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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곧 힘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연재 주기
채아노
작품등록일 :
2018.11.17 19:05
최근연재일 :
2018.12.28 00:34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0,599
추천수 :
115
글자수 :
217,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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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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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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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20쪽

상상구현 수업은 인기가 많으니까 빨리 가는 게 좋을 걸

DUMMY

"여기서도 책이냐? 대단하다 진짜."


앨루윈이 내 손에 들려있는 책들을 보더니 질색하며 말했다.


"이거 마법 이론서라는데 재밌을 것 같아서."


앨루윈에게 책표지를 보여주며 말했다.


"뭐? 마법 이론서? 야.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고 난해하고 쓸모없는 게 마법 이론서야. 마법을 글자로 나타내비 위해 마법에 좀 자신 있다는 노인네들이 있어 보이게 끄적여놓은 쓰레기통이라고."


"그럼 이게 도서관에 왜 있는데?"


앨루윈의 신랄한 비판을 듣고 약간 기가 죽은 게 목소리에 영향을 끼쳤다.


"무기점에 무기가 있고, 카페에서 커피를 파는 것처럼 여기는 마법학교니까 도서관에 그런 이론서 몇 권은 있어야지.


"그러더니 앨루윈이 오른손을 입에 대고 왼손으로 가까이 오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그리고 자존심 강한 노인네들 중에는 왜 도서관에 자신의 이론서가 없냐고 학교에서 깽판 치는 몰상식한 인간도 있고 말이지.


"귀를 가까이하자 앨루윈이 한 말이다.


"꼭 귓속말로 해야 하냐?"


궁금해진 나 역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크게 말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기,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아있는 여자애 보이지?


"그의 손가락 끝을 보니 파란색 머리카락의 여자아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는 프리나 히베르라고 하는 앤데, 저 친구 할아버지가 꽤 유명한 얼음 마법사거든? 마법도 2갠가 만들고 책도 몇 권 쓴 거로 알고 있어. 그런데 3월인가 4월인가 마탑에서 마법사분들이 강연하러 오셨던 적이 있어. (보통 1년에 2번 정도 오시는 편이야.)우리 반에는 제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단 말이지? 들어오자마자 대뜸 하는 말이... "



[프리나! 도서관에 내 이론서조차 없는 개똥 같은 학교에 네가 있다는 사실이 날 치욕스럽게 하는구나! 내가 첫 번째 학교 교장이랑 같이 밥 먹는 사이니까 학교 옮길 수 있게 해주마!]


"미친..."


욕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진정한 얼법사야. 교실 분위기까지 얼려버렸거든. 게다가 저 친구 인간관계까지."


확실히 나도 내가 다니는 학교를 욕하는 사람과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었구나."


불똥이 튄 게 아니고서야 그 일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리 없지.


"어떤 남자애가 어느 날 그 일 가지고 저 애의 역린을 건드린 적이 있었어. 그리고 그날 중급 3반 C 교실은 하루 수업을 쉬었지."


"무슨 일이 일어났길레..."


"놀린 애와 교실이 전부 얼어붙었어. 태어나서 실내에서 눈이 내리는 것까지 봤다니까?"


앨루윈이 말하기를 잠깐 전신이 얼어붙었던 남학생은 저체온증에 걸린 것 빼고는 다치지 않았으나 그 충격으로 마법 학교를 자퇴했다고 한다. 그러자 비난의 화살은 프리나쪽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의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연을 모두 듣고 다시 프리나를 보니 아무도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투명 인간인 것처럼...


"옛날에는 그래도 나름 친절하고 친구도 몇 있다고 들었는데. 게다가 얼음 마법 한정으로는 중급반에서 제일 뛰어나고 고급반과 비교해도 그녀보다 뛰어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얼음 마법 공부할 때 꽤 도움이 되었는데...저렇게 됐다. 자기 주변을 벽으로 둘러쌓았어. 성격도 차가워지고...


"앨루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데에에에엥~ 데에에에엥~


"아. 예비종 쳤다. 카니아. 넌 처음이니까 이론 수업 듣든지 아니면 순서대로 한 개씩 들으면서 너한테 맞는 걸 찾아보던지... 카니아?"


"......"


"카니아!!"


"아씹! 깜짝이야!"


"뭐야? 무슨 생각해?"


"어? 음. 아냐. 미안 잠깐 다른 생각 좀 했어. 아. 난 상상구현 한번 들어볼 거야. 네 설명 들어보니까 재밌어 보여서..."


