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최영도
작품등록일 :
2018.10.30 19:16
최근연재일 :
2018.12.04 15:4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7,496
추천수 :
731
글자수 :
153,823

작성
18.11.15 20:15
조회
1,113
추천
21
글자
12쪽

콜롬비아의 인재 2

DUMMY

2076년 6월 10일. 콜롬비아 메데진 : 고블린 균열

비순혈 헌터. 빈센트 프로이드 21세.


TJ가 손가락을 튕겼다.

메마른 딱 소리와 함께 붉은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화륵!


내게 검을 휘두르던 고블린이 불타올랐다.


크케에에엑-!!


TJ는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화르르르르!

불꽃과 함께 고블린의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맙소사. 순혈이다!

그것도 공격력이 높기로 소문난 염열계통의 순혈!

그 위력은 물어볼 것도 없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나와 TJ가 있는 곳을 제외하곤 어느샌가 불바다로 변했다.

광포화한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불지옥 속에서 허우적댔다.


입을 떡 벌린 채 그저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하나의 질문.


‘이 자는 대체 누구지?’


도저히 D급 균열에서 마주할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다.


물론 나 역시도 오른팔이 성했다면 얘기가 달라겠지.

이 따위 고블린 쯤이야 능히 상대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는 그 수준이 다르다.

이렇게 단시간에 접근도 허락하지 않은 채 학살하다니.


“그래도 제법이던데요?”


마지막 남은 고블린이 잿더미로 사라졌다.

TJ가 나를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당신 실력이요. 안 쓰던 팔로 그 정도면 대단한 거 아니에요?”

“저에 대해 아십니까?”

“빈센트 프로이드, 검은발톱의 헌터 살해자. 맞잖아요?”


난 눈쌀을 찌푸렸다.


“······알고서도 파티에 들어오다니, 목적이 뭐죠?”

“에이, 균열에 오는 목적이 뭐 있겠어요. 토벌하러 온 거죠.”


TJ는 내가 입고 있는 Rx슈트를 턱짓했다.


“배터리 얼마 안 남은 듯한데 여분은 있어요?”


삐빅. 삐빅.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다.


“없어요. 아까 그 술주정뱅이가 챙겨오기로 했거든요.”


이미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5인 파티는 깨졌다.

네임드 몬스터는 처치하지 못했지만 돌아가는 수밖에.


“아 그래요? 그럼 그냥 가죠.”

“네? 계속 갈 겁니까? 둘이서요?”


TJ는 당연한 걸 묻냐는 눈치였다.


“사실 Rx슈트 필요없잖아요. 나는 순혈이고 그쪽도 상대비순혈이니까.”


절대비순혈은 마나를 감지하지도 다루지도 못한다.

하지만 상대비순혈은 다루지만 못할 뿐. 감지할 수는 있다.


그래서 특수한 장비 [디바이스]만 있다면 마나를 사용하는 전투가 가능하다.

그리고 내 검 스트라이더는 개인적으로 주문제작한 디바이스다.


따라서 Rx슈트는 보조 및 방어수단일 뿐.

마수 토벌 자체는 검 한자루면 충분하긴 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게요? 돈이 궁한 거 아니었어요?”


그 한 마디에 나는 TJ를 따라 슈트를 벗었다.


*


한 번을 쉬지 않고 내달렸다.

TJ는 중간중간 보이는 고블린 잔당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고 그들이 타들어가는 것도 끝까지 보지 않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그저 감탄하며 그의 뒤를 따르려니 곧 넓은 광장에 도달했다.


쿵!!


천장에서 거대한 몸집의 고블린이 떨어졌다.

크케에에에에-!!


“어째 분위기가 보스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는 TJ는 조금 신나보였다.

마치 첫나들이를 나온 어린아이 같았다.


“맞아요. 저놈이 이 균열의 네임드 보스, 족장 고블린입니다.”

“흐음.”

“······그런데 와본 적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아······ 음. 그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에요.”


무슨 뜻이지?


“어쨌든 조심하세요. 놈은 4대 속성 중 하나를 무작위로 갖고 있는데······”


문지기 마수가 화속성이었으니 아마도.


