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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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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18.11.23 13:11
최근연재일 :
2019.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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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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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여행 (2)

DUMMY

여행 (2)


저녁 식사가 끝나고 주앙은 에바와 레나에게 태극권을 수련시켰다. 에바는 원래 주앙에게 배웠던 기간이 길어서 이미 주앙과 산타를 함께 하고 있었고, 레나는 주앙이 알려준 초식을 천천히 움직이며 기를 운용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세 명의 수련을 보고 있던 슬라브 자작은 하품을 하다가 검을 뽑아들고 몇 번 휘두르더니 멈추고 한쪽에 나무 등걸에 기대 앉아 투덜거렸다.

그런 모습을 본 레나가 슬라브 자작에게 태극권을 권했다.

“자작님도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거 생각보다 육체에 흐르는 마나가 더 생생하게 느껴져요.”

레나의 권유에서 뚱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고 에바와의 산타를 끝낸 주앙이 빙그레 웃었다.

“검법이 아니라 관심이 없으신가봐요.”

그 말에 슬라브 자작의 눈이 반짝였다.

“어스 자작님이 예전에 사용했던 모든 검을 다 흘려보내는 검법!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에바와 레나는 한쪽에서 동공을 통해 대주천을 하고 있었고, 주앙은 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좀 더 떨어진 곳으로 슬라브 자작을 데리고 가 마주보고 섰다.

“우리 간단하게 대련을 해볼까요?”

안그래도 대련을 기다리고 있던 슬라브 자작은 큰 거검을 휘두르며 주앙에게 바로 달려들었고, 주앙은 부드럽게 슬라브 자작의 품으로 파고들며 손등에 주앙의 손등을 대고 검의 궤도를 휘게 했다.

주앙의 손을 떼어내기 위해 직접 개발한 마나 스텝을 사용하여 뒤로 이동했지만 주앙은 여전히 손등이 붙은 채로 그대로 따라 앞으로 전진했고, 슬라브 자작의 움직임은 주앙에게 모두 막해 검을 움직이지도 발을 움직이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욱!”

움직임이 제약받자 온 몸에 마나를 방출시켜 주앙을 떨쳐내려 하자 주앙의 왼손을 떨어져 슬라브 자작의 배에 닿았다.

텅!

온 몸에 울릴 정도의 충격이 울리고 힘이 쑥 빠지는 것을 느끼면서 슬라브 자작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우웩!”

저녁에 먹은 것들을 모두 쏟아내며 한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슬라브 자작은 겨우 속을 진정시키고 일어나 주앙을 놀란 눈으로 끔뻑끔뻑 거리면서 쳐다보았다.

그리고 상의를 끌어올려 주앙의 손이 닿은 부분을 보았지만 멍든 자국하나 피부에 스친 자국하나 없이 깨끗했다.

“이게 뭡니까?”

그 동안 검법으로 또 흘리는 기술로 검을 떨쳐버리거나 틈을 파고드는 것을 허용해 급소를 내준 적은 있었지만 손바닥을 올리자 온 몸에 강한 충격과 함께 속이 진탕되는 것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발경(發勁)이라는 것입니다.”

초롱초롱한 슬라브 자작을 보고 웃음이 지어진 주앙은 태극권에서 수련해야 할 경(勁)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까 제가 자작님께 달라 붙어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것을 점경이라고 하고, 그래서 자작님의 움직임을 알고 파악하는 것을 청경이라고 하며, 그 힘을 이용하는 것을 동경이라고 하는 겁니다. 손 대신 검으로 움직이게 되면 바로 전에 자작님과 나누던 검이 되는 것입니다.”

주앙이 알려주고 있는데 에바가 가까이 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자작님. 저와 레나 언니는 결혼까지 한 가족이니까 그렇다고 하지만 슬라브 자작님께도 이렇게 수련법을 알려주셔도 되는 건가요?”

과연 그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던지라 슬라브 자작도 움찔 놀라 주앙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주앙은 태연했다.

