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지식이 곧 힘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연재 주기
채아노
작품등록일 :
2018.11.17 19:05
최근연재일 :
2018.12.28 00:34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464
추천수 :
115
글자수 :
217,843

작성
18.11.19 12:57
조회
539
추천
6
글자
18쪽

공기라도 보고 있으세요

DUMMY

"자. 카니아, 가자."


"엄마. 다녀올게요."


"그래. 엄마는 점심 준비하고 있을게."


"이쪽도 준비 끝났다."


"죄송해요. 아직 칸델라가 좀 힘든가 봐요."


"괜찮아. 이럴 때는 어른에게 의지해도 된단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렀고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헤르바는 또 다른 통신용 수정구로 가문의 사람들과 연락을 했다.

곧 헤르바의 집안에서 사람들이 올 시간이 되기 때문에 나와 아버지는 헤르바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칸델라는 아침이 되자 정신을 차렸다.

헤르바와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가져다줬더니 천천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 회복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에 다다르기 몇 분 전 칸델라는 다시 잠에 빠졌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그녀를 들게 되었다.


아버지는 그렇다고 치고 나는 왜 가냐고?

밤에 헤르바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러던 중 이런 말이 나왔다.


"그런데 카니아, 몸은 괜찮아?"


"네. 임프에게 긁힌 상처가 있긴 한데 잘 소독하고 붕대도 감아서 괜찮아요."


"뭐? 임프에게 공격을 당해서 상처가 났다고?"


"왜... 왜요?"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힘에 놀라 잠깐 목소리가 떨렸다.


"내가 던전형 게이트에서 몬스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말했지?"


"그쵸. 던전 심층부에 있는 핵의 에너지가 주재료라고 하셨죠."


"던전형 게이트에서 만들어진 몬스터의 체내에는 그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어. 그래서 그 몬스터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 그 에너지가 어느 정도 네 몸으로 퍼졌을 거야."


"그게 문제가 되나요?"


"오랫동안 방치하면 네 몸인데 네가 움직일 수 없게 될걸? 이 세상에는 없는 다른 세상의 기운이 우리 몸에 좋을 리가 없잖아? 천천히 몸을 잠식하면서 망가뜨리는 거지."


"그럼 칸델라 씨는 더 위험한 상황이겠네요."


"그렇지. 그래서 내일 신전에 가서 치료와 정화를 함께 받을 거야. 가는 김에 너도 가서 정화 정도만 받자."


그런고로 나도 이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다.


"자 그럼 출발!"


헤르바가 기운차게 외쳤다.


"그런데 어디까지 어떻게 가는 건가요? 마차라던가 그런 게 전혀 안 보이는데."


주위를 보았지만, 어디에도 이동수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차가 왜 필요해? 우리에겐 마법이 있는데."


헤르바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마차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불편하기도 하고. 곧 아빠가 올 거야. 응. 저기 오신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남성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굉장히 잘생긴 미중년이었고 헤르바와 같은 녹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고 수염이 굉장히 잘 어울렸다.

검은색 정장처럼 생긴 옷을 입고 있었으며 붉은색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왠지 옷만 파란색이었으면 도르마무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아빠! 빨리와."


"죽을뻔한 녀석이 참 기운도 넘치는구나. 그래서 몇 명이냐?"


"나랑 아빠랑 카니아와 카니아 아저씨 그리고 칸델라. 5명이네."


"5명. 충분하군."


그리고 헤르바의 아버지는 하얀색의 정십이면체의 물건을 꺼냈다.

그가 입을 열었다.


"혹시 멀미하시는 분?"


"전 안 합니다. 너는?"


"어... 괜찮겠죠 뭐."


마차든 배든 탈 일이 있어야 내가 멀미를 하나 안 하나 알지.

지구에서 18년 넘게 살 때는 달리는 버스에서 책도 읽었으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다행이네요. 그럼 준비될 동안 공기라도 보고 있으세요."


굉장히 개성 넘치는 사람이군.


헤르바 아빠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정십이면체를 주축으로 커다란 동심원이 그려지고 있었다.


"헤르바씨. 저희는 어떻게 가는 건가요?"


"음. 설명하기 좀 어려운데..."


