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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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도
작품등록일 :
2018.10.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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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0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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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불러온 폭풍 2

DUMMY

2071년 1월 4일. 장하남의 저택.

장하남의 둘째 아들. 장태준 13세.


어느덧 우태현을 만난지도 2년이 흘렀다.

햇수로만 따지자면 세 번은 바뀌었다.


내가 적월석을 사모은지도 그만큼 지났단 뜻이다.

머리에 띠라도 묶을 기세로 결사반대하던 우태현은 월차를 쓰고 1박2일 동안 날 설득하려했다. 그럼에도 내가 물러서지 않자, 마지 못해 도와주겠다며 두 손 들었다.


내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설득 방법은 없었다.

그저 어린애 떼쓰듯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뿐.


그러다 보니 우태현은 수긍하되 여전히 반대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매입을 시작하자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며 절차를 밟아나갔다.


적월석의 매입은 절대 내 이름으로 행해지지 않았다.

사실 이 부분이 걱정이었다. 내가 외부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이유를 어떻게 둘러댈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우태현 쪽에서 먼저 얘기를 꺼냈다.


아마 투자가 실패했을 경우.

클라이언트인 나와 자신의 이미지 손상을 우려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어느 쪽이든 간에 적월석은 몰래 사들이는 것으로 결론났다.

서인도 제도 부근에 페이퍼컴퍼니를 준비.

중동에 있는 부잣집 자재가 취미삼아 광물을 수집하는 것으로 위장했다.


참고로 페이퍼 컴퍼니의 이름은 러블리쥬얼리.

대단히 촌스럽고 오히려 그래서 훌륭한 우태현의 작명센스였다.


다만 적월석 같은 가치가 낮은 상품가지 취급하는 기업은 많지 않아 그 바닥에 금방 소문이 났다. 따라서 괜한 오해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다른 쓸모없는 암석들도 종종 섞어가며 적월석을 매입했다.


결과적으로 71년의 첫날이 밝기 전까지 애시당초 자금이었던 30억.

거기에다 3년 동안 용돈과 소일거리로 모은 16억 가량을 더해 총 46억원 어치의 적월석을 사들였다.


하지만 이놈의 적월석은 지금 시대엔 정말 발에 치일 정도로 널려서 아무리 값싸다 한들 씨가 마를 정도로 사들이기엔 돈이 부족했다.


딱히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라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우태현이 말하기를 못해도 시중에 풀린 매물의 30%. 많게 잡으면 40%가량이 수중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지 세계를 정복하자는 게 아니다.


아, 그리고 장천그룹의 동태는 어떠했냐고 물으면.

다행히도 지난 3년 간은 내가 알던 역사와 동일하게 흘러갔다.

큰 악재도 없었지만 별 다른 호재도 없었고 장천그룹의 주가는 박스권에 머무르며 계속된 횡보를 보였다.


하지만 장천그룹이 아닌 장씨 집안의 얘기가 된다면······ 후우.

내 예상보다도 서자라는 포지션 참 불리했다.


외부에 보여주기 식으로 몇 번인가 가족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모두 아버지의 정부인 한지애의 손을 잡고 가야만 했고, 그때마다 한지애를 포함해 가족인지 가좆인지 모를 인간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해야만 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참아줄 수는 있다.

진짜 골때리는 것은 3년 동안 단 한 번도 장천그룹의 회장, 장대수를 만나본 적 없다는 거다.


전생에서도 연수원 시절 멀찍이서 본 게 전부라지만, 그래도 이번 생애는 할아버지와 손주 관계인데. 어떻게 3년 동안 얼굴 한 번 못 볼 수 있단 말인가.


굳이 시나리오를 써보자면 아버지가 무리하게 순혈혼을 밀어붙어 장대수에게 미움을 샀고 그게 나에 대한 미움으로까지 번졌다는 거겠지.


굉장히 난감하다.

내 기억대로라면 장대수는 죽기 직전까지도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장천그룹의 속사정을 알기 위해서는 그를 중심으로 펼쳐진 거미줄 같은 인간관게에 올라타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지지부진해서야 원.


