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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철과 화염의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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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레
작품등록일 :
2018.10.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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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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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농법 개량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명은 전부 실존인물입니다만, 장르의 특성상 사실과는 다소 성격이나 행적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지합니다.




DUMMY

그래서 유전학을 가르치면서 우생학에 물들지 않게 하려고 우성만 추구하는 것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지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다행히 멀리 갈 것도 없이 사대부 집안에서는 동성동본(同姓同本) 간의 혼인을 금하고 있는데다, 신라의 성골이 혼인할 사람이 없어서 역사에서 사라졌다는 건 삼국사기(三國史記)를 읽어본 자들이 많으니 다들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한 것 같았다.


다만 소나 돼지도 족보를 만들어서 키워야 하느냐는 말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렀는데, 나는 있으면 좋겠지만 당장 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라고 답했다. 소야 조선에서는 가족이나 다름없으니 족보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을 겠지만, 돼지는 조선에서는 아직 비주류라서 대답하기가 난감했다.


대신 작물을 품종개량하는데만 해도 한두 해를 가지고는 택도 없는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연구하라는 내 말을 듣고는 다들 낙담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노력도 없이 품종개량이 가능할 리가 없으니 나는 코웃음을 치며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매듭을 지었다.


그렇게 관원들에게 유전학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다음으로 넘어간 것은 농법의 개량이었다. 이 부분은 특히 관원들과 갑론을박이 오갔는데, 문제가 된 것은 이앙법(移秧法)에 대한 것이었다.


세종 시기에 나온 농사직설에도 유삽종(有揷種)이라는 구절로 언급된 이앙법은 사실 그렇게 특별한 농법은 아니다. 다만 모내기 때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치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조선 시대에 함부로 시도하는 건 위험하므로 이앙법을 하려는 나를 관원들이 뜯어말린 것이다.


그러나 치수가 이루어진 곳에서만 안정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을 뒤집는다면, 치수만 제대로 이루어질 땐 이앙법보다 효율적인 농법은 조선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리가 된다. 하나의 논에서 두 번 농사를 짓는 이기작(二期作)은 기후가 안 맞아서 불가능하니, 조선에서 수확량 자체를 늘리려면 이앙법이 정점이기 때문에 나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관원들이 지적했듯이 충분한 양의 물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앙법을 시도하는 건 미친 짓이고, 더욱이 조선에서 키우는 벼는 이앙법에 적합하지 않은 품종이 태반이라 실제로 시행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이걸 단기간 안에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 내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벼의 품종 문제는 어쨌든 치수 자체가 일개 관청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므로 어찌 보면 예정된 결말이기도 했다.


비록 이앙법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물러났지만, 그 이외에 대해서는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특히 늦가을에 심어 겨울을 보내는 작물들을 이랑이 아닌 고랑에 심게 하는 방법은 벼를 수확하고 나서 곧바로 시도해 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작물을 이랑이 아닌 고랑에 심으면 장점이 많다. 지표면과 가까워서 이랑에 심을 때보다 퇴비의 영향을 크게 받고, 이랑이 바람막이가 되어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바람에 강하다. 또한, 작물이 겨울을 보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기를 어느 정도 막아주기까지 하니 일거양득이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랑에 난 잡초를 쉽게 솎아낼 수 있는 기존의 농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건 이랑을 뭉개서 작물의 뿌리를 흙으로 덮고 다시 만들면 그만이니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거기다 그런 단점을 고려해도 수확량이 상대적으로 많으니 이 정도는 시도해볼 만했다.


이런 방법을 견종법(畎種法)이라고 하는데 올해 시도해 볼 작물은 주로 보리였고 그 밖에는 호밀이나 귀리를 심어보기로 했다. 이앙법을 시도한다면 보리를 무작정 견종법으로 심는 건 자제해야겠지만, 어차피 당장은 모내기를 할 수 없으니 그런 문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또한 올해는 이미 글렀지만, 내년부터는 직파법에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기존의 직파법은 농지에 마구잡이로 씨를 뿌리고 방치하는 식인데, 이앙법에서 모내기하듯이 줄을 맞춰 씨를 심어보는 식으로 변화를 줄 생각이었다. 농지를 옮겨 심지 않으니 수확량은 아무래도 이앙법과 비교하면 딸리겠지만, 손이 많이 가는 김매기가 쉬워지니 과도기적 농법으로는 괜찮을 것 같았다.