미간을 잡은 그녀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여기 있는 사람들을 마법으로 분해한 다음에 지정된 위치에 재구성하는 거야."


"간단하게 말하면 공간이동이군요."


"그렇지."


내 기억상 이 세계로 오기 전까지 지구에서 공간이동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

양자역학의 법칙에 근거하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을 옮기는 건데 그게 정신력으로 커버가 되나요? 그것도 5명을?"


"그러니까 마석을 사용하는 거지. 저거 마석이야. 꽤 비싼. 저걸로 마법진을 만들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그리고 공간이동 마법진은 우리 가문 자랑이기도 하고."


갑자기 양자역학 하니까 끔찍한 게 생각났다.

아무래도 고3이었으니까 작년 재작년 기출문제를 엄청 푸는데 국어지문 중에 양자역학이랑 논리학이랑 결합한 게 있었다.

한두 갠가 맞추고 다 틀렸다.

진짜 이거 내가 다 정복하고 말겠다 하고 몇 시간 동안 끙끙댄 적이 있었다.

그 지문 중에 이런 게 있었다.


거짓말쟁이 문장이라는 게 있다.

거짓말쟁이 문장이 참이라고 가정하면 그 거짓말쟁이 문장은 거짓이다.

왜냐하면 거짓말쟁이 문장은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그것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시발 뭐라는 거야.


"카니아, 괜찮아?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졌는데?"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하지만 공간이동도 마법이 있으면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살다 살다 공간이동도 해보네.



"자 준비 끝났습니다. 여러분들 모이세요."


헤르바의 아버지가 준비를 끝낸 모양이다.

고개를 돌리자 웬 미스터리 서클이 있었다.


"와."


아버지는 마법진을 보고 놀라신 것 같았다.


"예쁘죠? 저희 가문의 자랑인 이동 마법진입니다."


"아들, 아빠는 태어나서 저렇게 멋진 건 처음 본다. 아들은 안 그래? 별 반응이 없네."


"멋지네요."


딱 밀밭에 있으면 미스터리 서클인 모양새라서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저 정도는 많이 봤다. WHY 책에서.


5명의 인원이 미스터리 서클(마법진)에 올라왔다.


"눈 감으세요. 어지럽습니다."


병원에서 주사를 놓을 때 '따끔해요~.'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의 말투로 헤르바 아빠가 말을 했다.

차례차례 사람들이 눈을 감았고 마지막으로 내가 눈을 감았다.


무슨 빛이라도 나오는지 눈을 감았는데도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엄청나게 어지러웠다.


***


"우욱."


"카니아, 괜찮니?"


난 멀미를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구역질하는 나를 아버지께서 등을 두드려 주셨다.

다행히 구토하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무슨 건물 안 이었다.

헤르바 아빠는 그곳에서 한 사람과 말을 하고 있었다.


"신전으로 바로 가면 되지 왜 이곳으로 온 거죠?"


말을 할 정도로 기력을 회복한 나는 헤르바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마법사들이 공간이동으로 아무 데나 갈 수 있다고 생각해봐. 만약 그들에게 공격 의사가 있으면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걸?"


그녀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직관적으로 말하자면 '항구'다.

어느 한 나라에 가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출발한 배들은 출발한 장소는 가지각색이지만 도착 지점은 무조건 '그 나라의 항구'가 될 수밖에 없다.

지정된 항구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내린다는 것은 다른 뜻이 있다는 말이 되니까.

즉, 최대한 공간이동이 악용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수도에 있는 장소에 가려면 무조건 여기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공간이동은 그 흔적이 매우 크게 남기 때문에 만약 이곳을 거치지 않고 수도에 있는 어느 장소에 간다면 큰 페널티가 주어진다고 한다.

다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페널티를 말이다.


대화를 끝낸 헤르바 아빠는 우리에게 나가자고 했다.

새로운 풍경과 장소를 보게 될 생각에 나는 반딧불이를 처음 보는 아이처럼 흥분했다.


밖으로 나오니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들의 형형색색의 머리카락들이 또 하나의 무지개를 만들었다.

평소에 잘 보지 못했던 높은 건물들과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상점들,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있었다.

