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재벌가의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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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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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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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자격증 시험 1

DUMMY

2076년 7월 16일. 용산 헌터상가.

장하남의 둘째아들. 장태준 18세.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거대 상가단지.


청과물 시장으로 시작해 국내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성지였던 곳이자 덤탱이꾼의 대명사, 용팔이라는 은어를 탄생시킨 곳이기도 하다.


시장바닥 같은 옛스러운 풍경.

미로처럼 얽힌 지리를 포함해 용산 던전이라 불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MMI라는 이름의 사모펀드가 인수한 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십여년에 걸친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으로 일대는 신식으로 탈바꿈했다. 그래서 번듯한 외관만 보면 프렌차이즈들이 늘어서 있을 듯하지만,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내부에는 여전히 소매상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취급하는 물품은 예전과 같지 않다.

컴퓨터 하드웨어를 비롯한 전자기기들은 한쪽 구석으로 밀려났다.


대신 그 자리를 헌터업과 관련된 제품들이 차지했다.


정품 Rx슈트부터 시작하여 마개조하기 위한 부품들.

디바이스를 주문제작하는 공방과 물약 등의 소도구를 판매하는 가게까지.

없는 게 없는 헌터계의 화개장터다.


다만 그렇다 보니 정말 없어야만 하는 것도 거래가 되곤 한다.

그것이 설령 불법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실례합니다.”


지하상가를 한참 해메다 허름한 가게에 들어갔다.


“아, 예. 어떻게 오셨습니까?”


나는 진열된 물건들을 둘러봤다.

진품인지는 고사하고 죄다 먼지가 쌓인 구식들 뿐이다.

그나마 가격표가 붙어있는 몇 제품들은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구식 Rx슈트의 가격이 신제품 보다 비싸다니?

골동품 수집이라도 하라는 걸까?

아무리 권모술수가 판치는 용산이라지만 심했다.


즉 내가 제대로 찾아왔다는 뜻이다.


“물건 좀 보러왔습니다.”

“네? 네, 얼마든지 보세요.”


주인장은 능청 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 수 없지. 여기 룰을 따르는 수밖에.


“······사투리 잡담에다 입씨름 흥정이.”

“오손도손?”

“왁자지껄 장을 펼치네.”


미리 알아왔던 암구호를 주고받았다.

그제야 주인장은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다.


이 무슨 이천년대 초반 첩보물도 아니고.

굳이 이런 짓거리까지 해야하나 싶었다.

하지만 벽면에 숨겨진 공간으로 들어서자 조금은 이해갔다.


불법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약물과 주사기.

마개조된 전기톱 형태 등의 디바이스들이 사방에 걸려있었다.


가게주인은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암구호니 뭐니 귀찮아도 이해 좀 해주세요. 한창 집중단속 기간이거든요.

“잡혀가긴 잡혀갑니까?”

“아휴, 그럼요. 얼마 전에도 광수대 떠가지도 한바탕 난리났었는 걸요.”


그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손사래쳤다.


“그래서 어떤 걸 찾아 오셨습니까?”

“가면을 하나 맞추려고요.”


단어 그대로 얼굴에 쓰는 가면 말이다.

나는 최대한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필요가 있다.

그건 헌터시험을 볼 때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난 장천그룹의 3세, 장태준임을 숨기고 데뷔할 생각이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신비주의 콘셉트랍시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헌터들은 꽤 있다.


신분은 필요한 건 협회에 첫 등록할 때 정도.

시험 신청 자체는 가명으로 제출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실력이지 정체가 아니니까.


“가면 찾으시는구나. 이쪽에 몇 제품 있는데.”

“아뇨, 이런저런 기능을 넣어 개인제작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요?”

“목소리를 변조할 수 있다든가.”

“가능합니다. 원하시는 걸 쭉 말씀해보시죠.”


나는 준비했던 말들을 내뱉었다.


“스스로 벗기 전까지 절대 흘러내리지 않아야 합니다. 강도 또한 방어구 역할을 겸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하게. 디자인은 알아서 해주시되 눈에 띄지 않고 친숙한 이미지로 부탁합니다.”

