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주앙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군자행
작품등록일 :
2018.11.23 13:11
최근연재일 :
2019.07.05 21:00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170,236
추천수 :
2,069
글자수 :
755,588

작성
19.06.24 14:28
조회
813
추천
8
글자
19쪽

색마 (1)

DUMMY

색마 (1)


마차가 잉그램의 국경을 넘어 프랑크 왕국으로 들어서자마자 일단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마차의 길을 막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병사들의 복장과 기사들의 갑옷에서는 얼마나 닦아대고 관리를 했는지 번쩍이는 광채가 보석처럼 빛났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얼굴과 몸매도 딱 봐도 미남! 아니면 호남! 이라고 느낄 정도의 사람들만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한가운데에는 멋드러진 콧수염이 돋보이는 귀족이 외눈 안경을 쓰고서는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일단... 내려야겠지?”

마차에서 내린 주앙은 앞에 서 있는 일단의 기사와 병사와 안경잡이를 보며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외교사절이라는 임무도 있는 만큼 정중하게 물었다.

“어떤 일로 이 길을 막고 계시는지 궁금하군요.”

주앙의 말에 콧수염의 미소남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습니다. 주앙 기 어스 자작님. 저는 왕성의 시종장을 맡고 있는 리볼랭 자코로지라고 합니다. 프랑크의 지배자이신 루이 드 베로넹 국왕께서는 우방이자 형제국인 포르투의 귀빈이며 검의 끝을 본 주앙 기 어스 자작님을 친히 왕실의 기사단과 함께 편히 모시고 오라고 분부하셨습니다.”

“...”

싱글벙글.

“...”

방실방실.

말문이 막힌 주앙과 여전히 웃음을 지우지 않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프랑크 왕성의 시종장.

“갑시다.”

주앙의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시종장을 우아한 포즈과 몸을 돌리더니 기사들중 투구에 가장 화려한 꽃술을 단 기사에게 말을 했다.

“콜레오 미카 보나파르 단장님. 마차의 호위를 부탁드립니다.”

시종장의 말에 기사단장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더니 기사단과 병사들을 향해 명령했다.

“귀빈 호위 대형으로!”

“네!”

그리고 마차의 앞 뒤로 기사단의 말이 서고 그 앞 뒤 그리고 길가로 병사들이 늘어서 호위를 하는데... 깃발까지 펄럭이기 시작했다.

검은 바탕에 깃발의 사이드에는 황금빛 수실이 달린 거대한 해골문양...

“어... 저건...”

에스핀 왕국과의 해전에서 잠깐 적들을 조롱하고 혼란을 주기 위해 썼던 깃발을 마차에 달아 움직이게 생겼다.

“험! 험! 시종장님.”

“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저 깃발은...”

“아! 해전에서 저 문양을 사용했다고 하셔서...”

“치워주실까요?”

“네?”

“당장... 치워달라고요.”

“...네.”

마차는 순조롭게 이동을 하는 듯 하였으나, 가장 가까운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주앙은 다시 머리를 쥐어 뜯어야 했다.

마을에는 200명의 병사들과 50명의 기사들이 추가로 합류했고, 시종과 하녀들까지 모두 100명의 인원이 왕궁의 정복을 입고 마차를 따라 오고 있었다.

주앙이 탄 마차에 모두 500명의 대인원이 함께 움직이니 그 속도가 느린 것은 당연했고, 느린만큼 다른 곳에 들러 구경하는 것은 그만두더라도, 시종장의 간섭으로 식사시간 자는 시간 씻는 시간, 심지어 방에서 잘 때에도 옷, 침대, 식기까지 모두 관리를 하니 왕실의 예절에 익숙하지 않은 주앙은 힘들기 그지 없었다.

프랑크 왕국의 나름 강제성이 엿보이는 환대로 인해 주앙은 한달만에 프랑크의 왕성으로 곧장 들어갔다.

왕성에서 먼저 주앙을 반긴 사람은 왕국의 실세 샤르트르 백작이었다.

“환영합니다. 자작.”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일단 서로 입발린 예의상의 말을 한 동안 주고 받다가 답답한 주앙이 먼저 말을 했다.

“저와 저의 아내들은 결혼 후 여행을 목적으로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왕성으로 초대를 받으니 어떤 보답을 드려야 할지 정말 난감하군요.”