“아! 괜찮아요. 저번에 거북선 만들면서 슬라브 영지에서 혹사시키면서 내기를 했을 때, ‘모든 것을 걸고 절대적으로 돕겠다’라고 맹세를 했거든요.”

“컥!”

“윽!”

그 때의 혹사되던 기억이 떠오른 레나와 슬라브 자작 둘은 갑자기 헛구역질을 했다.

그리고 얘기를 전해들었던 에바도 처절했던 그 상황을 다른 사람들을 통해 전해들어 그 당시 주앙이 얼마나 사악하게 일을 시켰는지 알았었다. 그런데 그 때의 내기를 아직까지 기억하며 우려먹고 있는 모습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러니까 그 모든 것이라는 것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제가 좀 더 주어야죠. 그러니 저는 아주 충실하고 자세히 알려주려고 합니다.”

“...”

“...”

공터에는 모닥불이 타는 소리만 들렸다.

그렇게 흐지부지 수련이 끝나고, 모포를 둘둘 말고 나무 밑에 앉은 슬라브 자작은 저만치서 흔들거리는 마차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혼이군...”


날이 밝고 해가 뜨자마자 마부는 시뻘겋게 변한 눈으로 돌아와 사온 물건들을 풀어놓았다.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고는 서로 옷의 품평을 하는 동안에도 마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레나를 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뭐지?”

마부의 시선이 거슬려 레나가 톡 쏘듯이 물었다.

“히이익! 살려주십시오! 옷은 그것이 가장 좋은 겁니다! 더 이상 좋은 평민의 옷은 없습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무섭게 했었나?”

“...어제... 달려가다 숨이 차 걸어가려는데... 큰 폭발마법으로 빨리 가라고 재촉하신 것이...”

마부의 말에 슬라브 자작과 레나, 에바의 시선이 주앙에게로 향했다.

“마법이 아니라... 원기옥인데...”

중얼거리는 주앙의 말에 마부는 털썩 주저 앉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검은 머리의...”

공황상태의 마부는 내버려두고 네 명은 마치 여행자처럼 차려입고는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마부는 알아서 쉬다가 옷을 사온 그 마을로 올 것이다. 네 명은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가며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는 등 영지의 사업으로 닦여진 도로를 마음껏 이용했다.

“자작님. 그 때 저를 처음 만났을 때 불렀던 노래 다시 불러주시면 안될까요? 그 때 혼자 부르시던 그 노래...”

에바의 말에 주앙은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그 때 부르던 노래라면...”


-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주앙이 부르는 노래를 다시 듣는 에바. 그리고 처음 듣는 레나와 슬라브 자작은 귀를 간질이는 음율에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길 가에 핀 꽃을 보면서 귀에는 남편의 목소리로 부드러운 노래가 들리자 더 없이 행복함을 느끼던 에바는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그러고보니 그 노래는 여행을 떠나는 노래라고 했죠? 자작님은 여행을 자주 다니셨나요?”

“아... 뭐 여행을 떠난다기 보다는 그냥 어떤 곳을 향해 출발을 한다는 의미가 크죠. 그리고 사실 살면서 여행을 그리 많이 다니지 못했어요. 여기로 오게 된 것도 처음으로 외국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나섰다가 사고가 나고 어떻게 일이 진행이 되니 이렇게 되었네요.”

그 동안 주앙과 함께 공부도, 권법도 배우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렇게 주앙이 있던 곳에서의 이야기를 들어본 일은 거의 없었다.

“들려줘요. 그럼 자작님의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는지. 또 어떤 음식을 많이 드셨는지, 어떤 친구들을 만났는지.”

에바의 질문에 가만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던 주앙은 그 동안 살아왔던 좋지만은 않은 추억들을 생각하며 쓰게 웃었다.

