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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주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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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18.11.23 13:11
최근연재일 :
2019.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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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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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쪽

드래곤 (2)

DUMMY

드래곤 (2)


방으로 돌아온 주앙은 시종장에게 이야기하여 목욕물과 새옷을 받았고, 한참 후 땀과 피를 모두 씻어낸 주앙은 옷을 갈아입고 기억속에게 맨싱턴이라는 마을의 위치를 떠올렸다.

시종장에게 맨싱턴에 다녀올 것을 이야기하자 말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해주었고, 거기서 주앙은 권해주는 말 한 마리를 타고 맨싱턴 마을로 향했다.

마을은 말을 타고 겨우 1시간 거리였다.

“하아... 그런데 어디서 두 여자를...”

푸념을 하고 있는 중에 저만치 떨어진 블록의 건물 1층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쾅!

“오호호호!”

그리고 이어지는 높은 톤의 여자 웃음소리.

“찾았네.”

말을 끌고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향하니 온 몸이 시커멓게 그을린 남자 4명이 기다시피 나와 기침을 해대고 있었다.

“어...? 살아있네?”

기어나오는 남자들을 보며 주앙이 놀랍다는 듯이 중얼거리는데 문 옆의 커다란 창이 박살나면서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밖으로 튕겨지듯이 날아와 주앙의 옆에 떨어졌다.

쾅! 푸직!

날아온 남자의 얼굴은 대머리였는데, 그나마 살이 찐 머리통의 코가 완전히 뭉개져서 입을 벌리지 않고 눈을 감고 있으면 머리에 흉터가 많아 얼굴인지 뒷통수인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무례하기 짝이 없군!”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두 번의 북치는 소리가 들렸고, 겨우 달려있던 문짝과 이미 박살나버린 나무 창문으로 두 명의 남자가 날아와 주앙의 발 앞과 옆에 쓰러졌다.

“얼굴이 못생겼으면 행동이라도 잘생겨야지!”

“무례하고 더럽고! 도대체 아침에 뭘 먹었기에 오물통 냄새가 입에서 나는 걸까요?”

“뭘 먹어도 저런 놈들이 먹는 건 다 똥이야!”

익숙한 두 여자의 목소리지만 내용은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험험! 레나. 에바.”

주앙이 헛기침을 하고 두 여자의 이름을 부르자 안쪽에서 나오던 목소리고 뚝 끊겼다.

연기가 가라앉고 두 여자가 조신하게 걸어나왔다.

“생각보다 일찍 왔네?”

베시시 웃는 레나.

“어머? 말을 타고 오셨군요. 혹시 어디 다치시지는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두 손을 배꼽부분에 곱게 모으고 우아한 자태로 이야기를 하는 에바.

“저... 아까 다 들었...”

주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바의 사나운 눈초리와 레나의 목소리가 습격했다.

“뭘 들었다고?”

“어라?”

레나의 손에서 빨간...어? 하...얀 백염이 로켓의 꼬랑지처럼 솟구쳐 오르고 있다.

“남자라면 숙녀의 일에 알아야 할 부분과 알.지.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혹시 아시는지요?”

그러면서 왜 모은 두 손의 손등에 핏줄이 일어서는지 모르겠다.

주앙은 얼른 고개를 돌려 한쪽에 있는 음식점을 가리켰다.

“저 음식점이 아주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정말 잠깐의 정적이 흘렀지만 주앙은 등이 땀으로 흠씬 젖었다.

“오! 자작님 감동이에요. 바쁘신 와중에도 저희를 위해 음식점을 알아오셨군요.”

“다행이야. 난 내가 과부가 되는 줄 알았어.”

과부?

어째서 멀쩡한 레나가 과부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레나의 남편인 주앙이 살아남게 되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셋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하고 건너편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저 음식점 주인은...”

“아! 음식에 약을 넣어서 우리를 팔아버릴 생각이었나봐. 그래서 미디엄으로 구울까 하다가 그냥 웰던이로만 그을려주고 말았어.”

“...에?”

“게다가 대머리는 약에 당한 척 하는 저에게 입을 맞추려고 하길래 징그러워서 저도 모르게 살짝 밀어버렸지 뭐에요.”

에바의 말에 팔에 소름이 돋았다.

“...살짝?”

그랬다.

에바는 대륙에서 가장 몸 안에 내력을 많이 쌓은 인간여자다.

