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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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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18.11.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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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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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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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여행 (3)

DUMMY

여행 (3)


“잘만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십니다.”

에밀리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주앙일행을 부르는 촌장의 아들 잘만의 소리에 집 안에서 주앙일행은 촌장의 집으로 향했다.

잘만이 레나에게 이것 저것 떠들며 말을 걸었지만 레나는 짧게 대답만하며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고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지자 잘만 역시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촌장의 집에 들어가자 식탁에는 갖은 요리가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어서 오시게나.”

환영하는 촌장에게 주앙이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다.

“콜린이라는 전우를 만났습니다. 콜린은 다리를 다쳤고, 국왕전하께서 명하시기를 5골드의 위로금을 전해받을 수 있게 조치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는 1골드 밖에 받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주앙의 질문에 촌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허허허. 콜린과 전우였군. 확실히 5골드가 영주성에서 전달이 되었지. 하지만 행정관이 행정비로 2골드를 가져가고, 나 역시 이 마을의 여기 저기를 신경쓰려면 돈이 있어야 하네. 게다가 콜린이 전쟁에 나가있는 동안 그의 집과 그의 밭이 상하지 않도록 챙겨주었지.”

“그렇다면 에밀리라는 여자의 아비가 받아야 할 10골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에밀리라는 이름이 나오자 촌장의 얼굴이 굳었다.

“에밀리는 어떻게 알고 있지?”

“에밀리의 부친도 함께 싸웠던 전우이니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주앙의 도전적인 대답에 촌장은 아들에게 눈치를 주었다.

촌장의 눈치를 받은 아들은 재빨리 집 밖으로 나갔고, 주앙은 나가는 잘만을 노려보다가 촌장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사람을 모아서 힘으로 제압을 할 생각인가?”

주앙의 말을 듣고 있던 촌장의 부인이 한쪽에서 촌장에게 소리쳤다.

“저런 비천하게 떠도는 용병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마누라의 말에 촌장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주앙에게 훈계하듯이 말했다.

“젊은이. 세상은 항상 정해진 대로 딱 맞춰 돌아가지 못하는 법이라네. 콜린의 몸이 불편한 것이 마음이 아팠나보네만... 그가 이 마을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보살펴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지. 그 돈은 그냥 누군가 주는 것이 아니야.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다고 해도 사람 하나를 부양하고 살기 위해서는 큰 돈이 필요하지. 알겠나?”

촌장의 말이 끝날 때 즈음 밖에서 웅성거리는 사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잘만이 집 안으로 들어와 주앙 일행에게 소리쳤다.

“감히 용병 따위가 촌장의 집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우리 마을 사람들이 그리 호락호락 한 것 같으냐?”

하지만 주앙은 잘만이 떠드는 소리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촌장에게 따지듯이 다시 물었다.

“그럼 에밀리의 부친이 받을 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요망한 년은 도둑질을 해서 마을에서 추방되었다.”

잘만이 소리쳤다.

“그녀가 아비의 목숨값으로 받을 돈이 10골드. 그 10골드가 있었다면 도둑질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왜 도둑질을 했을까요?”

“...그건...”

주앙의 물음에 식당 한구석에 있던 촌장의 부인이 버럭 소리질렀다.

“그 얼굴만 반반한 년이 원래 손버릇이 나빴던 거야! 여보! 보기 싫으니 어서 마을에서 쫓아내버려요!”

마누라의 잔소리가 좀 더 커졌다.

“어쩔 수 없군. 당장 마을에서 나가 주어야겠네. 순순히 나간다면 다치지 않을게야.”

촌장의 말에 주앙은 코웃음을 쳤다.

“쥐꼬리만한 지위를 얻었다고 위세를 떠는구나.”

그리고 한번의 손짓에 일행의 모습이 원래대로 변했다.

“모두 한통속이라면 제대로 이야기를 해 보자구. 레나. 마을 밖으로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울타리 좀 쳐주세요.”

“알았어.”

붉은머리와 붉은 눈을 빛내며 레나는 중얼거리며 몸에서 빛을 발했다.

뿌드드득!

뿌득!

우드득!

마을 경계에 쪽에서 뭔가 부서지는 아니 무너지는 것 같은 소음이 들려왔다.

또 바뀌어버린 모습을 본 촌장은 용병이 마법을 부리는 것을 보고 얼어버렸다.

“마...마법사?”

그러자 마을 사람들 무리에서 겁에 질린 촌장 앞으로 뛰어와 주앙을 노려보며 잘만이 고함을 질렀다.

“기껏해야 네 명이에요! 마을 청년들이 모두 힘을 합치면...”

그 때였다.

“어스 자작님...!”