“화염의 족장 고블린인가.”


크케에에-!

족장 고블린이 쓰고 있는 왕관에 불꽃이 피었다.


낭패다.

하필이면 TJ의 순혈과 겹치는 화속성이라니.


“펜던트를 먼저 파괴해야 해요! 그것만 없으면 불꽃은 못 쓰니······”


퍼어어어어엉-!!

굉음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았다.

업화의 파도가 고블린의 전신을 잠식하며 거대한 광장이 삽시간에 붉은빛에 젖는다.


“?!”


고개를 돌리니 팔을 뻗고 있는 TJ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적을 뒤덮은 홍염은 그가 불러낸 화마인듯 했다.


고블린의 비명소리와 함께 쩌저적.

화속성이 깃든 펜던트가 박살났다.


“그대로 구경하실 거에요?”

“아, 아뇨! 그럴 리가!”


넋놓고 있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 검을 치켜들었다.

속성 펜던트가 없는 족장 고블린은 덩치 큰 고블린에 불과하다.


“흐아아아압!!”


촤악-!

놈의 아킬레스건을 스트라이더로 베어넘겼다.

휘청.

거대한 육체가 균형을 잃고 흔들린다.


“이제 하체부터 차근차근······ 응?”


나는 정석적인 공략법을 전달하려했는데.

돌아본 그곳에 TJ는 없었다.


“저, 저기요?!”


아니, 주변 어디에도 없었다.

방금까지 저기 있었는데?

설마 도망갔나? 이제 와서?


쿵!!


고블린의 육중한 팔이 코앞으로 떨어졌다.


나는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냈다.

지금은 눈앞의 적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솨악-! 솨악-! 솨악-!


내 전투 스타일은 다연격이다.

신중한 한방이 아닌 재빠른 연속기.

그렇게 움직임을 재촉하다보면 금발이 잔상처럼 흩날리는데 그래서 붙은 별명이 금빛 하이에나다.


그리고 다른 동물이 아닌 굳이 하이에나인 이유는 천천히, 하지만 집요하게 물어뜯기 때문이다.


솨솨솨솨솨악-!


발등. 종아리. 정강이. 무릎. 허벅지. 허리.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공략해 나간다.


아무리 거대한 건물이라도 쌓아올려진 벽돌 하나의 크기는 크지 않다.

적의 화염 브레스 같은 특수기가 봉인된 이상 조바심만 내지 않는다면 느려터진 주먹질에 당할 일은 없다.


붕! 붕!


놈의 공격을 허공으로 흘려보내고.


“흐아아아압!!”


마침내 면전에 도달해 스트라이더를 휘두른다.


촤아아악!

키에에에에엑-!


두 눈을 그어버리자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친다.

나는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서겅-!

그리고 마침내 스트라이더의 검신이 질척한 피로 물들었을 때.


스스스스스.

족장 고블린은 증발하듯 소멸되고 댕그렁.

마석이 바닥에 떨어졌다.


“······허억, 허억.”


숨을 고르고 있으려니 돌연듯.

여러명의 발소리가 출입구 쪽에서 들려왔다.


“뭐야, 괜히 서둘러왔잖아.”

“당신 혼자서 잡은 거야? 족장 고블린을?”


들이닥친 것은 우람한 체격의 남성들이었다.

그들은 그리폰 자수가 새겨진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폰은 이 균열의 토벌권을 소유한 헌터 기획사다.

아마 파티원이 도망쳐나온 걸 보고 구조대를 파견한 거겠지.


“잠깐만. 당신 빈센트 아니야? 최근 검은발톱에서 쫓겨났다던.”

“빈센트라고? 그놈은 손목이 망가졌을 텐데?”

“그건 오른손이고. 봐봐, 왼손으로 검을 쥐고 있잖아.”

“······그럼 왼손 하나로 쓰러뜨렸다고? 네임드 몬스터를 혼자서?”

“아무리 D급 균열이라곤 하지만······.”


어째 괜한 오해들을 하고 있는 듯하다.

