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으로 대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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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sr
작품등록일 :
2018.10.17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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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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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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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으로 대정령사 - 1

DUMMY

사람은 인생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 밖에 알지 못한다.

이 나라 저 나라 여행을 다니고, 많은 책과 이야기를 접한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삶이다.

아무리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해도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일 외에는 알 수 없다.

자신이 본 풍경이 세상의 전부이며, 자신의 생각이 세상을 결정하게 된다.

그렇게 사람은 한 번의 생애에 한 번의 세상을 만나게 된다.

그것을 삶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이 푸른 가을의 어느 날.

한 소년이 항아리를 등에 맨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년을 둘러싼 어른들은 모두 체격이 좋은 남성이었다. 그 탓에 소년의 체구가 더 작게 보였다.


“시몬. 오늘도 부탁한다.”

“맡겨만 주세요.”


시몬이라 불린 소년은 큰 눈을 뜨면서 씩씩하게 답했다.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뜨러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어른들은 말했다.


“시몬이 올해로 열여섯 살이던가?”

“그쯤 된 것 같아요. 저보다 세 살 어리니까요.”

“엄마 아빠도 없이 자라서 걱정을 했는데···. 밝게 자라서 다행이야.”

“맞아요. 나이도 아직 어린데 싹싹하고 부지런하고···.”


시몬의 뒷모습을 보며 다들 한마디씩 칭찬을 했다.


“자자. 잡담은 거기까지. 시몬이 물을 떠올 동안 다들 쉴 생각이야?”


뒤에 있던 창문에서 중년의 남자 한명이 소리를 높였다. 대장간의 주인인 대장장이 고르드였다.


“네~ 지금 갑니다요~”


때마침 쉴 생각이던 두 명의 사람이 다시 대장간 안으로 느릿느릿 들어갔다.




* * *




“어휴. 오늘도 사람이 많네.”


시몬은 멀리 보이는 강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시몬이 살고 있는 이 도시, 칸디스는 주변의 다른 도시와 비교했을 때 꽤 큰 도시다.

예전부터 대도시로 불려왔기에 도시의 역사도 길고, 살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칸디스에는 꽤 큰 강이 흐르고 있다. 강의 이름은 헤른이라고 한다.

이 헤른 강이 칸디스를 동과 서로 나누고 있을 정도로 도시를 관통하고 있다. 덕분에 예전부터 칸디스는 강을 통해 오는 사람들로 다른 도시와 거래를 하기 쉬운 이점을 가지고 있었고 옛날부터 발달한 상권을 가졌다.


‘그리고 살아가면서도 강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지.’


헤른 강은 유속이 완만하면서 넓이 또한 무척 넓은 강이다. 중심부는 꽤나 깊지만, 땅과 접해있는 부분은 완만한 경사이기에 강에서 멱을 감거나 빨래를 하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다.


‘조금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야겠어.’


시몬은 항아리를 맨 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강가에는 다른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몬은 인적이 드문 상류 쪽으로 올라갔다.


“이엿차―. 여기면 되겠지.”


시몬은 항아리를 내려놓고 기지개를 켰다.

발 앞에 있는 강물은 오늘도 맑았다.


“오늘도 대장간은 일이 많나보네···. 빨리 돌아가서 아저씨들을 도와드리자.”


시몬은 부지런히 항아리에 물을 담았다.


시몬은 부모가 없는 천애고아다. 시몬이 어린 시절에 어떠한 사고로 돌아가셨다고는 하는데···. 어렸던 시몬에겐 당연하게 어떤 사건인지 기억이 없고, 주변에서도 말을 잘 해주지 않았다.

시몬은 굳이 캐묻지 않았다.


‘만약 알려주실 만한 일이면 알려주셨겠지.’


어린 시절부터 시몬은 대장간에서 살았는데, 이제는 대장간의 사람 모두가 가족과도 같다.

시몬이 알고 있는 사실은 대장간의 주인인 고르드 아저씨께서 아버지와 오랜 친구라는 사실이다.

주인아저씨께서는 어린 시몬을 거두어주시고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 주셨다. 그래서 시몬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대장간일을 배웠다. 그건 정말로 순순한 마음이었다.

그랬···었다.


“휴우······.”


시몬은 물을 퍼다 말고 한숨을 내쉬었다. 맑고 투명한 강 위에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는 아무렇게나 자라있다. 그 사이로 보이는 푸른 눈은 동그랗고 큼직했고 볼 살도 있어서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용모다. 분명히 지금까지 살면서 있어 몇 번이나 보아온 얼굴이다.

시몬은 두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았다.


“정말로······. 이게···. 사실이라면···.”


시몬은 다시 한숨을 뱉었다. 물 위에 물결이 퍼졌다. 수면 위에 비추어졌던 얼굴이 흔들려 이제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지금 하는 생각이 진짜라니······.”


시몬은 오늘 꿈을 꾸었다. 전혀 다른 세상이 있었다.

그 세상은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 세상이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이 있었다.


아니. 그것은 꿈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잊었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하는 쪽이 맞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상상도 하지 못한 세상을 꿈으로 꿀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 기억속의 세상은 시몬이 들었던 어떠한 일과도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들었던 옛날이야기 중 어느 것과도 맞지 않았다.


