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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신화급 스킬 조립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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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요
작품등록일 :
2018.11.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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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하는 퀘스트(3)

DUMMY

강물 속 통로는 신비했다. 벽이 있는 것도 아닌데, 개미굴처럼 강물 속으로 뻥 뚫린 통로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물 속에서 헤엄치는 은빛 물고기와 눈을 마주치고 물결이 일렁이는 벽면에 손을 뻗어 만져보기까지 하다보면 이게 모세의 기적이란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어느 순간 해적들도 보이지 않았다. 통로가 몇 번이나 꺾여 내려가며 다른 통로들과는 완전히 멀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출구는 예기치 않게 나타났다.


콰콰콰콰!


“모두 꽉 잡아!”


갑자기 통로의 중간을 딱 잘라먹으며 나타난 거대한 돌개바람이 강물과 함께 한피수 일행을 빨아들였다. 부웅- 속이 울렁거린다. 몸이 이리저리 휘둘려지더니 허공으로 치솟았다.

엄청난 소음이 귀를 덮고 몸이 뱅글뱅글 돌고 으아아아아 내지르는 자신의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쯤,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지고 쏴아아- 물 떨어지는 소리가 고즈넉하게 들렸다.

하늘 높이 빨려 올라간 그들이 물과 함께 허공으로 던져진 것이었다.


“추락에 대비하십쇼!”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박동수였다. 그가 마나를 주입하자 투명한 연옥사슬이 빛을 뿌리며 낙하속도를 줄여주었다.

착! 차작!

덕분에 일행은 별다른 피해없이 어떤 절벽 위에 내려설 수 있었다.


그들을 날려버렸던 용권풍은 그들의 눈 앞에서 점점 가늘어지다가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처럼 소멸해버렸다.

후두둑. 비가 떨어지고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그런데 여긴···”

그리고 일행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압도당했다.


“이, 이런 곳이 있었다니···”

유현민은 말을 잇지 못하고 제 입을 막았다.

“...이런 걸 기록 보관소에서 찾아냈다고요? ···혹시 천재세요?”

도지수는 사방을 둘러보며 입을 쩍 벌렸다.

박동수는 어떤 감회를 느끼는 듯 손을 가슴에 올리고 심호흡을 했다. 눈이 어쩐지 글썽글썽하다.


한피수 원정대의 앞에 나타난 풍경은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여기는··· 한피수 협곡이 되는 것입니까? 이건 정말··· 대단하네요.”


박동수가 감격을 겨우겨우 삼키며 말을 꺼냈다.

한피수도 별반 다르지 않은 심정이었다. <구불거리는 산> 에란의 석판에서 읽어냈던 키워드 하나가 뇌리를 스쳤다.

터무니없지.


‘이걸 어떻게 고작 구불거리는 산이라고 표현할 수가 있냐?


한피수가 경험해본 가장 크고 장엄한 산은 서울 북쪽에 있는 북한산. 수많은 암석들이 모여서 만든 북한산도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절경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잖아?

품고 있는 세월과 신비가 다른 것 같았다.

구름을 통과하는 두 개의 절벽이 까마득하다. 두 절벽 사이로 그들이 지나온 강이 구불구불 흐르고 있고, 절벽 너머로는 또다른 절벽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군데군데 폭포가 쏟아지고··· 나무와 안개사이론 돌담과 색이 바랜 조각품들과 무너지고 흔들거리는 다리들이 있었다. 이끼에 덮이고 군데군데 패여 있고 고즈넉했다.


협곡을 따라 지어진 도시가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방문객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협곡 사이로 세워진 대단한 건축술과 군데군데 아직도 빛을 발하고 있는 알수 없는 문양들. 대단한 기술을 가졌던 문명의 흔적 같았다.


“버려진 유적···”


계속 이죽거리고 비아냥거리던 레놀마저 주위를 둘러보며 위대한 발견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조심해야 하는 곳이 바로 미궁이었다.

저토록 신비한 유적지가 버려진 이유, 이 모든 문명을 파괴한 원흉 역시 함께 그곳이 있을 테니까.


“쉿-!”


한피수가 날카롭게 잇새소리를 내며 자리에 엎드렸다. 연옥사슬이 알아서 일행들을 끌어당기고 순식간에 모두가 바닥에 엎드린다.


크르르-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쿵!

저벅 저벅. 쿵!


2미터가 훌쩍 넘는 키. 기둥처럼 두꺼운 허벅지. 절벽을 자유롭게 타고 다니는 억세고 큰 손.

어금니 사이로 질질 흘리는 침. 붉게 충혈된 눈. 그르릉 그르릉 가슴을 들썩거리는 깊은 숨과 흉포한 마력의 울림. 마주치는 사람을 맨손으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도 남을 악의.


