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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화급 스킬 조립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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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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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협곡의 승부(2)

DUMMY

---

<외장형 마나 반지> - 제후

마나가 저장되어 있는 특별한 반지. 마나를 모두 소모해버린 탈진 상황에서 사용한다. 재충전되지 않는다.

- 저장된 마나량 72,229pt

---


한피수는 인벤토리 속에 있던 반지 하나를 꺼내 놓고 망연자실했다.

‘···이걸 어떻게 잊고 있었지?’

예전에 킬선장이 던지고 간 물건이었다. 이것 때문에 심해어에게 쫓기다가 예언의 서를 얻었다. 그 후로 차원수 속에서 수련할 때 한번씩 유용하게 쓰긴 했지만 미궁에 들어오면서는 거의 인벤토리에 처박아 두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눈에 띄니까.’

심해어의 눈을 뒤집히게 만들 정도로 정직하게 마나의 기척을 뿌려대는 물건이었다. 한피수 같은 초보 헌터가 이런 귀물을 꺼내놓고 다니는 건 강도님 제발 와주세요 하고 고사를 지내는 격이었다.

‘그리고··· 여차할 때 정팀장의 잉크를 쓰려고 아껴두기도 했지.’

심해어에게 공격당했던 당시의 기억이 꽤나 트라우마가 되었다. 정팀장의 잉크병을 3분의 1 좀 넘을 정도로 비워버리고 나서야 겨우겨우 막아낼 수 있었던 공격. 그때 빨려나간 마나만 5만 포인트에 육박했다. 또 그런 일이 생길까봐 마나를 함부로 쓰기도 무서웠던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번에는 진짜 다이빙하다가 죽을 뻔했는데도 이걸 생각 못했다니···

한피수가 자신의 정신상태에 대한 심각한 반성을 이어가고 있을 때, 피곤하다고 입을 꼭 다물고 있던 밀로스의 조율자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밀로스의 조율자가 자연스런 일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스럽다고요?”


[밀로스의 조율자가 당신을 업적으로 이끄는 미지의 힘이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그 메시지가 들려오기 무섭게 시야의 한 켠에서 예언의 서가 저절로 펼쳐졌다. 그게 바로 자신이라고 어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밀로스의 조율자가 걱정은 말라고 합니다. 약간의 트릭과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어쨌든 덕분에 스스로의 힘으로 온전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으니 좋은 일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침묵에 빠져듭니다.]


불러보아도 밀로스의 조율자는 말이 없었다.

이제 한피수는 예언의 서를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네가 내 기억을 가리기라도 했다는 거야?”

팔락.

예언의 서의 책장이 한 번 넘어갔다. 어쩐지 그 뜻이 자명하게 다가왔다. ‘긍정.’

설마 대답을 들을 줄이야? 한피수의 눈이 조금 커졌다.

“어째서? 업적을 이루게 하려고?”

팔락 팔락-

이번엔 두 번 넘어갔다. 부정.


한피수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너.. 진짜 말 알아듣는 거냐?”

팔락-

한피수의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지고 다급해졌다.

“그럼 왜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었지? 아니, 그 전에, 업적 때문이 아니라면 내 기억을 왜 가렸지?”

팔락팔락팔락팔락-

예언서 녀석이 뭐라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한피수는 생각에 잠겼다.

예언의 서라는 건 정말 이상한 물건이었다. 스킬로 등록된 것도 아니고 아이템으로 등록된 것도 아니다. 내 것처럼 쓰고 있지만 방금 드러났듯이 완전히 내 것도 아니었다.

이건 대체 뭐하는 물건인 걸까? 아니 그 전에···


‘멜서스의 영령들은 왜 나한테 이걸 맡긴 거지?’


예언의 서를 완성시키라는 이야기만 들었지 완성시켜서 뭘 하라는 말도 듣지 못했다.

그것도 퀘스트들을 해결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그래서야 남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거 아니야? 함부로 믿어도 되는 걸까?


한피수는 예언의 서를 빼곡하게 채운 노란 느낌표를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인정해야 했다. 이제 와서 이 유용한 물건을 쓰지 않을 수도 없다. 설령 버리고 싶다고 해도 버릴 방법도 없었다

받아들여야 한다. 애초에 이 미궁이라는 건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거니까..

모르면 당해야하고, 당하면서 배워야 하는 것.

중요한 건··· 어쨌든 간에 멈추지 않는 것.


“···아무튼 앞으로는 나 모르게 그러지마. 아니. 애초에··· 그럴 틈을 주지 않을 거야. 까불지 말라고 책 주제에.”


팔락!


예언의 서는 어쩐지 힘차게 대답했다.


왠지 피곤해진 한피수는 의자에 늘어져 앉았다.

이렇게 잠시라도 앉아서 머리속을 비우려고 하다보면 머릿속으로 계속 보글보글 소리가 들렸다.

무겁디 무거운 차원수가 살갗을 스치는 것 같다. 지금 안락하게 의자에 앉아 있어도 여전히 자신의 일부분은 차원수 속에 잠겨 있는 기분이다.