화염의 펜던트가 일찍이 부수어졌기에 가능했던 승리다.


“아, 아닙니다. 이건······.”

“?”


설명을 하려다 말문이 막혔다.

누구한테 도움을 받았다 말하려했지만 그 누구의 정체가 무엇인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감사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왜 갑자기 사라진 걸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으련만.


*


······라는 고민을 했던 게 무안해졌다.

균열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 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 기다렸어요.”


그는 손을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


“기다렸다니, 저 말입니까?”

“제 첫번째 공략을 같이한 사람인데 한 잔 해야죠.”

“처, 첫번째?!”


TJ는 나를 근처 술집으로 데려갔다.

겉모습은 미성년자처럼 보이는데··· 동양인은 나이가 영 가늠이 안 되니까.


“여기서는 보기 힘든 외모이신데. 일본인이십니까?”

“한국인이에요. 이름은 태준이고요.”

“태준? 아참, 제대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전 빈센트 프로이드라고 합니다. 아까 전엔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꾸벅 고개를 숙였다.


“뭘요. 그러라고 파티 맺은 건데.”

“다른 사람들은 전부 도망갔으니까요. 충분히 그럴 상황이었고요.”

“그러는 빈센트 씨도 남아서 싸웠으면서.”


태준은 피식 웃더니 내게 말했다.


“그나저나 저한테 묻고 싶은 게 많으실 텐데요? 20분 동안 가만히 있다 질문하는 게 고작 이름이에요?”

“묻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당신 정도 되는 순혈이 D급 균열에 왔으면 무슨 사정이 있겠지요. 그런데 그 속사정을 초면인 제게 늘어놓고 싶진 않을 테니까요.”


나름 진지하게 말한 건데.

내 말을 듣더니 태준은 소리높여 웃었다.


“하하하하하하! 정말 들었던 대로의 사람이네!”

“그게 무슨······?”


이 동네에서 내 소문은 안 좋은 얘기뿐인 텐데?

내가 무슨 신경 거슬릴 말이라도 한 건가?


“······믿지 않으시겠지만 근래에 퍼진 제 소문은 사실과 많이 다릅니다.”

“네. 믿어요.”

“예?”


태준은 딱 잘라 말했다.


“왜요, 아니에요? 그럼 정말로 헌터를 죽였어요?”

“그럴 리가요! 제가 뭐하러 그런 짓을!”


얘기를 하다보니 파일로의 얼굴이 다시금 생각났다.

그 빌어먹을 놈!


“뭐, 누명이라도 씌워진 거겠죠. 같은 기획사의 양아치쯤한테.”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찍었어요. 당신이 던전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이나 지금이나. 동료를 죽이는 피도 눈물없는 악당치고는 너무 순진하잖아요. 아니, 순진하다는 건 너무 포장인가?”


태준은 입꼬리를 비틀며 말을 이었다.


“손해보고 사는 거죠.”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

나한테 호구네 어쩌네 중얼거렸던 게 기억난다.


“여태까지 벌어들인 돈도 죄다 기부해버렸다면서요?”

“그건 또 어떻게 아셨는지 몰라도······ 그게 잘못된 겁니까?”

“글쎄요? 그 답은 제가 아니라 빈센트 당신이 알겠죠.”


태준의 말투가 점점 차갑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맥주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솔직히 어때요? 헌터계에 평생을 바치고도 배신당한 기분은?”

“그게 무슨! 말씀이 너무 심하신······”

“———빈센트 프로이드!!!”


우지끈!

누군가의 주먹이 테이블로 날아들었다.


험상궂게 생긴 남성이 나와 태준 사이로 끼어들었다.


“당신은 누구요?”

“누구냐고? 내 얼굴을 잘 봐.”


그는 콧김을 씩씩이며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아무래도 내게 단단히 화가난 모양인데······


“죄송하지만 처음 뵙는 분 같군요.”

“이 가증스러운 자식! 네가 균열에서 죽인 헌터 말이다!! 그 헌터··· 올랜드는 내 동생이었어!!”

“!!!!”


