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제왕의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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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RAU)
작품등록일 :
2018.10.28 06:12
최근연재일 :
2018.11.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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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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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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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문제아(2)

DUMMY

그때, 어디선가 거친 파공음이 들려왔다.


콰앙!


층계참을 울리는 소음에 간호사는 더욱 몸을 웅크렸다.


‘뭐지?’


간호사가 얼떨떨한 모습으로 눈을 떴다.


슬쩍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환자 분?”

“······.”


하데스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 여기예요!

― 괜찮으세요?


어느새 다가온 하진서 가족이 하데스의 주변을 에워쌌다.


“난 괜찮다. 우선 사람들부터 대피시키거라. 저건 내가 막겠다.”


하데스가 층간 구석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 괴물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는 사이 하진서는 재빨리 화재경보기를 작동시켰다.


삐이이익!


요란한 비상벨이 울리고,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병실에 있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사이 정신을 차린 간호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피신했다.


간호사가 빠져나가는 것을 본 괴물이 몸을 움츠리며, 문 쪽으로 도약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하데스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딜 가는 게냐!”


하데스는 괴물의 무릎을 힘껏 걷어차며 위로 튀어 올랐다.


괴물이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다 기대자, 계단의 철제 난간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일그러졌다.


그러나 별 타격은 없는 듯했다.


괴물은 다시 끔찍한 소리를 내지르며 하데스에게 달려들었다.


“흐읏!”


적어도 다섯 개 이상의 손으로 이루어진 괴물의 팔이 하데스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데스는 상체를 뒤로 눕혀 공격을 피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뒤로 회전시키며 한쪽 다리로 괴물을 힘껏 후려갈겼다.


그 충격에 괴물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휘청거렸다.


하데스가 싸늘한 눈으로 괴물을 바라보았다.


“포기해라. 백날 싸워봤자 넌 날 이길 수 없다. 널 만든 녀석이 누군지 말해라.”


그러자 몸을 움츠렸던 괴물이 으르렁거리더니, 그대로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며 천장 속으로 들어갔다.


“옥상으로 도망쳤다. 추격해라.”


― 예!


하진서는 마치 특수 요원이 된 양 경례를 붙이고는 신이 나서 괴물의 뒤를 쫓아 사라졌다.


하데스는 그대로 층계를 반쯤 뛰어오르더니, 작게 난 창문을 향해 뛰어들었다.


유리창이 박살 나고, 추락하는 듯하던 하데스가 붕 떠올랐다. 이제 척 하면 착인 하진서의 부모가 그를 붙들고 날아올랐다.


옥상에 도착했을 때는 난리도 아니었다.


― 끄악!

― 진서야!!


괴물이 하진서의 목을 단번에 낚아챘다.


깜짝 놀란 하진서의 부모가 달려들던 찰나, 하데스가 그들을 막아섰다.


“비켜라.”


― 하지만······.


“저건 원귀다. 사령에 불과한 너희들로서는 상대할 수 없다.”


하데스는 당장이라도 하진서를 내동댕이칠 것처럼 날뛰는 괴물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내려놔.”


단 한마디의 말에 괴물의 손이 허무하게 스르륵 풀렸다. 붙잡혀 있던 하진서가 아래로 툭 흘러내렸다.


괴물은 알아들을 수 없는 신음소리 같은 것을 내며 몸을 뒤틀었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널 만들어 보낸 자가 누구냐.”

“······.”


가까이 다가간 하데스 앞에서 강제로 무릎을 꿇고 나서도, 괴물은 원독에 찬 수많은 눈동자로 그를 쏘아볼 뿐 움직이지 못했다.


“···날 만든 건 그 망할 의사 놈들이다. 그놈들이 날 죽였어!”


수많은 입이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하지만 하데스는 그 내용까진 특별히 관심 없었다.


“그렇군. 두 번 말하진 않겠다. 아까 먹은 아이의 영혼을 도로 뱉어내라.”

“아이? 그랬군. 그래서 날 쫓아온 거였나? 싫다면 어쩔 거지?”


괴물이 온몸에 더덕더덕 붙은 눈알을 끔뻑거리며 웃었다.