그런 주앙의 말에 샤르트르 백작은 활짝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게 부담을 가지시다니... 편안하게 마음 껏 쉬다가 가시면 됩니다. 맛있는 요리와 편안한 잠자리를 즐기시고 우리 국왕전하와 만나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시다가 다시 편안하게 여행을 하시면 되지요.”

“...알겠습니다. 우선은 쉬고 연락을 주시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라의 국력을 과시하려는 이유인지 왕성은 무척이나 화려하고 넓고, 복잡했다.

많은 수의 시종들과 시녀들이 오고가고 있었고, 어마어마하게 넓은 정원을 지나 따로 별궁을 하나 얻어 그 안에서 주앙의 일행이 머물 수 있도록 하였다.

식사 역시 별궁의 식당에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여 궁정요리사의 솜씨를 한껏 발휘한 많은 요리를 맛볼수 있도록 하였고, 10명이 굴러다녀도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넓은 침대와 드레스, 각종 음료와 술까지... 욕조는 실내수영장을 옮겨 놓은 듯 깨끗하고 맑은 물이 초대형 욕조안에 찰랑거렸고, 쇼파와 가구들도 화려하여 그야말로 왕대접을 받는다고 느낄 정도로 어마어마한 접대에 에바와 레나까지도 슬슬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주위에 대기하고 있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녀들 15명의 얼굴을 차례로 관찰하고 있는 3일째 날.

“오늘 국왕전하께서 경과의 독대를 원하십니다.”

“...독대... 입니까?”

“저녁 식사 전에 잠시 만나시기를 원하십니다.”

“...괜찮겠습니까? 저는 마스터입니다.”

주앙의 말에 가늘게 눈을 뜨고 빤히 얼굴을 보던 샤르트르 백작은 다시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이 마스터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전하께서는 정말로 독대를 원하십니다. 저도 없이 단 둘만의 공간에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타국의 마스터를 독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것도 심복은 백작도 배제하고 오직 단 둘만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는 주앙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기별을 주시면 언제든 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백작이 돌아가고 난 후 주앙과 에바, 레나는 모여서 샤르트르 백작의 이야기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레나의 눈이 매서워지며 에바의 등 뒤를 노려보았다.

“어째서 우리들만 있어야 할 공간에 저 여자가 있을까?”

주앙도 탐탁치 않다는 표정이 여실히 들어나며 에바의 등 뒤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조용히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에바가 말했다.

“이제부터 소비를 제 몸종으로 고용하기로 했어요. 보통의 귀족보다 아는 것도 아주 많고, 무엇보다 자작님께 언제 불려가 몸을... 흠...! 그러니 항상 제 곁에 두고 보기로 했어요.”

째려보는 에바의 시선을 느낀 주앙은 답답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했지만 여자의 질투를 이렇게 당해보는 것은 처음인지라 그냥 끙하고 참기로 했지만 레나는 아니었다.

“몸종이든 노예든 상관없는데, 왜 이 자리에 있는 건지 설명을 해주겠어?”

“말했잖아요. 생각보다 머리가 아주 좋다고... 혹시 알아요? 우리가 하는 이야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소비는 아는 이야기를 말을 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해를 끼치지는 않을테니 들어도 상관이 없다. 그 사실을 아는 주앙과 레나는 납득을 하고 넘어가고 싶었지만 불과 얼마 전에 서로를 죽이려고 싸웠던 존재를 눈 앞에 놓고 이야기를 하자니 껄끄러웠고, 레나는 나름의 생활에 끼어든 소비가 당연히 눈에 거슬릴 수 밖에 없었다.

“소비. 여기서 들은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이야기 할 거야?”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자작 부인의 곁에서 가만히 있겠습니다.”

소비의 대답에 에바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 주앙을 바라보았고, 레나는 당하는 느낌에 속을 부글부글 끓였지만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불편하군.”

결국 주앙의 말에 에바도 더 이상의 투정은 주앙의 화를 산다는 것을 느끼고 소비에게 나가라고 말했다.

“네.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루이 국왕의 비밀이 하나 있기는 한데...”

나가기 전 소비는 세 명이 알지 못하는 떡밥을 던졌다.

“아... 썅! 할 얘기가 있으면 그냥 까놓고 말해!”

