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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곧 힘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연재 주기
채아노
작품등록일 :
2018.11.17 19:05
최근연재일 :
2018.12.28 00:34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44
추천수 :
115
글자수 :
217,843

작성
18.11.17 19:11
조회
666
추천
7
글자
19쪽

가장 중요한 3가지는 상상력, 정신력, 직감이다.

DUMMY

소리는 나를 서서히 숲의 심층부로 이끌었다.

신호의 간격은 조금씩 조금씩 짧아졌고 소리의 크기 역시 점점 작아졌다.

그렇지만 느껴졌다.

송신자의 필사적인 마음이 느껴졌다.

점차 힘이 빠져가지만, 자신을 위해, 혹은 동료를 위해 가지고 있는 마지막 한 방울을 쥐어짜는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렇다. 이건 구조 신호다.

이 기본적이고 중대한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나는 뛰기 시작했다.

벌써 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졌다.


몇 분이나 달렸는지 모르겠다.

평소에는 들리지 않던 심장 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쿵]


달리기 때문에 느껴지는 몸의 무게와 늦지 않았으면 하는 긴장감, 그리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각을 연료로 평소보다 힘차게 심장이 뛰었다.


2명의 사람, 5명의 몬스터가 보였다.

빨간 머리의 사람은 기절했는지 축 늘어진 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몸에는 크고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고 바닥에는 출혈로 인한 피 때문인지 풀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초록 머리의 사람은 몬스터들의 접근을 저지하고 있었다.

보호막처럼 보이는 구체는 두 명을 감싸고 있었지만 5마리의 공격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보호막의 시전자인(것 같은) 초록 머리의 사람은 방어막을 유지하는 게 힘든지 몸을 떠는 주기가 점점 짧아졌고 고개도 점차 숙어졌다.

5마리의 몬스터는 처음 보는 몬스터였다.

고블린과 비슷한 크기와 색을 가졌지만 찢어진 눈, 북슬북슬한 털,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한 쌍의 뿔이 달렸다.


'저게 아버지가 말씀하신 고블린 사촌인가.'


더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몸에 차고 있던 가방을 최대한 힘을 담아 던졌다.

그리고 몸을 던져서 보호막에 붙어있던 고블린 사촌을 덮쳤다.

꽤 빠른 속도로 달렸기에 생긴 가속도와 15살인 나의 몸무게는 몬스터를 넘어뜨리기에 충분한 힘을 만들어 주었다.

가방은 어디 있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멀지 않은 거리에 쓰러진 고블린 사촌의 옆에 있었다.

내가 쓰러트린 고블린 사촌을 살펴보니 죽진 않았지만, 정신을 잃은듯해 보였고 가방에 맞은 고블린 사촌 역시 당장 일어나기엔 힘들어 보였다.

몸에 걸었던 나이프를 손에 쥐고 남은 3마리를 향해 몸을 틀었다.


욱신!


갑자기 통증이 느껴졌다. 왼팔이었다.

왼팔에는 길게 상처가 나 있었다.

고블린 사촌이 기절하기 전 휘두른 눈먼 공격 때문이리라.

상처가 깊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방치한다면 좀 심각해질 것 같았다..



'혼자서 고블린 하나를 잡는 것도 힘든데 왼팔에 상처를 입은 데다가 고블린보다 강해 보이는 몬스터가 3마리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몸은 땀으로 샤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젖어있었고 얼굴에 흐르는 땀 때문에 눈을 뜨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3마리의 몬스터들은 정말 쌩쌩해 보였다.

수적으로도 열세고 아직 15살인 나는 힘도 부족했다.


몸이 떨렸다.

왜 생판 모르는 남을 구하려고 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 도망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오늘 이 숲에 와서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아버지와 함께 사냥해서 한 개의 마석을 구했고 집에서 먹을 말린고기에 대해 불평하면서 집에 간 것이다.

이 광경은 나를 악몽과 죄책감으로 괴롭게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힐 게 분명하다.

도망치자! 도망치자! 도망치자!

내 본성이 나를 이 자리에서 벗어나라고 말했다.


갑자기 고등학생 때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던 나는 그때 과거의 망령에 쌓여있었다.

생각해보니 참 쓰레기처럼 살았다.

공부는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했다.

그러니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은 내가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점수가 나오지 않아 안타까워하셨다.

당연히 점수가 나오지 않지. 공부를 안 했으니까.

그리고는 항상 생각했다.

