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제왕의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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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RAU)
작품등록일 :
2018.10.28 06:12
최근연재일 :
2018.11.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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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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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다

DUMMY

로데오 광장의 아귀 소동은 삽시간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를 통해 퍼져갔다.


일각에서는 영화 촬영이 아니냐는 견해가 나왔지만, 온갖 매스컴을 통해 보도된 점을 미루어봤을 때 그 의견은 그다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 벌써 두 차례나 더 아귀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그 주장에 신빙성을 빼앗았다.


[이번만 해도 벌써 세 번째입니다. 긴말 필요 없이 영상 한번 보시죠.]


화면 한쪽에 작은 영상이 떠올랐다.


[염라와 아귀가 한강 공원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번 동대문 시장 이후 정확히 일주일만의 일입니다. 네티즌들은 이번에도 역시 해당 영상의 진위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 저희 BSB 뉴스가 특별한 자리를 마련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박사님? 짧게 자기소개 한번 해주시죠.]

“예,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학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요괴를 연구하고 있는 이후람 박사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박사님께서는 이번에 떠들썩한 아귀에 대해서 ‘요괴’라고 주장하셨다는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우선 여러 고전소설이나 민족설화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통해 살펴봤을 때, 충분히 그 심성이 사악하면서 일반인들의 눈에 보인다는 사실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염라도 요괴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요괴를 ‘마성을 지닌 이물(異物)’로 정의하는데요. 그렇게 따지면 염라는 오히려 ‘도사’ 쪽에 가깝습니다. 옛 문헌에 따르면, 마성이나 신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한테 긍정적인 존재는 신령이나 도사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령은 일반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염라가 도사일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건 전부 소설 속 이야기들이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완전히 허구라고 치부하기에도 어렵습니다. 목격담들은 예전부터 꾸준히 있었어요. 최근까지도요.”


[사신도 사건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그것도 그렇고, 뭐··· 구미호나 도깨비, 해태 등등 많은 일례들이 있죠.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요괴나 귀신들의 목격담은 많이 있습니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이야기들은 누구나 다 한번쯤 들어보셨잖아요?”


[그야 그렇죠. 그러니까, 박사님은 그 괴담들을 진짜로 믿는다는 거잖습니까?]

“맞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판단은 시청자분들께 각자 맡기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BSB 뉴스파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툭, TV가 꺼지고,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들이 서로에게 향했다.


연구실처럼 보이는 이곳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지하 실험실이었다.


이 안에는 네 명의 연구원들이 있었는데, 노래를 듣고 있는 단 한 명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심각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이제 어쩌지?”


품 안에 축구공 크기만 한 드론을 껴안고 있는 붉은색 까치머리의 남자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이마에 검은색 글씨로 ‘王’이라 적혀 있는 흰색 헤어밴드를 쓴 남자가 주먹을 매만졌다. 얼굴에서 짜증이 치솟고 있었다.


“염라인지 염병인지, 저놈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왜 저렇게 날뛰고 다니는 거냐고, 눈치 없게.”

“그러니까. 이러다가 우리 정체까지 다 들통 나게 생겼어.”


까치머리가 불그스름한 적안을 가늘게 뜨고 나머지 둘을 쳐다보았다.


“너희 둘은 왜 말이 없어?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그러자 머리에 헤드셋을 쓰고 있는 동그란 안경의 남자가 느릿느릿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인지위덕(忍之爲德) 모르냐? 너흰 너무 성미가 급해서 탈이야.”

“동감이다.”


마지막으로 리모컨을 쥐고 있던, 긴 푸른색 머리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는 빨간 막대사탕 같은 것을 입에 물고 있었다.


“일단 좀 더 지켜본다. 나쁜 놈 같진 않으니.”

“흥, 하여간 매사에 신중한 녀석들이라니까.”


까치머리가 영 재미없다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헤어밴드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냥 가?”

“아니. 짹짹이 날리러. 왜, 너도 같이 가게?”

“됐어, 그건 싫어.”

“······.”


까치머리는 어이없다는 듯이 헤어밴드를 한 번 슥 돌아보고는, 그대로 드론을 들고 밖으로 사라졌다.


오늘따라 그의 흰 가운에 새겨진 붉은색의 봉황 문양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 * *

*인지위덕(忍之爲德): 참는 것이 덕이 됨

* * *


하진서 삼촌의 죽음 이후, 하데스와 이유나는 하진서의 친척들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재판에서도 모두 승소했으며, 그에 따라 후견인의 권리도 다시금 되찾아 올 수 있었다.


물론 잘 풀리지 않은 일도 있었다.


자백을 받지 못한 채 하진서의 삼촌이 죽어버리는 통에 그가 하데스와 이유나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이 결국 묻힌 것이다.


아무리 증인들과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소용이었다.


피의자 본인이 죽어버려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질 게 뻔하니까!


“아, 맞다. 여기 받아.”


분통한 얼굴로 현관을 나서려던 이유나가 깜빡 잊었다는 듯이 무언가를 꺼내 건넸다.


하데스가 이게 뭐냐는 눈빛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네 보험금이야. 부모님이 이것저것 많이도 들어놓으셨더라. 자동차보험, 사망보험, 상해사망보험, 교통상해사망보험 등등······.”


― 얼른 열어 봐요, 아저씨!


하진서가 눈을 반짝이며 닦달하자, 하데스는 그의 등쌀을 이기지 못하고 통장을 열어보았다.


열자리.


통장에 기입된 숫자는 무려 열자리였다.


“헉!”


본의 아니게 통장을 훔쳐본 두 남자가 동시에 소리쳤다.