"그 감정 오랫동안 지속됬으면 좋겠네. 불마법 상상구현 강의실은 5층 E 교실이야. 아. 참고로 빨리 가는 걸 추천한다. 그거 인기 수업이라서 늦게 가면 자리 없어."


"오케이. 땡큐. 끝나고 보자."


"씨. 나는 공기 마법이어서 7층이라고...하아. 언제 올라가냐. 돈도 많을 텐데 승강기 같은 거 안 만들어주나."


앨루윈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눈에 보였다. 올라갈 계단의 개수를 생각하나 보다.


"비켜."


목소리를 듣기만 했는데 입모근이 수축하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감정이 담기지 않은 차가운 소리였다. 무슨 시에서나 볼 법한 청각의 촉각화를 현실에서 느끼다니 첫 번째로 신기했고 두 번째로는 진짜로 소름이 돋았다. 나도 모르게 길목을 막고 있었나 보다.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가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공포영화에서 '뒤돌아보지 마!'라는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갔다.


푸른색의 긴 생머리는 한쪽으로 묶여 치우쳐있었고, 기다란 앞머리는 오른쪽 눈을 살며시 가리고 있었다. 반대쪽에는 밝은 호박색의 홍채가 있었으며 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코와 입은 아름답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있어 이 사람에 의해 황금비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았다.


"아. 미안."


몸을 트니 그녀가 내 옆을 지나갔다. 이번에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니 뭐 프리나에게서 이상한 걸 봤다던가 이질적인 기운을 느꼈다든가 해서 소름이 돋은 게 아니라 추워서 그랬다.


"시원시원한 사람이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5층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상상구현 교실은 2석이 붙어있거나 4석이 붙어있는 책상들이 2442 형태로 배치가 되어있었고, 교실 중앙에는 큼지막한 마법진이 그리고 가장 앞쪽에는 교탁과 칠판이 있었다.


교실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앉아있었다. 꽤나 인기 있는 수업인지 뒷자리부터 채워지지 않고 앞자리부터 자리가 채워졌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눈이 안 좋아서 앞자리에 앉아야만 했고, 단과학원에 혹시 늦게 도착해서 앞자리에 사람이 다 차면 자리를 바꿔줄 만한 착한 사람을 찾느라 기운이 다 빠졌었는데 지금은 눈이 정말 잘 보였다.


혼자 4인석에 앉기에 눈치가 보여서 2인석에 앉았다. 다른 학생들이 옆 친구, 근처에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보였고, 네가 내 옆에 앉아야 한다는 둥 우리는 6명인데 4인 2인으로 앉을까 4인석 두 개에 3명씩 앉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도통 자리에 앉지 못하는 사람과 그 사람을 보고 웃는 사람 등등 많은 사람이 있었다.

딱히 외로운 건 아니지만, 친구를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내 옆에 앉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반 애조차 내 옆에 앉지 않았다.


'뭐지? 내가 오늘 뭐 잘못한 거 있나?'


그렇게 한참을 자아 성찰을 하는데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정말 죄송한데 옆에 앉아도 될까요?"


누군가하고 보니 한참 동안 자리에 앉지 못했던 그 사람이었다.


노랑머리에 키가 작은 여자아이인 것 같았다.


"네. 그러세요."


"감사...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뭘까.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모르는 여자아이가 내게 사과를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상당히 많은 시선이 내 쪽으로 모였다. 정확히는 내 옆에 앉아있는 여자애한테 모였다. 그리고


'제 어떻게...'


'아. 맞다. 말해줬어야 했는데'


라는 모르는 사람과 같은 반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번에는 얼마나 다칠까?'


'제 이제 불 마법 트라우마 생기겠네.'


'난 제가 내일부터 여기 안 온다는 것에 오늘 저녁을 걸지.'


라는 둥 불길한 속삭임도 들렸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니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굉장히 불안했다.


"조용히 해라. 나 왔다."


약간 작지만 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수선했던 교실이 단번에 조용해졌다.


"음. 어제 어디까지 했지?"


"4장 4번째 마법, '불길'까지 했습니다."


안경을 쓴 똑똑해 보이는 남자아이가 책을 펼치며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학교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책이 없는데, 같이 좀 봐도 될까요?"


여기 와서 책을 받은 기억이 없다. 선생님이 잊으셨나?


"네. 물론이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 착한 사람인 것 같았다.