공부하지 않았으니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나는 중학교 때 굉장한 점수를 받았으니 고등학교 때도 공부만 하면 난 바로 상위권으로 뛸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무려 2년이 6개월이 넘는 시간을 낭비했다.

성적이 떨어지니 점점 자신감이 낮아졌고 가족에게는 짜증을 냈고 친구들과의 사이는 점점 멀어졌다.

6월 모의고사를 마치고 가채점을 한 뒤 나는 나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병신 쓰레기 새끼'

'살 가치도 없는 녀석'

'당장 뛰어내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

난 별로 쓸모없는 놈이다.

세상에 나라는 인간 하나 정도 없어져봤자 세계가 굴러가는 데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 목숨으로 저 2명은 구할 수 있으면 그건 충분히 이득이다.

내 하찮은 생명을 꺼트림으로써 그저 공기가 폐로 들어오는 느낌, 시원한 바람의 청량감, 마시는 물의 시원함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게 해줄 수 있다면 나는 기쁘게 죽


으리라.

그때 나는, 천천히 어두워지는 시야와 점점 막혀가는 호흡과 함께 정신을 잃으면서 조금 사치를 부릴 수 있을 것이다.

내 가치를 조금이나마 올리는 사치를.

그리고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사치를.

나밖에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지만 나는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점차 거칠었던 호흡이 가다듬어진다.

시야는 그 어느 때보다 밝게 잘 보였다.

왼팔에 고통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다시 쓸모 있을 수 있겠구나.

다시 사랑받을 수 있겠구나.


심장 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았으며 마음이 편해졌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한 마리는 길동무로 데려가자. 같이 지옥이든 천국이든 아니면 또 다른 세상이든, 앞에 놓인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서로의 삶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분명 서로서로 궁금해하겠지. 아마 좋은 시간이 될 거야.'


그렇게 나이프를 손에 쥔 나는 그들의 습격을 기다렸다.



숨 막힐 듯이 긴 몇 초가 흘렀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은 나를 노려보았지만 공격해오지는 않았다.


다시 몇 초의 대치 후,

그들은 등을 돌렸다.

무엇인가 그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들렸다.

그리고 그들은 쓰러진 동료를 들처없은뒤 숲속으로 걸어갔다.


잠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대치하던 그 자세로 가만히 서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투욱]


손에서 나이프가 떨어졌다.

더는 서 있기가 힘들었다.

정신을 잃듯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다시 몇 초 동안 멍청하게 앉아있었다.

나는 볼을 꼬집어도 보고 내 손가락을 손등에 닿게 하려고 노력했다.

볼에는 고통이 느껴졌고 손가락은 아팠지만, 손등에 닿지 않았다.

비로소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아아. 죽는 줄 알았네."


아무리 죽음을 각오했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게 좋은 거다.

그래. 꼭 지금 죽을 필요는 없지. 더 가치 있는 일에 쓰도록 하자.


빨간 머리 사람의 상처가 떠올랐다.

이렇게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가방에 응급처치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으니 일단 소독을 하고 출혈을 멈추게 하는 게 우선이다.

가방을 주운 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여전히 빨간 머리 사람은 정신을 잃었지만, 녹색 머리 사람은 그래도 눈을 뜨고 있었다.


"왼쪽에 누워계신 분의 상태가 심각해 보여서 응급처치를 할 건데 혹시 외간남자가 동료분을 만지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시나요?"


"아... 아니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빨간 머리'를 일단 정자세로 눕혔다.

얼핏 얼굴을 보았는데 예뻐 보였다.

초등학교 이후로 여자와 접점이 없던 나는 부끄러워서 더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고, 황급히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상처 부위에 소독약을 바르고 거즈를 붙이고 피가 흐르고 있는 큰 상처에는 붕대를 감았다.

병원에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할 테지만 일단 조처를 했으니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정신을 차렸을 때 몸 만졌다고 화내거나 그러진 않겠지...?


"일단 급한 불은 껐습니다만 제대로 된 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네요."


"감...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


초록머리의 사람이 나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힘이 다했는지 긴장이 풀렸는지 3번째로 고개를 숙일 때 그녀의 몸이 내게로 기울어졌다.

내 몸을 배게로 써서 편한지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이걸 어떻게 한담.'


기절한 사람을 방치할 순 없으니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 하는데 한사람이면 몰라도 두 사람이나 옮긴 힘이 나에겐 없다.