몰려 온 마을 사람들 중 남자 하나가 주앙을 알아보고 비명처럼 소리를 질렀다.

어스 자작.

검은 머리의 악마.

적에게는 추호도 자비를 베풀지 않는 공포의 대명사.

잘만의 입도 몸도 정신도 얼어붙었다.

“무...무어? 어...스?”

“잘만? 이런 덩치에 힘도 잘 쓰게 생긴 네놈은 전장으로 가지 않고 마을에서 잘 살았더구나.”

주앙의 노려봄에 그만 뒷걸음질을 치다가 엉덩방아를 찢고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간도 크구나. 감히 귀족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다니.”

에바도 화가 많이 났는지 뾰족하게 소리쳤다.

마을에 몰려왔던 마을 사람들과 촌장, 촌장 부인까지 모두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기 시작했다.

“촌장. 어디 자세히 말해봐라. 마을을 위해 쓴 돈이 모두 얼마지? 응? 나와 함께 전장에서 싸운 전우들의 목숨 값으로 마을의 어디에 돈을 썼는지 제대로 말을 해봐라.”

뒤룩뒤룩 눈을 굴리며 대답을 생각하는 촌장의 왼쪽 새끼 손가락 끝마디가 잘려 나가며 피가 뿌려졌다.

“끄아악!”

“대답이 늦구나.”

어느 새 식탁 근처에 있던 의자를 끌어다가 앉은 주앙이 지풍을 날려 촌장의 손가락을 날려버렸던 것이다.

“다음 손가락도 잃고 싶지 않으면 어서 이야기해라.”

주앙의 행동에 슬라브 자작 역시 의자를 하나 빼서 앉았고, 에바와 레나는 주앙의 뒤에 다가와 섰다.

“사...살려 주십시오. 빼돌린 돈을 모두 돌려 놓겠습니다.”

파악!

주앙의 손짓에 오른쪽 새끼 손가락 끝이 또 잘려나가자 촌장은 비명을 질러댔고, 집 밖에 있던 사람들 중 몇 명은 슬금슬금 도망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명이라도 도망치면 마을을 통째로 구워 버릴거야. 어차피 마을에 가시 울타리를 만들어서 아무도 못나가겠지만...”

레나의 목소리가 촌장집에서 흘러나와 선명하게 마을사람들의 귀에 꽂혔다.

“촌장은 말하고 싶지 않은가보구나. 그렇다면...”

다시 주앙이 손가락을 튕기자 촌장의 부인이 신음소리를 흘렸다.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주앙이 말을 마치고 마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나갔다.

“너희들 중 분명 에밀리의 부친이 죽음으로써 받아야 할 위로금을 받지 못한 것을 알고 있던 자들이 있을 것이다. 맞나?”

하지만 누구도 주앙의 물음에 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그저 엎드려 눈치만 보고 있었다.

“감히 국왕 전하의 명과 나의 뜻을 거스르고도 잘 살 수 있었을 것 같았나?”

몰려온 건장한 마을 남자들이 모두 17명.

주앙은 그들 사이를 걸어가며 하나 하나 지풍을 날려 혈을 집었다.

“누구하나 제대로 된 대답을 하는 놈이 없군.”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촌장의 아내는 바닥을 뒹굴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분근착골이 시작된 것이다.

“촌장. 제대로 답을 해라. 시간이 지날수록 네 아내와 마을 사람들의 고통을 더욱 커질 것이며, 그 고통이 길어질수록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이 어려워질테니...”

촌장은 엎드려 벌벌 떨면서 말을 하려 하였으나, 아내의 비명소리와 연이어 들려오기 시작하는 마을 남자들의 고통어린 비명소리에 머리 속에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저...저...”

분근착골의 수법을 처음보는 에바는 놀라 촌장의 부인과 마을 사람들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그러면서 주앙의 차가운 모습을 보며 왜 검은 머리의 악마라는 별명이 생겼는지 느끼게 되었고, 레나와 슬라브 자작은 흥미롭게 마을사람들의 몸을 관찰하였다.

이런 레나와 슬라브 자작의 표정이 촌장의 머리 속을 더욱 공포로 물들였다.

“마...마을에 쓰인 돈은... 없고... 지금 그 돈은... 모두 집 안에... 모아 두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그럼 너의 아들 잘만은 왜 전쟁터에 가지 않았지?”

잘만의 군역 회피를 물어보며 큰 덩치에 바닥에 주저앉아 바닥에서 뒹굴며 두 다리 사이에서 오줌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이는 마을 사람들과 자신의 어미를 보며 하얗게 겁에 질려있는 그를 슬쩍 훌겨 본 주앙이 물음이 촌장의 귀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대답을 촌장이 쉽게 할 수 없었다.

