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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역대급 톱스타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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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셀
작품등록일 :
2018.11.0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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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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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크레센도

DUMMY

처음에는 못 알아봤다.

TV는 라디오 녹화 당시, 김유라는 여신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외모를 자랑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매일같이 곡작업에 몰두하는 로우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다크서클, 몰라볼 만큼 붙은 살, 무엇보다 가장 변한 건 눈빛이었다.

항상 자신감 넘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 아래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현재 각막에 비치고 있는 그녀는 그야말로 폐인이 따로 없었다.


"잘 지냈어?"


경계심 가득한 눈빛의 이한성 앞에서도 김유라는 태연했다.

유일하게 안 변한 점일지도 모르겠다.

대답 없이 살짝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여긴 웬일이야?"

"너랑...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일그러지는 표정.

이한성은 차오르는 화를 가까스로 꾹꾹 눌러 참았다.


"뭐?"


무언가에 쫓기는 듯 다급한 얼굴로 김유라가 한 발짝 다가왔다.


"사실 너에게 고백받았을 때 많이 흔들렸어."


어이가 없다는 듯 이한성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개소리 지껄이지 마. 몇 달 놀아주다 뒤통수 치려고 사귄 거잖아. 실제로도 그렇게 했고."

"아니! 흔들렸어, 흔들렸다고!"


내색은 안 했지만 이한성은 살짝 놀랐다.

저 정도면 거의 광기에 가까워 보였다.

전역한 후에 이한성은 김유라의 소문 역시 전해 들었다.


'약 한다더니.....'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단단히 중독된 듯 보였다.

본인도 놀란 듯 김유라가 주춤하더니 한차례 머리를 쓸어넘겼다.

동작 하나하나가 빛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지금은 그저 추하기만 했다.


"네가 내 손을 잡아줬으면 해. 내가 그랬던 것처럼."

"......."


답이 안 나오는 인성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면전에서 재차 확인하니 몹시 불쾌해졌다.

예외는 있는 법이다.

오성 멤버들 같은 경우, 솔직히 이한성은 변하는 것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변했다.

약간이지만 말이다.

이한성은 확신했다.


"여전하구나. 앞으로도 줄곧 그럴 거고."


가식은 집어치우기로 했는지 어울리지도 않아 보였던 기괴한 느낌의 순한 표정이 순식간에 표독스럽게 변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2년 전에 네가 그 발언만 안 했어도!!"

"그 2년 전에!"


슬슬 한계에 다다랐지만 이한성은 한 번 더 인내했다.

느릿하게 김유라 쪽으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눈동자가 옆으로 움직인 이한성의 표정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니들은 내 피를 말려 죽일 생각이었잖아. 아니야?"


말문이 막혔는지 김유라가 입을 다물었다.

구석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 그녀가 돌발행동을 했다.

강제로 이한성과 입을 맞추려 한 것.

살짝 움직여 김유라를 피했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추락하듯 어두워졌다.

김유라의 옆에 선 이한성이 무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꺼져. 더 화나면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날카롭게 쏘아붙인 이한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혼자 남겨진 김유라는 한참 동안 제자리에서 멍한 얼굴로 서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흐느끼기 시작했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자신에게 비웃음을 날리며.


* * *


"하아....."


집에 들어온 이한성은 불도 켜지 않은 채 벽에 기대어 그대로 미끄러졌다.

다리에 힘이라도 풀린 걸까? 아무튼, 술은 깼다.


[...괜찮아요?]

"말 시키지 마라."


처음 보는 이한성의 모습에 천지수는 적잖게 당황했다.

옆에 있는 남자 귀신이 검지를 입에 대며 고개를 저었다.

안쓰럽지만 아무래도 지금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 * *


드라마 '나는 BJ다'가 흥행한 덕에 인터넷 방송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플랫폼별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있다.

어떤 플랫폼에서는 PD, 어떤 플랫폼에서는 BJ, 어떤 플랫폼에서는 스트리머라고 불린다.

스트리머 '게인'은 이제 불혹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런지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았다.


"아이고, 삭신이야....."


허리를 툭툭 때리며 스트레칭을 하던 그가 오늘도 어김없이 인터넷 방송을 켰다.