쉬고 계시는 아버지를 불러와야 할 텐데 쉼터로 쓴 나무와 이 장소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아버지는 내가 앉아있는 이 위치도 알지 못할 것이다.

몬스터와 야생동물의 주의를 끌 테지만 신호탄을 써야 하나?

그러면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몬스터의 습격을 견뎌내야 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첩, 첩, 첩, 첩, 첩]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점차 선명하게 들렸고 점점 내게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리고 이 소리는 오늘 내가 질릴 정도로 들은 소리이고 정말 반가운 소리였다.


"아들, 여깄니?"


아버지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아버지는 내가 여자에게 안겨있는 걸 보셨다.


"아버지가 한 30분 정도 나중에 올까?"


"굉장히 타이밍 좋게 잘 오셨고 지금 농담할 시간 없어요. 더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두 명을 옮기죠."


"미안. 내가 환자를 못 봤다. 그럼 네가 그 사람을 옮기렴. 내가 이 빨간 머리 사람을 들 테니."


"예. 빨리 출발하죠."



그렇게 2명이 사냥을 하러 갔는데 4명이 되어 돌아오게 되었다.

집을 향해 걸으면서 아버지와 내가 겪었던 일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하얀 비눗방울 같은 게 저 두 명을 둘러싸니 고블린 사촌들의 공격을 전부 막아내고 있었는데 점차 금이 가는 게 보여서 저도 모르게 뛰어든 거죠."


"이야. 여자를 위해 몸을 던지는 남자! 굉장히 낭만적이야!"


"여자가 아니었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했을 거예요. 사람의 목숨은 소중하니까."


"우리 아들. 키만 큰 줄 알았는데 내적으로도 어느새 크게 자랐구나. 하지만 네 말대로 사람의 목숨이 전부 소중하다면 그중 우선순위는 너의 목숨이란다. 네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을 도울 필요는 아버지는 솔직히 없다고 생각하거든."


"에이. 다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아빠는 너를 믿는다."


그 순간에는 내 목숨보다 둘의 목숨을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고 둘을 구하기 위해 하나를 희생한다는 공리주의적 생각도 했었지만, 아버지가 걱정하실까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는데 내가 너무 오지 않아서 땅에 찍힌 발자국을 따라왔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신발을 잠시 들어보았다.

... 어머니 죄송합니다.


하늘이 점점 주홍색으로 물들어간다.

파삭파삭하고 풀이 밟히는 소리도 들린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내 땀을 식혀주었다.


"영차!"


아. 자꾸 등 뒤에 업힌 사람이 내려간다.

살짝 뛰어 그녀를 위로 올렸는데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

정말 힘들었나 보다.

그나저나 땀 냄새가 날 텐데 참 편하게도 자고 있네.


"다녀왔습니다."


"다녀오셨... 어머. 누구예요?"


모르는 사람을 데려오니 어머니가 깜짝 놀라셨다.

두 명 다 여자인 데다가 정신을 잃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긴 하다.

일단 한 명은 소파에, 한 명은 침대에 눕히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적당히 말을 해주셨다.

우리 아버지 진짜 말 잘하신다. 95%의 진실에 5%의 거짓말이 섞이니 정말 그럴듯했다.

뭐 나도 어머니가 걱정하시는 건 원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어머니는 나를 안아주셨다.


"고생했어. 아들."


"저 지금 땀나는데..."


"에이. 아들껀데 뭐가 더러워? 배고프겠다. 금방 밥해줄게."


"네. 저 먼저 좀 씻을게요."


옷이 땀에 젖어 잘 벗겨지지 않았다.

겨우겨우 옷을 벗은 뒤에 어머니가 부엌에 가신 걸 확인한 후 가방에서 소독약과 붕대를 꺼내고 욕실로 들어갔다.

상처는 크게 심각해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욕실에는 따듯한 물이 담긴 통과 물을 뜰 수 있는 작은 통이 있었다.

먼저 물을 떠서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씻었다.


"아. 따거."


상처 부위에 물이 닿으니 아팠다.

소독약을 발랐는데 훨씬 아팠다.


"몸을 씻을 건데 왜 벌써 발랐지? 에이. 소독은 많이 할수록 좋은 거지."


그렇게 몸을 씻은 뒤 다시 소독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두 번째로 소독할 때는 고통에 익숙해진 것인지 별로 아프지 않았다.