하데스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죽이는 수밖에.”


털썩, 둔중한 땅울림과 함께 괴물이 옥상 바닥에 처박혔다.


“크아악!”


하진서 가족은 놀란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하데스는 가만히 서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데, 괴물은 바닥에 짓눌린 채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기, 기다려! 날 죽인다면··· 아이도 죽는다.”

“상관없다.”


루시퍼가 만들어 보낸 게 아닌 이상, 하데스로서는 괴물을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까 전의 그 아이가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른다거나, 이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무슨 사연이 있어 어린이들의 영혼을 잡아먹게 되었는지, 그런 게 신에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저 심판만이 있을 뿐.


지옥법 제250조 1항.


부득이한 방법으로 사람의 영혼을 취한 자는 발견 즉시 소멸에 처한다.


“잘 가라.”


하데스가 오른손을 들어 하늘 높이 뻗었을 때였다.


느닷없이 하늘이 번쩍이더니, 하데스와 괴물 사이로 벼락 한 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콰릉!


천지를 진동시킬 만한 굉음이었다.


― 가, 갑자기 뭐죠?


하진서 가족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빛이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당황한 것은 하데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죽음의 신이라 할지라도 그에겐 번개를 떨어뜨리는 재주가 없었다.


그리고 정작 괴물에게 쓸 소멸식은 아직 완성되기도 전이었다.


눈앞의 빛이 흩어지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웬만한 성인 크기의 날개를 여덟 개나 가지고 있었는데, 허리춤에는 은백색의 칼을 차고 있었고 같은 색의 갑옷으로 전신을 무장하고 있었다.


“안녕, 하데스.”


하데스는 매우 놀란 기색이었다.


“···이시스? 네가 여기엔 어떻게?”

“휴, 드디어 찾았네.”


하데스의 오랜 친구이자 극락의 여제인 이시스가 다짜고짜 하데스를 와락 끌어안았다.


“줄곧 찾아다녔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다들 갑자기 사라진 거냐고.”


하데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루시퍼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네 부하들이랑 함께.”

“···뭐? 그게 정말이야?”


이시스가 소스라치며 되물었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하데스에게 집중된 틈을 타, 호시탐탐 도망칠 기회를 엿보고 있던 괴물이 재빨리 몸을 일으켜 세웠다.


뒤로 돌아 걸음을 뗀 순간, 괴물의 몸에 긴 선이 생겨났다.


잠시 후 괴물은 제가 죽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얼빠진 얼굴로 바닥에 쓰러졌다.


반 토막난 시체는 한동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꿈틀거리더니, 하얀 구슬들을 왕창 쏟아내고는 완전히 숨을 거뒀다.


― 우와.


하진서는 입을 떡하니 벌린 채 대놓고 구경 중이었다.


이시스는 태연한 표정으로 팔을 한 번 휙 휘두르는 것으로 검에 묻어 있던 괴물의 체액을 털어낸 뒤, 순백색의 검을 다시 허리춤으로 집어넣었다.


“그래서, 뭐라고? 쿠데타?”

“그래, 그놈이 내 술잔에 몰래 성수를 탔더군. 아마 날 없앤 다음엔 널 제거하려 했겠지.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 같이 자멸하는 길을 선택했는데··· 눈을 떠 보니 이 모양이더군.”


하데스의 얼굴빛이 슬프게 변했다.


“세상에, 전혀 몰랐어······.”

“그랬겠지. 그보단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으응, 네 힘이 느껴졌어. 얼마 전엔 너무 희미해서 긴가민가했는데, 오늘은 정확하게 느껴지더라고. 이번엔 분명 너일 거라고 확신했지.”

“그랬군.”

“어쨌든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이시스는 다시 한 번 하데스를 꼭 끌어안았다.


“미안하지만, 그리 오래는 못 있어. 네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저승이 붕괴되기 시작했거든.”

“그럴 테지.”

“급한 대로 내 힘을 몽땅 끌어다가 간신히 막고 있긴 한데, 여기 더 머물러 있다가는 아마 저승으로 가는 길이 영영 닫히고 말 거야.”

“여긴 나한테 맡기고 넌 얼른 천계로 돌아가라.”

