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석박지
작품등록일 :
2018.10.2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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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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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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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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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04.(시점바뀜)

DUMMY

"케.....드?"

"이야. 알아보네요. 3년이나 지났는데 말이죠."


나는 자연스럽게 실비에게 다가가서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었다.


흠칫


내가 다가가자 실비는 움찔 하기는 했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겁을 먹은건가?


"이제는 제가 키가 더 크네요."

".............."

"그때는 엄청 작았는데 말이죠. 누나보다 작았었잖아요. 기억 안나세요?"

"............."


실비는 두려운 눈으로 우리를 올려다 볼 뿐 별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는게 느껴졌다. 가까스로 참고 있는 건가?


'음.......'

-진짜?

'이거 너가 생각한거 아니였어?'

-어....그런거 같기도.


스윽


나는 팔을 들어올려서 그녀의 머리를 쓸어넘겨 주었다. 실비는 움찔하기만 할 뿐 여전히 별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고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졌다.


'우리 이런 취향이였나?'

-........진짜?

'.............'


왠지 모르겠지만 떨고 있는 실비를 보고 알 수 없는 쾌감이 느껴졌다. 다른 인간들이 두려워 하는 모습을 봤을 때는 이런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으음. 인체의 신비라는 건가?

'그래도 왠지 재미있는데?'

-성욕? 아니면 정복욕?

'몰라.'


둘 다 아닐 수도, 아니면 둘 다 일 수도 있다. 어쨌든 실비를 만나는건 재미있다.


스윽


나는 조금 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팔을 들어 그녀를 껴안았다. 허리를 숙여 턱을 그녀의 어깨에 올리자 그녀가 심하게 떨고 있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 남자..."

"흡!"


딸꾹질? 아니, 그저 숨을 들이 마쉬다가 꼬인거다. 여전히 실비 누나는 떨고 있었다. 어째서 떨고 있는 걸까? 나는 해칠 마음이 없는데 말이다.


"어디 있는지 알아요?"

".....모,몰라."


드디어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모를 리가 없다. 실비 누나는 그 남자에 있어 형에게 있는 엘리 누나 같은 존재이니 말이다.


"흐음...그 남자. 이름도 모르는데. 이 마을에 있는거 맞죠?"

"........읍!"


파앗!


혀를 깨물려는걸 재빨리 포응을 풀고 손가락을 실비 누나의 입에 넣어서 막았다. 덕분에 내 손가락에서 피가 조금 흘러나왔다.

물론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 보다는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옛날에는 실비 누나가 제게 피를 줬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네요?"

"..........."


실비의 눈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자살이라니. 그녀가 죽어도 남자는 찾을 수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어째서 내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거지? 물론 지금이라면 그 남자는 손 쉽게 이길 수 있지만 실비는 그 남자가 방심만 하지 않았으면 그 남자가 더 강하다는걸 알고 있을 텐데.


'우리가 기운을 숨기지 않을 때가 있었나?'

-처음 실비를 찾을 때. 하지만 누나는 일반인이잖아.

'음...뭐지?'


어째서 자결을? 혹시 그 남자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건가? 부상을 입어서 약해져 있다든지 하는 상황 말이다.

나는 그녀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피와 함께 그녀의 타액이 실 선을 이루었지만 금방 끊어졌다.


"일단 자리를 옮길까요?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네요."

"..........."

"싫으면 어쩔 수 없고요."

"알겠...어."


그녀도 자결은 힘들다는걸 알았는지 포기한듯 했다. 우리는 그냥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들어갈까 싶었지만 여관에서 방을 잡았다.


-왜 그랬을까?

'음....사랑?'

-하지만 절대로 그런 취향은 아니였던거 같은데.

'형의 기억 속에 그런게 있었잖아. 어렸을때 학대를 당하면 취향이 이런 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잖아.

'음.....실비 누나여서 그런가?'


나중에 꼭 형에게 물어....봐야 하나? 무엇보다 이런 취향은 황녀님이....물어보면 안되겠다. 둘 다 전부에게.

하지만 막상 둘이서 여관에 들어오니 뻘줌해 졌다. 그래도 반갑기는 하다.


"음....."

"원하는게 뭐야. 내 몸?"


어....뭐라고 말해야 하지? 막상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실비 누나를 벽에 기대어 서서 바라보니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지? 너가 할래?'

-어.....에라이. 내가 할께.


결국 나는 케르에게 맡겼다. 실비 누나에 관한 일은 케르가 더 잘 어울리겠지. 아마도...

케르로 변하니 한쪽 눈이 빨개지며 송곳니가 나타났다.


흠칫!


덕분에 실비 누나는 더 겁을 먹은거 같지만 말이다.


"어째서 저를 보고 그렇게 겁먹은 거에요?"

".............."

"자결을 무서워 하지 않으면서 저를 두려워 했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아서요."

"............."