붕대를 가릴 수 있는 긴 소매 옷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


거실로 나오니 초록 머리의 여자가 일어나있었다.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가까이 다가오니 대화가 점점 멈추었다.


"아들. 이 아가씨가 아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해. 방에 가서 이야기하고 와."


"네? 네. 제 방 저기에 있어요. 같이 가시죠."


"아들 잠시만."


어머니가 나의 어깨를 잡으셨다.

나는 내가 가까이 오기 전에 둘이 나눴던 대화의 내용을 짐작했다.

그녀에게 먼저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적당히 신호를 보냈는데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몰라도 먼저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나와 어머니만 남게 되자 어머니가 나를 강하게 안으셨다.


"아들. 왜 그랬어... 큰일 날 뻔했잖아..."


"죄송합니다."


이때는 그냥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면 높은 확률로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만약 제 목숨보다 저 2명의 목숨이 더 가치 있게 생각했다고 말하면 난 더는 밖에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괜찮아요. 엄마. 보세요. 멀쩡하잖아요."


나는 통통 뛰기도 하고 가볍게 제자리 뛰기도 하며 어머니의 걱정을 최대한 덜어보려고 노력했다.

이 모습을 본 어머니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늘진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어머니를 안아드렸다.


"다음부터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진짜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알겠어. 믿어, 엄마는. 밥 거의 다 됐으니 이야기 끝나면 빨리 나와."


그렇게 어머니와 대화를 끝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와 같은 방의 모습이었다.

하얀색의 벽과 옅은 갈색의 바닥이 보였다.

하얀색의 옷장과 조금 딱딱한 메트리스위의 흰 배게, 하늘색의 이불이 있었다.

문의 옆에는 책상이 있었고 책상 위에는 두 권의 책과 여러 가지가 적힌 노트가 있었다.

그리고 초록 머리의 여자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아 있었다.


"다시 인사드려요.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뭐 제가 딱히 인사받을 일은 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래도 칸델라를 치료해주셨고 탈진한 저를 이곳까지 옮겨주신 것은 제가 몇 번이고 감사 인사를 해도 모자라요. 감사합니다."


'빨간 머리 여자의 이름은 칸델라였군.'


나는 인사를 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피부가 매우 깨끗해 천장의 발광석에서 나오는 빛이 반사되어 내 눈으로 오는 것만 같았다.

약간 밝은 초록색의 머리카락과 짙은 초록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오는 단발과 장발의 중간이었다.

입이 굉장히 예뻤다.

화장한 것 같지도 않은데 살짝 짙은 분홍색의 입술을 가지고 있었고 살짝 보이는 앞니가 매력적이었다.

앉은키를 보면 키는 조금 작은 것 같았다.

곁눈질로 팔과 다리를 봤는데 참 가늘었다.

나에게 팔과 다리, 얼굴 이상의 신체 부위를 볼 용기는 없었으므로 다시 그녀의 눈썹과 눈 사이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몇 살이세요?"


"저요? 15살입니다."


"그래? 난 네가 좀 더 나이 든 줄 알았는데 동갑이었구나. 너도 말 놓는 게 어때?"


"전 존댓말이 편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말이야... 알겠어."


나는 모르는 사람을 보면 무조건 존댓말을 하는 편이다.

특히 그 모르는 사람이 '여자' 라면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존댓말을 했다.

뭐랄까. 남중 남고를 나오니 여자랑 대화를 잘 못 하겠다고 해야 하나 내 마음을 한겹 한겹 단단한 호두껍데기로 감싸는 것 같았다.

지금 이 대화도 아예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겨우겨우 할 수 있는 거지 만약 그녀와 한 번 더 만나게 된다면 아마 껍데기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 나는 위르디아 헤르바 라고 해. 헤르바라고 불러. 너는?"


"그렇군요. 전 카니아라고 합니다."


위르디아 헤르바. 위르다아 헤르바.

그녀의 이름을 두 번 되뇌어 보았다.


"헤르바 씨는 이름뿐만 아니라 성이 있네요?"


"아? 별거 아니야. 마법사 가문은 기본적으로 성을 가지고 있어. 물론 후천적으로 마법을 사용하게 된 사람들은 간혹 성이 없긴 한데 마법사에게 성은 굉장히 중요하거든. 앗 말하면 안 되는데..."


"말하는 안되는 건가요?"


"응. 마법과 관련이 없는 사람에게 바법과 관련된 말을 하는 건 금지되어 있어. 마법 학교의 기본적인 교칙이기도 하고 마법사끼리의 불문율이랄까? 평범한 사람들에


게 알려지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 있는데 흐음..."


