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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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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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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팔레이아 행성편 - 뒷세계

DUMMY

팔레이아에 백아현이 입소문으로 퍼지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디클로아이알펜을 시작으로 온갖 값비싼 물건들을 신원을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사들였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아현 님. 오늘은 무기 경매가 있을 예정입니다."


"알아요. 어제 말해주셨잖아요. 원래 안 오려고 했는데, 무기 경매는 처음이라."


때문에 경매장 측에서는 큰손으로 대접받았으며,


"쳇, 오늘도 메인 디쉬는 글렀잖아."


"돈질에 밀리니 답답하군, 답답해. 대체 저런 놈이 어디서 튀어나왔담?"


다른 손님들에게는 요주의 인물로 찍히기 일쑤였다. 아현은 내색하지 않은 척 지나가려다가 솔깃한 이야기를 엿들었다.


"자네 들었나? 오늘 아주 거물이 올라온다고 하더군. 무려 팔레시스 급 유물이래."


"암, 그것 때문에 난리도 아니라지? 듣기로는 몇몇 거부들이 서로 손잡고 자금을 마련한다던데."


팔레시스 급 유물은 아현이 경매장에 처음 왔을 때 낙찰받았던 디클로아이엘펜과 같은 등급이었다. 문제는 오늘의 경매 테마가 무기라는 점, 그리고 아현이 디클로아이엘펜 이후로 한 번도 팔레시스 급 유물이 경매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하신다면 어떤 물건인지 미리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현이 한껏 기대되는 표정을 지은 탓인지 그를 수행하던 인원이 귀띔을 해주었다. 아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괜찮아요. 미리 알면 기대가 반감될 것 같으니까요."


아현은 곧장 7번 경매장으로 향한 뒤, 언제나와 같이 77번 자리에 착석했다. 잭팟이 연상되는 자리였지만 경매는 운이 작용하는 요소가 없기 때문에 아현은 항상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신사숙녀 여러분, 오늘도 저희 팔레이아 경매장을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손님 여러분들의 열의에 보답하기 위해 최상의 품질을 가진 물건들만 준비했습니다. 모쪼록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개시 멘트와 함께 경매가 시작되었다. 처음에 올라온 물건은 잘 빠진 검이었다.


"검이다...."


백아현은 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무기치고 외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자주 봤던 알라나가 검을 굉장히 잘 다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아현도 한창 검을 휘두르려 할 때가 있었으나 압도적인 재능부족으로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였다.


'딱히 유물도 아니고, 굳이 살 필요는 없겠지.'


경매에 맛을 들이긴 했으나 괜한 낭비를 할 정도로 돈 쓰는 일에 중독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현은 느긋하게 경매를 관망했다.


"40만 달러! '극동의 검'은 40만 달러에 21번 고객님께 낙찰되었습니다!"


이어서 줄줄이 여러 무기가 등장했다. 개중에는 검처럼 아현이 잘 알고 있는 무기도 있었고, 생전 처음 보는 무기도 더러 있었다. 물론 아현은 그럴 때마다 지식의 정수를 꺼내들어 정보를 확인했다.


"...뭐, 딱히 살만한 물건은 없었지만 그래도 관심있는 분야가 경매로 나오니까 재미있네."


기나긴 경매 시간동안 아현은 단 한 번도 입찰하지 않았음에도 흥미롭게 관전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 기다림의 결실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상품입니다. 무려 팔레시스 급 유물! '시선물리금강저'입니다!"


'우와, 딱딱해.'


미적 감각이라고는 단 한 치도 찾아볼 수 없는 무기의 이름에 아현은 잠시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눈동자를 반짝이며 사회자가 꺼낸 물품을 살펴봤다. 이름과는 달리 굉장히 멋진 물건이었다. 15cm를 채 넘지 않는 길이로 만들어진 금속의 막대기는 양끝이 곡선의 삼지(三指) 형태로 튀어나왔으며 기둥은 동양의 용이 휘감듯이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었다.


"금강저...라는 무기도 있었구나."


아현은 곧바로 지식의 정수를 통해 아카식 레코드에 접속했다. 전혀 위협이 느껴지지 않는 금강저라는 무기는 역시 살상에 치중된 무기가 아니었다.


'신의 번개를 상형화한 물건이구나. 뭐, 금속이니까 당연히 살상력도 있겠지.'


같은 크기의 돌로 머리를 쳐도 사람은 죽는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무기가 맞았다. 아현은 납득하고 '유물'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시선물리금강저]


소유자의 시선이 닿는 곳이라면 거리에 상관없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팔레시스 급 유물. 그 압도적인 공격 사거리 때문인지, 실제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용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우와, 이건 좀 위험한데.'


설명을 읽고 얼마나 위험한 무기인지 깨달은 백아현은 자신이 쓰지 않더라도 경매에 입찰하기로 했다.


'살인청부업자가 암살에 쓰기 딱 좋겠군.'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시선이 닿는 곳에 물리력을 행사한다. 쉽게 말해서 눈에 보이는 사람이라면 죄다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머리같은 급소를 저런 쇳덩이로 맞으면 죽는다. 백아현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피해망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새 뒤통수가 따끔따끔해.'


요새 돈지랄을 하도 해대느라 본인도 모르는 적이 생기긴 했다. 백아현은 냉큼 입찰을 표명했다.


"시작가는 200만 달러입니다!"


"250!"


"300!"


"350!!"


같은 등급의 유물이었던 디클로아이엘펜보다 두 배나 높은 시작가였다. 뿐만 아니라 입찰 금액도 실시간으로 치솟는 중이었다.


'무기냐 아니냐의 차이가 이렇게 나는구나.'