"입을 열 생각이 없으시면 상관은 없는데..."


흠칫!


아. 실비가 다시 어깨를 움찔했다. 확실히 그녀는 겁먹었다.


"걱정마세요. 고문 같은건 안하니까. 그저..."


스윽


점점 몸이 침대에 걸터있는 실비에게 다가간다. 음. 분명 형의 지식 중에 그런게 있기는 했지만 지금은 아닌데.


'그런데 실비 누나 예쁘긴 하잖아.'

-그건 그렇지.


우리 정말로 실비 누나를 좋아했던 건가? 하지만 마지막에 배신당했는데? 그녀가 우리를 속였는데?

음....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지금할 행동은 정해져 있다.


"피 좀... 빨게요..."

콰직!

"흐읍!"


케르는 그녀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그리고 피를 빨자 그녀의 기억이 천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것도 이제 어느정도 조절할 후 있다.

가장 오래된 기억부터 천천히 흘러들어 온다.


처음은....그 남자를 만났을 때인가...6살? 아니, 5살...


실비는 제국에 있지 않았다. 다른 왕국의 창관으로 보이는 곳에서 밥을 구걸하고 있었다.

사생아인가....

그녀는 매춘부들에게 구걸을 해 가며 먹다남은 빵 찌끄레기나 음식물 쓰레기를 꾸역꾸역 먹어가고 있었다.


'누나의 눈이 마치....'

-형이 처음 각오를 다졌을 때의 눈이야.


실비의 눈에는 오직 독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직 살겠다는 결심 하나만으로 그녀는 역겨운 쓰레기들을 입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그때 남자가 나타났다. 젊긴 하지만 분명 우리를 고문했던 그 남자다. 하지만 그 남자는 창관을 습격해서 매춘부들을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실비는 꼼작도 안하고 구석에 몸을 쪼그리고 숨어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아.....역시 이 짓도 슬슬 무덤덤 해지는군. 응?"

"............윽!"


꽈악!


남자는 숨어있는 실비의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하지만 실비는 여전히 독기뿐인 눈으로 남자를 바라볼 뿐이였다.


"................."

"................."

"..........쳇."

"커헉! 커헉!"


둘은 서로를 한참동안 노려보다가 남자는 결국 실비를 놓아주었다.


"따라오면 밥은 먹여주마."

"............"


그 뒤로 실비 누나는 남자의 뒤를 따라갔다. 어째서지? 그저 밥을 먹기 위해서? 어?


'크윽! 케르. 그건....'

-뭐지? 흑마법? 아니. 이건....


순간적으로 조금 더 성장한 실비가 마음껏 밥을 먹는 모습이 보여졌다. 아니, 정확히는 목으로 맛있는 음식이 넘어가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그러고보니 형에게 들은적 있었다. 지금은 멸종했지만 옛날에 인어족이 있었다고. 그리고 그들의 힘은...


'예언.....'

-그럼 누나는 배를 채우기 위해서 남자를 따라 간건가?

'그런거 같아. 창관에 있는 모든 매춘부들이 죽었잖아.'


피를 조금 더 많이 빨면 그녀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었겠지만 그랬다가는 그녀의 모든 기억을 읽을 수 없다.

지금은 피를 천천히 조금씩 빨면서 그녀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우리가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현실의 시간은 천천히 가겠지. 아마 1초도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는....

'13살인가...많이 건너뛰어 졌네.'


그래도 확실한 정보는 얻을 수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에드. 그는 오러 마스터가 된 이후, 사고로 감각을 잃었다. 원인은 말해주지 않은건가...

실비는 그 뒤로 그를 꼬박꼬박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 따라다녔다. 에드는 그녀를 몇 번 시험하기도 했다. 금화 주머니를 탁자 위에 두고 잠을 잔다던가 단검같은 날붙이로 자신을 죽이는지 죽이지 않는지 말이다.

5살에서 13살로 건너 뛰면서 내용이 소실된 것일까? 아쉽게도 실비가 에드를 따르는 이유도, 에드가 실비를 거두어 준 이유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제국에 와서 아이들을 납치하여 고문하기 시작했다. 실비는 그런 그를 아무런 불평없이 보조해 주었다.

중간중간 그녀의 예언능력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사들이나 경비병이 들이닥치는 예언을 보면 에드에게 말해 곧장 아지트를 옮겼다.


-어째서 그녀는 남자를 따르는 걸까?

'음....피를 조금 더 빨아볼까?'

-하지만 그랬다가는 이 상황이 깨질텐데?

'그러면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자.'


아쉽게도 그녀가 동의를 한 상태가 아니라 강제로 그녀의 기억을 들여다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의 감정을 알려면 피를 더 빨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송곳니를 더 깊숙이 박아야 하고 시간도 바깥과 같이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내가 그녀의 기억을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겠지.

아직은 그렇게 되면 안된다. 결국 우리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선택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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