레나는 성질을 참지 못하고 폭발해버렸고, 주앙도 짜증이 난다는 듯이 소비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의 반응에 놀란 사람은 에바였다.

얼굴도 예쁘고 아는 것도 많은 소비를 주앙이 탐내서 데리고 온 줄 알았더니 전혀 반대의 분위기였다.

오히려 주앙은 소비를 껄끄러워했고, 레나는 소비를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미워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견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뭘까...?”

분명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세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자 에바의 분위기도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고요해진 넓은 방 안.

하얗고 작은 동그란 탁자에 차 세 잔이 식어가고 있었고, 팔짱을 끼고 쇼파에 등을 기대고 있는 주앙, 다리를 꼬고 소비를 노려보고 있는 레나, 무표정하게 서서 두 손을 배꼽부분에 모으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소비. 그리고 주앙과 레나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는 에바.

한 동안 말이 없다가 에바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에게 숨기고 있는 것이 있죠?”

그 말에 레나는 무섭게 소비를 노려보았고, 소비의 무표정하던 얼굴에는 잠시지만 흔들림이 생겼다.

하지만 주앙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는 팔을 풀지 않은 채 조용히 식어가는 찻잔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저만 따돌리지 말고 알려주세요. 제가 모르는 것이 뭐죠?”

레나는 여전히 소비를 무섭게 노려보았고, 소비는 이번에는 정말 미안한지 레나를 보고 살짝 고개를 숙여보였다.

다만 주앙만이 말없이 식어버린 찻잔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댔다.

“에바...”

조용히 부르는 주앙의 목소리.

하지만 내공 수련으로 기감이 예민한 에바는 주앙의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따돌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를 믿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 같군요.” 그 말에 에바의 눈이 캄캄해졌다.

소비가 나타났을 때 주앙에게 이야기를 먼저 묻지 않고 거둔 것도 자신이었고, 이 방에 데려와 몸종으로 쓴다고 한 것도, 주앙에게 면박을 준 것도 자신이다.

따돌린다고 이야기 했지만 만약 다른 사정이 있다면...?

“아...!”

“말을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면 먼저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주앙의 말에 에바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루이 국왕을 만나는 것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잠시 나가서 바람을 쏘이고 오겠습니다.”

주앙이 일어서서 나가자 레나는 무섭게 소비를 노려보고 다시 에바를 보다가 역시 방에서 나가버렸다.

“내가... 내가 질투에 눈이 멀어서 자작님을...”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는 에바의 뒤에 소비는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해가 살짝 기울기 시작하자 주앙을 찾아온 시종장은 주앙을 데라고 왕궁의 어딘가로 이끌었다.

구불구불 복도를 한참을 지나 조용한 방 앞에 도착한 시종장은 주앙에게 고개를 숙여보이고 방 안에 낭랑한 목소리로 도착을 알렸다.

“포르투 왕국의 주앙 기 어스 자작이 뵙기를 청합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후 안에서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


들어간 방 안은 창문도 없었고, 단지 조용히 심지를 태우고 있는 초 몇 개만이 흐린 빛을 쏘아 사람이 보일 수 있는 정도로 불을 밝히고 있었다.

방 안에는 커다란 쇼파에 앉아있는 남자 하나만 있을 뿐 누구의 기척도 없었다.

문을 닫고 서 있자 젊은 남자의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와서 앉도록.”

그제야 주앙은 자신의 실수를 생각하고 바로 인사를 했다.

“처음 뵙습니다. 주앙 기 어스 자작입니다.”

그리고 왕의 앞에 있는 왕의 것과 같은 크기의 쇼파에 조용히 앉았다.

“크크크. 내가 대륙에 소문이 자자한 마스터를 당황하게 만들었군.”

“당황하게 하실 목적이셨다면... 성공이십니다.”

“하하하하하!”

루이 국왕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어재꼈고, 주앙은 그런 국왕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마른 몸에 눈에는 다크 써클이 짙었고, 얼굴에는 신경질적인 인상의 마른 볼과 푸석한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입술도 말라 수시로 침을 적시고 있었으며, 간혹 기침을 하는 것으로 보아 몸이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큰 목소리에 과장된 몸짓, 그리고 부리부리하게 쏘아보는 눈빛을 보면 무언가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내가 경을 따로 만나기로 한 것은 이렇게 내가 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또한 경에게 은밀하게 부탁을 하기 위함이 그 두 번째 이유지.”