“어디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어릴 적부터 항상 싸우던 부모님,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별거에 들어간 두 분과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던 때, 군대에 입대하자 결국 이혼을 하고 따로 재혼을 한 두 분의 이야기, 재대 후 그런 부모가 부담스러워 하는 자신의 입장이 너무 초라해 외국으로 여행을 가다가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것과 모르모르에게 구조되어 마법진이 발동되어 이 세계로 넘어오게 된 일을 천천히 걸어가며 이야기했다.

주앙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에바는 안타깝기도 하고 주앙이 살던 세상이 이 곳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그저 주앙의 손을 꼭 잡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레나는 마법진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졌는지 어떤 모양인지 기억이 나는냐는 질문을 했다.

슬라브 자작은 우주선이라던가 비행기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그 모양과 쓰임새에 대해 물어보았다.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고, 날씨도 좋고 주앙을 아끼는 마음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여자가 옆에서 손을 꼬옥 잡아주자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모두의 물음에 하나 하나 대답해주고 가끔 농담도 던지며 편안한 느낌이 가득한 걸음을 하던 중 길의 저 앞에서 여자 하나가 비틀비틀 걸어서 오는 것이 보였다.

“어? 저 여자... 다쳤는대요?”

주앙의 눈에 보인 여자는 머리가 깨졌는지 이마에서는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었고, 찢어진 옷 사이에도 시커먼 멍과 찢어진 상처가 보였다.

“상처가 아주 심해요.”

그 말을 끝으로 주앙은 여자에게 달려가 비틀거리는 여자를 부축했다.

“이봐요. 괜찮아요?”

하지만 여자는 이미 체력이 다 되었는지 주앙의 부축에 바로 기절을 해버렸다.

“어? 이봐요!”

여자가 정신을 잃자 주앙은 마법을 사용하여 여자의 상처를 치료했다.

일행도 뒤따라와 쓰러진 여자에게 마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는 주앙을 보면서 서로 왜 이렇게 다쳤는지 추론을 하고 있었다.

주앙의 치료로 눈을 뜬 여자는 사람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자 놀라 도망가려고 몸부림을 쳤지만 주앙의 얼굴을 보자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기 몸을 확인했다.

“아... 몸이...”

“몸에 상처가 많이 있던데 무슨 일이시죠?”

주앙의 물음에 여자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전 에밀리라고 합니다.”

“네. 에밀리. 이렇게 심하게 상처를 입고 어디를 가는 중이셨나요?”

“그... 그건...”

바들바들 떨면서 대답을 못하는 그녀를 보고 마법사로서 여러 곳을 여행한 경험이 많은 레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도둑질이나 뭐 나쁜 짓을 하고 마을에서 쫓겨난 것이겠지.”

“아니에요! 전 절대 도둑질 하지 않았어요!”

그 말에 레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님 말고.”

하지만 주앙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잠깐...”

주앙의 손이 허공에 멈춰 흔들거렸고, 주앙의 입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에밀리라는 여자의 몸에 있던 핏자국과 더러운 오물들이 사라졌다.

“뭐야? 어린애잖아?”

레나의 투덜거림과 주앙의 심각해진 시선을 느낀 에밀리는 주춤거리고 어쩔줄 몰라 두리번거렸다.

“에밀리. 왜 이렇게 상처를 입었지? 천천히 이야기 해봐.”

에바가 다가가 머리에 살짝 손을 올리며 물어보자 겁에 질린 에밀리가 바닥에 엎드려 살려달라고 빌기 시작했다.

“마법사라는 존재를 사람들은 저렇게 무서워하지. 지금 주앙이 마법을 사용해서 저렇게 겁먹은거야.”

주앙이 마법을 사용할 줄 안다는 사실을 몰랐던 에바였지만 심각한 주앙의 표정을 보면서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고 지금은 일단 에밀리라는 여자의 사연을 알기 위해 엎드려 있는 에밀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시 물었다.

“널 해치지 않아. 하지만 궁금하구나. 왜 이런 상처를 입고 이쪽으로 걸어왔지? 널 치료하지 않았다면 넌 죽을 수도 있었어.”

