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해진 다이비즈
"주님, 저에요!"
"그래, 다이비즈! 그런데, 아까 글을 썼던 것 같은데 또 쓰려는 거니?"
"네. 주말에 좀 바빠서 월요일 연재 분량을 미리 좀 써놓으려구요."
"굳이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월요일 분량을 충분히 쓸 수 있을텐데 왜 그러니?"
"물론 당연히 월요일 연재를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하는 부분을 그 때는 잊어버릴 수도 있거든요."
"그렇구나. 그래 이번에는 어떤 대화를 나랑 나눌 참이니?"
"목사님이 빌려 주신 책을 조금 읽었거든요."
"그런데?"
"소제목으로 '살인을 명하는 하나님, 예배 받을 자격이 있는가?'란 부분을 읽었는데, 딱히 기억나는 부분이 없어요."
"왜 그렇지?"
"모르겠어요. 뭔가 반박을 하거나 꼬투리라도 잡기 위해서 생각을 하려 할수록 머리 속이 멍해지는 느낌이에요."
"황당하겠구나?"
"아니요. 꼭 그렇진 않아요. 이것도 주님 뜻이라고 보니까요."
"그래."
"지금 또 그 다음 소제목인 '왜 예수만이 유일한 길인가?'라는 부분을 읽고 있는데요."
"그런데?"
"전자의 취재원이나 후자의 취재원 둘 다 이런 부분에 대해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 등으로부터 수십 년동안 이 부분에 대해 공격을 받아 온 사람들이라서 그들이 펴는 논리를 이기는 것이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의 논리에 허점이 없다고 보는 거니?"
"아니요. 꼭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방금 들어서 이렇게 주님을 만나러 온 거에요."
"그럼, 성경이나 지금 보고 있는 글들에 대해 순응적인 자세를 앞으로 보이겠다는 거니?"
"꼭 그런 태도로 임하겠다는 건 아니구요."
"그럼?"
"앞으로는 겸손한 시각으로 바라보되 의문이 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러한 의문을 표시할 생각이에요."
"그러려무나."
"네. 그럼, 주님 책을 좀 더 읽거나 또 나눌 얘깃거리가 있을 때 찾아뵐게요."
"그래."
***
"주님, 왔어요!"
"그래, 다이비즈! 주말 동안 볼 일은 잘 봤구?"
"네. 동생이 도와줘서 편하게 볼 일을 본 것 같아요."
"참 고마운 동생이구나."
"네. 동생이 제 기독교 신앙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기도 했어요."
"그래?"
"네. 지금 동생이나 저의 형제들이 제게 바라는 것은 저의 이런 비판적인 시각을 버리고, 참 신앙인으로 거듭나길 원하는 것 같아요."
"그것 참 반가운 소리구나."
"반가우신가요?"
"그럼. 지금 시점에서 네게 아마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지 않니?"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생도 그런 뉘앙스로 이야기했어요."
"그래. 억지로 네 머리 속에 무언가를 만들지 말고, 평소 네가 추구하던 것처럼 물 흐르는 대로 하면 될 것 같구나."
"네."
"지금은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시간인데, 왜 이 시간에 나를 찾았지?"
"동생이 저를 데려다 주고 집에 가는 길이라 그 시간 동안 성경을 읽든지 목사님이 빌려 주신 책을 읽든지 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창세기 4장을 방금 읽었어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니?"
"아담에게 두 아들 가인과 아벨이 태어났는데, 가인은 농사짓던 자고 아벨은 양치기에요."
"그래."
"세월이 지난 후 가인은 땅의 소산을 그리고 아벨은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을 여호와께 드렸는데, 여호와가 죄를 사모하는 가인의 재물은 받지 않고 아벨의 재물만 받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그렇구나."
"이후 가인이 아벨을 죽였는데, 여호와가 이에 대해 책망을 하자, 가인은 자신의 죄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게 되구요."
"그래서?"
"여호와가 가인을 죽이는 자에게 그 벌을 7배나 내릴 것이라고 말했어요."
"아담와 하와 그리고 가인 외에 다른 사람이 있었단 말이니?"
"그런 걸로 해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14절에 보면
주께서 오늘 이 지면에서 나를 쫓아내시온즉 내가 주의 낯을 뵈옵지 못하리니 내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될찌라 무릇 나를 만나는 자가 나를 죽이겠나이다
라고 나와요."
"그래. 이에 대해 여호와가 가인을 죽이는 자는 벌을 7배나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모양이구나."
"네. 이후 가인은 여호와 앞을 떠나 에덴 동편 놋땅에 거하면서 아들 에녹을 낳았다고 해요."
"그래."
"에녹의 후손 중 라멕이 등장하는데, 그가 두 아내를 취했다고 나와 있어요."
"최초로 두 아내를 취한 사람인 모양이지?"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아담은 다시 셋이라는 아들을 낳았는데 셋의 아들 에노스 때 사람들이 비로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어요."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는 말은 신앙적 의미가 내포된 거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가인과 아벨이 재물을 여호와께 바친 걸로 봐서는 이 때도 신앙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굳이 에노스 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고 기록했는지 의문이에요."
"그렇구나."
"또 가인과 아벨이 왜 여호와께 재물을 드린 것인지도 궁금하구요."
"여호와가 따로 바치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드린 거니?"
"성경에는 그에 대해 따로 기록하지 않고 있어요."
"그래."
"라멕이 최초로 두 아내를 취한 것도 아무런 맥락없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아담의 갈빗대로 하와를 만든 것을 생각해 보면 두 아내를 취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1 대 1의 조합에 어긋난다?"
"네. 그리고 가인이 아내와 동침하여 그 아들 에녹을 낳게 되는데, 여호와 앞을 떠난 가인이 아내를 맞이한 것을 보면 이미 앞에서 가인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호하려던 여호와의 말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담과 하와 외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가 성립될 수 밖에 없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구나."
"마지막으로 23절을 보면
라멕이 아내들에게 이르되 야다와 씰라여 내 소리를 들으라 라멕의 아내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의 창상을 인하여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을 인하여 소년을 죽였도다
란 말이 나와요."
"라멕이 살인을 최소 2번은 저지른 것이 되는구나."
"네. 그리고 그 다음 24절을 보면
가인을 위하여는 벌이 칠배일찐대 라멕을 위하여는 벌이 칠십 칠배이리로다 하였더라
로 기록되어 있어요."
"여호와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라멕 스스로 그렇게 말하고 있단 말이지?"
"네. 그리고 라멕이 왜 아내들에게 자신이 살인한 얘기를 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해요."
"왜 그런 것 같니?"
"음...제 생각으론 라멕의 때와 에노스의 때가 시대적으로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가인의 후손인 라멕의 때에는 여호와에 대한 신앙이 없었기 때문에 라멕이 여호와께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들에게 저런 사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구요."
"또?"
"에노스 때에 비로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는 말로 보면 가인과 아벨의 시대 이후 여호와에 대한 신앙이 시들해졌던 것이 에노스 때에 다시 살아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
"어차피 성경 속 구절을 통한 개인적인 추측이기 때문에 확신할 순 없을 것 같아요."
"그래. 하지만, 다이비즈 너의 그런 추측도 의미가 있을 듯하구나."
"네, 주님! 그럼 오늘은 이만 할까 싶어요."
"그러렴~."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