"좋아. 그럼 5장으로 넘어가자. 5장에는 3가지 마법이 있다. '불의 영역', '타오르는 불꽃', '화염포'. 오늘은 화염포를 한번 공부해 보겠다."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신 후 책을 덮으셨다. 그리고 조교 선생님을 부르신 후 눈을 감으셨다.


"화염포는 화염구와는 또 다르다. 화염구는 말 그대로 '불로 만들어진 구체형 마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만 화염포는 모양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일단 정석적인 모양은 사다리꼴이라고 할 수 있지."


선생님의 오른손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일류 지휘자처럼 능수능란하게 움직여지더니 어느새 근사한 마법진이 생성됬다.


"화염포."


나직한 목소리였으나 위력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커다란 사디리꼴을 둥글게 말은 모양이 우리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상당히 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기가 여기까지 느껴졌으며, 조교 선생님이 앞줄에 앉아있는 학생들을 보호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였다.


"화염포는 3장에서의 화염 급증, 화염 폭발에 이은 세 번째 광역 공격이다. 화급과 화폭이 약한 몬스터들에게만 유용한 공격이었다면 화염포 단계부터는 열심히 연마만 하면 중상위 몬스터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마법이지. 이제 사용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수인을 맺는 사람은 손을 들고 있으면 조교 선생님께서 마법진을 그리는 순서가 적힌 종이를, 영창을 하는 사람은 주문이 적힌 종이를 나눠 주실 거야. 손을 들고 있으렴."


'이게 상상구현 수업...'


난생 처음으로 마법을 듣는 나는 흥분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상상구현 수업이 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생각에 빠졌다.


'잠깐. 내가 마법 쓸 때 수인을 맺거나 주문을 외웠나?'


나 자신이 지금까지 마법을 썼던 상황을 잠시 회상해 봤는데, 나는 딱히 호쾌하게 수인을 맺거나 멋진 주문 같은 건 외운 적이 없었다. 그냥 모양을 생각하고 적당히 정신력을 불어 넣고 던졌을 뿐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마법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 강하게 머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임을 몇 년을 했는데.'


잊어버릴 리 만무하다.


지금도 화염포라는 단어를 딱 듣자마자 눈보라사의 돌게임에서 그 마법사의 그 주문카드 그림이 떠올랐다.

최소한의 정신력을 주입해서 가볍게 쏴보니 그 모양 그대로 나왔다. 이게 화염포 아닌가? 정신력 더 주입하면 위력이 더 강해지는 거고.


"종이 안 받으셨는데, 제가 받아드릴까요?"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내 책상 위에 종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고 나를 콕콕 건드린 후 말했다.


"아? 저요? 괜찮아요. 저는 지금까지 마법 쓸 때 영창이나 수인을 맺은 적이 없는걸요?"


그렇게 말하자 옆 사람의 얼굴이 살며시 찡그려지는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안좋은데..."


"예?"


"예?."


"뭐라고 하셨나요? 제가 못 들어서."


"아뇨?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흠. 잘못 들었나.


"자. 대충 눈으로 봤지? 오늘이 18일이니까 18번째 조부터 28번째 조까지 시연을 해보겠다. 미리미리 2인 1조로 준비하고 있어."


그러자 18번째 책상에 앉은 4명이 일어나 교실 앞으로 나왔다.


'어디 보자. 하나, 둘, 셋... 어. 여기가 딱 28번째 책상이네.'


공교롭게도 우리 두 사람은 오늘 나가야 하는 모양이다.


"자. 순서는 정했지? 누가 공격이냐?"


"접니다."


4명의 학생 중 한 남학생이 손을 들고 말했다.


"자. 파트너는 방어 준비를 하고. 준비됐으면 시작해라. 공격에 성공한 사람은 수비자의 점수를 3점 가져올 수 있고, 실패하면 수비자에게 점수가 넘어간다."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가 무섭게 중앙의 마법진에서 돔 모양의 반구가 튀어나오더니 두 사람을 감쌌다. 투명해서 안을 볼 수 있었다.


공격자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수인에 비하면 실수도 어느 정도 있고 속도도 느렸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천천히 마법진을 완성해갔다.


수비자는 공격자가 그리는 수인을 주의 깊게 관찰하더니 어느 순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것은 한없이 가볍지만, 누구도 들어 올릴 수 없으나..."


마법사들이 마법대전을 하는 것을 처음 본 나는 스스로 흥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저렇게 순위를 정한답니다."