멀리에는 이페시아 왕성이 흐릿하게 보였으며 왕성은 굉장히 거대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자, 도착했습니다. 이페시아의 수도, 마기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헤르바의 아빠가 손을 펼치며 우리에게 말했다.

아버지를 보니 역시 주변을 살피시느라 바쁘신 것 같았다.


"아버지. 그러다 입에 벌레 들어가요."


"어, 아. 그렇지. 벌레가 입에 들어가면 안 되지. 그렇지."


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에 흘린 침을 닦으시며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여전히 눈은 처음 보시는 것들을 최대한 담기 위해서인지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신전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신전에 갈 때는 마차를 이용했다.

처음 타보는 마차는 살짝 덜컹거리기는 했지만 편했다.


지금 이 마차에는 나와 헤르바 그리고 칸델라, 이렇게 3명밖에 있지 않다.

칸델라를 마차에 태우는 것으로 아버지의 임무는 끝이 났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이 수도를 좀 걷다가 공간이동으로 집으로 돌아가신다고 하셨다.

뭐 어른들끼리의 대화도 필요한 모양이니 헤르바 아빠는 우리 3명을 마차에 태우고 일일 가이드가 되어 아버지와 함께 거리에 나가셨다.


"헤르바씨. 신전은 뭐 하는 장소인가요?"


휙휙 지나가는 경치를 보는 게 질린 나는 헤르바랑 이야기나 할까 생각하고 말을 걸었다.


"으음. 주로 사람들이 기도하지."


"그게 다예요?"


"아니.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고 마법사들을 위한 사제를 키우고 정화도 하고 그러기도 해."


"수도에는 병원이 없어요?"


"신전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거의 몬스터에게 당한 상처 때문이야. 당연히 일반적인 사람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무슨 신을 믿나요?"


"이름은 '메델라' 라고 해. 우리 같은 전투직들은 매일매일 메델라님한테 감사를 드리지. 우리가 살 수 있는 것도 다 신전의 치료 때문이니까. 메델라님이 존재하시기에 신성력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는 거야."


"아하. 전투하는 마법사와 치료하는 사제, 이렇게 역할이 분담되어있군요."


"그렇지. 아. 재미없어. 카니아,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 말고 좀 재밌는 이야기를 하자."


"새로운 사실을 아는 게 즐겁지 않나요?"


"네네. 너는 즐겁겠죠. 저는 다 아는 내용아라 하나도 재미없거든요."


"생각해보니 너무 저만 생각했네요. 제가 아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게요."


"응응!"


그렇게 헤르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녀는 유쾌하게 웃으며 좋아해 주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헤르바와 이야기를 하는 게 즐거웠고 그녀의 반응 하나하나가 나를 기분 좋게 해주었다.


"헤르바."


"응?"


"이제 됐어. 반말할래."


"드디어? 이제 좀 내가 편해졌나 보네. 다행이다."


"내 딱딱한 껍데기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네 번째 사람이 된 걸 축하해."


"나 말고 3명이나 있어?"


"2명은 어머니와 아버지야. 그리고 너 말고 다른 친구가 한 명 있거든."


"그래? 그 친구에 대해 들어보고 싶네. 나중에 꼭 말해줘. 도착이다."


발밑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서서히 줄어들다가 어느덧 사라졌다.

마차가 완전히 멈춘 것을 알았기에 마차에서 내렸다.

칸델라는 정신을 차린 것 같지만,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그녀를 업었다.

그녀의 몸과 내 마음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나와 헤르바는 신전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메델라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칸델라는 정화와 치료를 함께 받아야 하기에 종합 치료를 위한 장소로 이동을 했고 나는 간단한 정화만 받으면 되기에 안내를 받아 정화실로 갔다.

정화실에는 한 개의 책상과 두 개의 의자, 그리고 두 개의 침대가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여사제가 나에게 인사를 했다.

예쁜 금발과 검은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안녕하세요."


"어디가 안 좋으신가요?"


"제가 어제 임프에게 공격을 당했거든요."


나는 그녀에게 팔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손에 은은한 빛이 생기더니 그 상처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임프에게 공격당한 것이 맞나요?"