그리고 들어간 음식점에서 에바는 음식 맛을 보고 포크를 식탁에 꽂아버리고, 레나는 음식점을 소개해준 사람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계속해서 물어보는 일이 있었지만 주앙의 노력 덕에 셋은 그날 저녁에 잉그램 왕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셋은 커다란 방 하나를 배정 받았지만 방 안에 또 여러 개의 방이 있어 셋이 사용하기에 매우 편리했다.

몸을 씻고 왕성에서 제공해주는 옷을 입은 일행은 시종장의 안내에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안내받은 곳에는 메리 여왕이 이미 와서 상석에 앉아있었다.

“전하를 뵙습니다.”

“여왕전하를 뵙습니다.”

주앙의 두 아내는 여왕을 보고 허리를 숙이고 치마를 살짝 들어올리며 인사를 했고, 주앙 역시 허리를 숙여 여왕에게 인사를 했다.

“안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지만 잉그램의 자랑인 왕궁 요리사의 요리로 그 미안함을 덜까 해요.”

여왕의 말에 시종은 주머니에서 작은 종을 꺼내 흔들자 종소리에 식당의 큰 문이 열리고 작은 수레에 실린 뚜껑이 있는 접시를 시녀들이 날라 식탁에 놓기 시작했다.

“앉으세요. 함께 식사를 했으면 해요.”

여왕의 말에 세 사람을 감사를 표시하고 시녀들이 안내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세 여자는 특히 에바와 여왕은 초면일텐데 서로 너무나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피부관리를 따로 하지 않는다고요?”

“피부관리할 시간도 없어요. 남편이 마스터라고 저도 열심히 체술을 연마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체술을 오랫동안 수련하니까 어느 날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어머어머! 정말요?”

...피부 얘기였다. 피부얘기 말고 다른 것은 없나하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레나가 보았나보다.

“여자들의 피부 이야기는 남자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너무 고상한 이야기죠.”

레나의 말에 여왕과 에바가 입을 다물었고, 레나가 살짝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러니 우리 다른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전하의 입술은... 어디서 구한 화장품인가요?”

“언니. 저도 아까부터 보았는데, 저렇게 촉촉하게 보이는 윤기가 흐르는 붉은 색은 정말 고급인 것 같아요.”

에바의 말에 여왕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왕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제가 부리는 아이들이 있는데, 저기 남쪽의 바닷가 영지 어디에서...”

주앙은 그냥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눈 돌리면 피안이라... 주앙이 눈을 돌려 여자들을 바라보던 시선을 식탁으로 향하게 하니 아름다운 접시에 예쁘게 꾸며진 요리가 윤기를 내며 차려져 있었다.

우선은 가볍게 주앙의 앞에 있는 술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고 여자들을 바라보았지만 세 여인은 음식에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여왕의 얼굴형은 눈썹을 그릴 때 어떤 모양이 가장 예쁜지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을 하고 있었다.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에 주앙은 눈 앞에 있는 요리를 살짝 덜어 접시 놓고 작은 양을 잘라 입에 넣었다.

고기 볶음 같은 요리였는데, 입에 들어가니 부드러운 향과 함께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오...!”

작게 탄성을 내뱉은 주앙은 옆에 있는 야채샐러드를 접시에 덜어서 입에 넣었다.

상큼한 향과 함께 과일의 과즙이 터졌다. 야채를 썰은 것인 줄 알았는데 과일을 집어 넣었나보다. 게다가 작게 썰린 과일이 과즙까지 담고 있으니 요리사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다.

“대단한데...?”

이번에는 커다란 구이 요리를 큰 칼로 잘라 접시에 놓고 작게 잘라 입에 넣었다.

마치 통닭구이처럼 보이는 요리였는데 입에 넣으니 달콤하기도 하면서 알 수 없는 부드러운 향이 입안을 가득채웠고, 부드러운 닭의 살은 고소한 육즙을 입안 가득 퍼뜨렸다.

하지만 계속 먹을수록 주앙의 표정을 점점 굳어졌다.

조금 씩 조금 씩 덜어가며 거의 모든 음식을 먹어가며 주앙은 마지막으로 예쁜 나비모양의 파스타를 덜어서 포크로 집어 먹었다.

부드러운 치즈로 간을 맞추고 그 안에 녹아있는 버터와 버섯향이 입 안을 채워주는 고급요리였지만 주앙은 딱 한번 먹고 포크를 내려놓고 옆에 있는 술을 마셔 입을 헹궈냈다.

