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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곧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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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채아노
작품등록일 :
2018.11.17 19:05
최근연재일 :
2018.12.28 00:34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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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3
추천수 :
115
글자수 :
217,843

작성
18.11.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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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

DUMMY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으음. 너 절대로 내가 너에게 이 이야기 했다고 말하면 안 돼? 스티페스를 언급한 건 그렇다 쳐도 지금부터 말하는 건 마법의 본질이기 때문에 걸리면 최소 정학이야."


"사실 전 입이 없습니다."


"마법사 일족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왜냐하면, 선천적으로 '플로우' 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야. 플로우는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각만 한다면 너도나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후천적으로 플로우를 인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그녀의 말은 정말 신기하고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살짝 절망감을 느끼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플로우는 스티페스를 기반으로 마법을 사용하게 해주는 매개체이다.

마법의 사용은 3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첫 번째로 자신의 사용할 마법을 생각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속성과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마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 케이스에 따른 마법을 상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속도가 빠른 몬스터를 격추할 때는 공기의 저항을 덜 받기 위해 '창'의 형태로 마법을 만들어야 한다.

파괴가 목적이라면 '창' 보다는 '구'의 형태가 더 나을 것이다.

만약 획기적인 마법의 형태를 떠올린다면 두 상황 모두에 알맞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획기적인 마법의 형태는 결국 뛰어난 상상력에서 도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스피페스중 하나는 상상력이다.


두 번째로 마법의 세기를 정한다.

고블린을 잡을 때 화염구를 집채만 한 크기로 쓰는 건 낭비다.

고블린은 고블린에 맞게, 오우거는 오우거에 맞게, 드래곤은 드래곤에 맞게 자신이 정한 마법의 세기를 결정한다.

이 세기를 정하는 게 바로 정신력이다.

처음에 상상한 마법은 그저 '0'의 피해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상상'이기 때문에 물리력을 가지지 못한다.

하지만 이 마법에 정신력을 매개로 점점 힘을 불어넣으면 그제야 피해를 줄 수 있는 훌륭한 마법이 되는 것이다.

정신력의 크기에 따라 마법의 최대 피해량이나 쓸 수 있는 마법의 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스티패스중 두 번째는 정신력이다.



세 번째로 마법을 사용할 위치를 정해야 한다.

아무리 마법을 강하게 만들었다 한들 목표가 아닌 하늘로 쏴버린다면 무용지물 아닌가?

가만히 있는 적이라면 몰라도 몬스터들은 쉴새 없이 움직인다.

따라서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마법의 세기에 따라 결정되는 마법의 속도'와 '목표물의 X초 후의 위치'를 예측해 마법을 사용해야 비로소 마법이 목표에 적중할 수 있다.

그래서 뛰어난 '직감'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는 마법학교를 졸업했을 때 십중팔구 상위 길드에 스카우트 된다고 한다.

몬스터를 직접 맞추거나 아니면 지형에 마법을 사용해서 간접적으로 데미지를 주거나 하는 것은 순간의 판단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즉, '얼마나 계산적으로 위치를 설정하느냐.', '얼마나 유동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느냐.'는 몬스터를 잡을 때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스티패스의 마지막은 '직감'인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플로우를 깨닫지 못하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플로우를 깨닫는 것은 마법사의 핏줄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는 마법을 쓸 수 없는 거구나..."


"아예 불가능 한 건 아니야. 우리 학교에도 후천적으로 플로우를 깨달은 애들이 몇 명 있거든. 비록 마법의 세기가 약하거나 형태가 불완전하긴 해도 말이야."


"진짜?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카니아, 얼굴이 가까워. 그리고 너 지금 반말하고 있다?"


"지금 반말 존댓말 상관 쓸 때야? 게네는 어떻게 플로우를 깨달았데?"


"내가 듣기로는 '존재하지만 인식할 수 없는 것을 인식하면 된다.'라고 하던데."


"무슨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발인가."


"나 그거 알아! 사람이지?"


“아니요. 취미가 독특한 문어괴물인데요.”


“......”


“죄송합니다.”


다른 세상이지만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존재했다.


그나저나 깜짝 놀랐다.

밝고 기운이 넘치고 남에게는 친절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이런 표정도 짓는구나.

그녀의 표정은 마치 책상에 흘린 음료수를 핥고 있는 남학생을 보는 여학생의 표정과 같았다.


"일단 알겠습니다.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소리군요. 한번 자세히 사색에 잠길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그래. 네가 그 '인위적인 소리'가 들렸다는 건 분명 마법에 대한 소질이 있다는 증거야. 노력하면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이게 바로 가진 자의 기만이라는 것이군요."