차라리 첫째 아들 장도진이 완전한 승계를 받는다면 좋으련만.

그건 불가능하다.


장도진은 국제헌터업무지구 사업을 추진, 장대수의 불구대천의 원수라는 유민건설을 타도할 계획을 세우지만······ 대차게 말아먹을 예정이니까.


*


2071년 2월 17일. ICC 한국지부 사옥.

ICC 애널리스트. 우태현 34세.


“우태현이 일찍 왔네?”

“어, 왔어?”


출근시간 20분 전.

정재찬이 옆자리에 앉으며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침 댓바람부터 똥 씹은 표정이다? 또 그거 때문이야? 장씨네 도련님?”

“뭐?”

“그 무슨 과외 비스무리한 거 한다며.”

“과외까진 아니고. 오늘은 그것 때문도 아니야.”

“그럼?”


나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모니터를 가리켰다.


“이 개같은 극남건설 때문에.”

“극남건설?”


어젯밤 갑자기 떠맡게 된 안건이다.

월마다 한 번 있는 찬반 의견서를 결정하는 회의 전까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게 하필이면 내일이다. 보통은 이렇게 직전에 들어온 안건의 경우 다음 달로 넘기지만 이번에는 이 임시주총 날짜가 촉박하게 잡혀서 그럴 수도 없다.


“어, 김동욱 대표 해임안이 상정됐어. 다음 달 임시주총이 열린데.”

“뭐? 이 타이밍에? 걔들 미친 거 아니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얘네 파벌싸움 쎄기로 유명하잖아. 지난 4분기 영업실적 꼬꾸라진 거랑 주식시장에 파란불 좀 들어왔다고 이때다 싶은 거겠지.”

“잘들 하는 짓거리다. 밥그릇 싸움할 때야 지금?”


정재찬은 혀를 차더니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그거 뭐 생각하고 말고 할 게 있나? 어차피 반대 쪽 손들 거 아니야?”

“당연하지. 미쳤다고 극남건설을 당장의 주가로 판단해? IHBD (국제헌터업무지구)의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까봐야 알지.”

“근데 뭘 고민하고 있어? 적당히 IR자료 정리해서 올려. 어차피 회의가도 만장일치로 반대표 던지자 할 걸?”

“그렇긴 한데 말이지. 이 IHBD 좀 까리한 것 같아서.”

“엥, 그건 또 뭔 소리래?”


International Hunter Business District. 국제헌터업무지구.

줄여서 IHBD라 불리는 개발 사업은 10년 전 균열로 파괴된 인천의 공항철도 부근을 대규모 업무지구를 갖춘 신세대 도시로 탈바꿈시키자는 개발 프로젝트다.


무려 50조원 가량이 투자될 예정이라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으며, 철도공항주식회사(RAEX)가 주관사를 맡고 국내 외 10여개의 기업들이 참가해 퓨처허브 PFV(프로젝트 금융회사)를 설립. 그 중 장천그룹이 최대주주 사업자가 되어 진행 중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IHBD가 어때서? 이제 와서 엎어지기라도 할까봐?”


정재찬은 우스갯소리로 던져본 말투였다.

하지만 난 흘려넘길 수 없었다.


“가능성이 아예 제로는 아닌 것 같아.”

“뭐어? 야 인마, 평소에 건설 쪽 손도 안 대던 장천까지 뛰어들었잖아. 엎어지게 놔두겠냐? 벌써 불어난 이자만 해도 얼만데. 이거 쫑나면 그 돈 고스란히 날라가는 거야.”


어이없단 표정의 정재찬이었다.


“아니, 나도 그놈의 장천 두 글자가 딱지처럼 붙어서 별 생각 안 했었거든? 근데 이거 시행사의 자기자본률이 너무 낮지 않아? 4%대야. 이러니까 맨날 주주들한테 휘둘리지.”

“어쩔 수 없지. 50조짜리 사업인데 4%만 해도 얼마야 대체?”

“반대로 말하면 이자율 3-4%도 무시할 게 못된단 뜻이잖아.”


어딘가 불안하다.

IHBD는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벌써 3년 가까이 흘렀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이미 공구리 치고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까지 삽질 한 번 못해봤다.