내륙지역이라 생선요리는 없었지만, 야채와 조류, 소나 돼지같은 가축의 고기를 만든 음식의 종류가 무려 30가지나 되었다.

세 여자들도 주앙의 한 시간 가까이 음식을 먹는 동안 이야기가 끝났나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식사하면서 하도록 해요.”

“그래요. 천천히 먹으면서 이야기 하면 소화도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찬성!”

...아직 안끝났나 보다.

여왕은 또래의 여자들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이 어쩌면 평생의 처음일지 몰랐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고, 에바와 레나는 여왕과 이야기에 열중하면서 음식을 먹고는 있지만 여왕이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이야기에 빠져있으니 그에 보조를 맞춰 먹느라 역시 먹는 속도가 느렸다.

결국 주앙의 손이 가는 것은 눈 앞에 있는 예쁜 술잔에 들은 붉은 빛깔의 술이었다.

그 때 시종장이 여왕의 대화 사이에 절묘하게 들어가 여왕에게 정중하게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물론 들으면 다 들릴 얘기지만 주앙은 안들으려고 최대한 신경을 써서 무시했다.

시종장의 이야기를 들은 여왕은 식탁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요리를 만든 주방장이 요리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싶다고 하는데 모두의 생각은 어떤가요?”

여왕의 이야기에 에바는 박수가지 치며 환영했고, 레나는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왕의 시선이 주앙에게 머물자 주앙 역시 가볍게 수긍을 해주었다.

“정말 맛있는 요리에요. 역시 잉그램의 왕성에서 식사를 해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자랑할 수 있다고 하더니 정말 훌륭해요.”

에바는 음식을 먹으며 칭찬을 해댔고, 레나는 거기에 수긍만 해주고 있었고, 여왕은 그런 둘에게 활짝 웃으며 식탁에 올라오지 않은 요리 중 자신이 먹어 본 요리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왕궁 주방장이 왔네요.”

여왕의 말에 에바는 기대감에 눈을 반짝였고, 레나는 그냥 차분하게 앉아 식사를 했다.

식당의 문이 열리고 소비가 들어와 여왕에게 인사를 하고 식탁을 한번 훑어보고는 얼굴이 굳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시거나 하시지는... 않으신가요?”

질문의 마지막은 주앙의 얼굴을 보고 하였지만 대답은 에바가 했다.

“아뇨! 정말 맛이 좋아요. 모든 요리들이 입에서 살살 녹아요.”

에바의 말에 소비의 눈이 둥글게 휘어지며 웃었지만 시선은 주앙의 접시를 향해있었다.

“어스 자작님께서는 벌써 식사를 끝내셨군요. 혹시 궁금하신 점이나 입에 맞지 않았던 점은 없으셨는지요?”

반짝이는 은빛의 머리카락을 묶어 머리위로 말아올린 여자 주방장의 얼굴에는 언뜻봐서는 알 수 없을 정도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

“아닙니다. 아르고스 대륙에서 이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정중한 주앙의 대답에 소비의 표정이 더 없이 굳어졌다.

“아르고스... 대륙에서 말입니까?”

주앙도 소비의 반응에 잠깐 당황했지만 다음 이어지는 말에 이유를 알아차렸다.

“저의 요리가 아르고스 대륙에서만 통한다는 말씀이신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레나가 주앙에게 툭 던지듯이 말을했다.

“신경쓰지마. 요리에 환장해서 그러는 것뿐이야. 오랜만에 만난 친구 얼굴보다 지 접시랑 맛있다고 말 안한사람 째려보는게 일상인 미친... 아니 친구야.”

그 말에 소비의 눈초리가 찢어지며 레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미식이라고는 요만큼도 모르는 오우거의 혀를 가진 니가 지금 내 자부심을 무시하는 거야?”

손까지 부들부들 떨어대는 무례한 모습에 여왕이 오히려 당황했다.

“소비! 자작 부인이시다. 지금 이 행동이 왕국의 명예에 얼마나 먹칠을 하는지 알고 있는건가?”

“괜찮습니다. 전하. 요리사의 자부심에 흠이 가 저러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있던 곳에서도 자부심이 강한 요리사를 많이 봐왔기에 저는 크게 무례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황한 여왕을 달랜 주앙은 빙그레 웃으며 소비에게 물었다.

