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나르시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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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렌시아
그림/삽화
은유
작품등록일 :
2018.10.12 03:38
최근연재일 :
2019.03.10 00: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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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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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2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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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탄생

DUMMY

나시스를 불을 끄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창으로 비치는 저녁의 빛이 새카맣게 물들 무렵 노크를 하고 조심스럽게 한 사람이 들어왔다.

“나시스, 자는 거야? 나시스!, 나시스”

남자는 살금살금 걸어와 불렀고. 그가 걸어왔을 때엔 찰랑거리는 물결소리가 같이 들렸다.

“티탄 왠일이에요?. 이렇게 늦은 밤에!”

아까의 일로 맘이 상한 나시스의 목소리가 곤두섰다.

“··· ···위로차··· ··· 왔지.박사님한테 혼났다며, ”

티탄은 흰까운의 양쪽 주머니에서 병과 잔을 꺼내어 흔들었다. 병에 담긴 액체가 찰랑거렸다.


”그게 뭐에요?”

나시스는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키며 물었다.

“··· ··· 내가 네 나이때 속상한 일이 있으면, G.박사님이 주신거거든. 하핫, 근데 내가 벌써 박사님의 나이가 되버렸네. 그래서 이제 내가 너한테 줄라고, 좋은거!! 이건 말이지 몇천년부터 이어온 만병통치약이란다! 하고···크크큭”


티탄은 사악하게 웃었다.

“만병통치약이라니.”

“마셔봤니?”

“알아요. 알코올!”

“너가 기쁘던 슬프던 웃게할 테니, 만병통치약이지 뭐니? 얼른 마셔라.”

티틴은 반에 술을 반쯤 채우고 나시스에게 권했다.

“힉, 크으~”

나시스는 콧구멍을 파고드는 강한 알코올 냄새를 맡으며 눈을 질끈 감고 단숨에 목으로 넘겼다.

나시스의 표정을 읽고 티탄의 입꼬리가 다시 사악하게 올라갔다.

“허헛, 이것 봐라!... ··· 요즘 많이 힘드니?”

티탄과 레이디는 어두운방 안에서 술잔을 건내받고, 건내주며 술병을 비우기 시작했다.

“··· ···아버지가 정말 당신에게 권했다고요. 선생님이 내 나이때?”

“···.그래, 한창 이곳에 와서 공부다 진료다 정신없었을 때였지. 일은 쌓였고 환자에 치이고 선임은 누르지 후임은 치고 올라오지, 잠은 모자라고 밥먹을 시간도 없고. 지금도 그렇지만. 누구때매.”

티탄은 나시스를 흘겨봤다. 나시스는 그것을 무시하고 잔을 흔들며 찰랑이는 것을 보았다.

“티탄이야 말로 답답하지 않아요?.”

“이곳에 와서 일한 만큼에 대가도 받고, 인정받고··· ···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 쉽지 않아.’ 라고 박사님이 얘기하셨지. 글쎄··· ··· 너도 깨어나고 기억이 없다지? 나도 그래 크으~ 사막에 버려졌고 이곳에서 발견됐고 거둬져 이렇게 살고 있지.”

“아, 예전기억··· 이요?···.”

[띠이이이이]

“으윽!”

은연중에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자, 다시 깨질 것만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그래, 나도 ··· ··· 그런데, 인간이란 생명체에 대해 탐구를 하면서 말이다. 모든 생명체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거지. 몸뿐만이 아니야. 감정도, 생각도···. ··· ”

“네? ··· ···아, 네에”

“··· ··· 과거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릴때 마다 그렇게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는 건, 그 과거로부터 너를 보호하는 방어기제 인 것 같다고··· ··· 박사님이 그러시더군. 글쎄 그래서 나도 생각을 했다. ··· ···말이지··· 그래,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몸과 너의 몸안에선 세포는 파괴되고 또 다시 분열되고, 10초 전의 나와 지금에 나는 사실 조금 다른 모습이야. 다를 것인데, 다른 것인데··· ···흘러간 과거를 붙잡아 캐어봤자. 달라질 것이 뭐겠어?”

“과거가 없으니까요. 기억이 전부없는 저는요, 20살의 몸으로 1살부터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생각해봐요. 저는 20살부터 시작하는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거라고.”

“시작?? 후훗 그럼, 오래오래 살아야겠구나. 몸챙기고.? 난 그렇진않아. 어린시절의 기억은 남아있지. 내가 몇 살인지 어디서 태어났는 지 기억해.”

“전. 부분 부분의 장면만 있어요, 노래 또 부모님 작은 고양이, 나, 그리고··· ···”

[타앙~]

‘총?’

[삐이이이익]

“피··· 윽!!!”

