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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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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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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대폭발

DUMMY

보물찾기 3일째. 사실 지금에 이르러선 보물을 찾기보다는 시간을 때우는 것에 더 가까웠다. 유물의 조사나 외계인의 존재 등, 신경쓰이는 것들이 많았지만 약속은 약속이었으니 시간이 아깝더라도 어울려줘야 했다.


"야, 너 무슨 일 있냐?"


"어? 아니. 갑자기 왜?"


"갑자기는 무슨, 딱 봐도 정신이 다른 데 팔려 있구만."


아무래도 보물을 찾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들킨 것 같았다. 원래 저렇게 눈치 있는 친구가 아니었는데, 아무튼 열심히 찾고 있는 친구를 기만한 것은 사실이니 솔직하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그냥 좀,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서."


"뭔데, 무슨 일인데?"


친구의 물음에 나는 외계인에 대한 것을 말해줘야 하나 고민했다. 이토록 애타게 외계인의 잔재를 찾고 있는 친구녀석에게 말해준다면 기뻐할 것 같았지만.


"별 일 아니야. 시덥잖은 일이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싱겁기는."


말한 걸 들켰다간 그 외계인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침묵했다.


"아무튼 내일까지밖에 시간이 없어. 상념에 빠져있을 시간따윈 없다구."


"알았다, 알았어. 근데 이 근처는 진짜 샅샅이 뒤진 것 같은데... 길을 잃지 않는 게 신기하다 야. 이 길 어떻게 알았다고 했지? 아버지께서 등산하시던 코스라고 했었나?"


"엉, 그렇지."


"너네 아버지는 잘도 이런 길 없는 숲을 돌아다니신다 야...."


나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이틀 전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리고 순간 오싹함이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는 어리석게도 그 위화감의 장막을 들추어버렸다.


"야."


"왜, 또?"


"너네 아버지. 재작년에 돌아가셨잖아."


내 말에 친구는 한동안 무표정을 유지하더니 이내 소름끼치는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그건 예상 외의 변수였군. 이 행성에 대한 지식과 언어체계에만 집중해서 기억을 읽다보니 정작 중요한 곳에서 실수를 하다니."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던 '그것'은 스스로의 얼굴을 손으로 한 번 쓸어내렸다. 그러자 머리카락이 긴 은발로 변하며 얼굴 역시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로 변하였다.


'외계인...! 어제 그 여자 외계인이 말했던 또다른 외계인인가!'


어제 만난 외계인은 이 외계인이 자신보다 훨씬 흉악한 성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며칠간 내가 만났던 친구가 외계인이 위장한 것이라면 진짜 내 친구는 어디에 있을까.


"내, 내 친구는 어떻게...."


"네 친구라면 위대한 위르제스 성인들이 하사하신 임무에 기여를 한 것에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죽었을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말이 안 되는 건 그 여자의 담력이지. 너, 그 여자를 만났겠지? 숨겨도 소용없다. 그 년의 냄새가 너에게서 풀풀 풍기니까."


그 여자라는 것은 분명히 어제 만난 외계인일 것이다.


"긴말하지 않겠다. 네가 주운 상자를 내용물 그대로 내게 다오. 그것은 원래 내 물건이니까. 그렇게 한다면 자비로운 죽음을 약속하지."


어떻게 하든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차라리 있는 힘껏 발악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유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저쪽에서 확신하고 있는 이상 나를 바로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반한 행동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에 훤히 다 보인다. 내가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외계인은 허공에서 검 한자루를 꺼냈다.


"널 죽이고 네 기억을 읽은 뒤 찾아가면 그만이거늘. 내가 그러지 않는 것은 미친년 때문에 억울하게 휘말린 미식별 행성인, 너의 입장을 존중해서 그러는 것이다."


검집에서 뽑혀나온 검 한자루는 섬뜩하게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 임무수행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한다면, 나 또한 널 배려할 필요가 없지."


정신을 차리고보니 칼끝이 어느새 내 목을 정확하게 노리고 있었다. 이대로 죽는다고 생각할 찰나, 멀리서 날아온 빛줄기가 방금 전까지 친구의 모습을 하고 있던 외계인을 급습했다.


"칫, 나타났군."


"어, 어떻게...!"


나는 나를 구해준 것이 어제 만났던 외계인임을 깨닫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대체 여기까진 어떻게 찾아온 걸까.


"그야 물론 네 위치를 알 수 있게 작은 수를 해놨지. 그것때문에 저 녀석에게 들킨 것 같지만 말이야... 이봐, 미식별 행성인을 건드리려 하다니. 미쳐버린 거야?"


