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분 동안 만렙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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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라
작품등록일 :
2018.11.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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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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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도시와 몬스터(7)

DUMMY

삼 분 동안 만렙 클래스


#38

수중 도시와 몬스터(7)




감겼던 눈이 절로 떠졌다.

얼마 만에 눈을 뜬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신종 고문인가..'


푹 자고 일어나면 상쾌해야 하는데 하는 법인데 조개껍질이 보이고 뭔가 들쑥날쑥하다.

완전 병환 신세이라서 힘이 들어가지 않기에 벗어날 수도 없었다.

심지어 방에는 아무도 없을 거 같았다.


"밖에 아무도 없어!?"


밖을 향해 최대한의 힘으로 소리를 질러보지만 들어오는 이는 없었다.


"하.. 실화야? 나 좀 살려줘!"


구원을 요청해도 들어오지 않는 현실이 암담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조개가 싫을 뿐이다.

분명 내 약점 중에 하나이다.

죽어있는 조개는 상관이 없다.

다만, 살아있으면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난다.


* * *


초등학교 무렵.


나는 학교에서 갯벌로 소풍을 왔고 선생님을 따라서 애들이랑 버스에서 내렸다.


"다들, 장화하고 도구 챙겼니?"


"네! 선생님!"


"좋아! 가서 신나게 놀고 호루라기 부르면 와야 한다!"


"네엡!"


"혹시나 빠져나오기 힘들면 선생님 큰 소리로 부르고!"


"넵!"


"자! 가서 신나게 놀고 와도 돼!"


"와아아!"


친구들은 다들 들떠서 환호성을 치며 갯벌로 뛰어 들어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더 조개 많이 잡는지 시합하자!"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남자애들 무리 중에 한 명이 얘기를 꺼냈다.


"맞아! 시합하자!"


"시합! 시합!"


주변에 있던 우리들은 찬성해서 시합을 시작했다.


"제일 못 잡은 사람은 멍청이!"


시합이라 해봤자 걸게 없던 아이들은 적게 잡은 사람이 멍청이나 바보가 되어야 했다.

멍청이가 되기 싫었으니 너도 나도 열심히 조개를 캐거나 주워 다녔다.

하지만, 조금 뒤에 시합을 잊어버리고 대부분의 애들은 갯벌의 진흙을 던지며 재미있게 놀기 시작했다.


조개를 줍던 나는 신나게 노는 소리에 통을 들고 아직도 시합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갔다.


"얼마나 주웠어?"


"난 이만큼!"


"우와.. 많다."


"에헴!"


"비켜 비켜!"


친구의 통을 구경하고 있던 나는 비키라는 소리에 반응하지 못하고 달려오는 다른 아이와 부딪쳤다.

그 결과 조개가 담겨있던 통이 엎질러졌다.


"으아아앙!"


"흑.. 흑.."


친구는 자신이 힘들게 모은 조개가 엎질러지니 울고 부딪친 아이는 친구가 우니 흐느끼고 정말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부딪쳐서 아픈 건 난데 울지도 못하고 친구를 달래기 위해 조개도 주웠다.


"어머, 얘들아. 괜찮니?"


"선생님~"


멀리서 선생님이 보았는지 달려오고 계셨고, 내 앞에 조개는 눈을 내밀며 밖에 상황을 살폈다.

조개가 눈을 내민 걸 처음 본 나는 지켜보다가 주우려고 손을 뻗었다.

그때, 도착한 선생님이 순식간에 그것을 밟고 지나갔다.


"히익!"


안 그래도 무척 징그러웠던 조개의 눈은 자기 껍질에 잘리며 갯벌에 나뒹굴었고 아직도 살아있는지 마구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우웨에엑."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징그러운 상황에 소풍 와서 기분 좋게 먹었던 도시락을 게워냈고 소풍이 끝나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토를 해야 했다.

그 후로 나는 조개는 꿈에 나올 만큼 무서웠고 일체 조개를 먹지 않게 되었다.


* * *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죽은 조개는 먹을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다.

살아있어도 짧은 시간 동안 버틸 수 있게 되었다.

내 나이가 몇인데 쪽팔리게 트라우마를 껴안고 살 수는 없었기에 노력한 결과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버틸 수가 없다.


"죽... 여.. 줘.."


입술이 바짝 말라갔다.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조개의 움직임이 나를 괴롭게 한다.

그때,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무진! 일어났다?"


아아! 드디어 구원을 해줄 몬스터가 왔다.


"오늘도 잔치다!"


"잔치?"


"그렇다. 다 모여있다."


아주 흥한 게 아마도 수룡을 쓰러트린 기념으로 파티를 하고 있었나 보다.


"수룡 고기 맛있다."


잡은 건 난데.

로아를 째려보았다.

하지만 눈치를 채지 못한 로아는 행복한 듯 흥얼거리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은 나 끌어내려줘."


파티를 해도 상관은 없다.