“확실히 전하는 저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시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독대를 하시는 모습에 제가 더 당황스러워 놀라고 말았습니다.”

루이 국왕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자 국왕은 신이나서 말을 이었다.

“어렸을 적에 사고가 아니었다면 나도 경처럼 검을 뽑아들고 세상을 휘저었을지도 모르지.”

사고라는 말에 주앙은 고개를 숙였다.

“뭐... 지나간 일이니 굳이 자세히 말 할 필요는 없지. 경이 보기에 나의 상태가 어떤 것 같은가?”

루이 국왕의 질문에 속으로 욕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참고 가만히 국왕의 얼굴과 몸을 살폈다.

확실히 처음 느꼈던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사실 내가 부인을 많이 두고 있어. 그런데 부인들을 만족시켜주자니 생각보다 몸이 많이 축나더군. 그래서 말인데...”

타국의 귀족이자 소드 마스터 앞에서 거침없이 허세를 부리던 루이 국왕이 말을 멈추고 머뭇거리자 고개를 숙이고 말을 듣고만 있던 주앙이 루이 국왕의 얼굴을 살짝 바라보았다.

민망한 듯 시선을 주앙에게 주지 못하고 여기 저기 시선을 뿌리면서 손가락도 가만두지 못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있었다.

“혹여... 정력제를 원하시는 것입니까?”

주앙의 말에 루이 국왕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들어 천장만 바라보았다.

“험... 나름 알아낸 첩보로는... 경이 약을 먹이고 마스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그런 약이라면...”

무언가 머리 속에서 와장창 깨지는 느낌의 주앙.

내력을 증진시키는 영약을 정력제로 생각하고 만들어주기를 원하는 국왕의 모습에 살짝 짜증이 났지만 나름 절박해보이는 국왕을 보니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전하... 그 약에 대해 알아내신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군요. 정말 놀라운 정보력입니다.”

주앙의 말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루이 국왕은 여전히 헛기침만 할 뿐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들킨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전하. 손을 주시지요. 제가 손목을 만져보고 전하의 몸을 먼저 확인해야 그에 맞는 약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손이라...”

루이국왕은 스스럼없이 오른손을 주앙에게 내밀었고, 주앙은 맥을 잡아 살살 내력을 흘려보내며 국왕의 몸 상태를 확인하였다.

“응?”

국왕의 몸을 확인하던 주앙은 국왕의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국왕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루이 국왕은 어서 말해보라는 듯이 주앙을 말똥말똥 쳐다보고만 있는 것이 아닌가.

“잠시... 좀 더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언가 이상함이 있는가?”

주앙의 표정과 말로 자신의 몸 상태에 뭔가 있다는 것을 느낀 국왕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잠시만...”

다시 국왕의 맥문에 내력을 천천히 넣으며 국왕의 몸 안의 경락을 확인하는 동안 주앙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손목을 놓고 주앙은 국왕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궁금함과 걱정, 두려움이 섞여 있는 눈빛을 감추기 위해 과장되게 허리를 젖히고 거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국왕.

“믿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전하의 몸은 상당히 망가져 있는 상태입니다. 오래 버틴다고 해도 5년? 급사하실 것입니다.”

“뭣이?”

감히 누구 왕에게 죽는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스스럼없이 할까?

“경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제가 검을 들지 않는다고 해도 아니... 이대로 아니 그 동안 약을 사용하고 신관을 불러 열심히 치료를 받으셨겠지만... 5년 안에 분명히 승하하실 것이라고 장담하겠습니다.”

주앙을 한동안 노려보던 국왕은 헛웃음을 지으며 소파의 등받이에 털썩 몸을 젖히고는 계속 실없이 웃었다.

“그런가? 결국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한참을 혼자 실없이 웃다가 중얼거리기를 반복하던 루이 국왕은 주앙을 보고 쓰게 웃으며 물었다.

“경 역시 방법이 없겠지?”

“치료를 한다면 어떤 대가를 주실 수 있는지요?”

“...!”

놀란 눈으로 주앙을 바라보던 루이국왕의 손과 눈이 크게 떨렸다.

“치료를 한다고?”

국왕의 물음에 대답없이 그저 바라만 보는 주앙을 향해 일어서서 다가오는 루이 국왕.