하지만 에바의 말에도 에밀리라는 소녀는 그저 바들바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소녀에게 주앙이 다가갔다.

“나를 봐라.”

존대를 하고 부드럽게 말을 하던 소녀는 달라진 말투와 노려보는 눈빛의 주앙을 보고 숨도 못쉬고 얼어붙었다.

“내가 마법사라 두려운 것인가? 아니면 낯선 자라 두려운 것인가? 내 이름을 들었으니 내 정체 또한 짐작하겠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어주겠다.”

그리고 주앙의 손에 불덩어리 하나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떠지고 그녀의 입은 턱이 덜덜 떨렸지만 에밀리는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저...저는 이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마을에서...”

일행은 길 옆 나무 밑에 앉아 에밀리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에밀리는 아빠와 단둘이 마을에 사는 평범한 소녀였는데, 그 미모가 점점 예뻐져 마을 청년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전쟁으로 마을에 있던 남자들이 모두 병사가 되어 전쟁터로 향했는데, 에밀리의 아빠도 전쟁터로 갔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다 자라지 못한 여자아이가 혼자 살기에는 세상은 험했다. 미모에 반한 촌장의 아들이 부모가 없는 에밀리와 결혼대신 가끔 만나는 사이가 되기를 원했고, 아직 남자에 미숙한 에밀리는 단칼에 거절하였다.

그런데 그 거절을 촌장의 아들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이 있는 앞에서 했다는 것에 앙심을 품은 그가 촌장에게 뭐라고 했는지 다음 날 마을에 어른들이 모이는 회의가 열렸고, 모리스 후작에게 바칠 곡식이 빈다고 했다.

마을 창고에서 간밤에 에밀리를 봤다는 촌장 아들의 증언에 따라 에밀리는 도둑으로 몰렸고, 실컷 몰매를 맞은 다음 마을에서 추방되어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는 것이었다.

에밀리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에바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였고, 전쟁이 총사령관이었던 주앙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으며, 슬라브 자작은 그냥 무표정으로 레나는 더러운 수컷의 수작질이라면서 욕을 해댔다.

이미 마을에서 돋보이는 미모로 인해 마을 남자들의 추파를 많이 받았던 에밀리는 마을 여자들의 심한 욕설을 많이 들었던지라 레나의 욕설에 더욱 움츠리는 그녀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죠?”

에바는 자신이 알지 못하던 세상에 슬픔과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주앙을 바라보았다.

“하아... 전쟁에서 죽은 자에게 영광이 아닌 이런 비참함이라니...”

전쟁을 책임졌던 주앙은 영지민들이 이런 행위에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었는지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어쩔까...?”

레나가 주앙을 보고 물었다.

“이 여자의 말만 듣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쪽의 말을 다 들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슬라브 자작의 말에 주앙은 잠시 고민하다가 일행에게 이야기를 했다.

“직접 마을에 가서 분위기를 보고 다른 마을 사람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을에 가 직접 확인한다는 말에 에밀리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하지만 전쟁에 직접 참여했던 병사들이 있다면 우리를 알아볼 수 있으니 모습을 살짝 바꾸는 것이 좋겠지요?”

그의 말에 슬라브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고, 에바는 그저 주앙의 뜻을 따르겠다고 말을 했으며, 레나는 불통거리면서 쫑알거렸다.

“까짓 거 다 태워버리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데...”

물론 레나의 말에 다시 겁에 질리는 에밀리였지만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앙의 마법으로 인해 일행의 모습이 바뀌었다.

에바의 검은 머리카락은 금발로, 눈은 맑은 푸른 빛으로 바뀌었고, 레나는 검은 머리카락으로 슬라브 자작은 붉은 머리카락으로 바뀌었다. 거기다 주앙은 예전 영화에서 보았던 금발의 외국배우의 얼굴을 생각하며 아예 폴리모프를 하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에밀리는 더 나이든 여자의 모습으로 변하게 하고 더 뚱뚱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주앙의 마법에 에바는 무척 신기해하면서 주앙의 언제부터 마법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고, 걸어가며 에바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하였지만 마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에바는 주앙의 마법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레나와 슬라브 자작만이 용언의 마법과 같은 언령마법을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주앙을 보고 속으로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벌리고 티를 냈다는 것 정도.