‘어쨌든 죽을 뻔했던 거지··· 또...’

죽다 살아난다는 경험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다.

‘남산 비탈길에서도 죽을 뻔했다가 살아났었지···’

그때는 개척자로 각성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늘 따분하고 지루했던 인생에 홍수처럼 밀어닥친 도파민의 해일. 이제 돌아보면 그동안 거의 미친놈이었다.


그러다 이번 다이빙을 겪고 나니···

어딘가 차분해진 것 같았다.

차원수의 어둠이 떠오르고, 그 안에서 발버둥 치던 자신의 모습이 자꾸만 보이는 것 같다. 보다 객관적으로, 제 3자의 눈으로 자신이 다시 보였다.


나는 어디 있나. 무얼 해야 하나. 내게 어떤 스킬과 아이템이 있는가,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한피수는 중얼거렸다.


“이제는 절대 놓치지 않아.”


마음 한 곳을 항상 차갑고 무겁게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격류에 휩쓸려버리는 거야. 예언의 서가 내 눈을 가렸든 말든··· 아니 애초에 그런 걸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나를 철저히 이해하고 통제하고, 내 가능성을 120% 끌어써야 했다.


‘[조립]은 내가 피워낸 적성. 그 쓰임새도 발전상도 내 성장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지.’


개척자로 각성하던 순간 들었던 메시지가 불현듯 떠올랐다.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동안 그걸 잊고 살아왔던 기분이다.

웃기지도 않아.

자신의 감정에 취해 미친놈처럼 무모해지지를 않나, 예언의 서라는 놈의 수작에 넘어가 뻔한 사실도 기억 못하질 않나··· 그건 헤엄을 친 게 아니라 그냥 휩쓸린 거다.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격류에. 다시는 그런 멍청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설마··· 예언의 서는 이것도 예상한 건가? 이 일로 인해 내가 성장하길 바라고 내 기억을 가린 걸까?’


물어볼까 했지만 묻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얻게 된 깨달음도 모두 안배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 고맙게 생각하마.’

덕분에 정신을 차렸으니까. 하지만 다시는 그러지 못할 거다.


한피수는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나반지를 손가락에 꼈다.

오늘은 오크들의 족장과 싸우는 날이었다.



**

“드루와··· 드루와아아!”


협곡에 아련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해적두목 레놀의 것이었다. 끌려다니느라 쇠약해진 몸. 끼니를 제때 못 챙겨서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마나. 한피수는 그런 놈을 오크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길목에 풀어놓았다.

남은 건 악밖에 남지 않은 레놀은 긴 칼을 휘두르며 바락바락 소리 질렀다. 놈도 잘 알 것이다. 소리를 지르면 지를수록 더 많은 오크들이 모여들고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당장 소리를 지르며 기합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눈 앞의 오크들로부터 살아남을 자신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계산대로 움직일 만한 여유 자체가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로 긴 칼을 휘두르는 레놀. 덕분에 한피수 일행은 신전 앞에서 오크 족장과 오붓하게 대면할 수 있었다.


쿠아아아악-!


오크 족장의 첫인상은 포효였다.

근거리에서 듣는 포효는 멀리서 듣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우르르- 사방을 떨쳐 울리는 그 소리 자체가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3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몸이 오히려 작디작은 껍데기고 그 안에서 튀어나온 훨씬 더 거대한 포효가 본체인 게 아닐까?

한피수는 훅 끼치는 입냄새와 아플 정도로 떨리는 공기가 입을 쩌억 벌리는 환상을 보았다.

몸은 굳고 머리는 아찔했다. 그때 한피수는 깨달았다.


“정신차려! 이거 스킬이다!”


위이이잉-!


<기열 신경 유저 1.5>가 폭발하듯 회전하며 뜨거운 마력을 사방으로 뿜어냈다. 그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도지수가 화들짝 물러서서 일행을 잡아당겼다. 박동수와 유현민이 뻣뻣한 나무토막처럼 연옥사슬에 이끌려 뒤로 물러선다.

하지만 한피수는 물러서지 않고 굳건히 섰다.


크륵?


오크 족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일단 퇴각해요! 하, 하필 피어 스킬이 이렇게 고등급일 줄은···! 이대론 싸울 수 없어요!”


도지수가 절박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한피수는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버티고 섰다. 그는 싸움 전에 했던 다짐을 되새겼다.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아.’


지금 손가락에 끼고 있는 마나반지. 밀로스의 조율자 말에 따르며 예언의 서가 약간의 ‘트릭’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한피수는 그 반지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결국 자기 잘못이다.

그래서 통렬하게 반성했고 철저하게 연구했다.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크와아악!


오크 족장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그냥 달려들어도 될 터인데, 포효에 굴복하지 않는 한피수가 거슬렸던 모양이다.

피어는 아까보다도 더 강해졌다.

“우에에엑!”

저항하던 도지수가 구토를 하며 주저 앉았고 박동수와 유현민은 아예 바닥에 쓰러져 파들거리고 있었다. 한피수도 온전치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운 압박감. 당장이라도 입밖으로 나올 것처럼 요동치는 내장. 아찔한 현기증. 하지만 그의 눈은 기회를 포착한 맹수처럼 번쩍였다.