“그런 용도라면 걸치는 가면 보단 얼굴에 뒤집어 쓰는 형태가 낫지 않겠어요? 그렇다고 쫄쫄이 마스크는 좀 촌스러워 보이니까, 투구 같은 느낌으로요.”

“괜찮겠네요.”

“다만 말씀하신 기능들을 다 넣으려면 무게가 꽤 나갈 겁니다.”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저기······”


주인장은 히죽거리며 날 쳐다봤다.


“?”

“신분을 숨기셔야 하는 분인가 봅니다?”


그러면서 손가락을 만지작 거린다.

입막음 비용을 내놓으란 뜻이다.

안 그래도 이럴까봐 현금을 챙겨왔다.


나는 조용히 지폐다발 두 개를 내려놓았다.


“이거면 되겠죠. 하나는 가면값입니다.”

“충분하네요. 아, 그런데 혹시 사용하시는 디바이스의 종류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투구 디자인에 참고 하려고요.”

“디바이스는 사용 안 합니다.”

“이런, 순혈이셨습니까? 어느 계통이십니까?”


주인장의 놀란 듯 물었다.

나는 문밖으로 돌아서며 답했다.


“빙백氷白계입니다. 얼음을 다루죠.”


*


그로부터 한 달 후.

협회의 서울지부 건물.


나는 헌터시험을 신청하러 왔다.


접수 첫날인데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 4시간 가까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기실은 사람들로 북적거려 헌터시험의 인기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사실 헌터 자격증이 없어도 균열의 출입에는 문제가 없다.

균열의 소유권과 토벌권이 협회가 아닌 기획사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헌터 활동에 있어 자격증은 필수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자격증이 있어야 협회의 각종 지원.

균열의 정보 열람이나 보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사에서도 소속 지망생들에게 이 시험을 보게한다.


뒤집어 얘기하면 자격증만 있다면야 그 경쟁이 치열한 헌터 기획사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수석을 차지한다면 장천 같은 대형 기획사로 직행.

턱걸이로 합격하더라도 어지간한 중소 기획사는 프리패스다.


이러한 이유들로 헌터시험에는 사람이 몰린다.

21세기 초반 공무원 열풍을 방불케할 정도다.


심지어 이 시험. 1년도 아니고 2년에 딱 한 번 뿐이다.

그래서 헌터시험 날은 수능처럼 경찰차가 동원되곤 한다.


띵동.

드디어 내 접수번호가 화면에 표시됐다.

나는 작성해둔 신청서와 동의서를 들고 수납처로 향했다.


“김민지······ 씨?”


여직원이 내 얼굴을 보며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투구를 본 거지만.


지난 달 용산에서 주문.

이틀 전에 도착한 투구는 유럽 중세풍의 판금 투구였다.


물론 진짜 철판은 아니고 균열 내부에서 가져온 소재를 섞은 특수 폴리모란다.

색상은 푸른빛이 감도는 백색.

아마 얼음계통인 내 능력과 깔맞춤한 듯했다.


딱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놈의 투구에는 자체적으로 가발이 달려있었다.


‘정체를 숨기시려면 이 편이 확실하지 않겠어요?’


······라고 주인장이 말하더라.

굳이 주문하지 않은 사양까지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만.

그래, 백보양보해서 그렇다고 치자.


‘장발 생머리에다 목소리 변조도 여성인데, 누가 알아보겠습니까? 으하하하.’


그런데 이건 아니지!


가발이 누가봐도 여성이라 생각할 하늘색 긴생머리다!

게다가 목소리 변조마저 여성의 음역대다!


“예. 제가 김민지에요.”


여직원에게 답하는 내 목소리가 낯설다.


그녀는 나를 분명 여자라고 생각할 거다.

그것도 판금투구로 얼굴을 가린 이상한 여자라고 말이다.


헌터이름을 김민지로 신청한 시점에서 자포자기 하긴 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게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다.


정체 숨기기에 최고란 건 부정하진 않겠다만······


“······하아.”


장천에 대한 내 복수심이 한층 더 불타오른다.