“이 요리는 누구를 위해 만든 요리이기에 그렇게 화를 내시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물음에 소비는 당당하게 말했다.

“나의 요리를 먹을 사람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그럼 묻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요리재료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싫어하는 맛은 어떤 맛일까요?”

그 물음에 소비는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누가 먹어도 맛있을 요리를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이고 지금까지 만든 나의 작품들입니다.”

소비의 말에 주앙의 얼굴이 드디어 찌푸려졌다.

“요리를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 하신 말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진짜 맛있는 요리란 누가 먹어도 맛이 있어야 맛이 있는 요리입니다.”

“그럼 제가 맛이 없다고 한다면 요리가 문제가 아니라 저의 혀가 문제라는 말이군요.”

슬슬 달궈지는 둘의 언쟁에 기름을 끼얹는 발언이 튀어나왔다.

“전하. 우리 남편이 보기와는 다르게 요리를 잘해요.”

“정말요?”

레나의 말에 여왕이 놀란 눈으로 주앙을 쳐다보았다.

“저는 못 먹어 봤지만 먹어본 사람들은 모두 맛있다고 했어요. 아... 나도 먹어보고 싶은데...”

에바까지 얘기를 하자 소비가 으르렁대듯이 말했다.

“이제보니 요리를 하시는 분이셨군요. 정식으로 승부하고 싶습니다. 누가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지를...”

“하아...”

“진정한 요리사라면 저의 도전을 피하지 마십시오.”

소비의 단호한 말에 주앙이 중얼거렸다.

“요리사 아닌데...”

“어머! 우리 남편은 취미로 만들어도 정말 맛있게 잘 만들어.”

또다시 아까 뿌린 기름위에 화염방사기를 난사하는 말을 터뜨렸다.

“내기를 하죠. 이긴 쪽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나 들어주기. 어때요?”

주앙이 보기에 쓸데없이 불타오르는 소비를 보며 거절하려는데 재미있겠다며 꺄꺄 거리는 세 여자 중 하나인 메리여왕이 나름 근엄하게 말했다.

“소비를 이긴다면 경이 원하는 것을 나도 하나 들어 들이겠습니다. 그러니 이번 시합에서는 우리 세 명이 요리를 심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장소는 여기로 하고 내일 여기서 요리 시합을 하도록 하죠.”

하지만 주앙은 이미 이 세계에 오기 전 요리 경연대회 같은 TV프로를 충분히 보고 온 간접경험자.

“그럼 전하. 이왕 승부하게 된 것 여기서 룰(rule)을 정하고 승부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룰?”

“아... 규칙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규칙이라...”

심사를 하기로 한 세 여자는 고민을 하고 소비는 살짝 껄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니,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누구 음식이 더 맛있는지 정하면 됐지, 규칙이라니요?”

발끈하는 소비에게 주앙은 검지 손가락을 들고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음식이라는 것, 아니 요리라는 것이 그냥 입에만 들어가는 먹을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요리라는 행위자체를 무시하는 겁니다. 그러니 먹는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먹는 사람의 의견이 중요한 것입니다.”

소비에게 따끔하게 말을 하고 심사를 볼 세 여인들에게 이어서 말을 했다.

“모든 것은 심사위원의 뜻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시간을 정해서 짧은 시간안에 먹는 요리도 좋고, 특정한 재료의 요리를 먹고 싶다고 해도 좋습니다. 아니면 어떤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맞는 요리라던가...”

그 말에 에바와 여왕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좋아요. 그럼 우리 그럼 규칙을 정해볼까요?”

세 여자는 서로 속닥거리며 규칙을 정하기 시작했고, 주앙은 느긋하게 앉아서 화를 참지 못하고 성난 황소처럼 거칠게 숨을 쉬고 있는 소비를 쳐다보았다.

은빛 머리카락과 눈, 균형잡힌 몸매하며 레나와 비교해볼 때...

비슷한 분위기... 역시 레나의 친구라더니 이 별난 짓을 하는 똘끼 충만한 여자도 슬라브 남작과 같은 과구나 하고 생각을 하고 있던 주앙은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는 소비의 시선을 느꼈다.

“그렇게 소원들어주기 하다가 슬라브 자작님도 지금 고생 많이 하시는데... 지금이라도 취소해줄 수 있습니다만...”

