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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SSS급 용사전용 캐릭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연재 주기
당근올빼미
작품등록일 :
2018.10.27 15:54
최근연재일 :
2018.11.10 23: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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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086

작성
18.11.0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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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일방적인 동행자 - (4)

DUMMY

마법사를 생각하고 떠올린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결국 실패했다.


최소한 그럴듯한 공격마법이라도 하나 있어야 허름한 로브라도 걸쳐 입고 얼굴을 가린 다음 ‘나 마법사요. 정체에 대해서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아무튼 태워주시오.' 라고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근데 마법사가 사용할 줄 아는 마법이 목소리변조랑 노크라니?


염병, 술자리 개인기로 쓸 만한 것들만 잔뜩이다. 아늑한 잠자리는 멀리 날아가 가버렸다.


겟퍼드 중심마을에서 하루를 보낸 상단은 길을 나섰다. 다만 그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는데 용병충원이 고작 다섯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다음 마을은 5일 거리의 미텔 영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길 아카디아에게 기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영주성을 떠난 첫째 날은 무난했다. 이제 파종이 끝나가는 드넓은 평야지대를 지나고 있는 터라 숲속의 고블린들로부터 안전한 편이었다.

그동안 나는 [은신]의 소리차단 기능을 믿고 가장 높은 마차 위에 올라앉아 노래를 불러댔다. [목소리 변조]마법을 통해 초급 마력 운용(lv1)스킬과 마력 스텟을 동시에 올리려는 발버둥이었다.


중후하게 숲속을 울리는 중년 가수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상큼한 여자아이돌의 음성도 아무 문제없이 흉내가 가능하더라. 1인 다역으로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파트가 나뉜 노래들을 마구 섭렵해갔다.

대화 상대도 없는 참이라 혼자 노는 재미도 있었고, 마법관련 스텟이 전부 저렙이라서 숙련도도 벌써 올랐다.

고작 하루 만에 마력 스텟이 32로, 초급 마력 운용이 2렙으로 올랐다.


하지만 평화로움도 잠시, 둘째 날부터 상단은 숲길로 접어들었다.

캐러밴 전체에 짙은 긴장감이 감돈다. 낮에는 습격 당하지 않겠지만 관도는 이제부터 며칠간 계속 숲길이다. 오늘밤 부터는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으리라.


상단일행은 전투를 각오 한듯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마차와 수레를 몰았다.


적당히 살짝 솟은 언덕공터에서 20대의 수레로 주변을 완전히 둘러싸 1차 방어선을, 4대의 마차로 2차 방어선을 꾸린 후 그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마쳤다.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육포를 정성들여 꼭꼭 씹어 삼키는 그 모습은 최후의 만찬처럼 자못 경건하기까지 하다.


‘수상해.’


그리고 다가온 결전의 시간, 캠프에서 벗어나 나무 위에서 숲을 내려다보는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끈질긴 작은 악마들이 여태까지처럼 마구잡이로 밀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한데 뭉쳐 있는 것이다.


키에엑!

끼륵!

끼엑!


놈들은 서로 하울링하며 기세를 드높이고 있었다.

확연히 지난 4일간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렇게 숲속에서 서로 공명하여 몸집을 키워가는 기괴한 울음소리에 야영지의 인간들이 공포에 젖어 갈 때 쯤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 했다.


놈들은 활과 간단한 슬링도구, 그리고 독침통을 든 채로 차분히 걸어오고 있었다. 미친 듯이 들이치는 이전보다 움직임은 얌전하지만 압박감은 오히려 더 심했다.


“씨발! 우두머리 붙었다!”


그리고 캠프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같은 외침.


‘···이게 고작 우두머리 하나의 차이라고?’


이전의 놈들이 멍청하게 달려들어 죽을 뿐인 허수아비라면 지금의 놈들은 마치 하나의 군대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허접하지만 나무줄기들을 엮어 만든 방패들을 앞세우고 그 뒤에서 앞선 놈의 머리 사이로 활과 침통을 겨눈다. 고블린들이 영악하게 장기적인 소모전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용병들도 재빠르게 대처해서 방패병 여섯이 한데 모여 수레위에서 작은 방어진을 형성했다.


“숨어! 숨어! 엄폐해!”