스트리머 게인의 콘텐츠는 다양하다.

초반에는 '어게인'이라는 풀 닉네임의 어원을 살려 주로 고전 게임을 했었지만 현재는 먹방, 토크, 일상 등 여러 방면으로 콘텐츠가 늘어났다.

오늘은 가장 인기있으며 게인의 상징과도 같은 '격투게임'을 하는 날이다.

스트레스받을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한숨이 흘러나왔지만 애써 웃음을 유지했다.

시청자가 들어오는 시간이 있으니 초반 한 시간은 가볍게 토크 방송을 했다.

한 시간 내내 시청자들이 격겜 언제 하냐고 노래를 부른다.


"닥쳐!"


다른 크리에이터였다면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질 수도 있겠지만 게인과 시청자들에게 '닥쳐'라는 말는 지극히 일상적인 말 중 하나였다.

채팅으로 더 화 내달라는 시청자들이 속출했다.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점인지라 다시금 미소를 장전했다.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온라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켠 게인이 녹화 버튼을 눌렀다.

오늘은 격투 게임 고수이자 스승이기도 한 '사이도' 선생과 '이길 때까지 한다'라는 콘텐츠를 하는 날이라 녹화를 켜자마자 핑튜브 전용 인사 멘트도 날렸다.


"핑튜브쟁이 시청자 여러분, 안녕 안녕. 오늘은 우리 사이도 센세와 '이길 때까지 한다'를 할 거예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시청자들의 온갖 도발이 시작됐다.

슬슬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꾹 참으며 애써 웃어넘겼다.


"아유 우리 시청자들, 오늘도 재밌으세여~"


누가 봐도 반어법이지만 시청자들은 마냥 좋아했다.

서둘러 인사멘트를 마무리한 게인이 곧바로 콘텐츠를 진행했다.


-은평구의 용:게조씨 오늘도 너무 못한다 ㅋㅋ

-히카리가TV:아니 거기서 왜 그 기술을 날리냐고오!

-아니 자기가 노인이라는 사람인데 키설정을 하겠대:스트 가나요? ㅋ

-11수의 전설:슬슬 핑계 나올 때 된 거 같은데 ㅎㅎ

-킴마린:오늘 특히 더 늙어 보이시네요 ^_^ㅎ


시청자들의 조롱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온 힘을 다해 미소를 유지하며 참아냈다.


"큼...오늘따라 유독 기술이 안 나가네. 오랜만에 해서 그런가?"


어설픈 변명을 해보지만 야속하게도 끝까지 속아주지 않았다.


"네에, 수고하셨습니다."


2시간 동안 도전해서 겨우 1판 따냈다.

사이도가 불쌍해서 일부러 져줬다는 의견들이 전반적이었다.

체력이 방전된 게인은 소리 지르기도 힘들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연달아 후원들이 쏟아졌다.


* * *


방송으로 밤을 꼴딱 새운 게인은 잠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오늘은 방송이 없는 날이지만 다른 스케줄이 있는지라 무겁게만 느껴지는 몸을 어거지로 일으켰다.

씻고 나서 간단한 준비를 마친 게인은 밖으로 나섰다.


"안녕하세요, 형."

"그래, 어서 타."


편집자인 '하던놈'이 차에 올라타자 게인은 근처 고깃집으로 이동했다.

오후 4시.

애매한 시간대라 식당 안은 한적했다.

게인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요즘 부쩍 수척해지셨네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오는 하던놈.

게인은 부정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시청자들이 허구한 날 내뱉는 말인 '질린다'가 오늘 꿈에서까지 나왔다.

한때는 B급 감성의 대표주자라는 말까지 들었었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3년 넘게 방송을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패턴이 생겨났고, 그 틀을 깨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뭔가 반전을 줘야겠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네."


이따금씩 이렇게 편집자와 만나 콘텐츠 상의를 하는 게인.

어차피 오늘은 휴방이니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며 해답을 얻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 게인의 생각을 눈치챈 하던놈이 적극적으로 이런저런 의견들을 제시했다.


"최근에 핫한 신작 게임들이 몇 개 있긴 한데....."


게인이 고개를 저었다.


"몇 번 해봤는데 조회수가 영 신통치 않았잖아."