주앙의 말에 소비의 고개가 휙 돌아 레나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소비의 눈빛을 받은 레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감히... 알면서 도전하는 거냐?”

저쪽에서 요란스럽게 꺅꺅 거리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는 여왕과 에바에게는 들리지 않게 으르렁 거리면서 주앙을 압박하는 소비.

하지만 심드렁하게 잡아떼는 주앙.

“뭐가요?”

“지금 네놈이 나의 정체를...”

“정체가 뭔데요?”

“...!”

그랬다. 주앙은 아직 소비의 정체를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레나와 함께 왔고, 슬라브 자작을 언급하자 홧김에 주앙에게 으름장을 놓은 것인데 이렇게 잡아떼면 할 말이 없다.

“정했어요.”

여왕의 말에 주앙은 느긋하게 여왕을 바라보았고, 소비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감정을 추스르고 고개를 돌렸다.

“요리는 모두 세 가지를 만들어야 해요. 첫 번째는 이 세상에서 처음 먹어보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에요. 두 번째는 어른이나 아이나 여자나 남자나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고기 요리를 만들어주세요.”

여왕의 말에 소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주앙은 가만있지 않고 질문을 했다.

“요리는 세 분이 함께 드시는 겁니까? 아니면 한 분씩 심사를 해주시는 겁니까?”

여왕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첫 번째는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이 왕궁에서 우리 주방장이 만들어준 많은 음식을 먹어보았습니다. 이번 시합으로 우리 주방장과 어스 자작이 알고 있는 새로운 요리를 먹어보고 싶군요.”

이번에는 레나가 말했다.

“두 번째 요리는 나의 생각. 마법사로 여기 저기 많이 돌아다니면서 온 가족이 모여 먹은 음식이라도 겨우 빵과 스프 정도. 이런 연회에는 어린 아이들이 먹기는 힘든 음식들이 많고 또 어른들은 군것질같은 것 잘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생각해봤어. 어른이나 아이나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서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을까하고.”

“저는 먹는 것이 참 좋지만 많이 먹으면 살이 금방 찌는 것 같아요. 그래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그런 음식이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채소는 싫어요. 그래서 맛있고 살도 찌지 않는 고기요리가 없을까 하고 생각해봤어요.”

에바까지 이야기를 하자 주앙은 고개를 끄덕였고, 소비는 얼굴을 잠시 찡그렸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알았다고 했다.

“내일 여기서 요리 시합을 하고 나서 나머지 일을 하죠. 함께 만들어진 요리도 먹으면서요. 필요한 재료는 시종장에게 말을 하면 준비하도록 하겠어요.”

여왕은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고, 소비는 고개를 숙여보이고 밖으로 나갔다.

주앙도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의자에서 일어났고, 그렇게 그날 저녁은 마무리가 되었다.

시종장을 따로 복도를 지나 묵는 곳에 도착하여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에바와 레나가 문 앞에 멈춰섰다.

“어? 안들어가요?”

주앙이 물었지만 두 여자는 베시시 웃고는

“내일 시합 기대하겠습니다. 공정하게 시합을 하기 위해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도!”

라고 말하고 시종장의 안내를 받으며 복도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신혼에 독수공방하게 생겼네.”

잠시 후 시장종의 노크에 문을 열어주니 요리 때 사용할 재료나 필요한 것을 말하라고 하기에 주앙은 기다리라고 한 후 종이와 펜을 찾아 필요한 재료와 도구등을 주욱 썼다.

점점 그 양이 많아지자 차분한 시종장의 얼굴에 땀이 베이기 시작했고, 주앙이 종이를 내밀 때 쯤에는 하얗게 질려있었다.

“정말... 이걸 다 요리에 사용하는 것입니까?”

“오늘 늦게 잠들 것 같으니 모르면 와서 물어보세요. 원래 직접가서 확인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알아서 잘 해줄거라 믿고 내일 아침 일찍 확인해볼께요.”

“아...알겠습니다.”

시종장을 돌려보낸 주앙은 침대에 누워 중얼거렸다.

“요리라...”


다음 날 아침부터 주앙은 시종장을 불러 식당으로 이동해 준비되어 온 재료들과 도구들을 직접 만지고 눈으로 자세히 훑어보며 점검했다.

주앙이 한참 재료를 확인하고 조리도구를 만지며 적응하고 있는데 소비가 들어와 주앙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흥!”