그 후 방어선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투사체들. 그것은 마치 빗줄기와 같아서 인간들이 수레와 방패 밖으로 고개를 쳐들 수 없게 만들 정도다. 화살을 날리는 용병들이 마차 뒤에 엄폐해 몸을 사린다.

그렇게 뒤에서 날아오는 엄호사격을 바탕으로 수월하게 방어선에 접근한 고블린부대. 전투는 지금부터다.




···




끄헥! 물러나라!


지지부진한 전투는 밤새 이어졌다. 동틀 녘이 되어서야 숲 안쪽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외침의 명령에 놈들은 물러갔다.

그들을 도와야 할지 말지 나는 밤새 발을 동동 굴렀다. 내가 보기엔 정말 한끝 차이였다. 무너질 듯 말 듯 한 죽음의 줄타기에서 그들은 결국 살아남았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밤을 간신히 버텨낸 그들은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시신을 수습해야 하니까. 용병들의 손실이 장난 아니다.


"하나, 둘, 셋, 넷··· 열둘."


무려 한 번의 교전에서 열두 명이 죽었다. 지난 육일간의 여정에서 위태위태하게 줄타기하던 그들은 결국 균형을 잃고야 만 것이다.


기존 회색 들개 용병단 스물 하나에, 새로 합류한 다섯까지 총 26명 중 열넷만이 살아남았다. 그나마도 멀쩡한 건 용병대장과 방패병 여섯, 그리고 궁수 셋뿐이고 근접전투를 수행한 검사와 창사는 이곳저곳 피투성이다.

그들의 희망 마브는 고블린이 물러나자마자 픽 쓰러졌다.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날뛰다 마비침을 그렇게 많이 맞았으니 그럴 만도 하겠지.


‘우두머리를 찾아야 해, 이대론 안 된다.’


나는 나무를 뛰어넘어 퇴각을 알린 우두머리 고블린을 찾아 헤맸다.

놈들이 후퇴하여 잔뜩 모여 있는 곳은 물론 숲속 깊은 곳 까지 훑었으나 특이개체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반쯤 포기하고 야영지 근처로 돌아왔을 때 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놈이다!'


대담하게도 전장을 정리하고 있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장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수풀에 몸을 감추고 있는 무언가.

풀잎과 어둠을 위장막 삼아 인간들을 정찰하고 있는 성인 남성크기의 붉은 고블린!


‘스텟!’


===============

단단한 어깨

특성 : [감각 봉쇄]

스텟 :

힘 27 민첩 25 체력 19 감각 22

===============


놈은 그렇게 야영지의 인간들을 관찰하다가 몸을 돌려 사라졌다.

스텟만 보면 정말로 고블린과 같은 종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우수한 개체였다. 아마 내일 싸움은 더 힘들어질 거다.


그들을 지켜 줘야하나? 슈엔까지 직행으로 향하는 버스는 찾기 힘들 텐데.


게다가 놈의 특성이 맘에 든다.


====================

특성 : [감각 봉쇄]

조건 : 눈을 마주친다.

효과 : 대상의 오감중 하나를 무작위로 잠시 봉인한다.

지속시간은 격의 차이에 비례한다. 최대 5초.

=====================


전투특화 특성! 그리고 또 나왔다 '격'


염병할 스텟 만능주의.

놈의 스텟은 평균적으로 20대에 걸쳐 있다. 아무리 내가 스텟 성장을 억제하였어도 내 스텟이 놈보다는 높다.

문제는 내 네비게이션들이다.


"아무리 봐도 글렀는데?"


용병들 중 스텟의 총합이 고블린놈을 넘어서는 사람이 단 하나도 없었다. 힘31의 용병단장과 오러는 봐줄만한 애송이조차 상대가 되질 않는다.

놈이 직접 나서면 과연 그들이 버텨낼 수 있을까?


심지어 불온한 분위기마저 피와 시체로 뒤덮인 캠프에 내려앉아 있었다. 뒷정리를 하는 용병들 사이에서 흉흉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다.

그들은 오늘밤 전투로 삼분지 일에 달하는 동료들을 잃었다. 그동안 억눌러 온 용병들의 불만이 하늘로 치솟고 있는 게 틀림없겠지.