"네."


"별문제 없는 것 같은데요? 그냥 긁힌 상처 같은데? 잠깐 검사를 해봤는데 딱히 던전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 같지도 않고요."


"그래요? 그런데 이건 정말 임프에게 당한 상처인걸요."


"으음. 혹시 모르니까 정화는 했어요. 뭐 별일 아니면 좋은 거죠."


"네. 수고하셨습니다."


정화실에서 나온 나는 헤르바를 기다리기로 했다.

대충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몸에 힘을 뺐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취했다.


음. 공기를 본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반갑네."


왼쪽에서 갑자기 말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헤르바 아빠가 있었다.


"갑자기 나타나셔서 엄청 놀랐습니다."


"표정과 말투를 보면 전혀 그런 것 같지 않다만...?"


진짜 놀란 게 맞다.

롤러코스터나 바이킹을 탈 때 무서워서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너무나도 큰 충격에 오히려 담담해졌다고 해야 하나.


"어라. 마음대로 공간이동 못 하는 거 아니었어요?"


"허락받으면 가능하다네. 게다가 거기 담당자가 마법 학교 동창이거든."


"후자죠? 전자가 아니라."


"이래서 눈치 빠른 사람은 싫어해."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그래서 무슨 일이죠?"


"딸을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서 자네가 혼자 있는걸 기다렸네."


헤르바 아빠는 내게 고개를 숙였다.


"굉장히 무서웠을 걸세. 죽음이 바로 눈앞에 있었으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점점 깨지는 보호막을 보며 기도를 하는 것뿐이었겠지. 게다가 헤르바는 굉장히 겁이 많거든. 밝은 성격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방어작용이야. 적어도 어두운 성격보단 미움을 덜 받거든."


"그렇군요."


"헤르바는 자네에게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어. 5명의 임프를 상대로 단신으로 뛰어든다니, 게다가 마법사도 아닌 일반인이 말이야.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것이거든. 우리같이, 언제나 효율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항상 계산하는 마법사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자네는 무섭지 않았나?"


"무서웠죠. 엄청."


"그런데도 그녀들을 살릴 생각을 했다고?"


"저도 잘 모르겠어요. 뇌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거든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녀들을 구하러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든 나의 행동이 과연 어떻게 도출되었는가.

신에 의해서 결정된 것인가, 아니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인가.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면 나는 왜 그런 행위를 하였는가.


"제 목숨보다 그녀들의 목숨의 무게를 더 무겁게 생각한 거죠."


만약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면.


내 말을 들은 헤르바 아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오른손을 입에 대었다.


"그나저나 자네, 내 딸 어떤가?"


"예쁘죠. 명랑하고요."


"그게 끝인가?"


"뭔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항상 여자에게는 존대하는데 이상하게 헤르바랑 말을 할 때는 마음이 편해져서 친한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 나오더라고요."


여자랑 반말로 이야기를 한 건 29년 동안 처음이었다.


"딸이랑 좋은 사이가 될 생각 없나?"


"헤르바의 의사는요?"


"나랑 이야기할 때 자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걸 생각하면 그녀 역시 첫 이성 친구인 자네를 좋게 보는 것 같네만."


"음. 너무 갑작스러워서 생각을 좀 해봐야겠는데요. 솔직히 저에겐 너무 과분한 사람이라서."


"난 자네가 정말 마음에 드네.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은 정말 보기 드물거든. 게다가 예의까지 훌륭하고."


헤르바.

위르디아 헤르바.


잘 모르겠다. 나 자신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카니아, 뭐해?"


"피곤해."


"뭐야 그게. 어라. 아빠도 있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인지 모르겠지만 헤르바가 왔다.


"칸델라 씨는 괜찮아?"


"어. 하루 정도 신전에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지금 께어있는데 혹시 보러 갈 생각 있어?"


"아니. 절대로 싫어. 분위기만 어색해질 것 같아. 이제 그냥 조용히 사라질래."


"칸델라는 너한테 꼭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 하는데, 한 번만 같이 가주라."


"죄송합니다, 헤르바씨. 남자라면 모를까 여자는 좀..."


잘 모르는 사람인 데다가 여자면 나는 바닷속의 굴처럼 입이 닫힌다.