내 옆 사람이 내게 말을 걸었다. 저 대결이 매우 흥미진진했으므로 고개는 돌리지 않았지만, 귀는 열었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매일 저렇게 새로운 마법을 배울 때마다 공격자, 수비자 역할 분배를 하고 공격자는 공격을, 수비자는 그 공격을 막아요. 아무래도 처음 배우는 마법이다 보니까 공격 마법을 배우는 날은 공격자의 점수가, 수비 마법을 배우는 날은 수비자의 점수가 높은 편이죠."


공격자가 쏜 상당히 큰 크기의 화염포가 수비자에게 작열하... 는듯했으나 수비자가 만들어낸 화염의 벽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하고 말았다.


"수비자가 공격을 허용하게 되면 막지 못한 데미지 만큼 정신력이 소모돼요. 그리고 데미지가 자신의 정신력 수치를 넘어가면 정신을 잃을 수도 있죠."


"마법사는 마법사한테 마법을 못 쓰지 않아?"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았지만 궁금해진 내가 물었다.


"저 돔안에 있으면 가능해요. 저게 일종의 방어막이자 새로운 세계랍니다."


공격에 실패한 공격자는 살짝 의기소침해 있었지만 두 팔을 하늘 위로 쭉 뻗으며 기지개를 한번 켜더니 수비자와 악수를 했다.


"수고했어. 와. 이거 볼 때는 쉬웠는데 엄청나게 어렵네."


"그래도 정말 강력한데? 잘못하면 화염 벽이 뚫릴 뻔했어."


서로에게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리아, 칼토르. 수고 많았다. 리아, 네가 공격을 실패한 원인 뭐라고 생각하나?"


"수인을 잘 맺지 못했습니다."


"그래.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마법이 너무 정직했다. 내가 사다리꼴 모양의 화염포를 보여줘서 그렇게 마법을 쓴 것 같은데, 처음에 뭐라고 말했지? 화염포는 모양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표면적이 넓은 화염포는 훌륭한 광역기지만 방어벽을 뚫는 힘은 그렇게 강하지 않지. 모양을 원뿔 형태로 바꾸거나 굳이 사다리꼴 모양을 쏴야 했다면 윗변의 길이를 줄였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수비자는 잘했다. 하지만 만약 공격이 이렇게 들어왔다면..."


왜 상상구현 수업이 인기가 많은지 알 것 같았다. 정석적인 마법을 기반으로 하여 여러 가지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고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이루어지니 돔 밖에서 마법을 본 학생도, 돔 안에서 마법을 쓴 학생 모두 적지 않은 마법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자. 수고한 두 명에게 박수. 다음 사람 나와라."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마법을 주고받았다. 그 아름다운 마법들의 향연은 내 가슴을 뛰게 하는데 충분했다.


방어자가 많이 이겼지만, 공격자가 이기는 경우도 적지 않게 일어났다.


"두 사람 모두 수고했다. 박수. 자 이제 마지막 28번째 책상 사람들 나와라."


"제가 공격해도 될까요?"


내 옆의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네. 뭐. 그러세요."


아무래도 방어율이 높으니까 수비자가 되는 게 좋겠지?


그렇게 나와 그녀가 교실 중앙의 마법진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누가 공격자고 누가 수비자냐?"


"제가 공격자고 남성분이 수비자입니다."


그녀가 그 말을 입에 올리자 수많은 탄식 소리와 나에 대한 걱정 소리가 들렸다.


"제발 부탁이다. 오늘은 힘 조절 좀 해라."


선생님마저 오른손으로 눈과 눈 사이를 잡으시며 말씀하셨다.


"저는 항상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랍니다?"


문맥상 저 토끼는 나를 말하는 것이겠지?


"너는 상상구현 수업이 처음이니까 대결 규칙을 말해줘야 하지만 봤으니까 대충 감이 오지? 보면 알겠지만, 수비 마법도 불 속성이어야 한다."


무심해 보이지만 학생들의 얼굴을 전부 기억하시는 것 같았다.


"시작해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구형 돔이 우리를 감쌌다.


"정식적으로 인사를 드리죠. 아르데오 이스타스라고 합니다. 부끄럽지만 상상구현 불 속성 중급반 랭킹 1위이며 257점을 가지고 있답니다. 참고로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습니다."


뭐.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집중해주세요. 기절하는 건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닐 테니까."


"아니 아니. 잠깐만 멈춰봐."


조금만이라도 대결을 늦추기 위해 나는 아무 말이나 지껄이기로 마음먹었다.