갑자기 헤르바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너는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발견했어?"


"자연적이지 않은 인위적인 소음이 들렸거든요?"


"진짜? 너 마법사 가문의 사람이야? 마법 사용할 수 있어?"


갑자기 확! 하고 그녀의 몸이 가까워졌다.

좋은 냄새가 풍기고 그녀의 홍채가 보였다.

일단 엉덩이를 끌고 뒤로 가 거리를 유지하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두근거리는 심장을 무시하고 말했다.


"아니요.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요."


"그럴 리가 없는데... 마법은 마법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면 영향을 받지 않는다구."


"그래요? 그럼, 사람이 사람에게 총을 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나요?"


"어. 발사가 안 돼."


왜 이렇게 성능 좋고 위험한 무기를 사는데 별 규칙도 없나 했더니 사람에게는 해를 끼칠 수 없구나.


"아무튼, 신기힌 일이네요. 저는 진짜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하게 자랐거든요."


"음...후천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없는 케이스는 아닌데..."


그녀가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긴 한데 여기까지 들리지는 않았다.


"네가 그 소리를 들었다는 소리는 너는 아마 마법과 아예 관계가 없는 건 아닐거야. 응. 분명 아닐 거니까 괜찮겠지. 구해줘서 고맙기도 하고 아마 마법사는 처음 볼 테니까 뭐든지 물어봐도 돼."


"진짜요? 저 옛날부터 마법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거든요. 그런데 평범한 사람에게는 관련된 책이나 정보를 구할 수 없다고 하니 정말 막막했는데... 혹시 이 세상에


마나가 있나요?"


"뭐? 뭐가 많다고?"


"많은 게 아니라 마나가 있냐고 물어봤는데요."


"마나? 뭐야 그게?"


마법이 있는데 마나가 없다고?


"혹시 마법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좋은 질문이야. 일단 마법을 사용하는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있는데 상상력, 정신력, 그리고 직감이야. 우리는 이 세 가지를 통틀어 '스티페스'라고 불러."


이 세계에서는 마법을 사용하는데 마나가 필요 없는 모양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1 그램린
    작성일
    18.12.14 05:04
    No. 1

    산엔 무조건 긴팔긴바지 신발도되도록부츠
    마석벌려고총알을마석쓴다는건웃기지도않고
    토끼잡으려시끄럽고비싼총은 안쓰고. 작은동물은 올무등으로 잡겟지요
    등등 글쓰기는좋은경험
    건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채아노
    작성일
    18.12.14 10:18
    No. 2

    하앗...피드백...너무 좋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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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4) 18.12.21 114 1 16쪽
25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3) 18.12.20 124 1 13쪽
24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2) +2 18.12.19 146 2 13쪽
23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1) 18.12.13 22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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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가까이서 보니까 털뭉치쯤 됐다. - (2) 18.12.06 229 3 15쪽
18 가까이서 보니까 털뭉치쯤 됐다. - (1) 18.12.05 225 1 15쪽
17 팀빨도 좀 타고 조합도 좀 타고 그래. +1 18.12.04 254 3 15쪽
16 물론 난 갈 생각이 없다. +1 18.12.02 310 4 13쪽
15 저 좀 살려주세요 +1 18.12.01 297 5 12쪽
14 너 무슨 정보창 같은거 보이냐? 18.11.30 328 3 12쪽
13 어쩌다가 막아버렸다. +3 18.11.29 332 4 17쪽
12 상상구현 수업은 인기가 많으니까 빨리 가는 게 좋을 걸 18.11.27 337 4 20쪽
11 오늘은 끔찍한 하루였다. 대강 이유가 4개정도 있다. 18.11.26 352 4 17쪽
10 공격에 낭비가 없고 수비에 투자를 많이 한다 18.11.23 397 4 21쪽
9 물리법칙을 거스르지는 않겠지 18.11.22 422 4 16쪽
8 RPG 게임할 때 마법사를 플레이 해볼껄 18.11.21 434 4 15쪽
7 나는 누구인가 +1 18.11.20 517 6 20쪽
6 공기라도 보고 있으세요 18.11.19 538 6 18쪽
5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 +2 18.11.18 626 7 18쪽
» 가장 중요한 3가지는 상상력, 정신력, 직감이다. +2 18.11.17 667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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