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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22 09:52
최근연재일 :
2018.12.1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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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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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있어선 안 되는 것들 - 조짐

DUMMY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녹음이 우거진 작은 행성, 적갈색 머리카락의 남성은 씨뻘겋게 빛나는 검을 품에 안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죽은 듯, 숨 한 번 쉬지 않던 남자는 어느 순간 희번득 한쪽 눈을 떴다.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남자의 시선 끝에는 갑작스레 커다란 달이 나타났다.


아니, 조금 달랐다. 그것은 분명 달처럼 둥그런 모양이며 은은한 광채를 뿌리고 있었지만 너무도 거대했으며, 무엇보다 중앙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검은색 선은 자신이 동공(瞳孔)임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눈이었다.


"어쩐 일인가, 윌즈."


남자는 무덤덤하게 하늘을 향해 말을 걸었다. 그러자 행성 전체를 울릴듯한 커다란 목소리가 대답했다.


[커다란 파도가 우주를 휩쓸어버린다는 흐름을 읽었다.]


남자는 고개를 한 번 까딱 움직이며 한탄했다.


"항상 말하지만, 뜬구름 잡는 소리 말고 본론만 간단하게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그런 형태로밖에 미래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자네같지 않다는 말일세."


[...불완전한 신이 소란을 피울 모양이다.]


그 말에 남은 한 쪽 눈도 마저 뜬 남자는 다시 되물었다.


"앎의 근원 쪽인가? 능의 근원 쪽인가?"


[내가 아는 아마노 와카루는 소동을 일으킬만한 자가 아니다. 당연히 이름없는 불완전능 쪽이겠지.]


그 말에는 동의하는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말인가. 자네도 아시다시피 나는 내 품에 있는 이 놈을 노리는 녀석만 아니라면 신경 쓰고싶지 않은데."


가장 지혜로운 용, 윌즈는 남자의 품에서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는 불길한 검을 바라보며 일순 공포를 느꼈다. 용을 죽이는 검, 용인 주제에 용살검을 쥐고 있는 걸로도 모자라 온몸으로 감싸안고 있으면서도 안연자약하게 있을 수 있는 용은 오직 눈앞에 있는 최강의 용인 알락차카밖에 없을 것이라고 윌즈는 생각했다.


[문제는 소란을 피운다는 것이지. 초은하단의 지배자조차 가지고 놀 수 있는 그 자가 우주가 소란스러울 정도로 활개를 친다는 것은, 상대도 그만한 능력을 가진 자겠지.]


그 말에 남자, 알락차카는 윌즈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당장 불완전능과 대등한 전투가 가능한 존재가 세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셋 중 하나는 규탄의 용 알락차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렇군, 일부러 주의를 주러 올 필요는 없었는데... 아무튼 경고는 감사히 새겨두도록 하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네만, 내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건 그게 아닐세.]


자기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에 알락차카는 자못 섭섭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뭐가 걱정이란 말인가?"


[아무리 이런 외딴 곳에 틀어박혀있는 자네라도 얼마 전 열쇠가 나타났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겠지?]


10년도 더 넘은 일을 얼마 전이라고 표현하는 용들의 스케일, 알락차카는 고개만 끄덕였다.


[이름없는 불완전능이 우주를 어지럽힐 정도로 소란을 피운다고 했을 때, 이 시국에 그 원인이 될만한 게 뭐겠는가?]


"그야 당연히 그 열쇠겠지."


알락차카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열쇠는 반쪽짜리 신인 그에게 있어 온누리에 있는 것들을 다 나열해도 첫번째로 둘 수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이 연루된 일이라면 생각보다 윌즈가 말한 '소란'의 규모가 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네가 그 상대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네. 자네와 그 자가 충돌할만한 일은 그 검 외에는 없으니까.]


다시 한 번 알락차카가 가진 용살검을 힐끗 쳐다보던 윌즈는 이어서 말했다.


[자네가 아닌 나머지 둘이, 열쇠로 인해 시비가 붙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게.]


알락차카는 세 손가락으로 꼽았던 것 중 자신 몫의 손가락을 접었다. 남은 건 둘, 불완전능의 경쟁자인 불완전지 아마노 와카루와, 우주의 모든 용과 지구인이 공인한 미친년 엘리니아 블라디미르 뿐이었다.