"하! 미식별 행성에 침범한 미친년에게 듣고싶은 소리는 아닌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은발머리 외계인은 다시 한 번 나를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칼이 아닌 채찍이었다. 어제 만났던 갈색머리 외계인이 방아쇠를 당겨 다시 한 번 나를 구해주었다.


"애꿎은 미식별 행성인은 그만 괴롭히시지."


"필요하기에 죽이는 것이다. 저 녀석의 기억을 읽고 물건을 되찾아야 하거든."


"칼라바스타 놈 아니랄까봐 참 치졸한 방법을 쓰는구나?"


"아까부터 치졸하다느니, 미쳤다느니... 이 모든 일이 너의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일인 걸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아니면 인정하기 싫어서 모르는 척 하고 있다거나... 네가 처음부터 순순히 서로의 물건을 주인에게 되돌려줬다면 이렇게 미식별 행성까지 와서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다시 은발머리 외계인이 나에게 비수를 던졌다. 비수는 갈색머리 외계인이 휘두른 칼날에 맞고 튕겨나갔다.


"거 참 쫑알쫑알 시끄럽네. 이봐, 미식별 행성인. 마음같아서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오히려 더 위험해 질 것 같아. 그러니 내 근처에 꼭 붙어있도록 해."


"에, 예!"


그 뒤로 이어진 것은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전투였다. 눈으로도 쫓기 힘들 정도로 공방을 주고받던 두 사람으로 인해 주변은 초토화가 실시간으로 진행중이었으며, 문제가 되는 점은 이따금씩 나를 향해 날아오는 공격과 그걸 막는 갈색머리 외계인이 힘들어한다는 것이었다.


"흥, 저번처럼 무기의 상성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리치를 조절한다면 모를까, 짐덩어리가 생겨서 움직임도 제한되는 마당에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나 때문에 둘 다 개죽음을 당하게 생겼다. 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두 사람이 이곳에 오게 된 것도 전적으로 갈색머리 여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 같았는데, 정작 내가 그 여자에게 보호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여자는 나 때문에 같이 죽을 위기이고. 이 경우 누가 누굴 원망하고 탓해야 올바른 걸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지금은 살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였다. 까딱 잘못하면 죽기 딱 좋은 상황에 실없는 생각을 하는 것은 좋지 못했다.


'내가 뭐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아니, 있다!'


나는 품속에 넣어둔 '원판'에 생각이 미쳤다. 이 유물을 찾고 있는 저 남자라면 아무리 전투 도중이라고 해도 이걸 무시하지는 못할 터였다.


'설마 바로 다른 외계인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 못해서 가지고 나온 거였는데....'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다. 나는 곧바로 붉은색과 푸른색이 반씩 어우러진 원판을 꺼내 보여주었다. 이 다음은 그저 갈색머리 외계인에게 맡길 뿐이다.


"어이! 찾고 있는 게 혹시 이건가?"


"너...! 그 물건은!"


"무, 무슨 짓이야! 이 바보가!"


둘의 반응은 약간의 차이가 있었으나 대체로 크게 놀란 표정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원판을 허공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은발머리 외계인은 무리를 하면서까지 내가 던진 원판을 낚아채려 했다. 채찍을 크게 휘둘러 엄청난 틈이 생긴 녀석을 갈색머리 외계인은 놓치지 않았다.


"똑같은 수에 또 당하다니, 학습능력이 없네. 너."


갈색머리 외계인은 그 말을 하며 양손에 든 총을 맞대어 은발머리 외계인을 향해 발사했다. 지금까지의 전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괴력이 은발머리 외계인을 덮쳤다.


"크아아아악!!"


명치 부근이 관통되어 털썩 주저앉는 은발머리 외계인. 갈색머리 외계인은 잠시 시선을 피하고 머뭇거리더니 이내 심호흡을 하며 중얼거렸다.


"하아... 결국 살인을...."


"큭, 크윽... 쿨럭! 이런... 젠장...!"


몸에 지름이 10cm 족히 될법한 관통상이 생겼는데도 죽지 않고 말을 하는 외계인의 신체능력에 나는 경악했다.


"크흐, 그렇게 놀란 표정... 지을 것 없다. 소피아... 결국 일을 저지르는구나... 우주인의 금기인 미식별 행성 침입에 더불어 용병의 금기인 살인까지... 이 소식을 남에게 전해줄 수 없다는 게 통탄할 노릇이군...."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있냐?"


"할 말이야 많지만.... 그럼에도 굳이 한 마디를 꼽자면... 외롭지는 않겠구나...."


"뭐? 그게 무슨--"


소피아라고 불린 갈색머리 용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발머리 용병의 품에 내가 주웠던 것과 매우 흡사하게 생긴 상자가 튀어나왔다.