그런 소비를 보고 주앙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잠시 후 재료가 모두 들어오고, 시간이 되자 여왕과 에바, 레나와 기사들과 시종장, 시종, 시녀들과 왕궁수비대원들과 그들의 식구들이 들어왔다.

“아니... 이들은 왜...?”

소비가 당황한 듯이 말을 했지만 주앙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정성을 위해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더 많은 수의 사람이 맛있다고 해야 이기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에바의 설명이었다.

시종장이 여왕의 옆에 서서 큰소리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오늘 잉그램의 진정한 지배자이신 여왕께서 아르고스 대륙 최고의 요리사로 칭송받는 소비와 먼 대륙에서 이 곳으로 와 더 많은 요리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어스 자작의 요리 시합을 허락하셨다. 두 사람의 요리는 여기 있는 모든 이가 맛보고 더 많은 수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한다. 여왕의 은혜에 감사하라.”

시종장의 말이 끝나자 모든 사람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여왕전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여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첫 번째 시합을 시작한다. 시간은 이 모래시계가 모두 떨어질 때까지다. 첫 번째 요리는 누구도 먹어보지 못한 세상에서 처음 먹는 요리다.”

여왕이 내주는 모래시계를 받은 시종장은 탁자에 모래시계를 뒤집으며 바로 외쳤다.

“시작!”

요리사의 각오라던지 어떤 요리를 할 것도 물어보지 않고 바로 요리를 시작하는 것을 보면 이 곳에서 요리사의 지위가 어떤지 대략 짐작이 되었지만 일단 시작되었으니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을 하고 바로 칼을 집어 들었다.

옆에서는 소비의 칼이 나무 열매를 썰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맛보지 못한 특별한 요리를 만들어 보이겠어!”

소비는 얼핏 보면 반쯤 정신이 나간 것처럼 나무 열매를 다듬고 어디선가 가져온 나무 뿌리 같은 것을 다지고 즙을 만들어 소스를 만들고 있었다.

“하... 정말 불타오르네.”

주앙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쌀을 씻어 불 위에 올렸다. 그리고 다음 재료를 다듬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요리를 하는 모습은 식당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었다.

소비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박력있고 빠른 손놀림에 감탄을 하였고, 주앙이 하는 요리를 보고는 모두 기겁을 하였다.

모래시계가 모두 떨어지자 시종장은 그만 할 것을 선언했고, 먼저 요리를 끝낸 소비는 여러 개의 접시에 요리를 담아 식탁에 놓았다.

접시에는 아름다운 빛깔의 꽃모양이 만들어진 요리가 있었고, 꽃 주위에는 여러 야채가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눈까지 즐겁게 해주었다.

“오! 정말 예쁩니다.”

“커다란 꽃 한송이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이윽고 사람들은 작은 접시에 음식을 덜어 입 안에 넣어 씹기 시작했다.

“어머나! 안에 꿀이 들어있나봐요!”

“아냐! 내가 먹은 쪽은 새콤해서 정말 기분이 좋아져!”

“오! 정말 씹는 느낌이 좋군요. 무슨 과일이기에 이렇게 쫄깃하면서 입안에서 살살 녹아버리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의 호평에 소비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웃음이 피어났다.

“소비. 이 요리는 무엇이지?”

여왕의 물음에 소비는 고개를 숙여보이고 대답했다.

“이 요리는 머나먼 대륙에 있는 엘프들이 먹는 요리입니다. 개인적으로 구한 엘프들이 먹는 나무열매인 드라쉬로 만든 샐러드 요리입니다. 샐러드에 꿀과 레몬과 석류의 과즙을 뿌려 상큼함과 달콤함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야채에도 약간의 소금과 설탕으로 단맛을 넣어 야채가 주는 쓴 느낌대신 달콤함을 더욱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프들의 요리라는 말에 더욱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그 다음... 어스 자작?”

여왕은 가만히 서 있는 주앙을 보고 눈을 찌뿌렸다.

주앙이 음식을 가져다 놓았어야 할 탁자에는 아무런 접시도 놓여있지 않았던 것이다.

“전하. 제가 소개해드릴 요리는... 스시라는 요리입니다.”

“스시?”

주앙은 전날 밤 여러 음식을 생각했었다. 세상에는 없는 새로운 요리.

불고기, 비빔밥, 미역국, 된장찌개, 짜장면 등등... 하지만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 춘장 같은 것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비슷한 조리과정을 가지는 요리를 만드는 것도 싫었다.