"왜 257점이지? 공격 마법 배우는 날 공격자가 받을 수 있는 최소 점수가 몇 점이야?"


"3점인데 왜요?"


"뭐야, 한 번도 이론 수업이나 캐스팅 수업 같은 다른 수업을 들은 적이 없어?"


"그런 거 들어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에요."


"아니 그래도 너무 점수가 낮은데? 적어도 70~80일은 했을..."


"52연승쯤 했을 때 누구도 저와 대결을 해주지 않았답니다? 최근에 저는 항상 혼자였어요. 마법도 단련실에서 혼자 사용했을 뿐. 그래서 저는 지금 매우 기뻐요."


그녀의 양손이 춤을 추듯 움직였다. 천천히 스텝을 밟듯이 움직이던 손가락들은 어느 순간 현란한 왈츠를 추기 시작했으며 점점 속도가 빨라지더니 왈츠는 격렬한 탱고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모든 이가 이를 볼 수 있지만, 누구도 모양을 알지 못하며..."


그 뿐만 아니라 그녀의 입에서는 화염포의 시동어가 나오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내 뇌가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기관이 정지시킨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화염포."


갑자기 엄청난 열기가 느껴지자 최면에서 께어난듯 하는 화들짝 놀랐다.

엄청난 크기의 타원형의 화염포는 마치 게임에서 흔하게 나오는 메테오(meteor)를 보는 듯했다.


'하하. 저걸 어떻게 막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내 머릿속에는 저런 마법을 막을만한 마법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허허허. 불이다. 불불. 뜨겁다. 뜨거워.'


생각하기를 그만둔 내 뇌에서는 불에 대한 무작위적인 정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 쓸모없었다.


'불이 뜨거우면 파랗게 된다는데 얼마나 뜨거워야 하나. 옛날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서는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불을 줬었지. 불불. 연소. 연소의 3요소는 발화점 이상의 온도, 탈 물질 그리고...산소'


"가능할까?"


내 뇌가 드디어 좀 쓸만한 정보를 토해냈지만 이 정보를 검토할 시간이 나에게는 없었다. 이미 화염포는 내 코앞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필사적으로 필요 정신력을 산출해보니 8만이 넘는 정신력이 필요했다.


'내 정신력이 7만8천 조금 넘는데... 공격을 맞거나 수비하거나 결론은 기절엔딩이군.'


그래도 막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아르데오의 화염포보다 큰 화염을 공중으로 쏘아냈다.

그녀의 화염포가 나에게 도달하기 직전, 내 화염이 그녀의 화염포를 감쌌다. 그렇게 거대한 화염구슬이 만들어졌을 때 나는 내 모든 정신력을 구슬의 연소에 쏟아부었다.


2초, 아니 그보다 더 적은 시간이었으리라. 하지만 내게는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화염구슬이 완벽하게 화염포를 감쌌기 때문에 내부로 공기가 통할 수 없었고, 구슬이 연소함으로써 내부에 남아있는 산소까지 모조리 없애버리자 내 화염구슬과 그녀의 화염포가 소멸했다.


'음. 역시 과학이 최고야.'


점점 눈앞이 흐려지는 가운데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녀의 경악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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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가까이서 보니까 털뭉치쯤 됐다. - (1) 18.12.05 227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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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물론 난 갈 생각이 없다. +1 18.12.02 313 4 13쪽
15 저 좀 살려주세요 +1 18.12.01 302 5 12쪽
14 너 무슨 정보창 같은거 보이냐? 18.11.30 331 3 12쪽
13 어쩌다가 막아버렸다. +3 18.11.29 335 4 17쪽
» 상상구현 수업은 인기가 많으니까 빨리 가는 게 좋을 걸 18.11.27 341 4 20쪽
11 오늘은 끔찍한 하루였다. 대강 이유가 4개정도 있다. 18.11.26 355 4 17쪽
10 공격에 낭비가 없고 수비에 투자를 많이 한다 18.11.23 401 4 21쪽
9 물리법칙을 거스르지는 않겠지 18.11.22 425 4 16쪽
8 RPG 게임할 때 마법사를 플레이 해볼껄 18.11.21 438 4 15쪽
7 나는 누구인가 +1 18.11.20 528 6 20쪽
6 공기라도 보고 있으세요 18.11.19 544 6 18쪽
5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 +2 18.11.18 631 7 18쪽
4 가장 중요한 3가지는 상상력, 정신력, 직감이다. +2 18.11.17 675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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