에밀리는 자신의 모습이 바뀐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마법을 부리는 주앙을 보고 속으로 더욱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용병이 되어 슬라브 자작령으로 가는 걸로 이야기 하는겁니다. 마을에 도착하면 우선 촌장집으로 방문을 하고, 에바와 레나는 촌장의 아들을 보면...”

마을에서 진행을 계획을 짠 일행은 용병으로 네 명의 신분을 만들고, 에밀리는 길을 안내하기 위해 고용된 길잡이라고 이야기하기로 하고 마을로 진입하였다.

모리스 후작령의 다른 곳과 같이 마을은 평화롭고 깨끗했다.

일행의 리더 역할을 하는 주앙이 촌장의 집을 찾아가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수도에서 슬라브 자작령으로 가는 용병입니다. 갈 길은 아직 멀고 해는 저물어서 마을에서 하룻밤 묵어가고 싶은데 혹시 편의를 봐줄 수 있겠습니까?”

나름 정중한 주앙의 물음에 대머리의 촌장은 마을의 넉넉한 인심을 보여주듯이 흔쾌히 허락을 하였고, 그런 모습에 에밀리는 고개를 숙인채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마침 집이 하나 비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머무르시면 되겠군요.”

“오! 이런 행운이...! 그러고보니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잭, 그리고 검은 머리 여자는 라키시스, 금발은 마리아, 붉은머리의 저 잘생긴 친구는 다니엘, 저기 끝에 있는 부인은 슬라브 자작령까지 길을 안내해줄 라일라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오늘 저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시지요. 그러면서 타지의 소식도 듣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그려.”

당연히 주앙은 감사를 표하며 초대에 응했고, 촌장은 흐뭇하게 웃으며 아들을 불렀다.

“잘만! 이 분들 빈집에 안내를 해드려라!”

그러자 밖에서 듬직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알겠어요. 아버지.”

큰 덩치에 키가 주앙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을 누가봐도 장군감이라고 표현할 만한 남자가 들어와 인사를 하고 일행을 안내했다.

“잘만입니다. 따라오시죠.”

잘만이라는 남자는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머리색과 눈의 색을 바꿨지만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 레나와 에바를 보고 눈이 반짝였지만 금방 표정을 관리하고 고개를 돌렸다.

물론 그 눈빛을 못 볼 일행들이 아니었지만 누구도 티를 내지 않고 잘만을 따라갔다.

잘만이 안내한 곳은 바로 에밀리의 살던 집이었다.

“집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 그릇이나 쓰던 물건은 최근까지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사용흔적이...”

슬라브 자작이 여기저기를 훑어보며 말을 하자 잘만이 감탄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역시 보통 용병은 아니시군요. 여기는 마을에서 도둑질을 하고 도망친 여자의 집입니다.”

잘만의 말에 에밀리는 분한 것인지 무서운 것이지 고개를 숙인 채 두 주먹을 꼭 말아쥐었다.

“에? 여자가 도둑질을? 참 대담한 여자군요.”

주앙이 잘만의 얘기를 더 듣기 위해 여자 도둑에 대해 묻자 잘만은 여자 도둑에 대해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겠다는 듯이 한참을 떠들었다.

“고아가 된 년을 가족처럼 아끼고 보살펴 줬더니 도둑질이나 하고... 저희 마을 사람들도 정말 보는 눈이 없었던 거였습니다.”

주앙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자 용병들과 좀 더 친해졌다는 느낌을 받은 잘만이 에바와 레나를 보고 물었다.

“그런데 용병이시면 어떤 일을 주로 하시나요? 저는 이 마을 근처에서 멀리 가본 적이 한번도 없어 여러분이 무척 부럽습니다.”