그러다가 이 곳에서 음식을 날로 먹는 것은 과일과 야채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내고 세상에 없는 음식인 회를 생각해낸 것이다.

“쌀 위에 생선을 얻어 같이 먹는 음식이나... 이 세상에는 없는 음식이라 먹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음식은 먹기 바로 전에 만들어야 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앙의 말에 오히려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주앙을 쳐다보았다.

“그럼...”

주앙은 허리 높이까지 오는 커다란 상자를 덮고 있는 천을 걷어냈다. 상자에는 물이 가득 담겨있었고, 그 안에는 물고기들이 살아서 헤엄치고 있었다.

“이 재료를 구하느라 시종들이 매우 고생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중에서 생선을 한 마리 꺼내 그대로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고 생선의 살을 발래내었다. 발린 살의 비늘과 껍질을 벗기고 생살을 칼로 잘라 얇게 썰었다.

그리고 그 살을 한쪽에 놓고 바로 다른 생선을 꺼내 같은 방법으로 살을 발라내여 썰어놓기를 몇 번.

여러 가지 색의 생선살을 잘 접시에 담아놓고, 밥에 식초와 설탕, 소금을 뿌려 조그맣게 뭉쳤다. 그리고 밥에 작은 초록색의 무언가를 살짝 묻히더니 그 위해 아까 얇게 잘라두었던 생선살을 올리고 소스를 뿌려 작고 예쁜 접시에 올렸다.

그 숫자도 생선살의 색깔 별로 겨우 두 개. 그런 접시를 다섯 개를 올려놓았다.

“음식이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접시의 모양과 생선살의 윤기와 색깔로 인해 보기에는 참으로 예뻐보였다.

“드셔 보시지요. 전하.”

“이...이것이 요리?”

생선을 날로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여왕은 껄끄러울 수 밖에 없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과일과 야채가 아닌 음식을 날로 먹어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것은 요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소비는 비웃는 얼굴 표정을 숨기지 않고 여왕에게 이야기 했다.

그 때 수비대 병사의 가족 중 아이 하나가 소리쳤다.

“아빠! 저 아저씨도 바닷가에서 살았나봐! 생선을 안익히고 먹어.”

아이의 말에 여왕의 고개가 돌아갔다.

“저 아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할 수 있는 자가 있느냐?”

아이의 아빠인 수비대 대원이 여왕의 앞에 나가 무릎을 꿇고 이야기했다.

“예전에 저희 가족은 바닷가에 살았는데, 바다에서 고기를 잡다가 간혹 돗이 돌풍에 찢어져 좌초될 때가 있습니다. 그 때 죽지 않고 살기 위해 간혹 물고기를 잡아 저렇게 날로 먹은 적이 있습니다.”

“먹고 병이 나거나 탈이 나지 않았느냐?”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래? 나의 왕국민이 먹는 것을 내가 먹어보지 않을 수 없다.”

여왕은 차분하게 기다리는 주앙의 얼굴을 보고 포크를 들어 스시를 찍으려 하였다.

“전하. 그 음식은 그냥 손으로 먹는 것입니다.”

“...특이하구나.”

손으로 스시를 집어 한입에 집어 넣어 씹던 여왕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오물오물 씹던 입이 멈추고 목에서 꿀꺽 삼키는지 울대가 움직였다.

“이...이런 맛이...?”

여왕이 음식을 먹자 다른 사람들도 먹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주앙은 무공을 익힌 몸. 매우 빠른 속도로 초밥을 만들어 접시에 놓고 탁자에 올려놓았고, 사람들은 한 접시 씩 가져가 먹었다.

“의외로... 괜찮은데?”

“난...하지만 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주앙의 음식은 괜찮다는 반응과 날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싫다는 사람 둘로 나뉘었다.

레나와 에바도 주앙이 만든 스시를 먹고 확실히 세상에는 없는 음식이라는 것을 인정했지만 맛이 있다는 이야기는 쉽게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어느 음식을 선택해야 할지 서로 의논하는 동안 주앙은 소비를 쳐다보았다.

소비의 눈에는 놀라움과 호기심이 가득 담겨 주앙이 만들어 놓은 음식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리도 서로의 음식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로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은 요리사가 꼭 해야할 배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말에 소비의 고개가 무섭게 끄덕여졌고 바로 주앙이 만든 음식을 집어들고 입에 넣었다.