초등학교 이후로 남중 남고를 나온 사람들이 가끔 가지고 있는 패시브 같은 거다.


"헤르바 아저씨. 저 이제 집에 돌아가도 될까요?"


"그래. 아저씨가 안전하고 빠르게 집으로 보내줄게."


"진짜 가는 거야?"


"그냥, 오늘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해서 이만 쉬고 싶어."


그리고 뭔가 너를 볼 용기가 없어.


"칸델라가 슬퍼하겠는걸."


"뭐 나중에 또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때 감사 인사든 뭐든 받지 뭐."


물론 다시 만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영원히 못 만날 수도 있고.

저 말은 거절을 완곡하게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 잘 가, 카니아. 짧았지만 재미있었고 구해줘서 정말 고마웠어."


"두고 보자, 아니 뭐라는 거야. 또 보자."


see you later까지는 맞았는데 번역을 잘못했군.


그렇게 다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1인 동반이면 마석이며 마법진이며 필요 없나 보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


"고생 많았네. 다음에 볼 때는 꼭 대답을 들려줬으면 좋겠군."


"네. 다시 만난다면요."


솔직히 이제 다시 볼 일 없을 것 같은데.


"그 소리를 들었던 자네라면 금방 다시 볼 것 같군. 잘 있게."


헤르바 아빠는 영문 모를 소리를 하면서 사라졌다.

조용히 가면 됐지 왜 사람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가는 거람.


그렇게 짧았지만 긴 기묘한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식이 곧 힘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저 지금 스위스에 있습니다. 가족여행으로요. 19.01.01 25 0 -
32 걸리지 않으면 죄가 아니다. 18.12.28 63 2 12쪽
31 "허미, 쉬펄..." 18.12.27 68 1 13쪽
30 평화, 일상 18.12.26 79 2 12쪽
29 어캐 살았냐. 18.12.26 84 1 11쪽
28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6) 18.12.24 97 1 10쪽
27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5) 18.12.23 120 1 14쪽
26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4) 18.12.21 115 1 16쪽
25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3) 18.12.20 125 1 13쪽
24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2) +2 18.12.19 146 2 13쪽
23 대마법보호막 방출 게이트 참사? - (1) 18.12.13 229 1 13쪽
22 목을 치면 영화처럼 기절시킬 수 있지 않을까? 18.12.13 180 1 14쪽
21 무도회가 열린다. 18.12.09 193 3 19쪽
20 내게 다소곳이 인사를 한 사람은 무려 이 나라의 성녀였다. 18.12.08 211 3 14쪽
19 가까이서 보니까 털뭉치쯤 됐다. - (2) 18.12.06 229 3 15쪽
18 가까이서 보니까 털뭉치쯤 됐다. - (1) 18.12.05 225 1 15쪽
17 팀빨도 좀 타고 조합도 좀 타고 그래. +1 18.12.04 255 3 15쪽
16 물론 난 갈 생각이 없다. +1 18.12.02 310 4 13쪽
15 저 좀 살려주세요 +1 18.12.01 298 5 12쪽
14 너 무슨 정보창 같은거 보이냐? 18.11.30 328 3 12쪽
13 어쩌다가 막아버렸다. +3 18.11.29 332 4 17쪽
12 상상구현 수업은 인기가 많으니까 빨리 가는 게 좋을 걸 18.11.27 338 4 20쪽
11 오늘은 끔찍한 하루였다. 대강 이유가 4개정도 있다. 18.11.26 353 4 17쪽
10 공격에 낭비가 없고 수비에 투자를 많이 한다 18.11.23 398 4 21쪽
9 물리법칙을 거스르지는 않겠지 18.11.22 424 4 16쪽
8 RPG 게임할 때 마법사를 플레이 해볼껄 18.11.21 435 4 15쪽
7 나는 누구인가 +1 18.11.20 519 6 20쪽
» 공기라도 보고 있으세요 18.11.19 540 6 18쪽
5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 +2 18.11.18 627 7 18쪽
4 가장 중요한 3가지는 상상력, 정신력, 직감이다. +2 18.11.17 667 7 19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채아노'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