아까의 통증이 더 심해지며 이명이 들렸다. 나시스는 침대 옆 수납장을 열어 알약을 꺼내 삼켰다.

“아!, 먹지 말지. 약이랑 술이 같이 섭취될 때, 부작용을 모르겠는데?... ··· 하아, 이럴려고 온게 아니였어, 오늘 너에게 술을 먹인건 내 실수다.. ···. ··· 난 단지”

“··· ··· 단지, 뭐요?”

휴···. ···얼른 눕고, 뭔가 문제가 생기면 불러라.”

빈 술병을 들고 걸어가던 티탄이 다시 뒤를 돌아 나시스를 보았다.

“이유가 어쨋건, 모든 사람은 조금씩은 뭔가를 잊어버리며 산단말이지. 매일매일··· ··· 너와 나, 여기 사람들, 그 부분은 다르지않아.”


어제 저녁 다녀간 두 명의 사람덕분에 나는 머리부분의 실밥을 떼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페르세포네를 찾았고 페르세포네는 머리의 상처가 잘 아물었는지 확인해 주었다.

“음, 잘 아물었는데 부어올랐네··· ··· 킁킁~”

“··· ···”

“음, 술이라··· ···”

르네언니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엄살을 피웠으면서 그 상처에 술을 마셨느냐는 눈빛이었고, 나는 조금 졸아버렸다.

“마시면 안될 것 같긴 했는데, 어제는 아버지와 일도 있었고..”

“상처와 술이라··· ··· 금방 어른이 되겠구나 나시스.”

르네언니가 모든 실밥을 떼어주었다. 거울에 비춰보니 아물었지만 흉이 조금 빨갛게 부어올랐다.

“몸을 잘 제어할 수 있게되면 더 회복이 빨라질거야. 놀랍지? 오늘은 제어를 하는 훈련을 하기로 했다. 어서 이동하렴.”




"어? 어... .. 나, 나시스를 아니, 나시스님을 컴퓨터에 비유해서요. 아, 아니 그러니까 비유해서 죄송합니다. 어쨋든 그렇게 보자면··· ··· 최상의 사양을 가진 컴퓨터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입력 장치의 업데이트라고 생각했어요.. 그.그. 그러니까 빠르게 입력이 된다면, 그것을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말을 버벅거리던 주노는 부끄러운지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루이스가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오감훈련에 돌입합니다. 저희는 다섯개의 감각을 하나씩 차단시킬 것이고 상실한 감각을 만회하기 위해 움직이는 뇌의 모습을 관찰할 것입니다. 이것이 연구이자 훈련이고요, 결과는 앞으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정보이기때문에. 최선을 다해주셔야 해요.”

다양한 이유로 한가지의 감각을 상실하면 생존을 위해 남은 감도는 일반 사람의 것보다 더욱 예민하게 발달된다. 청각을 잃은 사람은 눈으로 사람의 입모양을 읽으며 대화를 하고, 진동으로 음악을 느낀다. 보통 사람이 발달되기 어려운 뇌의 경로로 부위가 활성화 되며 상실한 감각을 만회하려 든다. 일반을 넘어선 경지로 감각의 감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5개의 감각이 그들의 것처럼 상승된다면, 그들은 그것을 원했다.


나는 처음 깨어났던 방과 비슷한 순백의 공간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내게 머리를 덮는 형태의 헬멧을 씌우고, 달라붙는 은색의 타이즈를 입힌 뒤, 기계 장치 수 십여개를 부착했다.

이것들이 너무 생소했다. 책에서도 본 적이 없던 것들이었다. 신기하고,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곧 문밖으로 사라졌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이 멍하게 서 있었다.


[우우우웅]


낯선 기계음이 들렸고 허공에 떠있는 느낌과 함께, 서있던 몸의 위치가 방향을 잃고 있었다. 내가 누웠는지 일어섰는지 앉았는지 모르게 되버렸고, 이어 내 몸이 돌고 있는 것 같이 빙글거렸다.


“어? 이게 뭐, 뭐에요?... ··· 어!어?”


‘멈추었나? 아니 움직이고 있는 걸까? 나는 지금 떠있나?’

땅으로 잡아두던 힘과 몸을 움직이는 힘의 상실감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우우우웅]

생소한 자극이었다.

눈을 깜빡였는데, 눈커플의 감각을 잃었기 때문에 눈을 감았는지 떴는지 알 수 없었다. 공간이 어두워지자 더 그랬다. 다행스럽게 곧 푸른색의 형형한 빛줄기가 쏟아지며 어둠을 구멍냈고 그 구멍이 점점 많아지며 어둠이 물러갔다. 그 빛자락에 몸이 뚫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몸의 자각을 잃은 탓에 마치 이 어둠자체가 나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생소한 충격으로 딸꾹질이 났다.


