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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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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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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황금사자기 - 1

DUMMY

Mr. 언터처블 027화



07. 황금사자기(1)



1


주말 리그 시상식에서 박건호는 세 개의 상을 받았다.


최우수 선수상(MVP).

최우수 투수상.

최다 탈삼진상.


MVP만 금이 약간 섞인 트로피가 별도로 주어졌고.

최우수 투수상과 최다 탈삼진상은 상장으로만 나왔다.

“그래도 고교 시절 처음으로 받은 트로피니까.”

박건호는 MVP 트로피를 한동안 책상 위에 전시해 놓을 생각이었지만.

“이런 건 모두가 봐야지.”

할아버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거실 한가운데에다 떡 하니 전시를 해놓았다.

“아버지. 여긴 아닌 거 같은데요.”

“응? 왜? 내가 보기엔 딱 저기인데.”

“어머니. 할아버지 좀 말려주세요.”

“왜? 옆에 도자기 때문에 잘 안 보여서 그래? 잠깐만. 아버님! 옆에 도자기를 치울까요?”

“······.”

가족들 모두가 박건호가 받아 온 손바닥만 한 트로피에 신이 났다.

단 한 사람.

“칫. 저게 뭐야.”

여동생 박수진만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못마땅함과 박건호의 민망함은 또 다른 것이었다.

“저건 데이터가 없어서 참······.”

획 하니 제 방으로 들어가는 박수진을 보며 박건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고교 야구에서 잘한다는 녀석들 중 상당수는 프로에서 얼굴을 봤거나 상대해 본 경험이 있지만.

박수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1도 없었다.

그렇다고 살가운 오빠 노릇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타임 워프를 한 이후로는 적응하느라 바빴고.

개학한 이후에는 학교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박건호는 애써 아쉬움을 삼켰다.

다시 과거로 돌아왔으니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긴 하지만.

야구 하나만 열심히 하기도 벅찬 현실은 딱히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손바닥만 한 트로피 하나를 두고 저리 좋아하는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훨씬 큰 놈으로 바꿔 드릴 테니까.’

방으로 돌아온 박건호가 누렇게 변한 야구공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2019년 첫 번째 전국 대회인 황금사자기가 시작됐다.


2


“일단 대진운은 좋네요.”

대진표를 확인한 조상태 감독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황금사자기에 출전한 팀은 총 42개 학교.

작년 우승팀 광주 고등학교를 비롯해 각 지역별 상위 팀 39개 학교가 출전권을 획득했고 마지막으로 운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2개의 학교가 추가되었다.

서울 B 지역 1위로 황금사자기에 진출한 세명 고등학교는 1라운드를 면제받았다.

덕분에 1라운드가 진행되는 12일부터 15일까지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2라운드는 누가 올라올까요?”

조상태 감독의 시선이 세명고라 쓰인 블록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신제물포 고등학교와 제주제일 고등학교의 이름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신제물포 고등학교는 인천 지역 2위로 황금사자기에 올라왔고

제주제일 고등학교는 제주 지역 유일 야구부 자격으로 초청된 팀이었다.

“글쎄요. 두 팀 다 고만고만해서······.”

지상일 투수코치가 짓궂게 웃었다.

예전 같았다면 조금이라도 전력이 약한 팀과 붙길 바랐겠지만.

서울 B 지역 주말 리그 최우수 선수를 보유했다는 자신감일까.

이젠 누가 올라와도 딱히 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조상태 감독도 따라 웃었다.

작년에는 1라운드부터 막막했었는데 시드를 배정받고 나니 2라운드도 너무도 수월하게만 느껴졌다.

물론 16강인 3라운드부터는 이야기가 달랐다.

“3라운드는 아무래도 천안북고겠죠?”

“네. 선발진이 워낙 좋아서 이변이 없는 한 3라운드에 올라올 것 같습니다.”

“흠······. 수빈이로 되려나 모르겠네요.”

