재 끊기지 않고 즐겁게 봐주실 글 써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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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20. 회자정리, 거자필반 (會者定離 去者必返) #2. NEW +58 16시간 전 3,235 287 15쪽
53 20. 회자정리, 거자필반 (會者定離 去者必返). +77 19.01.13 5,454 365 12쪽
» 19. 결승전, 다른 너머에서 #2. +69 19.01.12 6,184 416 21쪽
51 19. 결승전, 다른 너머에서 +54 19.01.10 6,197 339 14쪽
50 18. 끝까지 간다 #2. +48 18.12.31 7,680 358 22쪽
49 18. 끝까지 간다 +43 18.12.26 7,666 402 13쪽
48 17. 증명, 그리고 선택의 시간 #2. +45 18.12.24 8,039 395 14쪽
47 17. 증명, 그리고 선택의 시간 +53 18.12.23 8,089 366 15쪽
46 16. 인정사정 볼 것 없다 #2 +51 18.12.19 8,759 438 23쪽
45 16. 인정사정 볼 것 없다 +32 18.12.16 8,428 394 15쪽
44 15. 한 발짝, 더. #2 +37 18.12.14 8,334 368 15쪽
43 15. 한 발짝, 더. +41 18.12.11 8,994 355 14쪽
42 14. FA컵, 스완지 시티 #2. +45 18.12.10 8,614 382 16쪽
41 14. FA 컵, 스완지 시티 +39 18.12.08 8,944 348 17쪽
40 13. 애프터 이펙트 #3. +70 18.12.01 10,114 379 14쪽
39 13. 애프터 이펙트 #2. +52 18.11.30 9,761 339 16쪽
38 13. 애프터 이펙트. +61 18.11.26 10,472 414 12쪽
37 12. 선수는 무엇으로 사는가 #2 +69 18.11.24 10,337 435 17쪽
36 12. 선수는 무엇으로 사는가 +52 18.11.24 10,301 353 15쪽
35 11. 전진, 그리고···. #2. +82 18.11.20 10,883 372 17쪽
34 11. 전진, 그리고···. +80 18.11.20 11,353 363 19쪽
33 10. 데뷔전, 로더럼 유나이티드. #2 +78 18.11.16 11,831 388 21쪽
32 10. 데뷔전, 로더럼 유나이티드. +64 18.11.15 11,902 349 12쪽
31 9. 대결 #2. +109 18.11.13 12,167 417 17쪽
30 9. 대결. +88 18.11.12 12,306 430 18쪽
29 8. Ready, Get Set, Go! #4 +101 18.11.11 12,959 418 19쪽
28 8. Ready, Get Set, Go! #3 +93 18.11.08 13,081 446 16쪽
27 8. Ready, Get Set, Go! #2 +66 18.11.07 13,098 41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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