‘오크!’


영상자료로 봤던 모습 그대로였지만 직접 마주하자 그 위압감은 차원이 달랐다.

그제서야 한피수는 에란의 석판에 쓰여진 <뛰어난 전사>라는 키워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큼 오크는 특별한 괴물이었다. 전투지능이 극도로 발달해서 자체적인 검술과 스킬을 발전시켰고 그 덕분에 똑같은 오크라고 해도 전투능력은 개체별로 천차만별이다. 오크는 문자 그대로 뛰어난 전사들이었고 사람이 그렇듯 그 성장의 한계가 굉장히 높았다. 종족의 등급만 보고 함부로 까불다가는 한순간에 끝장나는 수가 있다.


‘하지만··· <미천한 자의 낮은 포복>은 아직 잠잠하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의 관심을 알아챌 수 있는 스킬. 달리 말하면 그 자체가 하나의 전투력 측정기였다.


‘적의 수는 다섯.’


아무리 오크를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결국 그들의 종족 평균은 종자급. 그 정도 괴물 다섯이면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

‘내가 신호하면 달려들어.’

한피수는 수화를 보내놓고 무너진 돌담 사이를 천천히 기어 오크들에게 다가갔다.


그륵?


한 놈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검 끝을 살짝 들어올리며 주위를 살폈다. 조금 낡긴 했지만 아직도 광택이 살아있는, 제대로 된 검이었다. 검의 크기도 오크의 몸집에 비해서는 조금 작은 게, 아무래도 사람이 쓰던 무기를 노획한 것 같았다. 물론 그 사람이라는 게 지구인은 아니고, 아마도··· 아주 먼 옛날에, 이 유적지가 이런 폐허가 되기 전에 이곳을 지키던 사람의 검이었겠지.


개척자로서의 경력은 짧지만··· 이젠 한피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미궁 속에서 수많은 세계가 멸망해왔다는 것을. 혈검 큘라를 남겨준 아슬란의 영령과 예언의 서를 남겨준 멜서스의 영령들 덕분에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런 생각을 하자, 불쑥, 눈 앞의 오크들이 미웠다.

이 아름다운 협곡과 그런 협곡 사이로 건물을 쌓아올린 찬란한 문명을 파괴한 괴물들.


‘이젠 그 대가를 치러야지.’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부스스-


무너진 잔해들 사이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한피수의 모습은 마치 귀신 같았다.

크륵?!

흉포한 오크들마저 깜짝 놀랄 정도로, 갑작스러운 등장이었고 살기 넘치는 분위기였다.

한피수가 혈검 큘라를 어깨에 걸고 앞으로 뛰어든다.

쿵!

파앗!

오크 하나가 허둥지둥 도끼를 들어올렸지만 이미 어깨를 베이고 연보라빛 피가 튀어오른 다음이었다.

‘제법 단단해.’

차아악!

한피수는 포탄같은 돌진의 여력을 흩어내며 능숙하게 몸을 틀었다. <중심 이동>과 <자세 변경>을 사용해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이 며칠 전과는 달랐다. 쿵!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한 한피수가 또다시 달린다. 쿵 소리가 날 때마다 붉은 궤적이 오크들을 긋고 연보랏빛 피는 후드득 떨어진다.


“저 아저씨는 그 사이에 또 실력이 늘었네··· 진짜 천재인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지수는 승부욕이 들었는지 입술을 깨물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스걱! 서걱!

혼란에 빠진 오크 무리 사이로 파고들어 벼락처럼 검을 휘두른다.

“따라붙어!”

그 뒤를 이어 유현민이 오크를 몰아붙이고 박동수는 허둥지둥하는 오크를 창으로 찔러 숨통을 끊었다. 싸움이 아니었다. 말소리조차 없는 일방적인 사냥이었다.


그렇게 오크 다섯 마리를 모두 처치했을 때, 한피수 원정대는 귀를 울리는 웅장한 알림음을 들었다.


[밀로스의 조율자가 당신들을 지켜봅니다.]


“영령···!”

도지수는 눈을 커다랗게 떴고 박동수와 유현민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령이다!”

“역시···!”

그 둘이 전리품 분배까지 포기하고 한피수를 따라다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역시! 형을 따르기로 한 건 최고의 선택이야!’

타고난 적성에 따라 익힐 수 있는 스킬 등급이 제한되어 있는 개척자의 세계. 또한 수련을 하면 얻을 수 있는 공용 스킬이 아닌, 자신만의 스킬을 갖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려운 미궁. 그 안에서 적성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극히 희소했는데, 영령의 후원을 받는 것이 바로 그 희소한 방법들 중 하나였다.