상단 직원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싸한데···"


그 빨간 고블린 놈은 전혀 포기한 모양새가 아니었고, 이쪽의 전력은 심각하게 약화된다가 내분까지 일어날 판이다.


'어쩔까···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이 상단은 무사히 남쪽으로 향해줘야 한단 말이야. 그것도 슈엔 영지 언저리까지.


차라리 대놓고 일행에 참가해?


그들도 나 같은 전투요원은 전혀 사절하지 않을 거다. 사실 매번 따로 떨어져 나와 잠자리 꾸리는 것도 일이거든.

3~4 주 내내 땅속이나 나무속에서 잘 순 없잖아.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누가 내 위에서 방방 들고 뛴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


용사라는 것만 들키지 않을 수 있다면 멋지게 도와주고 떵떵거리며 동행 하는 것도 괜찮은 시나리오다.


밤새 수선스러운 그들을 보며 고민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을 순 없었다.


[변신]을 얻으러 가는 길에 [변신]이 필요하다니? 던전에 들어가려면 입장조건이 그 던전 드랍템 풀세트라는 조크 아니냐? 게임도 이런 식으로 만들면 욕먹는다.


겟퍼드 마을에서처럼 얼굴을 가려볼까? 하지만 적당한 물건이 없는데······.

봄나물마을에서 챙겨 온 가죽가방에는 인벤토리에 들어가지 않는 수건과 돈, 약간의 옷가지, 훈제고기 몇 조각뿐이다.


인벤토리? 그래 그게 있었다!


'초보 용사의 판금 갑옷'


생각을 떠올리자 바로 착용중인 가죽갑옷과 스왑 된 그것은 맨살을 단 하나도차 노출하지 않는 철의 방벽이었다. 힘 스텟 30으로도 조금 거추장스럽기는 하지만 전투할때는 오러운용을 할 것이니까 상관은 없다.


"와씨, 간지 쩌는데?"


투구를 벗고 이곳저곳 둘러보니 해보니 이게 전시용인지 실전용인지 모를 정도로 멋있다. 검을 흘리기 위해 고안된 듯 많은 부분이 매끄럽게 둥글었고, 가슴부분은 중앙을 향해 날카롭게 치솟았다.


고블린이 설렁설렁 돌아다니는 숲을 날듯이 가로질러 전날 보아둔 개울가에 모습을 비쳐보니 판타지 영화 속 완벽한 기사가 거기에 있었다.


"그래 이거지! 판타지 하면 기사지!"


특히 투구! 키야~ 이건 뭐 거의 간지용인가 싶을 정도다. 게다가 이 중갑 탱커 세트의 장점은 투구로 얼굴을 완전히 가려도 변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

풀 플레이트 메일 입었으면 투구를 쓰는 게 당연하지!


게다가 내가 스토리만 살짝 끼얹는다면··· 그럴듯한 스토리가 나오지 않나?

몰락귀족, 방랑기사, 정체를 숨김 등 흔한 소재들이 줄줄 떠오르지 않아? 이런 이야기가 많다는 건 잘 먹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구절절 떠들 필요 없이 "가문이 몰락하여···" 까지만 말해도 다들 대충 알아먹을 거다.

거기다 대고 ‘왜 몰락했냐느니, 어디 출신이냐느니, 얼굴 좀 보자느니’ 이런 매너 없는 짓거리를 할 사람이 누가 있겠냔 말이야.


······있네. 교단 놈들이랑 중앙군.


시부랄. 얼른 남쪽으로 떠야겠다.

갑옷에 익숙해질 겸 [은신]을 쓴 채 길을 나선 상단의 피묻은 수레 위에서 상콤한 아이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풀었다.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내 나름의 노력이었다.


이야 분위기 봐라.


"뭘 봐? 눈 안 깔아?"


내가 한말 아니다, 나한테 한말도 아니다.


어제의 전투 이후로 상단과 용병단과의 사이에 골이 깊게 파였다. 상단입장에서야 돈 주고 경호를 의뢰한 일 이었을 뿐인데 억울하다 싶겠지만, 사람일이 어디 이성적으로만 돌아가나?

평탄한 관도를 따라가는 아무 위험 없는 개꿀 임무인줄 알고 거금 받고 참여했다가 동료들을 엄청 잃은 용병단 입장에서야······.