주앙도 소비가 만든 샐러드를 먹어보았다.

과연 사람들의 말대로 꿀과 과일즙이 어우러져 상큼한 느낌과 쫀득한 과일의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하였다.

“생선을 날로 먹는데 비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건가? 이 초록색의 매운 소스는 뭐지? 이게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고 있어. 게다가 쌀에서 묘한 맛이... 단맛도 짠맛도 아니지만 입에 머무는 이 느낌은... 알 수가 없군.”

“승자를 결정하겠다.”

여왕의 말에 소비는 자신의 있던 곳으로 돌아갔고, 주앙 역시 소비가 있던 곳에서 자신이 요리하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번 승자는 잉그램의 왕궁 요리사 소비다. 소비는 엘프의 열매를 이용해 사람들이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만들어 인간세상의 음식이 아닌 다른 곳의 음식을 모든 사람에게 맛보게 해주었다. 반면에 어스 자작의 음식은 확실히 이 세상에 없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고, 또한 먹었더라도 입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두 사람 중 판정에 승복하지 못할 사람이 있는가?”

“훌륭하신 결정이옵니다.”

소비는 고개를 숙였고, 주앙도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두 번째 요리가 시작되었다.


-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요리.


두 번째 주제를 가지고 소비는 열심히 커다란 고기를 손질하여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고, 주앙은 닭을 커다란 칼로 토막을 내기 시작했다.

첫 요리와는 다르게 두 요리 모두 불을 사용하여 조리를 하는 요리인지라 식당 안에는 음식냄새가 가득차게 되었다.

그리고 거의 내놓은 요리는 소비는 송아지의 연한 살을 이용한 스테이크였고, 주앙이 만든 것은 바로... 닭에 양념을 하고 튀김 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 치킨이었다.

“아까는 소비의 음식을 먼저 먹었으니 이번에는 어스 자작의 음식을 먹어보도록 하지. 자작 그런데 왜 이 요리는 하나는 튀김같은데 소스가 없고, 하나는 이렇게 소스가 잔뜩 있지? 두 가지 요리인가?”

“아닙니다. 닭 요리이지만 제가 있는 곳에는 반반치킨이라고 부릅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의 요리입니다.”

“그렇군. 이것도 손으로 먹는 것인가?”

“네. 그래서 아이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치킨을 먹은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가 한결같았다.

“닭으로 이런 맛을...!”

“오! 정말 놀랍군!”

“매운 것 같으면서도 달고... 아! 정말 맛있다.”

많은 양을 준비한 주앙의 치킨은 얼마 되지 않아 사라졌다.

사람들의 반응에 소비의 미간이 구겨졌다.

“다음... 소비의 음식을 맛 볼 차례군요.”

스테이크를 잘라 입에 넣는 여왕.

“음...”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처음 주앙이 만든 것을 먹었던 것과는 달리 그냥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부드럽게 고기를 덮은 소스의 맛도 풍부하다.”

여왕의 평이었다.

“과연 고기가 연하고 부드러워 노인이 먹기에도 편할 것 같아요.”

레나도 고개를 끄떡이며 수긍했다.

사람들도 모여 어떤 요리가 더 맛이 있는지 의논하는 동안 주앙은 자신의 요리가 담긴 접시를 소비에게 내밀었고, 소비도 주앙에게 자신의 요리를 주었다.

소비의 요리를 먹은 주앙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고기는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녹아버리는 듯이 부드럽게 씹혔고, 달콤하면서도 약간 새콤한 느낌이 나는 소스도 과연 고기에 잘 베어 고급스러움 느낌을 더해 주었다.

주앙의 요리를 먹은 소비는 또다시 충격을 느꼈다. 닭을 양념을 해서 튀긴 것 뿐인데 이런 맛이라니...

사람들의 이야기와 여왕과 에바, 레나 세 여자들은 그리 길지 않은 의논 끝에 결과를 발표했다.

“두 번째 요리의 승자는 어스 자작이다. 소비의 요리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음식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다 먹기에는 재료가 너무도 비싸다. 하지만 어스 자작의 음식은 그리 비싸지 않은 재료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고, 아이들도 손으로 집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먹는데 불편함이 없다. 이번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여왕의 말에 이번 역시 두 사람 모두 고개를 숙였고, 이제 세 번째 요리를 만들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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