2라운드를 이겼다고 가정했을 때 3라운드에서 맞붙을 가장 유력한 후보는 충청권의 강호 천안북 고등학교.

이글스의 간판타자 김택균을 배출한 명문 중의 명문이었다.

“3라운드 때 수빈이를 올리시게요?”

“그래야죠. 사흘 간격인데 창기를 올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건호를 계속 불펜으로 쓰실 생각이십니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본인이 불펜이 편하다고 하니까요.”

주말 리그 직후 지상일 투수코치는 박건호를 다시 선발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춘암 고등학교 전에서 보여줬던 박건호의 피칭이라면 전국 대회에서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쉽게 질 것 같지가 않았다.

조상태 감독도 지상일 투수코치의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했다.

일주일에 많아야 두 경기를 치르는 주말 리그와 사흘에 한 번씩 경기가 있는 전국 대회는 달랐다.

전국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에이스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터.

그렇다면 박건호를 다시 선발로 돌려야 했다.

하지만 박건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당분간은 불펜 뛸게요.”

지상일 투수코치까지 나서서 설득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래도 지상일 투수코치는 내심 조상태 감독이 결단을 내려 주길 기대했다.

선수가 싫다 하더라도 보직을 결정하는 건 결국 감독이니까.

그러나 조상태 감독은 박건호의 뜻을 존중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박건호 없이 치른 경성 고등학교와의 경기를 통해

박건호가 얼마나 중요한 자원인지를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연투 투구수 초과로 등판을 하지 못했지만,

박건호는 더그아웃에서 제 몫을 다 했다.

다른 선수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에이스로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고,

경기 중반 이후로는 코치를 대신해 대량 실점으로 기가 죽은 투수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

물론 이미 6승을 거두었으니 오늘 경기는 져도 상관없다거나,

맞아도 좋으니 도망치지 말고 당당히 맞서 싸우라는 조언은,

솔직히 선수가 선수에게 할 소리는 아니었다.

잠자코 듣고 있던 지상일 투수코치의 표정이 불편해질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지상일 투수코치가 백날 떠들어도 씨알도 안 먹히던 이야기를 박건호가 하니까 통했다.

투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를 악물고 공을 던지기 시작했고.

덕분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던 경기는 아슬아슬한 신승으로 끝이 났다.

경기 결과만큼이나 놀라운 건 이사장의 변화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라이벌인 경성 고등학교만 이겨 달라던 이사장이.

야구부 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딴청을 부리던 구두쇠 영감이.

달란 소리도 하지 않았는데 5백만 원이나 되는 회식비를 내놓고는.

야구부에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며 한참을 웃어댔다.

이사장이 달라진 건 작년보다 더 거둔 4승 덕분이었다.

서린 고등학교와 배면 고등학교, 춘암 고등학교를 꺾고 거둔 3승.

마지막으로 경성 고등학교를 상대로 거둔 1승.

하나같이 박건호가 없이는 이기기 힘든 경기들이었다.

만약, 이 네 번의 승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세명 고등학교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황금사자기를 구경만 했을 테고.

이사장은 여느 때처럼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관중석을 떠나 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세명 고등학교 야구부는 박건호에게 큰 빚을 지고 있었다.

그런데 박건호의 의견을 무시하고 선발로 쓰자니.

‘그러다 탈이 나면 누가 책임질 건데?’

조상태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욕심을 버렸다.

설사 3라운드, 천안북 고등학교를 상대로 패배하더라도.

부임 후 첫 전국 대회 16강 진출인 만큼 그 자체로 만족하기로 말이다.

하지만 박건호는 중계방송도 하지 않는 16강에서 황금사자기를 끝낼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무조건 8강 이상이야. 알지?”

박건호의 으름장이 통한 듯.

세명 고등학교는 2라운드에서 제주제일 고등학교를 7 대 3으로 완파한 뒤

3라운드에서 천안북 고등학교를 3 대 2로 잡아내고 8강, 4라운드에 진출했다.