날 이런 짓까지 하게 만들다니.


“마지막으로 정보 확인하시고 이상 없으시면 사인해주세요.


작은 화면에 내가 신청한 프로필이 보여졌다.

김민지라는 이름부터 시작해 꾸며낸 정보들 뿐이었다.


안 하던 짓을 해야 내가 장태준이라고 의심도 못할 터.

기술명까지 프로스트 붐이니 블리자드니 적어뒀다.

하지만 여장까지 해버린 이상 어차피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텐데, 괜한 수고였다는 생각도 든다.


“접수 되었습니다. 여기 시험 안내서 읽어보시고요. 당일 해당 고사장으로 시작시간 1시간 전까지 도착하셔야 합니다.”


*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

드디어 헌터시험 당일이다.


헌터시험은 잠실종합경기장을 비롯해 국내의 굴직한 스타디움들을 고사장으로 빌린다.

그중 나는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으로 배정받았다.


접수할 때처럼 눈에 띄지는 않을까 걱정했다만 괜한 기우였다.


‘······아이언맨에다 슈퍼맨. 저거는 킹콩인가?’


나보다 더한 차림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시선을 강탈하는 동물계 순혈들도 있어 그쪽으로 이목이 쏠렸다.


나는 벤치에 앉아 최종적으로 안내서를 확인했다.


헌터시험은 1차와 2차. 그리고 3차까지 있다.

1차는 오늘 이루어지는 사실상의 예선전이다.


경기장 내에는 균열 같은 환경이 구현되어 있어,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인조마수를 쓰러뜨리는가를 겨룬다.


이렇게 말하면 쉬워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휴식없이 12시간이나 진행되는 장기전이라 중도포기자도 수두룩하다.


그렇게 1차 시험에서 인원이 대폭 줄어든다.


2차부터는 이제 멘토(=심사위원)가 붙는다.

멘토들은 각자 백여명의 1차 합격자들을 데리고 6박 7일 지옥주 시험을 갖는다.


합격자 수가 정해진 1차와 달리 2차부터는 전적으로 멘토의 마음대로다.

전원을 합격시킬 수도 있고, 전원을 탈락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어느 멘토에 배정되느냐도 합격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다 보니 멘토에게는 뇌물을 비롯한 각종 비리 의혹들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당연히 협회는 그 현상을 좋게 보지 않는다.

최대한 유명하고 평판 좋은 헌터를 멘토로 세워 잡음을 최소화 하려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시험에도 있었다.

세계 굴지의 헌터가.


“야! 저쪽에 손광수 나타났대!”

“손광수? 그 편익의 헌터?!”


주변 사람들이 우르르 한방향으로 뛰어갔다.

그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대박. 나 실물 처음 봐.”

“여긴 어쩐 일이래?”

“설마 올해 시험의 멘토인가?”


마치 잘 나가는 아이돌이라도 나타난 듯한 북새통이었다.

인파들 사이로 기웃거리자 저만치에 한 남자가 보였다.


“저, 저기 팬이에요! 사인 좀 해주세요!!”

“아 밀지 말라고! 차례대로 줄 서!”

“뭐래! 내가 먼저 왔거든?!”


여성들에게 둘러싸인 장신의 남성.

그가 바로 편익片翼의 헌터라 불리는 손광수였다.


“자자, 밀지들 마시고 천천히. 최대한 전부 해드릴 테니까요.”


손광수는 내가 다시 태어난 7년 전 그해.

헌터 빌보드 차트 Top10을 기록한 실력자다.

그 이후로도 여러 실적을 쌓아올려 한국 내에서의 랭킹만 따지자면 단 한 번도 3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그리고 작년.

기어이 그는 라운더즈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그가 장천 매니지먼트 소속이었기에 가능했던 업적이다.


‘흐음, 손광수가 이번 시험의 멘토라 말이지?’


그때 내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우태현이었다.

무슨 일이지?


“야 태준아. 이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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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재력과 무력 1 +1 18.11.12 1,310 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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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염병이 불러온 폭풍 1 +3 18.11.08 1,406 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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