잘만의 질문에 주앙의 얼굴이 찌뿌려졌지만 레나의 얼굴을 보고 있던 잘만은 주앙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어머! 저 한테 관심이 있나봐요? 이런 거 많이 물어봐서 식상한데...”

레나가 요염한 목소리로 살짝 거절하는 듯한 말을 하자 잘만은 입맛을 다시면서 일행의 리더인 주앙에게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데리러 오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저...는 정말...”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에밀리는 무언가를 말하려 하였지만 자기 집에 온 것에 더 서러움이 북받쳤는지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차갑게 얼리는 주앙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밀리.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들에게는 분명 위로금이 지급되었다. 넌 그 위로금을 받았나?”

하지만 에밀리는 눈시울이 붉어진 얼굴로 주앙을 보며 고개만 세차게 저었을 뿐이었다. 목이 메어 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국왕의 명령으로 내린 돈을 중간에 누군가 착복한 것이다.

에바는 이러한 사실에 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국왕과 전쟁의 영웅인 남편은 그 권위가 하늘을 찌른다고 생각하였고, 귀족의 말을 평민들은 철썩같이 믿고 따르는 줄 알았다.

그런 에바의 기색을 알아차리고 레나가 어깨를 툭 건드리며 말했다.

“세상이 그렇게 원칙대로만 돌아가는 게 아니더라구. 아마 여기 촌장이나 행정관이 착복했겠지. 10골드면 적은 돈은 아니니까.”

10골드라는 말에 눈을 부릅뜨는 에밀리.

하지만 그런 큰 돈을 받아보기는커녕 들어본 적도 없다.

“진실에 따라 이 여자아이나 그 촌장... 둘 중 하나는 최후의 만찬이 되겠구만...”

짐을 풀고 일행은 에밀리를 남겨둔 일행은 마을 여기저기를 구경다녔다.

집이 50채 가까이 되는 비교적 큰 마을의 여기 저기를 보는 에바는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가축들.

막대기를 들고 소리치는 아이들이 있었다.

“난 어스 자작이다! 감히 우리 왕국에 쳐들어오다니!”

“야! 왜 너만 맨날 어스 자작하는 거야? 이번에는 내 차례야!”

남자 아이 둘이 다투고 옆에 여자아이는 새초롬하게

“난 마법사 레나 할거야! 여자 최고 마법사야!”

라고 조그만 막대기를 머리 위로 치켜들며 외쳤다.

그런 아이들에게 주앙이 다가가서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춘다음 불렀다.

“이야~! 너희들 정말 멋진 기사들이네! 그런데 아저씨는 진짜 에스핀에서 마법사 레나를 봤다.”

주앙의 말에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면서 고개가 휙 돌아갔다.

“정말요?”

머리를 두갈래로 땋은 여자아이가 쪼르르 주앙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레나님은 정말 예뻐요? 우리 뒷산보다 커다란 불을 만들어서 나쁜 놈들 성을 다 태워버렸대요.”

“하하! 우리 예쁜 숙녀님 이름이 뭐니?”

“저요? 저는 루나에요!”

“오! 루나! 예쁜 이름이구나! 레나님은 정말 예쁘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예쁘고 아름답단다.”

주앙이 루나라는 꼬마 아이에게 상냥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본 남자아이들이 주앙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저씨! 그럼 어스 자작님도 만났어요?”

“그러엄! 아주 잘 생겼고, 검술도 무지무지 강하단다!”

“우와!”

주앙이 아이들하고 하는 얘기를 듣던 슬라브 자작이 한마디 했다.

“강한 것은 맞는데 잘 생기지는 않았지...”

그 말에 에바와 레나가 죽일 듯이 노려보았고, 주앙은 그저 헛기침만 했다.

“이 마을에서 아저씨처럼 에스핀으로 전쟁에 갔다 온 어른들은 없니?”