꿈속의 세상은 이곳과 비슷하지만 달랐다. 달이 두 개 떠있거나 태양이 다른 모양이지는 않았다. 산이 있고 계곡이 있고 바다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는 비슷했다.


그렇지만 또 전혀 달랐다. 사람들의 외모부터 지금 시몬이 살아간 삶과 달랐다. 대다수의 사람은 검은 머리와 짙은 눈동자를 하고 있다. 다르게 생긴 사람도 있지만 지금 시몬의 주변에 있는 사람처럼 생긴 사람은 거의 보질 못했다.

그리고 입고 있는 옷도. 먹는 음식도. 길에 있는 건물도. 모두가 다른 세상이었다.


‘단순히 전혀 다른 세상을 봤다면 그냥 꿈이겠거니 싶겠지만······.’


시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몬은 항아리에 물을 마저 채웠다. 물이 채워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몬은 생각했다.


‘꿈? 아냐. 꿈은 아니야. 그건 내 자신이 보증할 수 있어.’


만약 꿈이었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신기한 꿈을 꾸었다고 대장간 어른 중 누구라도 붙잡고 말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시몬의 머리에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개념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무엇보다 시몬의 마음 한 구석에 전혀 다른 감정이 들어찼다. 그 감정이 시몬에게 말했다.


이것은 시몬, 자신의 또 다른 기억이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왜 그것도 내 기억이지? 다른 사람의 기억이 들어온 느낌은 아니야. 그렇다면 설마······.’


항아리에 물이 철렁히는 소리가 들렸기에 시몬은 항아리를 세워보았다. 항아리의 입구엔 물이 가득 차 있다.

지금 시몬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몬이라는 한 사람의 마음을 항아리라고 비유한다면, 지금 시몬의 생각은 그 항아리를 넘칠 정도였다. 열여섯 남짓한 인생에는 버거운 기억이 넘쳐흐르고 있는 것이다.


“설마. 나···. 나의 이전 삶의 기억이라든지···.”


시몬은 무심결에 입 밖으로 말을 해보았다. 그에 응답하듯 바람이 불어왔다. 강에 물결이 출렁였다.


“환생.”


시몬은 확실하게 발음 해보았다.

어제였다면 시몬은 전생이니, 환생이니 하는 개념 자체를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룻밤 사이에 시몬에게 들어온 기억은 그에게 성숙한 생각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우선은···시간이 늦었으니까···. 다들 기다리고 있으시겠어. 대장간으로 돌아가자.”


너무 생각에 잠겨 있었다. 대장간의 아침은 꽤 분주했다.

시몬은 항아리를 왔을 때처럼 등에 맨 채 돌아왔던 길을 돌아갔다.



* * *



돌아오는 길은 갔을 때 보다 훨씬 더 조심스러웠다. 물이 든 항아리는 무게도 무게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물이 쏟아질 수 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긴 싫으니 신경을 써야했다.


대장간의 일은 전부 힘이 필요한 일들이라 시몬은 체격에 비해 힘 하나는 강한 편이다. 가끔 작은 키를 우습게 본 사람에게 팔씨름을 해서 콧대를 꺾어준 적도 있다.


‘근육이 단단한 편이라 힘이 센 건 꽤 장점이야. 무엇보다도···.’


시몬은 간밤에 떠오른 전생의 기억들을 한번 정리해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생소했을 개념들이 머리에 지식으로 남아있다.


무공.

내공심법.

머리에 떠오른 단어는 그런 개념들이다.


‘무공······. 그래. 그렇지만 무공을 다 이루지는 못했었지.’


시몬은 걸어가면서 전생을 떠올려보았다.

시몬의 전생은 지금 생각해서 냉정하게 말한다면 어디까지나 이류였다.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가진 천재들은 조금만 수련해도 엄청난 결과를 내보이게 된다. 강호에서 이름을 떨치는 강자들 말이다.

그렇지만 시몬의 전생은 그러지 못했다.


‘나름 어디에 가서 떵떵거릴 정도는 되었던가? ······아니지. 별로 그러지 못했던 것 같은데···.’


지금과 다른 삶이기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전생에선 어느 정도의 요령과 방법만 알았을 뿐. 완벽하게 성취하지 못했다.

시몬은 전생의 끝을 생각하다 고개를 도리질했다.

결국엔 남의 손에 죽어버린 인생이다.


“휴우···. 무공이라···.”


지금까지 십 수 년 간 완전히 잊고 살았던 전생이 떠오르면서 살면서 생각도 하지 못한 의문이 생겼다.


‘지금 세계로 따지면 기사나 검사들이 익힌다는 오러 연공법과 닮아있으려나?’


시몬은 전생과 현생을 비교해보았다.


-찰랑


시몬이 다른 곳에 정신을 쏟아서인지 잠시 항아리가 흔들렸다. 시몬은 항아리를 살짝 돌아봤다. 다행이 물이 새지는 않았다.


“우선···. 지금은 어서 돌아가자.”


시몬은 대장간으로 다시 돌아갔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새 작품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쉽고 편한 마음으로 보실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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