[끅, 꾹, 흐음꾹, 딸꾹, 히끅··· ···]


앞이 뚜렷해지며 눈에 보인 것은 푸른색의 무수한 사각형이었다. 정신이 나간동안 완전히 다른 세계로 바뀌어 있었다. 이곳은 중력이 사라진 이공간 같았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허우적일 뿐이다.


그 푸른 사각형들은 명암과 그림자가 없었다. 거리를 알 수 없었다. 몸을 잘 가눌 수 없는 나시스에게 원근감이 사라진 사각형들은 위협적이었다. 그녀는 이 정체불명의 도형에 겁을 집어먹었다. 그녀는 감각이 없는 손으로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런데 그녀의 손바닥이 부피가 없는 종잇장같이 보였다.

아연실색하며 머리를 숙여 몸을 보았다. 몸도 마찬가지였다. 주위를 빠르게 둘러보았다. 모두 푸른 사각형이다. 그중엔 겹쳐진 네모들은 모아진 영역만큼 더 진한색의 사각형이었다.


‘여긴 훈련실이야, 아까 들어온 곳에서 나가지 않았는데!’


나시스는 몸무림 쳤다. 2차원의 끝을 향해 손을 뻗었다. 벽에 닿아야 했다. 이것이 꿈인지 무엇인지 구분할 수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확인해야 했다. 벽에 다달아야만 이것이 가짜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도와줘! 제발 도와주세요, 날 당장 이곳에서 내려줘!!!”


‘뻗은 손! 감각도 없어! 손이 벽에 닿아도 벽인지 알 수 없을 거야.’

몸을 꼬집었다. 통증은 커녕 손이 닿은 느낌도 없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육체가 보이는데, 만지는 감각이 없으니 형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령 같아··· ···. 안개 같아.’




“하아··· 하아, ···. ···. 하,하아···”

불규칙한 호흡의 소리,

[쿵, 쿵, 쿠웅, 쿵]


쿵쾅거리는 소리, 미미한 땀냄새 퍼졌다.

‘난 지금 이 냄새를 맡고 있어, 이 소리를 듣고 있는 거야..’


"나시스, 촉각은 세상과 접촉하는 기능을 해요. 존재한다는 현실 감각을 주는 거죠. 이게 없으면 그 감이 무너진다더군요.”


나시스의 헬멧에 연결된 곳으로 루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이곳에 나를 던져놓고 당황하는 모습을 관전하고 있었다. 화가났다. 그리고 그것에 안도하는 내게도 화가 났다.

‘내 소리를 다 듣고 있었으면서,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알았으면서··· ···’

잊어버려야 했다. 그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이 짓을 계속 되풀이 할 것이다.난 이를 악물고 이곳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사물을 감각해야 사실이라는 것을 아는 거구나, 그것을 잃는 건 이렇게나 무능한 거야. 난 대단하지않아. 저들은 내게 특별하다 말하곤 했지만, 난 이렇게도 무력해.’


"예, 좋아요. 더 집중하세요."


푸른색, 그것보다 더 푸른색의 사각형, 커다란 것, 그보다 작은 것. 그것들은 형체만 보일 뿐 부딪치지 않았다.


‘죽기 전엔 내가 이런 것들을 하게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을 껄?

이 파란색의 빛깔을 죽기 전에도 본 적이 있었을까?’

[띠이···]

나시스는 자신이 이 푸른 사각형으로 느껴지만큼의 오래도록 그것들을 보았다. 그것밖에 할 수 없었다. 부유물처럼 이곳을 힘없이 떠다녔다.


‘왜 이곳에 있는 거야? 왜, 나를 살린거야.

저들은 왜 이런 것을 만들어 날 실험하는 거야? 아!!!!!!’

생각의 연상이 과거와 가까워졌다. 나시스는 버릇처럼 움찔거렸지만 머리는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곧 빛이 사라지고 눈 앞이 캄캄해졌다


‘눈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됐어 새까만 어둠이야. 무서워, 뭐가 나타나는 거지?’


“나머지 감각에 더 집중해봐요. 평소에 느꼈던 것보다 더 예민하게 느끼게 될거에요."


[차랑~, 차랑~]

그런데, 향기가 나고 조금씩 작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저들이 만들어놓은 뭔가가 더 있는거야.’


눈에 남은 빛의 잔상도 모두 사라졌다. 그러자, 아까의 소리와 냄새가 점점 더 짙어지는 겉 같은 착각이 일었다. 향기와 소리로 이루어진 바다를 헤엄치는 기분이었다.

‘난 이곳에 있는 거야. 사라지지 않았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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