이 건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이앙법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관원들도 뭐라 할 건덕지가 없었고, 대충 흩뿌리던 걸 줄만 맞춰 씨를 심는 정도로는 농부들도 크게 반발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다만 이것도 일종의 모내기에 가까운 거라 순간적으로 대량의 노동력이 필요하지만, 그건 농림도감에서 제어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여기에 목장이 가까워서 퇴비를 만들 재료를 구하기도 쉽고, 농림도감의 업무 중 하나가 바로 퇴비의 개발과 개량이다. 그러니 농사에 쓸 퇴비를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애초에 농림도감을 만들 때부터 지리적 위치를 고려해서 만든 것인데다, 이 부근에는 여기 말고는 농사를 짓는 곳이 없었으니 안성맞춤이 따로 없었다.


또한 당장은 무리지만 조만간 소의 품종개량도 시행할 생각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품종개량이라기보단 육종 과정의 변화에 가깝지만, 이거라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애초에 종모우(種牡牛), 우수한 유전자를 보유한 수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하루 이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아니, 난이도로 보면 작물의 품종개량보다 몇 배는 어렵다.


그러나 소가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조선 사회에서 이것은 틀림없는 혁명이 될 것이다. 같은 소라도 덩치가 큰 쪽이 여러모로 이용하기는 좋을 것이고, 버리는 곳 하나 없이 알뜰하게 소를 해체해서 쓰는 조선의 사정을 고려하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침 목장이 코앞이니 송아지 한 마리를 구해다 농림도감에서 집중적으로 키워볼 생각이었다. 본격적인 품종개량은 아니고 먹이와 거주환경에 변화를 줘서 덩치를 불리는 정도지만, 그렇게 만들어낼 소의 크기를 비교해서 농림도감의 성과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같은 씨에서 나온 소의 크기가 확연히 차이가 있다면 당연히 큰 쪽을 선택하겠지.


소뿐만 아니라 돼지와 닭도 시도하고 싶었지만 당장은 무리가 있었다. 조선의 돼지는 멧돼지나 다름없는데다 크기가 작아서 그나마 품종개량이 진행된 만주나 중국에서 수입한 것을 기초로 시작해야 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하지만 기근이 연이어 든 작금의 사정으로는 무리이기 때문에 일단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다만 돼지는 이쪽의 사정 때문에 못 할 뿐이지 손만 뻗으면 어떻게든 된다 쳐도 닭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닭은 고기뿐만 아니라 알을 많이 낳는 것도 중요한데 양쪽을 모두 만족하는 품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양의 품종을 들여와서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아직 서양과의 교류가 전무한 조선의 사정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망상이다.


정 무리를 하면 중국을 통해 어떻게든 구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품종개량을 갈 무렵이면 적어도 몇십 년은 흐른 다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이론상으로만 만든 농법을 검증하기 위해 몰두해야 할 판국이라 거기까지 손을 뻗칠 여력은 없었다. 애초에 내가 두 달 동안 개고생 해서 농림도감을 만든 것이 바로 그거니까 말이다.


게다가 아무래도 농사 자체가 한 해를 통째로 소모하는 것이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신농법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걸 미리 연구해서 성과를 얻어내는 것이 농림도감의 임무였기 때문에 관원들을 쪼아대며 지속해서 지켜보기로 했다. 졸지에 종친에게 감시받는 처지에 놓인 관원들이 불쌍하긴 했지만, 그만큼 농림도감이 가진 임무가 막중하니 그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서적, 논문 등의 타당한 근거를 가진 지적에 대해서는 24시간 접수하고 있습니다.


작가의말

줄을 맞춰 씨를 뿌리는 변형 직파법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실존하는 농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8

  • 작성자
    Lv.53 pokjk
    작성일
    19.01.12 00:15
    No. 1

    동물 품종개량의 경우, 제일 쉬운게 닭입니다. 요즘 쓰는 상업종까지는 정말 많은 노력이 들겠지만, 육용종 산란종 구분해서 그럭저럭 쓸만한 수준까지 키우는데는 닭이 제일 결과가 빨리 나와요. 닭의 산란 주기가 짧고, 부화에 걸리는 시간도 적게 걸려서 그렇습니다. 1가지 문제라면 인공부화를 시키는 방향으로 가느냐, 직접 부화를 잘 시키는 품종으류 가느냐 정도의 차이입니다.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54 msnostra
    작성일
    19.01.12 00:28
    No. 2

    그런데 보신에 힘쓰는 주인공이라면 우두법 같은 간단한 의료는 시도하지 않나요? 조선시대면 엄청나게 무서운 질병에 대한 예방법인데...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52 n5946_xa..
    작성일
    19.01.12 00:37
    No. 3

    단지 몇년만 있으면 전쟁이 일어나다는것을 알고있으면서 나라안에 재고로 있던 화약을 대규모로 소비해버린 다던지, 일본군의 건강을 생각해서 주요 진격로에 소금밭을 일구었다던지 하는 활동을