지금은 그저 이 침대에서만 벗어나고 싶다.

어차피 로아가 없었으면 잡기 힘들었을 테니 고기 정도는 줄 수 있다.

비늘하고 뼈만 온전하면 괜찮았다.


로아가 의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움직이지 못해서.."


"편한 곳에서 쉬어야 한다."


침대가 제일 편하다고 생각하는 로아가 그래도 내버려 두고 가려 한다.


'아니, 아니, 아니. 누워있는 곳이 거북한 건데!'


금방이라도 나갈 거 같은 뒤태에 다급하게 로아를 불러 세웠다.


"나도 파티 구경을 좀 해보려고!"


차마 몬스터인 로아한테 조개가 무서워서 내려달라고는 못하고 나갈 변명을 했다.


"아프면 힘들다."


"괜찮아, 파티 정말 좋아해서 상관없어."


거짓말은 아니다.

밥이든 뭐든 여럿이서 먹는 게 즐거우니까 분명 로아가 껴있는 자리도 즐거울 것이다.


"알았다. 간다."


"어어?"


로아가 들어 올리니 자세가 당황스러웠다.

업어주면 되는데 공주님 안기로 방문을 나섰다.


'이거 좀 쪽팔린데.'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려진 적이 없기에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백 퍼센트 클라인과 에이나가 보았으면 웃었을 것이다.


"하하하! 마음껏 먹어라!"


"축제다!"


"맛있다!"


밖으로 나가니 커다란 모닥불에 죽은 수룡을 꼬치에 끼워서 굽으며 먹고 있었다.


"하하하!! 퍼마셔라!"


드워프 할아버지가 나무 통에 담겨있는 술을 나무 잔으로 퍼서 입에 부었다.

마시는 양이 보통이 아니었다.

역시 드워프는 술을 좋아 하나보다.


"안주가 좋으니 더 맛있구먼!"


아주 신나 보였다.

로아가 자신의 자리였는지 비어있는 자리 옆에 나를 내려놨다.


"나도 마신다!"


"오오! 돌아왔나! 자, 마셔라!"


로아가 술자리에 끼어들었고 드워프 할아버지가 환호성을 치며 반겼다.


"뭐 하는 거야. 네놈도 일로와!"


"예? 아아! 아파요!"


멍하니 수룡을 바라보고 있던 무진이를 드워프 할아버지가 다가와 팔을 잡고 끌었다.


"주인공이 왔는데 안 마실 수 없지!"


술이 가득 들어있는 나무 잔을 건넸다.


"저, 아직 환자라서 술은 좀..."


환자에게는 술이 독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기에 마시기 거북했다.


"사내놈이! 술도 못 마셔!"


"아니, 환자라니까요?"


"원래 마시다 보면 그깟 상처 아무것도 아니야!"


저런 말도 안 되는 억지는 처음 들어봤다.

어쩌면 진짜 괴물은 여기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술이랑 같이 건네준 수룡의 살점을 입에 물었다.


"으.. 질겨!"


맛을 미묘하고 고무처럼 질겼다.


'뭐가 맛있다는 거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몬스터들이 하나같이 맛있게 먹고 있었다.


'역시 태생이 달라서인가.'


몬스터는 질긴 것을 먹기에 최적화된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고 평소에 먹는 것을 보면 수룡이 맛있게 느껴질지도 몰랐다.


"에휴.. 로아, 비늘하고 뼈는 꼭 남겨둬야 해."


"알았다!"


비늘하고 뼈는 먹지 못할 테지만 미리 당부해놨다.


"심장은 미리 뺐지?"


"빼났다. 여깄다."


로아가 가지고 다녔는지 곧바로 그것을 넘겨주었다.


[띠링]


[퀘스트] 를 완료하셨습니다.


[퀘스트 보상이 : 올 스텟 +20을 획득하셨습니다]


"이게.. 심장이라고?"


퀘스트 완료 알람이 떴지만 그것보다 심장에 더욱 관심이 갔다.

심장이라고 말을 안 해주면 모를 정도로 아름다웠기에 그랬다.

새빨간 모양의 심장이 생각나서 거부감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보석 아니야?"


어떻게 하면 심장이 이렇게 생기는지 모르겠다.

바다의 푸른색과 그 안에 별이 들어있는 것처럼 반짝였고 들고만 있어도 정신과 몸이 상쾌했다.


"감정"


-수룡의 심장


-등급: 유니크


-마력 +1500


-내구도: 1500


-특성: 정화


설명: 수룡의 힘이 미약하게 깃들어있는 심장이다.


역시 예상에 맞게 무척이나 좋다.

요새 대박인 아이템들이 손에 많이 들어온다.


"특성이 정화라."


이건 액티브 스킬이 아닌 패시브 스킬인 거 같았다.

지금까지 패시브 스킬은 본 적이 없는데 만족스럽다.

수룡한테는 불쌍하지만 힘들게 잡은 보람이 있었다.