그는 고블린 대족장과 싸웠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조립재료 탐색>을 싸움에 응용했지.’


고블린 대족장의 검술을 분석해 ‘호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 호흡부터 무너뜨렸다. 조립 능력을 이용해 약점을 찾아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단순한 활용이었어. 몰랐던 거지. [조립]이란 적성으로··· 무얼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무등급이다.

그게 어쩌면 신화급조차 뛰어넘는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맞을 것 같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시작 페널티도 만만치 않은 적성. 솔직히 그 말도 안되는 마나량으로 마력기관을 만드는 건 보통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각성한 첫날 각성 특전을 이용해 스킬을 쓸어 담지 않는 이상은.

따라서··· 모든 건 쓰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적성이 될 수도 있지만 신화급조차 뛰어넘는 적성이 될 수 있는··· 그렇기에 무등급인 스킬.


‘그러니까··· 이건 단순히 약점 파악에서 끝나는 게 아니야.’


크와아아악-!


폭풍처럼 몰아치는 오크의 피어에 맞서며 한피수는 스킬을 발동했다.


[조립재료 탐색 LV3]


오크 족장에게서 시작해서 사방을 옥죄는 피어. 그 한복판에서··· 한피수는 설계도를 보았다. 유조선처럼 거대하고 복잡한 스킬의 설계도를. 하지만 한피수는 그 크기에 압도당하지 않았다.


‘역시 탐색 스킬이 3레벨이 되니까··· 전과 완전 다르다.’


심지어 이 복잡하고 거대한 설계도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도 있었다..


‘특정한 마력의 파동으로 주변을 장악하는 기술이야. 그 마력장 안에서는 내상을 입고 행동을 제약 당할 수밖에 없지. 물리적인 실체를 가진 존재뿐만 아니라 정령과 같은 영체들도 붙잡아 둘 수 있겠다. 묶어놓고 팬다. 단순하지만 지극히 강력한 스킬이다. 영웅급이 틀림없어.’


원리를 알았으니 그 다음은 메커니즘이었다.


‘마력을 폭주시키는 스킬, 마력에 의지를 담는 스킬··· 이건 나도 있는 거야. 마력을 뿜어내는 스킬, 마력을 부드럽게 뿜어내게 하기 위한 부속 스킬··· 이런 건 부수적인 거야.’


오크 족장의 피어를 낱낱이 분해해 더 중요한 스킬과 덜 중요한 스킬을 나누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다.


‘가장 핵심은 공명스킬!’


마력을 진동시켜서 주변에 마력장을 만들어내는 핵심 재료였다.


‘이거면 됐다.’


한피수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역시··· 뱀독을 해독하는 방법은 뱀독 그 자체에 있지.’


[띠링! <마력 공명 장치 - 종자>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수집하시겠습니까? 300pt의 마나가 영구적으로 소실됩니다!]


잘게 쪼개지 않고 덩어리 하나를 통째로 뜯어냈다. 스킬이 하나의 유조선이라면 그 안에서 추진장치를 통째로 복제한 격. 덕분에 마나의 소모가 컸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당장 마나통이 작아지지만 괜찮아. 마나반지로 필요한 만큼 채울 수 있다.’


한피수는 뻣뻣한 목을 들어 오크 족장과 눈을 마주쳤다. 놈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려있다. ‘버러지. 네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내 피어를 벗어날 수는 없다.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뭐 그런 표정이 아니었을까?


위이이잉-!


오크의 도발에 대한 한피수의 대답은 폭주하는 기열 코어였다.

다만 아까와 달리 그냥 돌아가는 게 아니었다. 특정하게 진동하며 공명을 만들어냈다. 마력이 공명한다. 오크 족장의 피어와 정확히 반대되는 파형을 그린다.


와아아앙!


후끈한 열기와 함께 마력이 쏟아졌다.


“크와아아아··· 악?”


갑자기 누가 귀를 막은 것 같았다. 세상을 다 부숴버릴 것처럼 울려 퍼지던 오크 족장의 포효가 물 속에서처럼 먹먹하게, 작게 들렸다.


“헉!”

“후욱!”

“푸··· 풀렸다?”


피어에 걸려들어 개구리처럼 굳어 있던 유현민, 박동수, 도지수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어깨를 떨었다. 여전히 압박감이 남아 있지만, 충분히 자신들의 마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크 족장의 주력 스킬 중 하나인 피어가 파훼 되었다.


“다들 정신차려. 고작 패턴 하나 넘은 거야. 다음엔 어떤 카드를 꺼내드는지 보자고.”


가장 앞에서, 한피수는 자세를 살짝 낮추고 어깨에 혈검 큘라를 걸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놀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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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개척자는 왜 미궁으로 내려가는가(2) +33 18.12.24 23,218 910 12쪽
28 개척자는 왜 미궁으로 내려가는가(1) +48 18.12.22 23,765 1,02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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