    찬성: 6 | 반대: 2

  • 작성자
    Lv.22 힐던
    작성일
    19.01.12 00:49
    No. 4

    당시의 벼가 이양법 에 안맞는 다는건 어디서 나오는 애기 인가요 ?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30 g3890_hu..
    작성일
    19.01.12 00:49
    No. 5

    논만드는게 생각보다 쉬운게 아니었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f512_bib..
    작성일
    19.01.12 00:57
    No. 6

    노가다 갈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7 클피
    작성일
    19.01.12 01:03
    No. 7

    현대식 논이라면 어마어마하게 갈 길이 멀긴 하죠 재대로 이앙법 하려면 토지정리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전쟁 예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빨리 원균부터 정리해야 해요. 소금이 싸지고 운하를 뚫은 만큼 수군은 더 키우기 좋지만 탐관오리가 수사 자리에 오르면 수군 훈련 대신 낚시만 시킬 껍니다.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53 스마일군
    작성일
    19.01.12 01:36
    No. 8

    전쟁 대비로 화승총의 존재만이라도 알아야 하는데요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53 스마일군
    작성일
    19.01.12 01:37
    No. 9

    청나라가 크는데 있어서 막강한 조선기마병이 화승총의 존재를 모르고 몰살 당한 이유도 크지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7 책읽는휴먼
    작성일
    19.01.12 01:51
    No. 10

    온실 만드세요. 한지로 만들기는 하지만...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8 n3956_42..
    작성일
    19.01.12 06:19
    No. 11

    소설을 보는지 설명문을 보는지 모르겠네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1 진정한돌
    작성일
    19.01.12 06:34
    No. 12

    경기부양부터 해야 철혈정책이던 뭘하던 하죠...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1 근영사랑go
    작성일
    19.01.12 11:15
    No. 13

    이앙법이 좋은지는 그 당시 지식인들도 알았지만
    경작면지당 노동력감소로
    소작인들이 유민화될거 염려해서
    시행을 꺼린이유입니다 물론 가뭄에 약해서 흉년이나 수리시설이 중요하기도했지만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0 허클베리
    작성일
    19.01.12 13:19
    No. 14

    비료로는 닭 배설물이 효과가 좋다는데 대규모 양계장은 무린가?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3 asss5
    작성일
    19.01.12 14:11
    No. 15

    전마 개량도 필요합니다. 지금 조선이 전마가 고갈 상태라 중형 승용마 개량이 필수죠.
    다만 이건 좀 오래 걸릴 겁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3 asss5
    작성일
    19.01.12 14:12
    No. 16

    화승총은 다들 이미 알았어요.
    화망식 작전교리를 제대로
    못 이해하고 기병의 충격력이 없던 게 문제였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9 네모네
    작성일
    19.01.12 15:09
    No. 17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19.01.13 20:29
    No. 18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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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난제에 도전하다 +19 19.01.16 8,119 330 9쪽
65 청계천을 손보다가 +13 19.01.15 8,613 312 9쪽
64 귀갓길의 거지들 +7 19.01.14 9,073 308 9쪽
» 농법 개량 +18 19.01.12 9,950 331 8쪽
62 퇴비와 품종개량, 그리고… +21 19.01.11 10,156 342 8쪽
61 농림도감 +14 19.01.10 10,518 387 9쪽
60 관보 판매 개시 +9 19.01.09 10,474 360 9쪽
59 동창 +14 19.01.08 10,763 330 8쪽
58 암행어사를 넘어 +19 19.01.07 11,416 380 8쪽
57 재발간으로의 여정 +15 19.01.05 12,199 389 8쪽
56 조보 +17 19.01.04 11,757 401 8쪽
55 개성에서 한양으로 +18 19.01.03 12,071 381 8쪽
54 개성의 밤(4) +21 19.01.02 12,446 394 8쪽
53 개성의 밤(3) +11 19.01.01 12,632 340 7쪽
52 개성의 밤(2) +27 18.12.31 13,043 415 8쪽
51 개성의 밤 +25 18.12.29 13,374 394 8쪽
50 첫 소금 +18 18.12.28 12,937 409 10쪽
49 염전 개발 +22 18.12.27 12,544 383 8쪽
48 개경을 거쳐 연안으로 +15 18.12.26 12,955 386 8쪽
47 염전을 떠올리고 +29 18.12.25 13,029 408 8쪽
46 오두산에 도달하다 +11 18.12.24 13,280 421 8쪽
45 엄포를 놓고, 머리를 쥐어뜯고 +19 18.12.22 14,041 424 8쪽
44 벽제관을 거치고 +11 18.12.21 13,946 423 8쪽
43 가로수 심기, 인력 분배 +18 18.12.20 13,963 37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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