"어느쪽이든 별이 남아나질 않겠군. 부르즈 알 샨이 고생 깨나 하겠는걸."


용의 주식이기도 한 별을 창조하는 능력을 가진 지구인을 떠올린 알락차카는 딱한 표정을 지었다.


[사상 초유의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르네. 그때는 자네가 개입해야 할 수도 있어.]


"무슨 소리인지 잘 알겠네."


용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세 가지는 같은 용, 용의 주식이 되는 별, 그리고 최초의 신에게 부탁받은 '생명의 자연스러운 탄생과 소멸'이다. 불완전능이 일으킬 소란은 세 가지 전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럼, 부탁하지. 나는 이만 가보겠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늘에 있던 눈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윌즈가 멀리 떠나는 것을 느끼며 알락차카는 다시 두 눈을 감았다.


"10년만 더 자야겠군. 설마 그 전에 사달이 나지는 않겠지?"


알락차카가 수마에 빠질 무렵, 불완전능의 슬하를 떠난 백아연은 워프게이트를 넘나들며 팔레이아를 향해 맹렬히 속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핏줄에 대한 이야기가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불완전능이 자리를 잡고 있던 곳은 엔테로피아 초은하단과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백아연은 삽시간에 팔레이아 행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팔레이아 행성....'


우주선을 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경계선 검문에 걸리지 않은 백아연은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는 팔레이아 행성을 목전에 둘 수 있었다.


'자를 수 있겠는걸.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불완전능의 교육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실없는 생각을 한 백아연은 천천히 팔레이아 행성으로 진입했다. 몸뚱아리뿐인 그녀가 우주선의 진입경로를 이용할 수는 없었고 미확인 물체로 오인되어 미사일이 날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착했다.'


육지에 착지한 백아연은 곧바로 눈을 크게 떴다. 용을 매료하는 능력을 가진 백아현의 눈처럼 그녀의 눈 역시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안 보이네....'


우주를 관통하여 볼 수 있는 그녀의 오른쪽 눈이 팔레이아 행성을 샅샅이 뒤졌으나 그 어디에도 자신의 혈육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불완전능이 말해준 인상착의와 비슷한 생명체는 종종 있었으나 존재를 꿰어 보는 그녀의 왼쪽 눈이 지구인이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이미 떠난건가...."


마음만 먹으면 우주 어디든 내다볼 수 있는 눈이 고작 한 행성, 그것도 외행성인의 출입을 통제하여 구역이 한정된 작디 작은 구역에 놓치는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 혹시 몰라 고개를 하늘로 치켜들어 팔레이아 행성의 우주 정거장까지 확인한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없어....'


백아현이 없다는 걸 인지한 순간 그녀의 몸에 기운이 쫙 빠져나갔다. 혹여나 떠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까 팔레이아 행성 주변을 싹 살펴볼 생각도 했던 백아연은 이내 뇌가 정보량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우주에 돌아다니는 우주선이 몇 갠데.'


사막에서 바늘찾기도 아니다. 사막에서 '특별한 모래알'을 찾는 것과 진배없는 행동이었기에 그녀는 깔끔하게 혈육 추적을 포기했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뭐.'


정 안되면 불완전능에게 다시 물어보는 방법도 있었다. 물론 백아연은 그에게 돌아갈 생각따윈 손톱만큼도 없었다.


"응...?"


기왕 오게 된 행성, 딱히 목적지도 정해두고 있지 않아 둘러보려는 찰나 백아연은 근처가 소란스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지?"


팔레이아 행성의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팔레이아 행성인이 아닌 외행성인들을 붙잡아다 검문을 실시하고 있었다.


"잠시만 협조 부탁드립니다."


기어코 백아연에게까지 다가온 경찰은 백아연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무슨 일인데 그러죠?"


"외행성인이 팔레이아 행성에서 무차별적으로 상해를 가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알려줄 생각이 없어보이는 경찰의 모습에 백아연은 순순히 신분증을 꺼내 보여줬다. 불완전능이 만들어준 신분증이었다.


"위르제스...! 이거, 실례했습니다."