실용성을 따지면 금전운을 높여주는 디클로아이엘펜 쪽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하지만 시작가도 그렇고,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격은 시선물리금강저가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이 우주가 흉흉하다는 걸까?'


아현은 시덥잖은 생각을 접고 본격적으로 입찰했다. 900만까지 올라간 가격에 어느새 남은 입찰자는 그를 포함한 단 둘뿐이었다.


"900만 달러! 900만 달러 나왔습니다! 삼창하겠습니다. 900만 달러, 900만 달...."


"천만."


50만 단위로 올라가던 가격이 100만으로 바뀌었다. 기를 죽이겠다는 의도가 포함된 베팅에 아현은 맞장구를 쳐주었다.


"1100만."


"1200만."


사회자가 삼창할 틈도 없이 100만 단위로 뛰기 시작한 경매가는 순식간에 2000만에 도달했다.


"2500."


백아현이 단숨에 500만을 더 얹었다. 그러자 아현의 상대측에서 난처한 표정과 함께 '끙....'하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덩달아 그의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함께 썩어갔다.


'단합인가 보군.'


표정이 좋지 않은 개개인의 자리를 천천히 둘러보던 아현은 그들이 어태까지 아무런 상품에도 입찰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아현은 새삼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깨달았다.


'좀 심했나?'


"2500만 달러! 오늘의 주인공, 시선물리금강저는 2500만 달러로 77번 고객님께 낙찰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사회자가 가격 삼창을 마쳤다. 백아현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수령했다.


'그런데 막상 낙찰받았다고 해도... 쓸 일이 없단 말이지.'


우주선으로 돌아온 아현은 자신보다 먼저 우주선에 도착한 시선물리금강저와 원래 안에 있던 행방쫓는 활을 번갈아보며 고민했다. 행방쫓는 활은 목표로 삼은 곳에 반드시 화살을 명중시키는 에우퀸 급 유물이다. 유물의 등급으로 보나 살상력으로 보나 백아현이 시선물리금강저를 쓸 일은 없었다.


"뭐, 나중에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면 되겠지."


백아현은 걱정을 덜어내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우주선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 뒤를 쫓는 한 사람이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놈들. 결국 빼앗겨 버렸잖아.'


남자는 백아현과 마지막까지 경매 레이스를 한 사람이었다. 주변 동료들로부터 미리 자금을 양도받은 그는 백아현의 존재를 의식하면서도 자신이 시선물리금강저를 낙찰받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아무리 유물이라지만 팔레시스 급 유물에 2500만 달러를 쏟아붓는 새끼가 있다니!'


이렇게 생각하는 그도 사실 2500만 달러를 상정했다. 문제는 그가 자신의 동료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돈을 남에게 맡긴다는 불안감도 한몫하여, 동료들은 그에게 최대 3000만 달러까지 지원해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남자는 더욱 배가 아팠던 것이다.


'일을 수월하게 하려면 필수로 확보해야 하는 유물이라고 말을 해도 알아쳐먹질 않으니... 쯧!'


멍청한 자신의 동료들을 한탄하며 백아현의 우주선 앞까지 당도한 그는 우주선 외부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처음 보는 모델인데...?'


남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우주선의 입구에 있는 소유자 인식 패널에 아는 사람에게서 구해온 해킹 툴을 장착시켰다. 허튼 짓 않고 시선물리금강저만 냉큼 빼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주선의 보안이 견고하게 버틴 것이다.


'뭐? 이게 안 먹힌다고? 분명히 노아 급 신형 우주선에도 먹힌다고 했는데!'


백아현의 우주선은 우주에서 가장 지혜로운 아마노 와카루의 완벽한 설계로 만들어진 핸드 메이드 제품이었다. 지구인, 그것도 가장 지적인 존재가 만든 물건에 해킹이 통할 리 만무. 믿어의심치 않았던 해킹 툴이 쪽도 못 쓰자 남자의 얼굴엔 당혹감이 퍼졌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정면돌파를 하는 수밖에.'


직접 백아현을 행동불능으로 만들어 신체정보를 따기로 결심한 남자는 재빨리 백아현이 향했던 길을 따라갔다. 남자는 경매의 요주의 대상으로 지정된 백아현의 행동반경을 미리 조사해두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백아현을 추적할 수 있었다.


'일을 벌이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혼잡한 번화가에, 인기 있는 가게에서 비싼 메뉴를 시켜먹는 아현을 보며 남자는 급격하게 분노를 느꼈다.


'나는 누구때문에 노심초사하며 밥도 굶고 있는데, 팔자도 좋군!'


물론 백아현이 잘못한 건 없다. 그는 그저 자신의 돈으로 경매에 참여한 뒤 남들 다 하는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뿐이니, 잘못이 있다면 이 남자의 배배 꼬인 심성이 아닐까.


'놈이 분명 혼자일 때가 있을 거야... 그 때를 노리자.'


남자는 나름대로 무력에 자신이 있었다. 언제든지 습격할 준비를 한 남자는 마침내 으슥한 골목으로 이동한 백아현을 덮칠 수 있었다.


'네게 특별한 원한은 없다, 날 원망해도 좋아.'


다만 남자가 한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면, 미처 백아현의 무력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뒤로부터 은밀하게 들어오는 일격을 피한 백아현은 자신을 습격한 상대를 바라봤다.


"...아하, 묻지마 습격은 아니구나."


가면을 쓰고 있어 습격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지식의 정수는 얇은 장식품에 구애받는 일 없이 백아현에게 습격자가 경매장에 있던 인물과 동일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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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대폭발 18.11.27 16 0 13쪽
5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만남, 협상 18.11.26 15 0 11쪽
4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두 외계인(2) 18.11.25 21 0 11쪽
3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두 외계인(1) 18.11.24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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