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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꿈속에서 무한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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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극
작품등록일 :
2018.11.04 23:07
최근연재일 :
2018.12.1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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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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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작은 화려하게 (2)

DUMMY

밤 11시가 가까워지면서 토벌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약 한 시간 동안 패스가 뱉어 낸 사이드 맨티스는 물경 4백여 마리. 죽은 몬스터가 산을 이루고 놈들이 흘린 체액이 역한 냄새를 풍겼다. 새로이 나타난 몬스터들은 그것에 더욱 발광하면서 달려드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영구 통로인 포탈과 달리 패스는 한 번 몬스터를 뱉어낼 때마다 그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중형 5단계, 50미터가 넘는 지름을 자랑했던 커다란 음영은 이제 10미터 정도까지 줄어들었다.


“아으, 징그러운 놈들.”


나는 툴툴거리며 갓 죽인 사마귀를 옆으로 치웠다.

처음에 설치되어 있던 바리케이드는 거의 의미를 잃은 상태였다. 부서졌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 앞쪽에 몬스터의 사체가 줄줄이 늘어져 있어서 천연(?)의 방벽 역할을 하고 있었던 덕이었다.

7팀 여섯 명이 잡아 낸 몬스터는 약 40개체. 2인 1조로 열서너 마리씩 사냥한 셈이었다.

정직하게 정면 대결을 고집했으면 어림도 없는 성과였다. 강산 길드의 헌터들의 수준은 2레벨 중하급. 개개인의 무력으로만 따지면 사이드 맨티스와 비슷한 수준이니까.

하지만 어디 인간이 짐승보다 힘이 세고 빨라서 그들을 사냥해 왔던가.

헌터들은 2인 1조라는,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포메이션을 잡고 약점을 노려 공략하는 식으로 효율적으로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드는 사마귀들은 오는 대로 족족 걸려들었다.

거기에 한 번에 열서너 마리를 상대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다. 동수의 사마귀들 사이에 다짜고짜 두 명을 툭 던져 넣으면 찢겨 죽었겠지.

패스가 몬스터를 뱉어 내고 놈들이 달려오는 사이사이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두어 마리씩 상대하고 정비하고 다시 상대하는 식으로 하면서 얻어 낸 결과였다.

물론 그렇다고 싸움이 만만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어쨌든 일대일로는 도긴개긴인 몬스터를 연속으로 예닐곱 마리를 상대한 셈이었으니, 토벌 막바지에 이른 지금은 다들 지쳐 헐떡이는 상태였다.

나는 조금 예외였지만.


“에이, 말은 그렇게 하셔도 흔들림 없이 계속 사냥을 하셨잖아요?”


살짝 흥분된 투로 장형산이 말했다.


“요 근래 들어서 이렇게 수월했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저희 팀원들보다도 저와 합이 더 잘 맞으시네요.”

“장형산 씨가 잘 맞춰 주셔서 그렇죠. 능력 궁합도 좋았고.”


서로 칭찬이 오가는 분위기가 부드러웠다. 입발림이 아니라 사실이어서 효과는 더 좋았다.

2레벨 수준의 염동력이라면 같은 2레벨 몬스터를 충분히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전력으로 전개할 것 없이 움직임을 잠깐 제지하는 정도라면 큰 소모 없이 가능하다.

그렇게 1초만 잡아 둬도 사냥은 아주 쉬워졌다. 찰나의 간극만 생겨도 찌르고 들어가는 초능력이 전투 본능이다. 1초는 차고 넘쳤다.

염동력도 검도 오래 휘두를 필요 없다 보니, 결과적으로 다른 팀원들에 비해 우리 둘은 힘의 소모가 적은 편이었다.


“이제 거의 끝났겠죠?”

“아마도요? 한 번, 많아야 두 번이면 끝날 것 같은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재차 숨을 고른다. 검을 수납하고 잠시 허리의 걸쇠를 풀어 장비에 각인된 마법에서 벗어났다.

깊고 고요하게 들이마시는 호흡을 따라 사이킥 에너지가 느긋하게 차올랐다. 그중 일부가 사르르 소모되며 몸 구석구석에 녹아들어 근육의 피로를 해소한다.

이 덕분에 나는 남들보다 쌩쌩한 장형산보다도 더 쌩쌩했다.

평소에는 수수하게 느껴지는 토고납신과 재생 가속은 이럴 때 효과를 톡톡히 본다. 게임으로 따지면 HP 포션과 MP 포션을 조금씩 마시면서 싸우는 셈이었으니까. 수련의 깊이가 깊어지면 나중에는 간단한 초능력이나 일상생활 정도는 소모 즉시 회복되는 수준에까지 이르지 않을까?