백아연에게 신분증을 건네받아 인적사항을 확인하던 경찰은 곧바로 정중히 사과하며 그녀에게 두 손으로 신분증을 돌려주었다. 너무 눈에 띄는 일이 없도록 적당한 행성의 신분을 만들어 준 아마노 와카루와는 달리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불완전능은 백아연에게 우주에서 최고위신분을 가지고 있는 위르제스 성인의 신분증을 만들어 준 것이다.


"됐어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어째 경찰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짐을 느낀 백아연은 더 깊이 파고들어봤다. 그녀의 예상대로 경찰은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사건의 경위를 술술 설명했다.


"네. 경매장 이용을 목적으로 방문했던 시트러스 성인이 돌연 경매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생 걸어다니기 불편할 만큼의 상해를 입힌 뒤 도주한 사건입니다. 뭐... 아이러니하게도 그 경매장은 불법 경매장이었지만... 그래도 율법이 있으니까요."


율법을 말할 때의 경찰의 태도는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이는 백아연을 위르제스 성인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주의 법도를 결정하는 조항의 이름이 바로 위르제스 율법이었다. 조심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혹시 그 자의 이름을 알 수 있나요?"


백아연이 다시 묻자 경찰은 호들갑을 떨며 대답했다. 백아연이 직접 범인을 잡아낼 생각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네, 넵! 백아현이라는 이름의 남성입니다. 검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를 하고 있습니다."


'백아현!'


백아연은 그가 자신의 남매임을 확신했다. 불완전능에게 이름은 듣지 못했지만 자신과 워낙 비슷한 이름이었다. 백아연 자신의 이름은 다른 누군가가 지어준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라면서 스스로 자연스럽게 떠올린 이름이었기 때문에 비슷한 이름은 백아연을 확신에 차게 했다.


'게다가 인상착의도 일치해....'


경찰이 말해준 인상착의는 불완전능이 말해준 것과 완전히 같았다.


'그런데 범죄라니.......'


백아연은 자신의 남동생에 대한 기대치가 약간 저하되는 것을 느꼈다.


'그 양반이랑 비슷할 정도로 막나가는 성격이라면 곤란한데.'


만약 그렇다면 백아연은 크나큰 실망을 할 것이다.


"으응?"


한편, 헨으로 향하고 있는 백아현은 근처 소행성에서 산 팥소가 든 생선모양의 빵을 맛있게 먹는 중이었다.


"갑자기 귀가 가렵네."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빈 아현은 자신의 눈앞에서 맛있게 빵을 먹는 타타라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더 있으니까 많이 먹어."


"얌냠... 네!"


"부모님 빨리 보고싶지? 걱정하시겠다."


아현은 타타라의 입가에 묻은 빵조각을 떼어주며 다시 한 번 웃었다.


작가의말

유물도감


No. 74 아마테라스

등급: 칸차젤라

능력: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게 된다.


아마노 와카루가 천총운검이라 주장하는 도 형태의 유물.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소유자의 역량에 따라 항성을 찍어낼 수도 있다. 차젤라 급 유물을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불완전능이나 별을 주식으로 삼는 용들이 탐을 내는 유물이지만 현재 소유자는 고향의 물건이라는 이유로 소유권을 완강하게 주장하는 아마노 와카루. 불완전능이 수집하지 못한 두 개의 칸차젤라 급 유물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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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있어선 안 되는 것들 - 조짐 18.12.13 10 0 11쪽
13 2. 팔레이아 행성편 - 타타라 18.12.12 26 0 11쪽
12 2. 팔레이아 행성편 - 분노 18.12.10 26 0 12쪽
11 2. 팔레이아 행성편 - 인신매매 18.12.08 16 0 11쪽
10 2. 팔레이아 행성편 - 뒷세계 18.12.07 18 0 11쪽
9 2. 팔레이아 행성편 - 경매장 18.12.04 21 0 11쪽
8 2. 팔레이아 행성편 - 육아 18.11.30 19 0 11쪽
7 2. 팔레이아 행성편 - 우주의 시간은 흐른다 18.11.29 19 0 11쪽
6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대폭발 18.11.27 16 0 13쪽
5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만남, 협상 18.11.26 16 0 11쪽
4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두 외계인(2) 18.11.25 21 0 11쪽
3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두 외계인(1) 18.11.24 24 0 10쪽
2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운석 찾기 18.11.23 24 0 13쪽
1 1. 처녀자리 초은하단 - 미식별 행성 18.11.22 3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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