드디어 주앙이 아이들에게 묻고 싶은 것을 물었다.

“있어요! 우리 아빠도 다녀왔고, 콜린형도 갔다 왔어요! 콜린 형은 아직도 다리가 아파서 절뚝거려요!”

아이들이 서로 아는 것을 자랑하듯이 이야기를 하자 귀엽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고 주머니에서 구리동전을 하나 씩 꺼내서 주었다.

“우와아! 돈이야!”

“난 처음 봐!”

아이들이 팔딱거리며 공터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다가 주앙 앞으로 다시 오자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아까 다리를 다친 콜린형을 만나보고 싶구나. 같은 곳에서 싸운 전우가 아프다는데 문병을 가야할 것 같아.”

주앙의 말에 아이들은 ‘전우’라는 말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 뜻을 알려주니 ‘전우’라는 말을 외치면서 콜린이라는 청년의 집 앞까지 안내해주었다.

“고맙구나.”

주앙이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아이들은 큰 일으르 해냈다는 듯이 가슴을 팡팡 치며 말했다.

“전 기사가 될거니까요!”

“우와아! 나도! 나도!”

“난 레나님처럼 될거야!”

다시 공터로 뛰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레나가 중얼거렸다.

“수사 시작이네.”

똑똑.

“콜린씨. 계십니까?”

이미 떠들던 아이들의 소리와 주앙의 말을 안에서 모두 들은 콜린이 문을 열고 나왔다.

남색 머리카락이 콧등까지 내려올 정도로 부스스하게 길었고, 창백해진 얼굴에 상처가 덧나서인지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누구...”

“반갑습니다. 도이치와의 전쟁에서 다치셨다고 들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주앙은 열린 문 사이로 집안을 들어다 보았다.

별거 없는 살림살이에 벽난로의 불은 꺼져있고, 식기들은 식탁에 씻어지지 않은 채 널부러져 있었다.

“아! 용병입니다만 같은 전쟁에 참가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가워서 이렇게 이야기 좀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콜린은 에스핀에서 같이 싸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꺼이 문을 열어 일행을 안으로 들였다.

“오! 이런! 들어오십시오! 아! 아니... 집안이...”

절뚝거리면서 식탁에 있는 식기들을 한쪽 바구니에 집어넣어 놓고, 식탁을 행주로 닦은 후 일행을 자리에 앉게 하였다.

“드릴 것은 물 밖에 없지만 괜찮으시다면...”

걷는 것이 힘든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물잔을 찾아 식탁으로 오는 모습에 레나가 일어나 쟁반을 빼앗듯이 가져와 식탁에 놓아두었다.

“그냥 앉으세요. 많이 다치셨네요?”

레나의 말에 콜린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카스티아성 수비때 날아온 돌에 다리가 깔려서...”

“저런...!”

에바는 콜린의 말에 그의 다리를 쳐다보았고, 주앙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래도 목숨을 건져서 이렇게 고향으로 돌아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그 때 전투에 참가하셨었나요?”

콜린의 말에 주앙이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슬라브 자작이 대신 대답해주었다.

“난... 잭이라고 하지. 당연히 그 전투에 참가했었지. 그 때 성 앞에서 불길이 치솟을 때 난 적들의 본진으로 돌진하였었지.”

“아! 그 때 성 앞에서 불길이 치솟을 때는 속이 시원했죠. 그 때 이미 다리를 다쳐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콜린과 레나, 슬라브 자작이 당시 전투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웃고 떠드는 사이 주앙은 혼자 끓어오르던 감정을 가라앉히고 콜린에게 물었다.

“부상자들에게는 5골드의 위로금이 나온다고 하던데 콜린씨는 못 받았나요?”

주앙의 말에 콜린은 쓰게 웃으며

“행정관이 행정비용으로 2골드를 가져갔고, 촌장님이 대신 마을에서 집과 살림을 지켜주었으니 발전금으로 2골드를, 그리고 1골드는 치료를 하려고 약을 사는데 다 써버렸습니다. 그나마 그 돈이 있어서 심하게 덧나지 않고 이렇게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있는 거니까요.”

