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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채아노
작품등록일 :
2018.11.17 19:05
최근연재일 :
2018.12.28 00:34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45
추천수 :
115
글자수 :
217,843

작성
18.11.17 19:08
조회
944
추천
8
글자
7쪽

행복이라는 것에 대하여

DUMMY

길을 걷는다.

시간은 저녁쯤 되는 것 같다.

늘 푸른 줄 알았던 하늘은 노을이 주황색으로 칠하고 있었고, 구름에 색이 입혀진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웬 잡생각이 떠오른다.


태양과 달은 뜨고 진다.

아침이 지나면 밤이 오고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기 마련이다.

물론 북극의 백야현상이나 남극의 극야현상처럼 예외는 있기 마련이지만,

세상은 돌아간다.


무엇인가가 떠오른다는 것은 언젠가는 진다는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으며 시간은 흘러간다.

마치 톱니바퀴처럼.

그래. 톱니바퀴처럼.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는 3가지의 성별이 있다고 하더라.

남자, 여자 그리고 고3.

시험을 못 봤으면 괜찮다며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라고 쿨하게 넘기는 사람도

수능 한 달 전 쯤 되면 불안에 떨고 스트레스로 짜증을 낸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하는 것 같다.


신호가 바뀌었다.

횡단보도를 걷는다.

중간고사와 6월 모의고사가 끝나고 다가오는 기말고사를 위해 학원을 향해 걷고 있다.

학교, 학원, 집

이런 생활에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오늘은 톱니바퀴처럼 느껴진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으나 언제까지고 삶은 비슷하게 돌아갈 것이고, 자라면 사회에 톱니바퀴가 되어 굴러갈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 건 고3이 되고 나서이다.

중학교 때는 굉장히 공부를 잘했다.

꿈도 크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때 점수가 떨어졌지만

콩나물시루라고 생각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은 떨어지지만, 콩나물은 자란다.

지금 당장은 점수가 나오지 않아도 결과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불확실성이라는 게 참 무섭다.

동전을 튕겼을 때 앞면이 나온다고 그다음에 뒷면이 나오지 않는다.

앞면만 계속 나올 수도 있고 앞면, 뒷면, 뒷면, 앞면이 나올 수도 있고,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다.

9월 10월 모의고사를 잘 쳐도 수능을 못 볼 수도 있고 9월 10월을 못 봐도 수능을 잘 치를 수도 있다.

6월도 잘 보지 않았는데 9월 10월이 잘 나올 수 있을까?

9월 10월을 혹시나 잘 본다고 하더라도 수능이 잘 나온다는 보장이 있을까?


왠지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오늘은 별로 수업을 듣고 싶지 않아졌다.

출석 체크만 하고 그냥 나와야겠다.


"이름이?"


"최원호요."


"교제 받아가세요."


내 이름 옆에 동그라미가 쳐졌다.

늘 앉던 자리에 가방을 걸고 학원에서 나왔다.

아직 수업 시작하기 몇 분 남았으니 화장실이나 편의점에 갔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름이라 저녁인데도 더웠다.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가 시원하게 바람이나 맞으면서 가만히 있고 싶어졌다.

어디 높은 곳으로 가면 될 텐데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학교에 갔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옥상에 도착했다.


덜컹


문을 닫았다.

아무도 내가 여기 있는지 모를 것이다.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적당히 시원했고 괜찮은 기분이었다.


바람을 맞으면서 눈을 감았다.

별생각이 다 났다.

오늘 먹었던 아침밥,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 내용, 3교시 때 공부하다가 한 낙서, 학원 땡떙이 치는 건 처음인데 괜찮으려나. 하는 시덥잖은 생각을 했다.


잠이 들것만 같아서 눈을 떴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핸드폰을 보니 7시가 넘었다.

아무래도 여름이니까 저녁인데도 환했다.


"......"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난 지금 행복한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었다.

친구들과 놀 때는 재미있었고 시험 점수를 잘 받았을 때는 뛸 듯이 기뻤다.

또 어머니 아버지 가족들과의 추억, 여행, 일상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만큼 의견이나 생각 차이로 인해 충돌도 많았고,

다음 시험도 잘봐야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공부 했고, 현재 부모님과 크게 사이가 좋지 않다.


"절대적인 행복이라는 게 있을까?"


