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으로 대정령사 -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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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은 가지고 있던 돈으로 식사를 할 생각으로 식당에 들렸다.
“여기요. 구운 생선 꼬치를 주문하고 싶은데요.”
식당 주인은 시몬을 빤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못 보던 얼굴인데···. 혹시 여행자니?”
“아뇨. 이제 여기서 살아볼까 생각중입니다.”
식당 주인인 중년여성은 시몬의 말에 밝은 웃음으로 답했다.
“그거 잘 생각했구나! 이 도시는 살기 좋단다.”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시몬도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 맞아. 젊은데다가 체격도 좋으니 한번 용병길드를 찾아가 보면 어떨까? 일자리라면 많단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용병을 할 생각은 없어서요.”
“그렇구나···. 참. 주문을 했지. 잠시만 기다리렴.”
시몬은 식사를 기다리며 천으로 만든 작은 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거기엔 몇 개의 은화가 들어 있었다.
며칠 전, 시몬은 부상한 용병을 도와주고 답례로 돈을 받았다. 그 이후로도 용병들에게 시몬의 솜씨가 소문이 났는지, 포션을 사먹기 보다 시몬에게 정령의 힘을 써달라고 부탁해왔다.
시몬의 입장에서는 정령술을 연습할 기회도 되고 돈도 벌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덕분에 돈이라면 꽤 있어. 그렇지만······.’
이 천은 고르드 아저씨가 준 주머니였다.
고르드 아저씨는 한사코 필요 없다는 시몬에게 돈을 조금 쥐어주었다. 어차피 언젠가 시몬이 독립을 하면 주려고 모아둔 돈이라고 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시몬은 마음이 불편했다.
‘차마 이 돈을 쉽게 쓰진 못하겠네.’
원래도 나가서 자신 스스로 돈을 벌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돈을 번다면 무슨 일이 좋을까?’
시몬은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며 계획을 다시 세워보았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역시 가족이었다.
가족. 대장간을 운영했던 고르드 아저씨.
‘나도 한번 대장간을 열어보는 건 어떨까?’
시몬은 이번 생애에서 태어나서 대장간에서 살았다.
어릴 때부터 지냈으니 다른 업종에 비해서 대장간의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세하게 안다. 거기에다가 대장간 기술은 제법 배웠다.
‘만약에 내가 대장간을 운영하다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사람을 더 고용하면 되고. 보통 사람에 비해서 나는 정령이 있으니까 더 쉬울지도 몰라.’
시몬은 금속의 정령과 불의 정령과도 계약을 했다.
지난번의 싸움에서 정령을 이용해서 직접 자신의 손으로 무기를 개조한 경험도 있다.
그런 식으로 대장장이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에 정령사로서 가진 능력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대장간을 수월하게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대장간을 바로 열지 말고 어딘가 대장간에 대장장이로 들어가는 것도······.’
시몬은 줄곧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지. 아냐.’
자신은 대장장이를 하려고 나왔을까?
물론 가족이 걱정되어 나온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왜 온 가족 모두가 다른 도시로 나오지 않았을까?
가족에게서 홀로서기를 하고 싶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그때는 그것 밖에 방법이 없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던 시몬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가족을 걱정했어. 그리고···. 반대로 가족의 일상을 지키고 싶었고.’
가족은 그곳에서 대장간을 지키며 행복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은 어떠한가.
자신은 이제 그 유년기의 일상에서 벗어났다.
그렇다면 자신 나름의 삶을 살아야했다.
물론 대장간에서 일하는 방안도 나쁘진 않다. 좋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건 최후의 방법으로 하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우선 무공을 더 수련해보고 싶어.’
가장 먼저 생각 나는 목표는 역시 그것이었다.
전생에서는 자신이 익혔던 무공의 끝을 보지 못했다. 끝에도 미치지 못한 중간 단계라고 해도 될 것이다.
지금 태어난 이 몸은 무척 적성이 좋다. 두 번째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생에 비해서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다.