덕분에 다들 옷깃만 스쳐도 칼부림 할 것처럼 살벌했다.


'뭐 이런 콩가루가 다 있어.'


딱 망해가는 집안 그림 나오죠? 아마 지금 꽁무니 빠져라 이동하는 중이어서 칼부림이 안 일어나는 거지, 쉬려고 마차를 세우면 볼만 할 거다.

아저씨들, 그러다 오늘밤에 다 죽어요.




···




"이동해야 하오! 오늘밤 또 교전하면 승산이 없소!"

"안 됩니다! 그러다가 따라잡히면 방어선도 못치고 전멸이에요!"

"됐어 단장, 고블린은 내가 처리 할 테니까 자기 몸이나 잘 지켜."

"마브!"


딱 일주일새에 얼굴이 좀비처럼 된 사이먼과 단원들을 잔뜩 잃은 용병대장 둔칸, 어제는 전투가 끝난 뒤 꼴사납게 기절했지만 며칠 전 한걸음을 내딛어 오러방출에 성공한 명실상부한 오러유저 마브.

밥도 먹지 않고 저녁시간 내내 그들의 말싸움이 이어졌다.


용병단의 현 전력으로는 뒤에 얼마나 더 숨어있을지 모르는 고블린을 상대할 수 없으니 피해를 감수하고 밤새 이동해야 한다는 용병단장 둔칸의 자못 타당한 의견은, 놈들도 충분히 소모되었다는 사이먼의 의견과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오러방출로 자신감이 폭발하고 있는 마브가 상단주의 편을 든 것이다.


'그래, 어린아이가 날카로운 진검을 선물 받았으니 질릴 때까지 실컷 휘두르고 싶겠지.'


하지만 잘못 생각한 거다.


오러유저 선배로서 한마디 해주자면, 오러방출은 공격력이 증가한 것이지 방어력이 증가한 게 아니다.

그가 곤란을 겪고 있는 화살과 독침, 슬링 공격은 검에서 오러를 방출 할 수 있다고 저절로 피해가주는 놈들이 아니란 거다. 그에게 필요한건 오러 방출이 아니라 풀 플레이트 메일 같은 중갑형 방어구다.


‘아니면 나처럼 [투사체 면역] 같은 특성이라도 있던가.’


놈의 갑옷은 치명부위만을 덮는 민첩캐 도적형 방어구다. 어제의 손상을 여기저기 남은 자투리 가죽들로 바느질 해 메웠다지만 가죽은 가죽, 게다가 사지 전부를 커버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원거리 견제를 해주는 고블린들을 뒤에 업고 [감각 봉쇄]를 지닌 지휘관놈이 나선다면 그에게 승산은 전혀 없었다.


오랜 다툼 끝에 상단은 결국 널찍한 공터에서 자리 잡았다. 용병단장이 고용주와 슈퍼루키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쯧쯧, 이리 상황판단이 안돼서야."


힘이 모자라면 냅다 튀는 게 정석 아닌가? 상단주야 짐과 사람들을 버리고 갈 순 없으니 땡깡을 쓴 것이지만 마브녀석은 너무 경솔했어.


어쩔 수 없다. 오늘밤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네비 없이 혼자 머나먼 길을 가야 한다. 그것도 걸어서.


이렇게 된 이상 얻을 이득은 모두 얻는다.



#1



자연스러운 등장을 위해 용병단과 상단일행이 지나온 관도 뒤편으로 향했다.

[은신]하며 걷고 있자니 저 수풀 깊은 곳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고블린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귀보다 앞서 피부로 느껴진다. 마치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장롱 밑에서 바글바글 거리는 바퀴벌레 같다.


수레를 촘촘하게 연결해 사방을 막고, 주변 나무를 베어 만든 간이 통나무 장애물을 설치한 그들의 야영지가 희미하게 보이는 곳까지 물러났다.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괴물의 비웃음소리가 실려 온다. 때가 무르익었다.


킥킥

끼릭

크히!

낄낄낄


녀석들은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이 숲에서 밀고 나왔다.