유쾌한 상상을 하며 나는 슬며시 웃었다.


“으갸갸갸!”

“죽겠다, 죽겠어.”


한편 좀 떨어진 곳에서는 다른 조원들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 모습들이 보였다. 몬스터가 오면 다시들 잽싸게 일어나겠지만 아무래도 많이 힘든 모양이다.

그들의 싸움을 쭉 관찰한 결과, 내 실력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었다.

강산 길드의 신체 강화 계열 헌터들은 감각계 능력자들이었다. 둘 다 검을 쓰는 이들이었는데, 원래는 일반인이었을 그들은 각성을 하면서 평생 검만 수련한 것처럼 검술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갖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검에만 특화된 대신 기술이 더 정교한 전투 본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감각계라고 해서 눈이 좋아지거나 귀가 밝아지는 그런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능력은 매우 마이너했다.

어쨌든 ‘병기를 다루는’ 감각계 헌터들은 제일 흔하면서도 밸런스 잡힌 이들이었다. 괴력계처럼 힘이 세지도, 신속계처럼 속도가 빠르지도 않지만 자기 힘을 적재적소에서 적절하게 발휘할 줄 아는 타입이라고 할까.

그들과 비교해 본 결과, 기본적인 신체 강화 수준으로 판단해 보건대 나는 2레벨 쪽에서도 상위에 위치해 있었다. 그간의 고생은 헛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내 종합적인 실력이 확실히 2레벨을 뛰어넘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나하나의 능력치는 2레벨 상위 수준이라고 해도 그것들이 한 사람에게 모여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니까. 예컨대 2레벨 괴력계 능력자는 나와 힘은 비슷할지언정 속도와 기술에서 밀릴 것이고, 신속계는 힘과 기술에서 밀리며, 감각계는 힘과 속도에서 밀리게 되는 것이다.

모든 부분에 특화된 2레벨이 평범하게 한 분야에만 특화된 3레벨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거야 헌터 일 뛰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3레벨 몬스터와 붙을 일도 머잖아 생길 것이다.

지금은 눈앞의 토벌에나 집중하자.

회복에 전념하며―라고 해 봤자 숨만 쉬는 거였지만―나는 패스 쪽을 주시했다.

몇 번이고 보다 보니 이제 패스가 몬스터를 뱉기 전의 전조가 조금은 보였다. 음영이 파도치는 것처럼 일렁이며 검은빛을 더한다. 나는 다시 검집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런데.


“······응?”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째 이번 것들은 키가 좀 작은 것 같은데? 머리 높이가 한 20센티미터는 낮은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할 때쯤.


부웅!


사이드 맨티스의 몸통이 살짝 벌어지더니 날개가 튀어나왔다.

활강하듯 붕 날아오른 사마귀가 공중을 날아다니던 드론 하나를 앞발로 그대로 찍어 버렸다.


“어?”

“뭐, 뭐야?!”


별 생각 없이 보고 있던 장형산이 기겁했다. 나도 놀랐다. 지금껏 기백 마리를 사냥했지만 날개를 꺼낸 놈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 순간 깨달았다.

저것들, 같은 몬스터가 아니다!


[ 비상! 비상! 등장 몬스터 변경! 플라잉 맨티스! ]

“이런 씨팔!”

“상위종이라고?!”


늘어져서 쉬고 있던 팀원들이 용수철 튕기듯 벌떡 일어났다. 끝물이라 풀어져 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팽팽해졌다.


[ 포메이션 B로 변경합니다! 속히 이동해 주십시오! 9팀, 10팀은 포메이션 C! ]


본부에서 다급한 지시가 떨어졌다. 생각도 못했던 사태에 모두가 당황했지만 다행히 장형산은 팀장을 할 자격이 있었다. 몇 초 정도 굳어 있던 그가 외쳤다.


“어서 이동해, 이놈들아! 윤영빈 씨, 갑시다!”

“아, 네!”


7팀원들이 일제히 균열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급히 물었다.


“이런 일이 잦습니까?”

“그럴 리가요! 막판에 일 터지는 건 저도 처음 겪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런 일이 흔했다면 연수원에서 대충 짚고 넘어갔을 리가 있나.

패스 혹은 포탈에서 꼭 한 종류의 몬스터만 나타나라는 법은 없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비슷한 이름을 붙여 준―예컨대 지금처럼, 사이드 맨티스와 플라잉 맨티스―몬스터들은 같이 섞여 나오는 일이 종종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참 동안 한 종류만 나오다가 막판에 다른 종류가 튀어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었다. 이게 무슨 잡몹들 잡으면 보스 튀어나오는 게임도 아니고. 처음부터 그러든가, 아예 그러질 말든가!