[밀로스의 조율자가 신전도시를 파괴한 무도한 오크무리에 대한 응징을 원합니다.]


개척자들을 시험하고 힘을 내려준다는 신비한 후원자. 한피수 원정대는 기대감으로 부푸면서도 살갗을 저미는 한기를 느껴야만 했다.

“영령들의 시험은 하나같이 어렵다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고블린 3천마리처럼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오는 건 아니겠죠? ···이번엔 마약 같은 것도 없는데.”

유현민이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안개와 수풀, 그리고 유적지로 여기저기가 가리워진 높디 높은 협곡. 그 안에 어떤 괴물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아까랑은 또다른 의미로 소름이 돋았다.


“근데 형··· 진짜 없어요?”

“없어.”


고블린 때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직은.

한피수는 뚜벅뚜벅 걸어 오크들의 사체를 뒤졌다.


‘역시 있네.’


얇은 가죽으로 만들어진 두루마리. 두루마리를 펼치자 한피수에게만 보이는 빛이 쏟아졌다.


[띠링! 오크 정찰병의 조잡한 지도를 획득하였습니다. 주어진 과제를 완수하여 업을 충족했습니다. 예언의 서가 보상을 내립니다. ‘보상 : 지도 업데이트’.]


지도가 그려졌다.


‘대장간, 광산, 사냥터, 폭포, 숙영지··· 이번엔 약초밭은 없네. 그런데··· 신성한 우물? 이건 뭐지?’


지명 하나가 한피수의 눈에 밟혔다.


‘이게 그건가? 마나에 좋다는···’


[밀로스의 조율자가 당신에게 특별한 기대를 보입니다. 오크들을 몰아내고 밀로스의 유산을 가져가 보라고 채근합니다.]


‘뭐지? 특별한 기대를 보인다고?’


한피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일행들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지 주변을 정찰하고 있었다.


‘이거 나한테만 들리는 메시지인가?’


그러자 대답이라도 하듯 바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밀로스의 조율자가 당신은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보여준 가능성을 믿는다고 말합니다. 실망시키지 않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덧붙입니다.]


‘아슬란의 게이트를 활성화시켰던··· 그것 때문인가?’


업적을 달성해서 미궁의 영령들의 주목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그 효과 때문인 듯했다.

한피수는 속으로 말했다.


‘열심히 할 테니까 잘 챙겨주세요.’


[밀로스의 조율자가 잘 챙겨줄 테니 미궁이 인정할 만한 업적이나 내놓으라고 핀잔을 줍니다.]



**

“혹시 이렇게 생긴 녀석 못 봤어?”

“크으윽···

“아니. 봤냐고 못봤냐고.”

“으흐흑··· 아니··· 못···”

“못봤어? 그럼 진작 말하지 그랬어.”


따악!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물덩이가 떠올라 쓰러진 남자들의 머리를 감쌌다.


보글-

읍-읍-!


찢겨진 검은 깃발. 10명 규모의 소규모 해적들은 얼굴을 틀어막은 물덩이를 벗어나 보려고 손발을 허우적거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버둥거리던 손발이 점점 힘을 잃고 축 늘어진다.


“하아··· 어디로 간 거야? 무려 선장님 지시인데···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흔적이 끊길 수가 있지?”


남자는 바다빛 머리칼을 북북 긁었다. 구릿빛으로 잘 탄 얼굴에 늘씬한 체격. 마리오는 엑소더스 해적단의 일원으로 A급 현상수배범이기도 했다.


“인근에 스킨헤드 해적단이 설치는 것 같던데··· 계속 혼자서 탐문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닌가 싶고···”


군소 해적들은 전혀 두렵지 않지만 스킨헤드 해적단은 무서웠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어깨를 감싸 쥐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마리오의 눈에 문득 커다란 강이 들어왔다.


“근데 저 강 진짜 크네··· 수심도 상당히 깊은지 아주 어둡고.”


마리오는 통로 몇 개를 훌쩍 건너 뛰어서 강물 근처로 다가갔다. 미궁의 통로들을 굽이굽이 휘돌며 허공에 저 홀로 떠서 흐르는 강물. 그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보이지도 않았다.

이따금 수면을 박차고 은빛 물고기들이 뛰어올랐다.


“음··· 그래. 일단은 이 강물 주위로 움직여야겠다. 물속에서라면 스킨 헤드 해적단이 쫓아와도 도망칠 수는 있을 테니까.”


안심을 했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던 마리오는 문득 튀어오르는 은빛 물고기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배가 좀 고프네. 저거 구워먹으면 맛있을까?”


그리곤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풍덩! 강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놀러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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