“정말... 이 빌어먹을 몸뚱이를 치료할 수 있단 말인가?”

루이 국왕도 알고 있었을까?

“매일같이 내가 말라가는 것을 알면서도 여자를 품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 여자를 품지 않으면 도저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피를 보게 되지. 그래... 모두 나를 변태에 색마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9명의 부인도 항상 힘들어 하지. 정사를 시작하면 죽기 전까지 아니 죽을 정도로 몰입을 하게 되니까...”

잘 모르는군.

주앙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분하게 말했다.

“전하의 몸이 망가져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한 달정도 시간을 들인다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합니다만...”

말 끝을 흐리는 주앙을 보고 루이 국왕은 쓰게 웃었다.

“국왕인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 방법이 있는 것은 맞는데... 무엇을 원하는가?”

“당장 치료는 어렵습니다. 포르투 왕국으로 가서 필요한 것들을 구해야 치료가 가능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전하의 몸에 있는 그 동안의 약과 정력제의 기운이 날뛰고 있고, 몸을 보호하는 기운이 말라버려 천천히 몸이 불에 타들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제가 약간의 기간이라도 편히 있을 수 있도록 잠시나마 몸을 만지고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주앙의 말에 루이 국왕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었다.

“어차피 나를 죽이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것 아닌가?”

“맞습니다...”

주앙은 루이 국왕의 오른쪽 손목의 맥문을 잡고 천천히 진기를 흘려보냈다.

국왕의 병명을 바로 절맥.

그것도 음맥이 크게 상해있어 몸 안의 음기가 말라가는 중이었다. 그래서 지나친 양기로 인해 본능적으로 여자를 찾았고, 광증에 가까운 증상을 보이기도 했은데 이로 인해 루이 국왕은 변태, 색마라는 오명을 항상 들으며 살아야 했다.

무당의 부드러운 기운으로 거칠게 몸을 휘젓고 다니는 양기를 감싸고 다독여 재워놓고 죽어가는 음기를 더 버틸 수 있도록 자극하자 루이 국왕의 얼굴이 편안해져 갔다.

주앙이 손을 떼자 눈을 뜬 국왕은 밝게 웃으며 주앙을 바라보았다.

“왕위에 오른 이후로... 아니 사고 이후로 이렇게 머리가 맑아보기는 처음이군. 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어떤 대가를 요구하던지 내가 들어줄 수 있는 한 가지는 무조건 들어줄 것을 맹세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앙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포르투 왕국 지도 19.03.28 851 0 -
공지 모리스 영지 지도 19.02.20 2,203 0 -
122 균형 (4) - 완결 +4 19.07.05 759 12 14쪽
121 균형 (3) 19.07.05 606 7 12쪽
120 균형 (2) 19.07.05 659 7 16쪽
119 균형 (1) 19.07.05 629 7 16쪽
118 뒤끝 (4) 19.07.04 671 6 18쪽
117 뒤끝 (3) 19.07.04 659 7 16쪽
116 뒤끝 (2) 19.07.01 688 7 20쪽
115 뒤끝 (1) 19.06.29 733 6 12쪽
114 색마 (4) 19.06.26 718 7 18쪽
113 색마 (3) 19.06.26 706 8 17쪽
112 색마 (2) 19.06.25 729 9 16쪽
» 색마 (1) +2 19.06.24 814 8 19쪽
110 드래곤 (4) 19.06.24 750 7 12쪽
109 드래곤 (3) 19.05.30 812 10 18쪽
108 드래곤 (2) 19.05.29 870 11 33쪽
107 드래곤 (1) 19.05.28 849 13 17쪽
106 자존심 (4) 19.05.22 883 11 17쪽
105 자존심 (3) 19.05.20 920 11 17쪽
104 자존심 (2) 19.05.18 950 9 22쪽
103 자존심 (1) 19.05.16 936 11 14쪽
102 여행 (4) 19.05.14 890 13 18쪽
101 여행 (3) 19.05.11 917 11 18쪽
100 여행 (2) 19.05.08 912 13 29쪽
99 여행 (1) 19.05.02 967 11 13쪽
98 조건 (4) 19.05.01 940 12 12쪽
97 조건 (3) 19.04.30 921 14 15쪽
96 조건 (2) 19.04.29 926 16 13쪽
95 조건 (1) 19.04.27 979 12 13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군자행'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