야영지를 넉넉하게 둘러싼 놈들의 숫자는 어제보다 숫자가 훨씬 늘어난 600~700여 마리. 그리고 인간들은 용병 열넷을 포함해 죽은 용병들의 무기를 어설프게 든 상단직원 일곱 명. 내 길잡이들이 단숨에 그 파도에 삼켜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우와아아악!


고블린들의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에 대항해 용병들의 워크라이를 내질렀으나 역부족이었다.

작은 물장구로 해일을 막으려는 발버둥이 되었을 뿐, 오히려 그 필사적인 몸짓에 고블린들의 기세만 올랐다. 어느쪽이 더 우위에 있는지 놈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어제의 대장 고블린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신중한 놈인걸."


내가 생각하던 몬스터와는 조금 다르다.

흉폭하고 단순한 놈이 아니라 영악하고 머리를 쓸 줄 안다. 놈은 군대를 부리고 전략을 사용한다. 고작 놈 하나의 존재로 인해 판도가 뒤집혔다.


키아악! 공격!


끼에엑!


녹색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든다. 마브가 광장 앞으로 나서서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멍청이!'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다니! 차라리 방패라도 하나 들던가. 과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자에겐 같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으엇?"


전방으로 물밀듯이 밀려오던 고블린들은 일제히 뒷주머니에서 독침을 꺼내 불고, 후방의 고블린들은 아군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화살을 쏘아 보낸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제자리에서 투사체들을 쳐내던 그는 힘에 부쳤는지 마차 뒤쪽으로 후퇴했다. 그동안 방어선 앞에 그가 쌓은 고블린 시체는 고작 다섯 구였을 뿐이다.


저것이 원거리 견제를 버텨낼 방법이 없는 오러 유저의 한계다. 그 강대한 기사들이 바보라서 판금갑옷을 입고 군대를 끌고 다니는 게 아니다.


기세가 잔뜩 오른 난쟁이들이 광장을 향해 물밀듯 밀고 들어가는 가운데 마침내 타겟이 움직였다.


일반 고블린보다 1.5배는 거대한 놈은 길을 막는 놈들을 손으로 이리저리 집어 던지며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지휘형 몹이 아니었나?'


영락없이 뒤에서 모략을 즐기고 특성으로 디버프를 거는 지휘관형 정예인줄 알았더니···.


'단단한 어깨'는 1차 방어선을 구축한 최전방 수레 위에 나란히 서 있는 둔칸과 잔뜩 지친 마브를 홀로 상대하려는 모양새였다.


'일부러 사지로 들어갔다고? 어째서? 마브가 보통 놈이 아니란 건 제 놈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붉은 고블린은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이다. 차륜전을 할 줄 알고 상대방의 약점을 쑤신다. 그런 놈이 스스로 최전방에 나서다니? 게다가 상대는 두 명인데다가 고지를 미리 점하고 있다.

영악한 놈치고 너무 경솔했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단 일수의 교환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작은 고블린들을 헤치고 나온 우두머리를 본 마브가 검에 광포한 오러를 씌우는 순간, 갑자기 그가 수레 위에서 심각하게 비틀거리더니 오러 충만한 검이 옆에 있던 둔칸의 아랫배를 스치는 것이 아닌가?


으악!


"대장!"

"씨발! 뭐하는거야 마브!"

"찔러 창 앞으로 찔러!"

"으악! 대장이 당했어!"

"못 넘어 오게 해!

"정신차려 마브!"


아랫배가 따인 용병대장은 내장을 피처럼 줄줄 흘리더니 그대로 쓰러져 움직임을 멈췄다.

오러로 둔칸의 배를 훑은 마브는 패닉에 빠진 상태처럼 보였다.


키키키키킥!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는 멀찍이 물러나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인간들을 보고 비웃고 있었다.

분명 [감각 봉쇄]다! 오러 유저를 단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어 버리다나 설명으로 본 것보다도 훨씬 더 위력적이다.


놈의 심장, 절대로 놓치지 않는다!




정령력을 해방하자 바람의 방향이 뒤바뀌어 내 등을 사뿐히 밀어주었다. 단숨에 네발짐승의 그것처럼 급가속 했다.


철갑을 몸에 두른 채 달렸다. 후방을 경계하는 놈들은 한 놈조차 없었다.