"말이 심한걸. 난 그냥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거라고."


"물어봐야 하는 것이 몇 개 더 있지만, 저녁을 먹을 시간이 늦은듯합니다. 일단 내려가서 저녁을 먹죠. 빨리 나오라고 하신 것 같은데."


"구해준 거랑 저녁을 대접해 준 건 꼭 기억할게."



일단 그녀와의 대화를 끊고 방에서 나왔다.

부엌으로 가니 빵과 스튜, 그리고 샐러드가 있었다.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뭔가를 사 오셨는지 스튜 안에는 꽤 큰 덩어리의 고기들이 있었고 다양한 종류들의 채소와 여러 가지 드레싱이 첨가된 샐러드가 보였다.

빵은 직접 만드신 것과 사 오신 것이 적당히 섞여 있었다.


"마법사님이 오셨는데 좋은 대접을 못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어머니가 고개를 숙이시며 말씀하셨다.


"변변찮긴요, 충분히 진수성찬인걸요. 그리고 저보다 어른이신데 굳이 존댓말을 할 필요 없어요."


"그래도 이 집을 비추는 발광석이나 물과 요리를 데우는 것들이나 남편의 사냥 결과를 뛰어나게 만들어준 총이나 전부 마법사분들 덕분에 만들어진 것인걸요.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도 여러분들께서 구해주시는 마석을 기반으로 무언가를 연구하거나 물건을 만드는 데다가 여러분들 한분 한분도 정말 소중한 가치를 가지셨으니 존댓말을 굳이 제가 마법사라고 존대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 여보. 고마운 건 알겠지만, 본인이 그만두라는데 거기까지만 하고 이제 밥이나 먹자. 그리고 나 총 없어도 사냥 나쁘지 않게 했는데..."


"어휴. 마법사들은 원래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니? 고마워. 아줌마의 괜한 소리 때문에 밥 먹는 시간만 늦어지겠네. 어서 먹자."


"힝. 무시당했다."


아버지 힘내세요. 제가 있잖아요.

나는 이런 메시지를 담은 눈빛을 아버지에게 보여드렸다.

음. 안심하신 것 같군.


솔직히 말하면 총을 산 이후로 사냥 결과가 월등하게 좋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어머니의 말에 동조해봤자 아버지만 슬퍼하실 테니 선의의 거짓말로 넘어가도록 하자.


그렇게 우리는 대화를 하며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주제는 주로 아버지의 흑역사나 살면서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에 대해서였다.

헤르바씨는 재미있는지 연신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

고작 한 사람이 추가되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것이 신기했다.


"여러분 한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저녁을 다 먹은 후 사과와 비슷한 과일을 먹는 중에 헤르바씨는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혹시 사냥하시면서 뭔가 달라진 걸 느끼지 못하셨나요?"


그녀는 아버지에게 말을 걸음으로써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비가 많이 오는 날 빼고는 사냥을 매일 가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아들. 뭐 달라진 거 있니?"


"혹시 고블린 사촌을 말하는 건가요?"


"고블린 사촌이 뭐죠?"


"고블린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찢어진 눈과 북슬북슬한 털을 가졌고 머리에는 뿔이 달린, 오늘 헤르바씨와 칸델라 씨를 공격한 몬스터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네. 바로 그겁니다. 그리고 카니아. 그거 고블린 사촌 아니야."


"알아요. 처음 아버지에게 들었을 때 아무리 사전을 찾아봐도 이름이 나오지 않길래 그냥 아버지가 사용하시는 고블린 사촌이란 말을 저도 쓰는 것 뿐이에요."


"혹시 527년 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 아시나요?"


500년 전이라면 그 사건이군.

평화로웠던 세상에 갑자기 게이트가 등장해 몬스터라는 새로운 생명체가 퍼진 일이다.


"몬스터 아포칼립스군요."


"그렇습니다. 원인 불명의 그 일로 인해 사람들은 마법이라는 새로운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몬스터들이 죽고 나온 마석으로 세상은 큰 발전을 이루었죠."


"갑자기 500년 전 사건은 왜?"


아버지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기록을 읽어보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500년 전에 출몰한 몬스터와 현재 출몰하는 몬스터들의 종류가 아주 다르다는 것을요."


심각한 이야기임을 짐작한 나는 존댓말을 쓰기보단 반말을 써서 좀 더 대화를 빨리 진행하려고 마음먹었다.

다행히 지금은 그다지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하지 않았다.


"어떻게 다르지?"


헤르바는 내가 진지한 얼굴로 질문을 던지니 놀랐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으나 다시금 자세와 표정을 바로잡고 말하기 시작했다.