콜린의 말에 주앙의 얼굴은 시뻘겋게 변하다못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이... 이 놈들을...!”

주앙의 분노를 보고 콜린이 오히려 달래주었다.

“저는 그래도 1골드라도 받았지만 사망자들은 한 푼도 못받았어요. 행정관이 가져가고 촌장님이 이런 저런 이유로 가져가고... 에밀리네 아버님도 그렇게 돌아가셨는데... 그래도 저는 살아서 이렇게 고향으로 왔잖아요.”

“그럼... 촌장의 아들은...”

“촌장님의 아들은 촌장님이 나이가 많아 마을을 돌보아야 한다고 면제되었어요. 행정관이 승인해준 사항이라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콜린의 얼굴에는 맘에 들지 않는다는 기색이 보였지만 그래도 마을사람이라고 이방인들 앞에서 촌장의 편을 들어주었다.

“콜린씨...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사실이 맞습니까?”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주앙의 말에 당황한 콜린.

“그...그럼요. 제가 다니엘씨에게 거짓말 할 필요가 없잖아요.”

뿌드득!

주앙의 입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알겠습니다. 다친 다리는 꼭 나을 수 있도록 방법을 저도 알아보겠습니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주앙 때문에 일행 모두 자리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콜린 역시 무엇 때문에 화를 저렇게 내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주앙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인사를 하였다.

다시 에밀리의 집으로 돌아온 주앙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정말 한심하네요. 영지민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도 모르고 전쟁에 나가 이겼다고 좋아하고...”

그런 주앙을 뒤에서 꼭 안으며 에바가 말했다.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자작님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좋아진 것이 맞습니다. 저는 영지민들이 어찌 사는지는 몰랐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아이들이 굶지 않고 저렇게 놀지 못했었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에바의 말에 레나도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

“주앙이 어떻게 얼마나 잘 살게 만들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정도만 되어도 다른 곳보다는 천국이야.”

슬라브 자작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바로 잡아야겠어요.”

“뭘?”

주앙의 뜬금없는 외침에 레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전부요. 이런 부정을 없애야겠어요. 우선 이 마을부터... 그리고...”

일행이 귀족이라는 것을 알고 집 안으로 들어오자 구석에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에밀리를 보며 주앙이 말했다.

“에밀리의 마을부터 고쳐야겠어요.”

“어떻게요?”

에바의 물음에 주앙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검은 머리 악마의 방법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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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균형 (1) 19.07.05 652 7 16쪽
118 뒤끝 (4) 19.07.04 690 6 18쪽
117 뒤끝 (3) 19.07.04 678 7 16쪽
116 뒤끝 (2) 19.07.01 709 7 20쪽
115 뒤끝 (1) 19.06.29 756 6 12쪽
114 색마 (4) 19.06.26 738 7 18쪽
113 색마 (3) 19.06.26 729 8 17쪽
112 색마 (2) 19.06.25 751 9 16쪽
111 색마 (1) +2 19.06.24 838 8 19쪽
110 드래곤 (4) 19.06.24 773 7 12쪽
109 드래곤 (3) 19.05.30 835 10 18쪽
108 드래곤 (2) 19.05.29 895 11 33쪽
107 드래곤 (1) 19.05.28 872 1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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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자존심 (3) 19.05.20 943 11 17쪽
104 자존심 (2) 19.05.18 975 9 22쪽
103 자존심 (1) 19.05.16 965 11 14쪽
102 여행 (4) 19.05.14 912 13 18쪽
101 여행 (3) 19.05.11 941 11 18쪽
» 여행 (2) 19.05.08 938 13 29쪽
99 여행 (1) 19.05.02 992 11 13쪽
98 조건 (4) 19.05.01 964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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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조건 (2) 19.04.29 952 16 13쪽
95 조건 (1) 19.04.27 1,004 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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