게인의 핑튜브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건 역시나 격투게임 영상이었고, 다음으로 고전 게임이 있다.

그 외에 먹방이나 토크 방송 영상들은 조회수가 비슷비슷하다.

그리고 최하위가 바로 최신 게임 영상들이었다.

다른 크리에이터들은 10만이고 50만이고 잘만 나오던데 유독 자신 영상만 조회수가 만족스럽지 못해 답답하기도 했다.


"으음....."


어쨌거나 뭔가 기존의 틀을 깰만한 게 필요하긴 했다.

한숨 섞인 음성으로 게인이 손짓했다.


"일단 먹자."

"네, 형."


식사하는 중에도 회의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다지 실이 없는 의견들만 계속 오갔다.

안되겠다는 듯 게인이 말했다.


"집에 가서 방송 좀 켜야겠어."

"형 오늘 휴방 날이시잖아요?"

"시청자들이랑 의논 좀 해보게. 너도 같이 갈래?"


원조 충신인 하던놈이 선뜻 따라나섰다.


"그래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게인이 인터넷 방송을 켰다.

모처럼 늦저녁이 아닌 낮에 방송이 시작되자 시청자들 모두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자~오늘은 시청자 여러분들과 새로운 콘텐츠 상의를 좀 하고 싶어서 이렇게 뜬금없이 방송을 켰어요."


제법 진지한 모습의 게인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장난기 충만했다.


-애기새 조심:응 돌아가

-크리스:게조씨 오늘 진짜 넘모 못생겨 보인당 ㅋㅋ

-엘윈:콘텐츠 상의는 무슨, 형은 걍 98만 해야 한다니까?

-프레아:고양이 말이오 해주세염


슬슬 화딱지가 나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하던놈은 게인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얘, 고양이 말이오 이미 여러 번 했어. 새로운 콘텐츠 상의를 하고 싶다니까?"


귓등으로도 안 듣는 시청자들.

결국 화가 폭발하고 말았지만 시청자들은 눈 하나 깜짝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화 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머리에 김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 한 시청자가 툭 던졌다.


-레드 엘프 홍해아:오늘 나온 이한성 미니앨범 수록곡 중에 개웃긴 거 하나 있던데, 그거 패러디해보시는 건 어때요 형?


게인은 예전에 한 외곡국을 패러디한 적이 있었다.

반응이 꽤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눈을 빛내며 게인이 물었다.


"웃긴 노래? 정말 웃긴 거 맞아?"


뜬금없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자지러진다.

말이 나오자마자 검색을 해본 하던놈이 흥미 있는 눈빛으로 게인을 불렀다.


"찾았어요, 형. 그런데...조금 특이하네?"

"특이하다고? 뭐가?"

"아, 그게요....."


아직 노래를 들어보지 못한 하던놈은 잘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브타이틀곡이 타이틀 곡보다 조회수가 더 높네요. 이런 경우도 있나.....?"


호기심이 동했다.

하던놈 옆에 선 게인.

한국의 대세 이한성이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걸친 썸네일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야?"

"제목 보니 이게 맞네요. '난 너무 잘났어'라....."

"한번 들어나 보자."


시작 버튼을 눌러보니 첫 화면부터 이한성이었다.

외모는 두말하면 입 아플 만큼 최고였지만 썸네일대로 웃긴 의상을 걸치고 있어서 뭔가 안 맞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곧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이내 시작되는 경쾌한 비트.

함께 흘러나오는 리듬은 둘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 이거 뭐지?"

"형, 어깨가 저절로 들썩거려요!"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둘의 반응은 시작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언밸런스처럼 느껴졌던 이한성의 의상이 점점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2절이 시작될 즈음 둘은 이미 노래 속에 흠뻑 빠져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둘의 몸짓이 점점 더 격동적으로 변했다.

차오른 흥이 떠날 줄을 몰랐다.


"춤이 멈추질 않아!"

"저도 그래요! 이 노래 대체 뭐지?!"


이거다!

노래를 다 듣고 난 게인의 생각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피가 끓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리던 중 하던놈과 눈이 마주쳤다.

매번 비슷하게만 느껴지는 리액션, 언젠가부터 상실한 신선함.

어쩌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그런 인식들을 잠식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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