개발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고, 조율하는 시간으로 날려먹었다.


게다가 그런 와중에 뜻하지도 않던 혹덩어리까지 붙게 되었는데, 할 일 없으신 그 동네 시장님께서 Distirct가 아닌 City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어찌저찌하다 보니 처음 기획되었던 사업부지뿐만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주택단지까지 개발 사업에 포함되었다.


물론 판이 커질수록 성공보수도 커진다.

그러나 이번 판은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정재찬도 비슷한 생각을 한듯 눈쌀을 찌푸렸다.


“하긴, 근거법이 도시개발법으로 넘어간 게 크리티컬했지. 그거 때문에 주민보상문제가 해결 안 되는 거니까.”


사업자들 간에 의견도 충돌하는 판인데 멀쩡한 주택단지를 재개발하는 것이라 주민보상문제도 쉽지 않다.

IHBD의 입주권을 제공한다고 해도 그 위치에 따라 전망권이며 조망권이며 따지고 들것이고,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내 말이. 일단 그쪽에서부터 타협점을 못 찾으니 필요자금은 늘어만 나고 자본출자는 번번히 무산되고.”


그렇다면 과연 이 상황을 교통정리해줄 누군가가 있냐는 건데.


“그래도 장천이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정재찬의 설득력있는 한 마디였다.

괜히 3년 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어도 다들 성공할 거라 예상하는 게 아니다.

장천의 이름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장대수 그 양반이 이참에 유민을 제끼려고 그러는 거잖아. 이 바닥 사람들 중에 그 노친네 독기 품으면 무서운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앞뒤 안 가리고 직진이잖아.”


장천그룹의 회장 장대수.

그와 유민건설의 악연에 대해 늘어놓자면 6박 7일 세미나를 해도 모자랄 거다.

장천그룹 내 IHBD의 추진자는 장대수의 후계자 서열 1순위로 손꼽히는 장도진인데, 아마 이번 일로 장대수에게 인정받아 정식으로 승계 과정을 밟으려는 모양이다.


그러니 어지간해서는 IHBD를 죽도록 물고 늘어지리라.


“늦어지더라도 결국은 성공할 거야. 자금융통이 막히지 않는 이상.”


정재찬의 말에 이번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 거 같다. 이미 너무 판이 커졌어. 실패했을 경우 망하는 것은 당연지사요. 중간에 발 빼기도 뭐해진 상황이야.”

“어. 지금 그만두면 조 단위로 홀라당 날아가. 둘째 장호천은 그걸 바라고 있겠지만 말이야. 사실상 그럴 일은 없겠지.”

“대마불사니까.”


大馬不死. Too big to fail.

보통의 경우 미분양률이 80%만 넘지 않는다면, 반대로 말하면 20%만 팔아치운다면 흑자를 보는 것이 건설업이다.

어지간해서는 망하기도 쉽지 않다.


“근데 대마불사 그것도 옛말 아니야? IMF에 서브프라임에. 몇 번 깨졌잖아.”

“그러니까 오히려 더 안전하지.”

“뭐?”

“그 급의 무언가만 안 터지면 되는 거잖아.”

“야, 서브 프라임은 누가 터질 줄 알았냐?”

“아이고, 재찬아. 그런 것까지 걱정하다간 우린 이 일 못한다?”


역사의 남을 정도로 큰 경제위기만 아니라면.


국제헌터업무지구.

IHBD는 성공할 것이다.


*


2071년 3월 6일. 스위스, 헌터보건기구 본부.

순혈 치료계 상임고문. 도미닉 R 레이블러 52세.


“레, 레이블러 박사님. 확실한 겁니까?”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내 잘못된 판단으로 괜한 혼란을 야기할 것을 우려하는 모양이다.


“확실하네. PR팀에 연락해서 당장 경계경보 발령하게.”

“······몇 단계로 할까요?”

“Phase 5”


HHO의 인플루엔자 경보단계 그 다섯번째.

바이러스 전염이 한 대륙의 최소 2개국에서 발생.

대유행이 임박했다는 강력한 신호를 확인했을 것.


“우린 전염병 창궐을 목전에 두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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