"500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약 40%가 줄어 60%밖에 출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새로운 몬스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몬스터의 종류가 늘어난 게 문제가 되나?"


헤르바가 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그녀의 녹색 눈동자는 아름다운 옥구슬을 보는 듯했다.


"우리 마법사들은 과거의 기록들과 현재의 기록들을 비교하면서 그 이유를 찾았는데, 500년 전에는 두 가지의 게이트가 생겼었어. 현재는 방출형과 던전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 음. 우선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먼저 설명해야 이해가 빠를 텐데..."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던전형 게이트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으며 그 게이트는 새로운 몬스터의 출몰이라는 결과를 불러왔고, 그 몬스터가 죽었


더니 평소와 다른 마석이 생겨났기 때문에 마법사들이 조사를 위해 여러 곳으로 파견을 왔는데 그중 하나인 너와 칸델라는 공격을 받아 현재 우리 집에서 쉬고 있는 거구나."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눈을 돌려 살펴보니 부모님과 헤르바 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힌트는 많이 나왔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데?


분위기가 묘해졌다.

확실히 조금 전의 추리는 살짝 나이를 벗어나긴 했다. 좀 성급했나.

일단 나는 끊어진 이야기를 재개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일단 이유는 됐고. 헤르바. 그래서 왜 문제가 되지?”


헤르바가 다시 집중하려는 듯 고개를 붕붕 돌렸다.

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몬스터들이 소환되기만 하는 방출형과 달리 던전형은 게이트 안에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의 심층부에는 게이트의 핵이 존재하며 그 핵 안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기반으로 몬스터들이 만들어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몬스터들은 웬만해선 게이트에서 나오지 않죠. 핵이 몬스터를 만듦과 동시에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에너지가 소모되죠.”


“그럼 별로 위험하지 않지 않니?”


어머니가 불안한 얼굴로 질문하셨다.


“게이트 내부의 공간이 굉장히 넓긴 해도 무한하진 않습니다. 한계까지 몬스터가 소환되어 던전이 가득 차면 핵은 남은 에너지로 몬스터들을 진화시키기 시작합니다. 이때까지도 역시 안전합니다. 진화하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시간동안 역시 몬스터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잠깐, 앞뒤가 안 맞잖아. 고블린 사촌은 던전형 게이트에서 만들어졌다고? 우리는 고블린 사촌을 ‘밖에서’ 봤어. 하지만 너 말대로라면 그것들을 밖에서 본다는 건 불가능해.”


“내가 말했지. ‘웬만하면’ 게이트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그리고 ‘진화하는 동안’에도 역시 나오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설마···”


“그래. 네 생각대로야.”


헤르바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게이트 내에서 진화가 완전히 끝났다는 거지. 그 말은 더는 핵은 몬스터들을 억제할 수 없다는 거야. 다행히 지금은 주변을 탐색하기 위해 많은 수가 보이지 않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된 거지. 그리고 만약 그것들이 게이트에서 나온다면··· "


“이 근방이 초토화되겠군. 우리를 포함한···”


"그리고 정찰을 했던 임프들이 카니아를 본데다가 카니아가 임프를 덮쳤을 때 너의 냄새까지 맡았을 거야. 그럼 게이트에서 나온 임프들의 첫 번째 목적지는 이곳이 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


다시 말이 없어졌다.


아버지의 얼굴은 납처럼 굳어지셨고 어머니는 울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계셨다.


저 말이 현실이 된다면 습격을 지켜낼 힘이 없는 우리는 이곳에서 도망치는 건 당연한 거고 어디를 가든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만약 시내로 도망친다면 시내까지 큰 피해를 볼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는 그들의 습격을 떨쳐낼 힘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임프라고?

내가 알기로 임프는 악마의 한 종류며 제일 급이 낮은 저급의 악마로 알고 있다.

전생의 임프에 대한 정보가 이 세계의 임프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 위해서는 헤르바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아마 던전형 몬스터에 대한 정보는 마법사들만 알고 있을 테니 괜히 말을 꺼내봤자 의심만 받을 것 같다.


"그러니까 이걸 두고 가겠습니다."


헤르바는 품에서 두 가지 물건을 꺼냈다.


한가지는 조금 작은 볼링공 정도의 크기이고 마석이 박혀있는 투명한 구(球)였고, 다른 하나는 완전히 검은색이고 정육면체 모양의 물건이었다.

두 가지 물건 모두 어디에 쓰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으므로 헤르바아게 물어보았다.


"이게 다 뭐에요?"