무기에 오러를 두르는 것조차 사치다. 필요 이상의 오버킬을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창 대신 검을 든 채로 온몸에 오러를 잔뜩 돌려 달려 나갔다.

그 속도는 가히 말의 그것에 비견될만 하다.


엄청난 속력으로 질주하는 중갑기사의 질량충돌 공격은, 보병사이를 단숨에 가르는 중기병의 기마돌격과 같았다.


퍽! 퍼퍽! 와르르!


끼엑! 적이다!

뒤다!

죽이자! 끼륵!


오러를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마치 밀밭을 밞고 지나가는 탱크처럼 고블린을 깔끔히 밀어버리고 있었다.

어떤 놈도 내 단한발자국도 지체시킬 수 없었다.


검을 휘두르고

맨손으로 후려치고

몸으로 그대로 들이받는다!


쓰악-

퍽!

쾅!

끄악!


피의 길을 열었다. 무자비한 학살이었다.

휘둘러지는 주먹은 철퇴였고 휘둘러지는 은빛 검은 사신의 낫질 이었다.

감각이 확대되어 시간이 늘어지는 것만 같았다.


죽창을 들어 올리려는 놈의 대가리를 터트리고, 자세를 낮춰 단검을 찌르려는 놈의 목을 베었다.

놈들의 흉측한 목소리는 잔뜩 늘어지고 뭉개져 그 의미를 잃었다.


산발적으로 쏟아지는 독침, 조잡한 화살, 돌맹이 따위는 내 갑옷을 스치지도 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을 질주하던 강철의 괴물은 무리를 절반가량 쪼개버린 후 마침내 멈춰 섰다.

놈들의 저항이 거세어서가 아니었다, 반대다.


끼힉···

괴물이다!

철괴물이다 끼륵···


놈들이 공포에 젖어 길을 비켜선 것이다.

내가 만든 일직선의 혈로를 곁눈질 하던 놈들은, 내가 달려갈 방향을 예상하고는 그곳에서 물러나 버린 것이다.

인위적으로 뻥 뚫린 그 길의 끝엔 놈이 있었다.


끼익 뭐하냐! 쏴라!


나와 눈이 마주친 놈이 그렇게 발작적으로 외치자 고블린놈들은 반사적으로 침통과 활, 돌맹이 따위들을 집어 들었지만···

강철기사의 시선이 그것에게 향하자 경기를 일으키며 손에 쥔 것을 몰래 등 뒤로 숨긴다.


그러면서 자기들의 대장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꼴이 ‘대장 이거 안 통할 텐데 쏴요?’ 하는 모양새다.


나는 지금 판금갑옷을 입은 기사다.



"........"



죽음과 피, 불꽃과 비명이 난무하던 공터는 어느새 정적이 내려앉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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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초보자 마을 - (3) +51 18.11.02 21,715 667 12쪽
14 초보자 마을 - (2) +29 18.11.01 21,841 642 12쪽
13 초보자 마을 - (1) +27 18.10.31 22,699 708 16쪽
12 속이려는 사람, 속아주는 사람 - (7) +49 18.10.30 23,293 775 14쪽
11 속이려는 사람, 속아주는 사람 - (6) +37 18.10.29 23,903 747 13쪽
10 속이려는 사람, 속아주는 사람 - (5) +43 18.10.28 24,440 785 11쪽
9 속이려는 사람, 속아주는 사람 - (4) +20 18.10.27 24,384 701 12쪽
8 속이려는 사람, 속아주는 사람 - (3) +29 18.10.27 24,877 772 11쪽
7 속이려는 사람, 속아주는 사람 - (2) +27 18.10.27 26,121 645 12쪽
6 속이려는 사람, 속아주는 사람 - (1) +22 18.10.27 26,884 716 12쪽
5 게임기획자에게 용사시스템을 주면? - (3) +31 18.10.27 27,587 701 12쪽
4 게임기획자에게 용사시스템을 주면? - (2) +42 18.10.27 28,245 798 13쪽
3 게임기획자에게 용사시스템을 주면? - (1) +24 18.10.27 30,224 694 13쪽
2 프롤로그 2 +25 18.10.27 31,865 743 5쪽
1 프롤로그 1 +11 18.10.27 33,208 51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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