이 몸으로 전생에선 꿈꿔보지 못한 목표를 한번 노리는 일도 해볼 만할 것이다.
‘그리고 기왕에 얻은 정령술도 더 익히고 싶고.’
마침 시몬이 생각하고 있는 동안 음식이 나왔다.
시몬은 음식을 먹기 위해 돈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품에 다시 넣었다.
‘치료술로 돈을 버는 방법도 가능하겠어.’
시몬이 생각에 잠겨 있는데 음식이 나왔다.
“여기. 음식 나왔단다. 맛있게 먹으렴.”
“네. 감사합니다.”
시몬은 음식을 베어 물며 생각했다.
시몬은 동부지역으로 오는 동안 용병의 상처를 치료해주면서 벌어 온 돈이 있다. 용병들은 자신들의 포션을 정말로 급한 용무에 쓰려고 했는지 기왕이면 시몬에게 치료를 받고자 했다.
그때 시몬은 이런 일을 하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정확한 가격을 말하진 않았다.
‘그런데도 다들 알아서 돈을 다 쥐어주셨단 말이지?’
용병들에게 받은 돈은 매번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렇지만 사례금을 주고 나서 싱글벙글 하던 용병들의 반응을 보면 아마 그들에게도 저렴한 가격대였던 모양이다.
‘보통 은화를 받았으니까······. 어디 한번 보자. 금화로 바꿀 수 있으면 환전 해두는게 좋겠어.’
은화는 화폐의 단위 중에서 두 번째이다.
동화, 쿠퍼가 가장 낮은 단위이고 그 위가 은화, 실버. 가장 위가 금화, 골드다.
금화 하나는 은화 100개의 값어치가 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용병을 고쳐주면서 받은 돈은 아무리 적어도 대여섯 개의 은화였지. 많이 줄때는 열 개를 넘게 준 사람도 있었고.’
용병들은 본인들이 생각할 때 적당한 사례금을 시몬에게 주었다. 그 가격은 평균적으로 볼 때 은화 열 냥 정도 되었다.
‘정령으로 남을 고쳐준 횟수도 대충 열 번정도 될 테니······.’
시몬은 사람이 적은 곳에서 은화를 세어보았다.
“아흔 여섯······. 아흔 일곱···. 아아. 백 개는 넘지 않네······.”
백에서 두 세개 모자란 개수다. 혹시 잘못 세어봤을까 싶어서 다시 세어봤지만 틀리지 않았다.
100실버. 즉 1골드는 보통 평범한 서민의 한 달 생활비 정도 된다.
‘아니지. 한달을 살기엔 적은 편이야.’
계급이 낮거나 혹은 알뜰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평민계급의 사람은 정말로 입에 풀칠할 정도로 살아가는 돈이 보통 1골드였다. 물론 이 정도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1골드로 한달을 살기엔 부족할 것이다.
‘그래도 짧은 시간에 벌었다는 걸 생각하면 무척 좋은 편이야.’
시몬은 애초에 마차를 타고 이동할 때 돈을 벌 수 있을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게 다 정령술 덕분이다.
‘참. 그러고 보니···.’
시몬은 돈을 꺼냈던 주머니를 다시 만지작거렸다.
거기엔 고르드 아저씨에게 받은 돈도 있었다.
얼마를 주셨는지 사실 지금까지 세어본 적은 없었지만 이번 기회에 정리할 겸 확인해보았다.
시몬이 고르드에게 받은 돈은 결코 적지 않은 액수였다.
은화가 많았지만 금화도 하나 있었다.
한 개의 금화와 여든 개 정도 되는 은화.
총 1골드와 60실버 정도가 되었다.
‘이, 이거···. 너무 많이 주신 거 아니시려나······?’
시몬은 대장간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요새 장사가 잘 되고 있다곤 해도, 한번 불에 타서 무너진 대장간을 새로 다시 세우기 위해서 들어간 돈도 제법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고르드 아저씨.’
시몬은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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