아들의 군역 회피는 자신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지역의 행정관과 얽히게 되는 큰 문제인 것이다.

“흥! 아직 벌이 부족하구나.”

주앙의 지풍을 날려 촌장의 한쪽 귀를 날려버렸다.

“끄아악!”

오른쪽 귀를 움켜쥐고 피를 흘리는 촌장에게 다시 주앙이 말했다.

“눈알을 굴리는구나. 이번에는 오른쪽 눈을 직접 파 내줄테니 한번 대답하지 말아 보아라.”

이미 손가락 두 개와 한쪽 귀를 빼앗은 주앙의 오른손이 천천히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촌장은 다급히 소리쳤다.

“행정관에게 5골드를 주고 병이 있다고 했습니다. 나머지는 행정관이 알아서 해준다고 하여 그리 알고 있을 뿐입니다.”

“왕국민으로써 군역을 회피하면 어떤 벌을 받는지 알고 있느냐?”

주앙의 호통에 촌장은 그저 빌기 바빴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흥! 그런 짓을 하고 용서를 바라다니 욕심이 많은 늙은이로군.”

주앙은 코웃음을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잘만에게 다가갔다.

겁에 질려있던 잘만의 눈에 검은 머리의 이국적인 사내가 걸어오는 것이 들어왔다.

“아...아! 사... 살려 주십시오!”

잘만은 아직 남아있는 온 힘을 다해 엎드려 빌었다. 진심으로 빌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겁에 질려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버지인 촌장 덕에 마을에서 무슨 일을 해도 사람들이 뭐라하지 않았다. 또 뭐라 한 사람들은 얼마 있지 않아 마을을 떠나갔다.

얼마 전 에밀리라는 계집아이가 예뻐 보여 하룻밤 같이 하려고도 했었다.

당연히 허락할 줄 알았던 계집애가 창피를 줬다. 그 계집애도 얼마 있지 않아 마을을 떠났다. 마을 안에서는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할 잘만의 세상이었는데, 지금 마을에 아니 잘만의 집에는 마을에서 누구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나 모두에게 화를 내고 있다.

세상에 이럴수가 있을까? 마을에 귀족들을 끌어들인 에밀리가 미웠고, 어찌해서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났는지 신이 원망스러워졌다.

“젊은 남자라면 모두 병사로써 왕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했다. 그러나 잘만 너는 그런 의무를 져버렸다.”

신을 원망하던 잘만의 귀에 눈 앞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주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므로... 너는 지금부터 남자가 아니다.”

“...네?”

남자가 아니라니? 잘만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감히 귀족에게 되물었다.

퍽!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다리사이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헉...!”

고개를 내리니 주앙의 오른쪽 발이 잘만의 두 다리 사이에 꽂혀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느껴지는 격한 통증.

“끄아아악!”

두 다리 사이에는 시뻘건 피가 누런 오줌과 섞여 묽은 붉은 빛 물이 새나왔다.

양 손을 사타구니에 집어넣고 대굴대굴 구르는 아들의 모습. 눈과 귀와 입. 다리사이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것이 나오면서 비명을 지르는 아내. 집 밖에서도 벌레처럼 바닥에서 꿈틀대며 고통에 찬 비명이 촌장의 귀에 들려온다. 아니 한쪽 귀에서는 ‘삐-’하는 이명과 다른 한쪽에서는 비명이 들려온다.

하지만 아직 멀쩡한 두 눈에는 꿈처럼, 아니 악몽처럼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뒹구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광경이 뿌옇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볼에 무언가 흐른다.

“어?”

늙은 그의 얼굴 주름을 타고 흘러내린 것은 시뻘건 눈물.

피눈물이다.

그러고보니 주먹도 꽉 움켜쥐고 얼마나 힘을 주고 있었는지 팔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억울해?”

별 말없이 가만히 있던 붉은 머리의 여자가 촌장을 내려다보며 빙긋 미소를 짓는다.

어찌 사람들이 저렇게 괴로워하는데 저런 아름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분했다. 힘이 없는 자신이 분해 미치겠다. 그리고 눈을 돌려 그 옆을 보았다.

피눈물로 눈 앞의 모든 것이 붉은 물감을 뿌린 듯 빨갛게 보였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냉정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마을 사람들을 쳐다보는 검은 머리의 미남. 그리고 그 옆에 안쓰럽다는 듯이 양 손을 깍지낀 채 가슴에 올리고 애처로운 표정을 지은 가식적인 검은 머리의 여자. 그 옆에 눈물을 흘리는 어린 계집아이...

어린 계집아이는 바로... 에밀리였다.

“네 년이... 마을에 재앙을... 몰고 왔구나...”