"동그란 구는 통신용 수정구이고 정육면체는 몬스터들을 감지했을 때 소리를 내는 도구야. 먼저 정육면체에 손을 대면 등록이 돼. 그다음 이걸 길목에 묻으면 몬스터들이 보일 때 등록된 사람들에게 큰 소리가 들릴 거야. 그때 이 수정구로 나에게 연락을 하면 내가 사람들을 모아 최대한 빠르게 거기까지 갈게. 아무리 수가 많아도 임프는 최하급 악마니까 화력이 높은 마법사들이 몇 명만 있어도 쉽게 몰아낼 수 있을 테니까."


"정말... 정말 고맙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저와 제 친구의 목숨을 구해주셨는걸요. 이제 제가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차례이니 너무 부담가지지 마시길."


"고마워요...고마워요..."


어머니는 헤르바의 손을 잡으시며 울고 계셨다.


그렇게 우리는 늦게까지 도구들 다룰 때 주의할 점에 대해 듣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잘 시간이 되어 나는 자기 위해 내 방으로 들어갔다.

벌써 달이 떴는지 방안은 은은한 달빛으로 가득했다.

아 달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튼 빛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내 옆에는 헤르바가 있다.

그녀는 방이 모자라서 고민하시던 부모님의 걱정을 나랑 같이 자겠다는 말로 단번에 해결해 주었다.

그런데 그걸 부모님이 또 허락해 주셨다.

왤까.


"진짜 같이 자야 해요?"


"응. 나 학교 기숙사에서는 칸델라랑 같이 자거든! 그래서 혼자서는 영 잠이 안 와서 네가 꼭 있어야 해."


"칸델라 씨는 괜찮을까요?"


"아까 보고 왔는데 일단 호흡은 편해졌어. 날이 밝는 데로 우리 가문에서 사람이 올 예정이니 데리고 병원에 가면 아마 괜찮을 거야."


"다행이네요. 일단 자죠.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 일단 머리를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 자 눕자."


"헤르바씨는 침대에서 주무세요. 저는 바닥에서 자겠습니다."


"싫어."


"네?"


"싫다구. 내가 잘 때 누군가가 옆에 있어 줘야 한다니까?"


"바닥이랑 침대랑 많이 떨어지지 않았는데요. 설마 기숙사의 침대는 두 분이 같이 누울 정도로 큽니까?"


"아니. 침대 두 개를 붙였지. 아무튼, 너도 침대에 누워. 집주인이 바닥에서 잔다니 말이 안 되잖아."


"제가 안 괜찮은데요."


"나는 괜찮은데."


그렇게 서로 티격태격을 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울려고 했거든.


"같이 누우니까 얼마나 좋아?"


"으으..."


진짜? 여자랑 남자랑 같은 침대에 눕는다고?

이 세계는 이런 거(?) 별로 신경 안 쓰는 건가?


"카니아. 손잡아줘."


점점 난도가 올라간다.


"왜요 또."


"아. 손 좀 잡아줄 수 있지. 왜 이렇게 남자가 겁이 많아?"


말싸움을 하기 싫어서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손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아..."


"씨. 두근두근해서 잠이 안 온단 말이야..."


아무리 명랑해 보여도 그녀는 죽을 위기를 넘겼다.

그리고 느꼈을 것이다.

죽음이란 삶의 반대쪽이 아닌 삶의 일부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아직 15살의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진실을 말이다.


"남자의 손은 크네. 안심된다 뭔가."


"수고하셨습니다. 살아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그래? 갑자기."


쿡쿡하고 그녀가 웃었다.


"있지 카니아.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진짜 재미있는 사람도 많고 신기한 일도 많이 일어나."


"진짜요? 좀 말해주실 수 있나요?"


그렇게 우리는 점심때 못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말이 점점 힘이 없어지더니 헤르바는 잠에 빠졌다.

나는 그녀가 자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내 나름의 위로였다.


그리고 나도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그녀의 왼손은 여전히 나의 오른손을 잡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3 아라시크
    작성일
    18.12.10 14:44
    No. 1

    엥?...음... 원래 이 세계는 저렇게 허물이 없는 건가요 아니면 저 여자분만 저런성격인가요??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꼭 옆에서 같이 자려고하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필요 없는 부분처럼 느껴지기는 해서 한 번 이야기해봤어여! 뭐 저 여자가 히로인이라면 어느정도 이해는가지만 좀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어느정도는 있네요. 같이 자야한다면 지금 쓰러져있는 친구옆에가서 간호하며 같이자는게 더 자연스러울것같다는 생각이들어요 아무리 목숨 구해준 오늘 처음 만난 남자보다는... 그냥 한 독자의 의견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 채아노
    작성일
    18.12.14 10:21
    No. 2

    하앗..피드백...너무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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