그것 때문에 일이 꼬여 버렸다.

튀어나온 플라잉 맨티스는 고작해야 여덟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문제는 놈들이 3레벨 중급의 몬스터인 데다가, 활강에 가깝긴 해도 비행이 가능한 개체라는 점! 저레벨 몬스터도 비행 능력이 있으면 까다롭기 짝이 없는데 3레벨이면 오죽하랴.

아까 회의 때 들은 바로는 50명의 토벌대에 3레벨 헌터라곤 다섯 명밖에 없었다. 물론 2레벨 수십 명이 뒤를 받치니 수적으로는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겠지만······.


“제길, 다들 지쳤는데.”


장형산의 나직한 탄식이 현재 상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각 잡고 대기하다 쌩쌩한 상태에서 싸우면 괜찮다. 허나 이렇게 급하게, 지친 상태에서 싸우다가 사상자가 발생하는 걸 걱정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원거리 공격조도 계속 지원 사격을 하느라 지쳤을 텐데, 만약 사마귀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포위망을 빠져나가기라도 한다면? 그걸 한 마리라도 놓친다면?


[ 날아오르기 전에 붙잡아야 합니다! ]


본부의 급박한 지령에 들어 있는 속뜻을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파바바바바박!


드론을 부쉈던 사마귀가 화살에 몸이 정통으로 꿰뚫리며 추락했다.


콰아아아앙!


밤하늘을 가로질러 날아온 화염이 비처럼 쏟아지며 몬스터들을 폭격했다. 폭발을 뚫고 몇 마리가 공중으로 펄쩍 뛰어오른다.


번쩍!


그 직후 섬광이 번뜩였다. 빛에 직격당한 플라잉 맨티스 하나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3레벨 헌터들이 급하게 공격을 퍼붓고 보았지만 확실히 죽인 것은 두 마리 뿐.

뒤이어 온갖 마법이 닥치는 대로 쏟아졌지만, 2레벨 헌터들의 공격은 애석하게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비행 능력 하나만 추가된 게 아니라 방어력도 훨씬 올라간 것이다.


콰쾅! 콰콰콰쾅!


결국 혼란을 뚫고 플라잉 맨티스 네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사방으로 튀어나가는 놈들 중에 한 마리가 우리 쪽으로 오고 있었다.

날개를 파닥이는 사마귀가 글라이더처럼 허공을 미끄러지며 점점 고도를 높인다. 원거리 공격 기술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견제라도 해 볼 텐데 그 점이 너무 아쉬웠다.

아니, 놈이 날아가지 않고 뛰어왔었다고 한들.

이쪽 방향에는 3레벨 헌터가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2레벨 다섯 명이면 3레벨의 발을 붙잡을 수 있다고들 하지만 그건 지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고.

빌어먹을, 말이 씨가 됐나? 실력 테스트는 좀 더 마음 편한 상황에서 하길 원했다고.

입매를 일그러뜨리며 나는 물었다.


“장형산 씨. 염동력으로 저거 못 붙잡죠?”

“제 힘으로는 힘듭니다. 3레벨 몬스터라······.”

“그럼 좀 더 가벼운 거 부탁 하나만 할게요.”

“예?”

“발 디딜 크기면 됩니다. 마침 널린 게 보도블록이네요.”


한 발 옆으로 비켜서서 인도 위로 훌쩍 올라갔다. 검과 방패를 고쳐 잡고, 무릎을 굽혔다.

스위치 온.

몸 안에서 오러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전신의 근력이 폭증한다. 동시에 몸 밖으로 빠져 나온 오러가 전신을 휘감았다. 청량한 감촉이 피부 위를 흘렀다.


“발판 좀 부탁하겠습니다.”


대력과 바람가호가 동시에 가동했다.

딛고 있던 보도블록이 깨질 정도로 강하게. 그러나 놀랄 만큼 매끄럽고 부드럽게.


파앗!


땅을 박찬 내 몸이 하늘로 쏘아졌다.


작가의말

날아오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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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화려하게 (2) +43 18.12.06 37,813 1,371 12쪽
30 시작은 화려하게 (1) +47 18.12.05 40,403 1,44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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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수료 (2) +67 18.12.01 43,648 1,302 14쪽
25 수료 (1) +54 18.11.30 44,681 1,28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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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안 (1) +33 18.11.25 51,677 1,409 14쪽
22 마지막 실습 (3) +37 18.11.24 50,676 1,449 14쪽
21 마지막 실습 (2) +26 18.11.23 51,464 1,444 13쪽
20 마지막 실습 (1) +32 18.11.22 51,607 1,40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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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가끔은 이런 날도 (2) +43 18.11.19 50,881 1,6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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