이제야 알겠군.

동생에 대한 원수를 값겠다, 그런 맥락이리라.


“오해요. 나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이 자식이 끝까지 뻔뻔하게!!”


남자는 내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들어 막으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윽.”


저려오는 통증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흥, 사람 많은 곳에서 험한 꼴 보긴 싫겠지? 밖으로 나와라.”


남자가 돌아서자 그의 코트에 새겨진 문양이 보였다.

헌터 기획사 ‘스페이드 나이트’의 문양이다.

심지어 스페이드에 그어진 줄의 숫자가······ 셋!


그들 문양에 새겨진 줄은 일종의 훈장 같은 개념이다.

기획사 전체가 주도하는 거대 토벌에 참가할 때마다 하나씩 받게 된다.


당연히 최상위 균열을 공략하기에 소집되는 자들은 최소 B-급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줄이 세 개라면 이 남자의 실력은 못 해도 B급.

나는 그런 자에게 찍힌 것이다.


······따라가면 십중팔구 죽겠지.

하지만 따라가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잠깐만.”


체념하고 일어서려는데 태준이 손을 들어 막았다.


“뭐야 니놈은? 웬 동양인 새끼가···!”

“인종차별이야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건 아니지.”

“뭐?”


태준은 테이블 조각이 너브러진 바닥을 가리켰다.

그가 마시던 맥주잔이 엎질러져 나뒹굴고 있었다.


“이제 겨우 한 모금 마셨는데 참.”

“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죽고 싶어 미쳤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헌터 재벌가의 서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균열에서의 6박 7일 3 +5 18.12.04 683 18 11쪽
29 균열에서의 6박 7일 2 +1 18.11.29 690 19 12쪽
28 균열에서의 6박 7일 1 +3 18.11.28 778 19 11쪽
27 나비효과의 기회 2 +2 18.11.26 903 23 12쪽
26 나비효과의 기회 1 +2 18.11.25 881 23 11쪽
25 헌터 자격증 시험 6 +2 18.11.24 946 24 12쪽
24 헌터 자격증 시험 5 +4 18.11.23 963 23 11쪽
23 헌터 자격증 시험 4 +3 18.11.22 991 19 11쪽
22 헌터 자격증 시험 3 +2 18.11.21 996 25 12쪽
21 헌터 자격증 시험 2 +3 18.11.20 1,023 20 11쪽
20 헌터 자격증 시험 1 +4 18.11.19 1,093 22 11쪽
19 콜롬비아의 인재 5 +1 18.11.18 1,094 22 12쪽
18 콜롬비아의 인재 4 +1 18.11.17 1,066 21 12쪽
17 콜롬비아의 인재 3 +3 18.11.16 1,095 25 12쪽
» 콜롬비아의 인재 2 +2 18.11.15 1,114 21 12쪽
15 콜롬비아의 인재 1 +1 18.11.14 1,196 23 11쪽
14 재력과 무력 2 +2 18.11.13 1,252 25 11쪽
13 재력과 무력 1 +1 18.11.12 1,310 24 11쪽
12 전염병이 불러온 폭풍 4 +2 18.11.11 1,307 29 11쪽
11 전염병이 불러온 폭풍 3 +3 18.11.10 1,331 29 11쪽
10 전염병이 불러온 폭풍 2 +1 18.11.09 1,300 23 11쪽
9 전염병이 불러온 폭풍 1 +3 18.11.08 1,406 27 11쪽
8 의결권 자문회사 +2 18.11.07 1,403 24 11쪽
7 균열 레이스 3 +2 18.11.06 1,494 28 11쪽
6 균열 레이스 2 +1 18.11.05 1,482 28 12쪽
5 균열 레이스 1 +1 18.11.04 1,582 25 12쪽
4 국성 초등학교 2 +2 18.11.03 1,677 28 11쪽
3 국성 초등학교 1 +3 18.11.02 1,796 35 11쪽
2 헌터 재벌가의 세상 2 +2 18.11.01 2,054 33 11쪽
1 헌터 재벌가의 세상 1 +3 18.10.31 2,591 26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