어금니에서 뿌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를 악 물고 나온 목소리는 에밀리는 원망하는 말이었다.

“하! 지금 촌장은 저 소녀를 원망하는 건가?”

촌장의 말을 들은 주앙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다가와 촌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촌장과 눈을 맞추었다.

“무엇이 원망스럽지? 너의 아들이 다시는 남자구실을 못하게 된 것? 아니면 마을의 남자들이 다 병신이 되어 굶어죽게 된 것? 아니면 너의 마누라의 똥과 오줌을 죽을 때까지 받아내야 하는 것? 무엇이 너를 그렇게 원망스럽게 했지?”

그 말에 두 눈이 크게 떠진 촌장.

마누라의 똥과 오줌을 평생 받아야 한다고? 그리고 손주를 볼 수 없고, 마을 사람들의 모두 병신이 된다고? 그럼 가지고 있던 힘은? 마을을 움직이고 큰 소리를 칠 수 있던 원동력은?

“그 동안 네가 해왔던 일을 네가 당하니 믿어지지가 않나?”

“어떻게 이런 잔인한 일을...”

촌장의 억눌린 신음과도 같은 말에 주앙은 다시 코웃음을 쳤다.

“넌 이 엉망이 된 마을에서 예전과 같은 소출을 바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친히 다시 와 너희들에게 진짜 지옥을 맛보여 주겠다. 또한 전쟁에 참여했던 부상자들과 사망자들의 유족에게 갈 돈도 모두 채워 지급해라. 아직 너에게는 여덟 개의 손가락과 한쪽 귀, 두 눈이 남아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용병에게 마을 밖 세상에 대해 묻고 가지고 있는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더 많은 돈을 더 편하고 풍족하게 살 수 있을지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이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 악마! 나를 죽여라! 그렇게 다 빼앗고 어찌 살라는 것이냐?”

절망과 충격에 촌장은 미친 듯이 주앙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아니 그냥 죽고 싶었다. 가진 것도 모두 빼앗기고 남은 생은 고통밖에 남지 않았는데...

“네가 그 동안 빼앗고 망쳐놓은 사람들도 지금 네놈이 했던 말을 너에게 했을 것이다. 그 때 넌 무슨 생각을 했지?”

그 말에 촌장은 멍해졌다.


- 언젠가 너도 우리와 똑같이 당할 것이다!

- 평생 너를 저주할거야!

- 어떻게... 어떻게 우리에게 이럴 수 있는거야?

- 이 악마! 넌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마을에서 쫓아낼 때 그들도 했던 말을 지금 자신이 했다.

다리와 온 몸에 힘이 풀리고 눈 앞에 흐려진다.


털썩.


주저앉아 천장을 바라보았다.

촛불에 흔들거리는 그림자들이 눈에 보였지만 곧 흐리게 바뀌었고, 눈이 감겼다.


“주앙. 기절했는데?”

레나는 쓰러져버린 촌장을 보며 한심한 듯이 이야기했고, 슬라브 자작은 촌장의 집과 주위를 둘러보며 다음 계획을 물었다.

“이 마을에는 이 정도 벌만 내리실 예정입니까? 행정관에게도 가야 할 것 같은데 언제 쯤 가실 예정이신지?”

같은 자작이면서 주앙에게 다 넘기는 슬라브 자작.

에바는 그런 슬라브 자작에게 오히려 물었다.

“슬라브 자작님께서도 왕국의 작위가 있으신 귀족이신데, 어스 자작님께만 너무 책임을 몰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슬라브 자작은 오히려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질 정도로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어스 자작에게 모든 것을 다 걸고 돕는다고 했지. 제가 뭘 어떻게 해주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슬라브 자작님의 일이기도 하지 않나요?”

에바의 반문에 슬라브 자작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저는 그저 제 영지에서 검술만 연구하고 살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 뿐이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함께 움직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어스 자작을 돕기 위해서...”

“그 말씀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이 지역 행정관이 있는 곳에 헤르그니아님을 불러주셨으면 합니다.”

주앙의 중간에 끼어든 말에 슬라브 자작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 사이 마법을 해제한 레나 덕에 마차를 끌고 온 마부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와 바닥에서 꿈틀대며 소리를 질러대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얼어붙어 있었다.

“어스 자작님 저들은 저렇게 놓고 가실 예정이신가요?”

에밀리와 일생이 모두 마차에 올라타던 중 에바의 물음에 주앙이 마부를 재촉하고 에바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대로 죽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얼른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마부는 서둘러 마차를 몰고 떠났고, 남겨진 곳에서는 기절한 촌장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가 다시 보이는 지옥같은 풍경에 또 기절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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