"대체 이런 물건을 의뢰하는 미친놈이 누굴까 궁금하지만 상관없지."


은발머리 외계인이 상자에서 꺼낸 물건을 보자마자 소피아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내 육감 역시 전례없을 정도로 엄청난 경고를 했다.


"그, 그거...! 행성--"


'뭐지?'


어째서일까, 소피아의 다음 말이 들리지가 않았다. 아니, 소피아의 말뿐만 아니라 숲에서 들릴법한 온갖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즉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퍼엉!


처녀자리 초은하단, 외진 구석에 있던 행성 하나는 그 시간부로 폭발과 함께 끝을 고했다.


* * *시점 전환* * *


행성 전체가 없어질 정도의 대규모 폭발은 우주의 관점으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다. 행성의 잔재가 텅 빈 우주공간에 유유히 퍼져나가고 있는 와중에 행성의 파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두 개의 물질이 섞여 있었다.


하나는 낡아빠진 책. 페이지 수는 고작해봐야 23페이지 정도 될까. 그리고 다른 하나는 태극 문양의 원판. 역시나 특별한 점은 없어보였다.


이윽고 방금 전까지 행성이 자리하고 있던 곳에 두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한 명은 우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흰 반팔 티셔츠에 청반바지를 입은 금발머리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볼륨감 넘치는 몸매를 속이 비쳐보이는 베일로 둘둘 감싼 검은 머리카락의 여성이었다.


"역시 왔군. 아마노 와카루."


남자가 먼저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여자의 이름은 아마노 와카루. 전지전능한 신에 비하면 약간 뒤쳐지는, 불완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다.


"그거야 당연하죠. 두 눈 똑바로 뜬 채 당신에게 열쇠를 빼앗길 수는 없으니까요. 불완전능."


아마노로부터 불완전능이라 불린 남자는 혀를 찼다.


"그래서, 한 판 붙어보자는 건가?"


"저도 사생결단의 각오로 이곳에 온 거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그렇게 말하는 아마노가 태극무늬 원판을 향해 시선을 주자 원판은 양과 음으로 정확히 양분되었다.


"하나씩 가져가라는 걸까요, 이것도 신의 안배겠지요."


아마노의 말에 불완전능은 눈살을 찌푸렸다.


"신은 다름아닌 이몸을 말하는 것이다. 이 불경한 일본인아."


"당신이 신이면 저도 신이거든요... 그래서, 굳이 두 개를 다 가져가셔야 속이 풀리시겠다면 저도 상관없어요. 그에 걸맞는 대응을 할 뿐이죠."


자못 진지해진 아마노의 말투에 불완전능은 저번에 벌였던 전투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양하지. 딱히 네가 두렵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저번에 그 칸차젤라 급 유물 하나를 두고 싸웠을 때처럼은 되고 싶지 않거든."


"어머, 천총운검 말인가요? 후후, 그런 유서 깊은 검을 당신의 유희따위에 더럽힐 수는 없으니까요."


"쳇, 잡담은 여기까지다. 그래서 어느 쪽을 가져갈 테냐?"


불완전능의 질문에 아마노는 곧바로 대답했다.


"저는 빨간색으로 할게요. 옛날부터 아들이 가지고 싶었거든요."


"좋다. 내 넓은 도량으로 친히 우선권을 허락하지."


"어이구,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네요."


마지막까지 서로를 비꼰 둘은 각자 '음'과 '양'을 나누어 가지고서는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처녀자리 초은하단 : 이곳은 우주에서 외진 행성 END


작가의말

앞으로는 1인칭 시점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네, 당연하게도 작중에 나온 배경은 지구가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주인공도 주인공 친구도 이름이 안 나오고 각종 지명이나 고유명사도 나오질 않았으니 너무 당연한 떡밥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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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 팔레이아 행성편 - 분노 18.12.10 19 0 12쪽
11 2. 팔레이아 행성편 - 인신매매 18.12.08 15 0 11쪽
10 2. 팔레이아 행성편 - 뒷세계 18.12.07 17 0 11쪽
9 2. 팔레이아 행성편 - 경매장 18.12.04 20 0 11쪽
8 2. 팔레이아 행성편 - 육아 18.11.30 18 0 11쪽
7 2. 팔레이아 행성편 - 우주의 시간은 흐른다 18.11.29 19 0 11쪽
»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대폭발 18.11.27 16 0 13쪽
5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만남, 협상 18.11.26 15 0 11쪽
4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두 외계인(2) 18.11.25 20 0 11쪽
3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두 외계인(1) 18.11.24 21 0 10쪽
2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운석 찾기 18.11.23 22 0 13쪽
1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미식별 행성 18.11.22 3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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