“이, 이십억?!”


튀어나올 듯 커다래진 눈으로 하데스의 뒤에 서 있는 남자들은 다름 아닌 까까머리와 벙거지 모자였다.


“혹시나 싶어 경고하는데, 통장에 손댈 생각하지 마세요. 알겠어요?”


이유나가 잡아먹을 듯이 몰아세우니, 까까머리와 벙거지 모자가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며 즉각 손사래를 쳤다.


‘그랬다간 염라가 우릴 죽이러 올 거라구······.’


그날의 일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 리 없던 이유나는 그들이 침을 꼴깍 삼키는 모습을 보며 더욱 경계했다.


“저저, 입맛 다시는 것 좀 봐. 제가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허튼 짓 하는 순간 바로 경찰서 행이에요. 알겠어요?”


두 사람이 마치 목에 모터를 매단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벙거지 모자는 저러다가 아래턱이 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흔들어댔다.


그가 저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별거 없었다.


그는 본의 아니게 유치장에서 빠져나온 몸. 당연히 전국 각지에 공개 수배가 걸렸다.


즉, 까딱 잘못했다간 바로 감옥행이라는 소리다.


“후, 내가 어쩌다가······.”


이유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전히 그들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이유나로서는 이같은 적과의 동침이 상당히 불쾌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현직 형사가 범죄자들과 한집에서 지내다니!


물론 이건 하데스가 직접 결정한 일이었기에 이유나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미쳤지, 미쳤어.”


이유나가 잇따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신발장에서 꺼낸 신발을 신었다.


“다, 다녀오십쇼! 청소는 저희가 깔끔하게 해놓겠습니다!”

“도련님도 맡겨만 주십시오! 이 한 몸 다 바쳐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잔뜩 긴장한 얼굴의 까까머리와 벙거지 모자가 닫힌 문 쪽을 향해 허리가 접히도록 숙여 인사했다. 짧은 머리카락들이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스쳤다.


“어휴, 시끄러워.”


이유나는 두 사람이 집안이 떠나가라 “충성!”하고 외치는 소리에 귀를 틀어막으며 재빨리 출근길에 올랐다.


사뭇 무표정하던 하데스가 바라보고 있던 통장을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두고는 스마트폰을 꺼내 까까머리에게 슥 내밀었다.


“아, 예.”


그는 이제 거의 반자동으로 뉴튜브에 ‘염라’를 검색하여 동영상을 띄워주었다.


까까머리와 벙거지 모자는 하데스가 틈만 날 때마다 염라의 동영상을 틀어달라고 하는 판국에 아주 죽을 맛이었다.


왜 하필 빠져도 저런 무자비한 놈에게 빠져버린 걸까?


이 세상엔 다른 재밌고 귀여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쿵.


스마트폰을 건네받은 하데스가 무미건조한 얼굴로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거실에 단 둘만 남은 까까머리와 벙거지 모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테이블 위에 놓인 통장 쪽으로 눈을 옮겼다.


“혀, 형님.”

“···왜.”

“아니, 이거요. 여기다가 그냥 둬도 되는 걸까요? 어디 안전한 곳에라도······.”

“옮겼다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면 어디 한번 해보든지. 나도 궁금하다, 야. 이번엔 네 팔이 어찌될는지.”


까까머리는 미련 없이 앞치마를 벗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벙거지 모자의 얼굴은 어느새 창백해져 있었다.


“난 장이나 보러 가련다. 넌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까 집 청소나 해놔. 설거지는 이따 내가 할게, 오케이?”

“아, 네······.”


까까머리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벙거지 모자는 잠시 깁스를 한 왼팔을 내려다보더니 쓱싹쓱싹 바닥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통장보다도 못한 인생이었다.




자유 연재입니다. 피드백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올 때 빼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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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조력자들(4) 18.11.30 121 0 11쪽
35 조력자들(3) 18.11.29 120 1 12쪽
34 조력자들(2) 18.11.28 124 3 14쪽
33 조력자들(1) +2 18.11.27 148 3 14쪽
32 역대급 각성자의 등장 18.11.26 162 3 11쪽
31 연옥의 문 18.11.24 133 3 10쪽
30 위기일발(3) 18.11.23 152 4 14쪽
29 위기일발(2) 18.11.22 148 4 13쪽
28 위기일발(1) 18.11.21 171 3 13쪽
27 친구가 생기다(2) 18.11.20 170 4 13쪽
26 친구가 생기다(1) 18.11.19 155 4 12쪽
25 멍청이들(3) 18.11.18 164 4 13쪽
24 멍청이들(2) 18.11.17 197 3 14쪽
23 멍청이들(1) 18.11.16 186 3 14쪽
22 등교하다 18.11.15 217 5 12쪽
21 슬픈 날 18.11.14 199 6 12쪽
20 드리워진 먹구름 18.11.13 216 4 13쪽
19 사신도로 말할 것 같으면 18.11.12 246 5 13쪽
» 지켜보다 18.11.11 284 6 10쪽
17 아귀의 탄생(3) 18.11.10 326 5 11쪽
16 아귀의 탄생(2) +2 18.11.09 328 6 13쪽
15 아귀의 탄생(1) 18.11.08 363 6 13쪽
14 등잔 밑이 어둡다 18.11.07 380 6 16쪽
13 설상가상 +2 18.11.06 406 7 16쪽
12 염라의 탄생(2) +4 18.11.05 526 7 18쪽
11 염라의 탄생(1) 18.11.04 550 9 17쪽
10 시작된 싸움 +2 18.11.03 536 8 11쪽
9 문제아(3) 18.11.02 643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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