“그래, 알겠어. 대신 이거 받아.”


이시스가 허리춤에 찬 순백색의 검과 작은 복주머니 한 개를 하데스에게 건넸다.


“나보다는 너한테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고맙다.”

“······.”


대화를 마친 둘은 잠시간 미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할 말은 많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벌써부터 하늘이 뒤숭숭한 것이 어쩐지 낌새가 이상했다.


“그럼 갈게.”

“그래, 조심해라.”

“너도.”


이시스는 나타났을 때처럼 빛으로 변해 하늘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데스는 이내 눈을 돌려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하얀 구슬들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구슬을 집어 하진서에게 주었다.


― 이게 뭐예요?


“그 꼬마의 영혼이다. 정확힌 영혼석이지만, 뭐 어쨌든.”


하데스가 나머지 영혼석들도 주워 이시스에게 받은 복주머니에 넣었다.


― 영혼석이라뇨? 그럼 그 아이는 결국 죽은 건가요?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살아 있는 상태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죽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문제는 이미 이 땅이 지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게지.”


그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병원귀의 사체를 발로 툭 차며 말했다. 절단된 부위에서 검은 석유 같은 체액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하진서 가족의 표정이 대번 심각해졌다.


― 저 괴물 같은 게 많아진다는 건가요?

― 그럼 어떡해요?


“이제 사태의 심각성을 알겠느냐? 하루라도 빨리 루시퍼 놈을 찾아서 저승으로 돌아가야 해.”


―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뭐든 도울게요.


하진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우선 그 검의 이름부터 정해요. 엑스칼리버 어때요?


“······.”


하데스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그 부모란 작자들은 한술 더 떴다.


― 아니야. 그런 거 말고! 그건 뭔가 고리타분하잖아. 창의적으로 생각해내야지.

― 그럼 옥천대제?

― 오, 그거 좋네요.


“내가 대체 어쩌다가······.”


하데스가 망연한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됐으니까 빨리 그 꼬마의 몸속에 영혼석을 돌려놓고 와라.”


다 소멸시켜버리기 전에.


그제야 하데스의 미간에 잡힌 주름의 개수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하진서 가족이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


옥상에 홀로 남은 하데스는 손에 쥔 검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옥천대제라······.


“그럼 넌 이제부터 서왕모다.”


하데스가 복주머니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두 뺨을 붉혔다.


* * *


영혼석으로 변한 영혼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영혼석을 천계의 심판대 위에 올려두는 것과, 또 하나는 육신에 도로 집어넣는 것.


다행히 꼬마는 후자가 가능했다. 육체가 온전히 보존돼 있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 이러면 되는 건가?


중환자실에 도착한 하진서 가족이 아이의 머리 위에 하데스에게서 받은 영혼석을 떨어뜨렸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으으.”


영혼석이 이마 속으로 흡수되듯이 빨려 들어가는가 싶더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아이가 눈을 떴다.


― 됐어요. 이제 돌아가요.


정신을 차린 아이를 보며 안도한 하진서 가족이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갔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아이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방금 뭐가 보였던 것 같은데······.’


하지만 천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며 다시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잘못 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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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멍청이들(2) 18.11.17 197 3 14쪽
23 멍청이들(1) 18.11.16 186 3 14쪽
22 등교하다 18.11.15 217 5 12쪽
21 슬픈 날 18.11.14 199 6 12쪽
20 드리워진 먹구름 18.11.13 216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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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지켜보다 18.11.11 283 6 10쪽
17 아귀의 탄생(3) 18.11.10 326 5 11쪽
16 아귀의 탄생(2) +2 18.11.09 328 6 13쪽
15 아귀의 탄생(1) 18.11.08 363 6 13쪽
14 등잔 밑이 어둡다 18.11.07 380 6 16쪽
13 설상가상 +2 18.11.06 406 7 16쪽
12 염라의 탄생(2) +4 18.11.05 526 7 18쪽
11 염라의 탄생(1) 18.11.04 550 9 17쪽
10 시작된 싸움 +2 18.11.03 536 8 11쪽
9 문제아(3) 18.11.02 643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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