존재 자체로 행복, 생각만 해도 행복, 누구나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있었을까?


"......"


없었던것 같다. 아니 단언할 수 있다.


'없다'

적어도 절대적인 행복이라는 건 없다.


행복이란 상대적인 것.

무엇인가 비교할 게 있어야 행복한 것이었다.

100점만 맞는 아이가 85점을 맞았을 때 그 아이는 불행하겠지만

50점 60점만 맞는 아이가 85점을 맞았으면 그날은 그 아이의 기념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불행도 마찬가지이다.

절대적인 불행이라는 것도 없고 누군가에게 불행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이 될 수 있으며

'남과의 비교를 통해 더 큰 행복을 얻을 수도 더 큰 불행을 얻을 수도 있다.'


고3이 되어서야 행복에 대해 자세하게 생각을 했다.

그리고 느꼈다.

약자가 되었다고.

공부를 잘 할 때는 항상 행복하다고 느꼈고 이런 본질을 파고드는 생각 따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약자가 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생각이 깊어지게 된다.

약자가 아닌 사람은 시스템에 타협하고 순응하며 살 수 있으니까.

웃음이 나왔다. 나에 대한 자조(自嘲)였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

핸드폰에는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일듯한 질문을 말했다.


"만약 내가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다면 나는 행복했을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대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세상이 있을까?

나도, 약자인 나도, 강한 사람이었다가 약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을 직시하게 된 나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있을까?

지금까지 채워가기만 했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세상, 세계가 있을까?


정지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울리던 핸드폰의 진동도, 앞으로 달려나가는 자동차의 견적도 나에게 만족감을 주었던 바람도 모두 멈췄다.


아니.


멈춘 건 나의 인식, 그리고 생각인가.


일어난다.

걷는다.

난간에 상반신을 기댔다.

갈비뼈가 닿아서 압박감을 느꼈다.

난간 때문인가, 지금까지의 삶 때문인가.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갑자기 한 소설이 생각이 났다.

고3이 될 때까지 심심풀이로, 숙제로, 내신으로, 5번은 봤던 소설이었다.

이상의 '날개'

명동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서(나중에 알았는데 지금은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라고 한다.)이렇게 외친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나도 날아보고 싶다. 날아보고 싶었다.



부유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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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4) 18.12.21 114 1 16쪽
25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3) 18.12.20 124 1 13쪽
24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2) +2 18.12.19 146 2 13쪽
23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1) 18.12.13 228 1 13쪽
22 목을 치면 영화처럼 기절시킬 수 있지 않을까? 18.12.13 179 1 14쪽
21 무도회가 열린다. 18.12.09 192 3 19쪽
20 내게 다소곳이 인사를 한 사람은 무려 이 나라의 성녀였다. 18.12.08 211 3 14쪽
19 가까이서 보니까 털뭉치쯤 됐다. - (2) 18.12.06 229 3 15쪽
18 가까이서 보니까 털뭉치쯤 됐다. - (1) 18.12.05 225 1 15쪽
17 팀빨도 좀 타고 조합도 좀 타고 그래. +1 18.12.04 254 3 15쪽
16 물론 난 갈 생각이 없다. +1 18.12.02 310 4 13쪽
15 저 좀 살려주세요 +1 18.12.01 297 5 12쪽
14 너 무슨 정보창 같은거 보이냐? 18.11.30 328 3 12쪽
13 어쩌다가 막아버렸다. +3 18.11.29 332 4 17쪽
12 상상구현 수업은 인기가 많으니까 빨리 가는 게 좋을 걸 18.11.27 337 4 20쪽
11 오늘은 끔찍한 하루였다. 대강 이유가 4개정도 있다. 18.11.26 352 4 17쪽
10 공격에 낭비가 없고 수비에 투자를 많이 한다 18.11.23 397 4 21쪽
9 물리법칙을 거스르지는 않겠지 18.11.22 422 4 16쪽
8 RPG 게임할 때 마법사를 플레이 해볼껄 18.11.21 434 4 15쪽
7 나는 누구인가 +1 18.11.20 517 6 20쪽
6 공기라도 보고 있으세요 18.11.19 538 6 18쪽
5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 +2 18.11.18 626 7 18쪽
4 가장 중요한 3가지는 상상력, 정신력, 직감이다. +2 18.11.17 667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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