"스테이터스"


-이름: 무 진.

-종족: 인간.

-나이: 26

-직업: 무직

-레벨: 102

-경험치 12%

-마력: 4950 + 1500

-공격력: 590

-방어력: 386

[스킬] : 물방울, 진각, 공상 마법, 오러


[띠링]


[100렙 달성 : 랜덤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테이터스를 켰는데 때마침 연속으로 좋은 일이 생겼다.


"물방울..?"


다만 스킬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들어 줄 거면 워터 실드나 워터 아이기스 아니면 비눗방울이라고 해주지.'


상상도 하기 싫은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스킬로 만들어진 거 같았다.


"하하하! 춤은 그렇게 추는 게 아니지, 잘 봐라!"


"멋없다! 춤은 이렇게 추는 거다."


모닥불 근처에서 드워프 할아버지와 로아가 마구 춤추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은 인간 할아버지와 말을 잘 따르는 악어의 모습이었다.

그 관경을 흐믓하게 바라보았다.


"영감님.."


제법 오래 지냈는데 영감님이라고만 불렀지 아직 성함도 물어보지 않았다.

아니, 물어보지 않은 게 아니라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이곳을 떠나면 다신 보지 않을 드워프와 몬스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세 정이 들어버렸나보다.


"영감님, 성함이 뭐세요?"


"엉? 지쿠다."


"예? 끝이에요?"


"그냥 그렇게 불러 이놈아."


"더 알려주시지.."


"늙은이 이름 알아서 뭐 하려고!"


성함의 전체를 알고 싶었지만 안 알려줄 기세였다.


'뭐, 상관없나?'


"지쿠 할아버지."


"뭐, 이놈아, 너도 춤추고 싶냐?"


"그런거다?"


미처날뛰는 흥을 무진이한테도 전파하려 했다.

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드워프 할아버지와 로아를 쳐다보았다.


"저랑 같이 지상에 갈래요?"


"지상? 지금도 지상에 있는데?"


"맞다. 이곳도 지상이다."


가시 싫은 것을 돌려 말한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물어보았다.


"이곳 땅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말하는 곳은 인간들이 더불어 사는 곳을 말하는 거예요."


"가봤다. 공격만 받는다."


"너 말고, 드워프 할아버지."


로아도 데리고 가고 싶지만 로아는 태생부터가 몬스터이다.

아무리 말을 해서 의사소통이 된다 해도 모습이 무서워서 기피하고 토벌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에잉, 난 됐다. 남은 인생 힘들게 뭐 하러 올라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을 당했다.


"그렇군요.."


진심으로 말하면 같이 가줄 거 같았기에 약간 씁쓸했다.


"그러면 다음에 꼭 제가 다시 한 번 찾아오겠습니다."


이제 곧 떠날 것이니 기분 좋을 때 헤어짐을 예고하였다.


"나 죽기 전에만 오면 돼. 괜히 흥이 다 식어버렸잖아!"


"상관없다. 언제든 환영이다."


"그러면 마십시다!"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술이 들어있는 잔을 높게 들어 올렸다.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파티가 될 수도 있기에 힘껏 외쳤다.


"다음을 위하여!"


"위하여!


"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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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멸망한 베이아스 제국(1) 18.12.27 68 0 11쪽
44 짠물 마을(6) 18.12.25 77 0 11쪽
43 짠물 마을(5) 18.12.24 93 0 11쪽
42 짠물 마을(4) 18.12.21 85 0 11쪽
41 짠물 마을(3) 18.12.20 78 0 11쪽
40 짠물 마을(2) 18.12.19 90 0 12쪽
39 짠물 마을(1) 18.12.18 86 0 11쪽
» 수중 도시와 몬스터(7) 18.12.17 90 0 11쪽
37 수중 도시와 몬스터(6) 18.12.14 90 0 11쪽
36 수중 도시와 몬스터(5) 18.12.13 83 0 11쪽
35 수중 도시와 몬스터(4) 18.12.12 88 0 11쪽
34 수중 도시와 몬스터(3) 18.12.11 86 0 11쪽
33 수중 도시와 몬스터(2) 18.12.10 88 0 11쪽
32 수중 도시와 몬스터(1) 18.12.07 93 0 11쪽
31 베이아스 가는 길(4) 18.12.06 93 0 11쪽
30 베이아스 가는 길(3) 18.12.05 88 0 11쪽
29 베이아스 가는 길(2) +2 18.12.04 97 0 11쪽
28 베이아스 가는 길(1) 18.12.03 95 0 11쪽
27 출발(1) 18.11.30 94 0 12쪽
26 출발 준비(3) 18.11.29 99 0 11쪽
25 출발 준비(2) 18.11.28 99 1 11쪽
24 출발 준비(1) 18.11.27 97 0 11쪽
23 탈옥(1) 18.11.26 106 0 11쪽
22 탈옥(1) 18.11.24 111 0 11쪽
21 후퇴(1) 18.11.23 10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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