4라운드 상대는 공교롭게도 서울 A 지역 2위로 올라온 휘운 고등학교.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건호야. 물론 오늘로써 네 황금사자기는 끝나겠지만 어쩌겠어? 상대가 우리인 것을.”

박건호를 발견한 강민수가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박건호가 보란 듯이 코웃음을 쳤다.

“뭔 헛소리야? 너네 2등이라며?”

“야, 그건······.”

“조용히 해, 2등아. 억울하면 1등하고 다시 오던가.”

“크윽.”

강민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아무튼 말로는 박건호를 이길 수가 없었다.

“암튼 넌 언제 나오냐?”

“그러는 너는 언제 교체되는데?”

“내가 왜 교체가 돼? 주전 포수인데?”

“교체되는 게 좋을 텐데? 나, 너 안 봐줄 거거든.”

“헐. 이 치사한 놈. 그래도 우리가 주고받은 공이 몇 개인데 이러기냐?”

“그래서 너는 만나자마자 스파이 짓이냐?”

“내가? 스파이?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내가 언제 올라올지 궁금해서 온 거잖아.”

“그, 그건 그냥 물어본 건데?”

“암튼 무조건 너 타석 때 나올 테니까 각오해라.”

“그냥 물어본 거라니까아!”

“아주 몸쪽 깊숙이 뱀직구를 찔러 넣어줄게. 흐흐흐.”

박건호가 악당처럼 웃었다.

모처럼 만난 강민수가 눈꼽만큼 반갑긴 했지만.

승부의 세계란 늘 냉정한 법이다.

강민수가 아니라 한지훈을 적으로 만났다 해도 경기를 져 줄 생각은 없었다.

“너 진짜 그렇게 하기만 해!”

“시끄럽고 할 말 끝났으면 빨리 가. 스파이 녀석아.”

“스파이 아니라고오!”

“가 인마. 콱 물어버리기 전에.”

결국 강민수가 본전도 못 찾고 꼬리를 말면서.

양 팀 대표 선수들 간의 신경전은 박건호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그 결과가 경기 분위기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라. 예전의 세명 고등학교가 아니다. 서린을 이겼고 배면을 이겼고 춘암을 이겼다. 그리고 천안북 고등학교까지 잡고 올라온 학교다. 세명을 만만하게 본 모든 학교들이 전부 세명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러니까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해라. 이 경기가 황금사자기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니까. 알았나!”

성재일 감독은 특유의 언변으로 선수들을 다잡고.

강민수와 호흡을 맞춘 휘운 고등학교 에이스 김재국이 1회 초를 깔끔하게 틀어막은 반면.

따악!

이수빈은 먹힌 타구가 텍사스성 안타로 이어지면서 선두타자 김일곤을 1루로 내보내고 말았다.

“괜찮아! 신경 쓰지 마!”

한지훈이 마운드로 올라가 냉큼 이수빈을 다독였다.

“후우······.”

이수빈도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 같았다면 얼굴이 벌게진 채로 잔뜩 흥분을 했겠지만.

주말 리그를 거치면서 이수빈의 정신력도 제법 단단해진 상태였다.

“스트라이크!”

이어진 신정길의 타석에서 이수빈은 초구를 침착하게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었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146㎞/h.

이수빈의 최고구속에 근접하는 숫자였다.

“세명이 확실히 좋아졌네.”

휘운 고등학교 성재일 감독이 쓴웃음을 지었다.

세명 고등학교 배터리가 앞서 김일곤에게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다 얻어맞았으니 변화구 승부를 걸어 올 거라 여겼다.

그래서 변화구를 잘 치는 신정길에게 번트를 지시하지 않았는데.

초구에 다시 포심 패스트볼이 들어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바뀐 게 박건호 하나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홍일국 수비코치도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휘운 고등학교 같은 강팀이 1회부터 선두 타자를 내보내면 세명 고등학교처럼 전국 대회 경험이 부족한 팀들은 위축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세명 고등학교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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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05. 격동의 서울 B - 3 +11 18.12.01 15,847 4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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