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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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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래
작품등록일 :
2018.11.23 19:20
최근연재일 :
2019.02.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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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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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 전회의 줄거리 ~


여름방학을 맞아 게임할 생각에 (하스스톤 전설 찍을 생각에) 들떠있던 나! 하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환생트럭에 치여 죽어버렸다! 아핫~★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상에 마상에, 무려 이.세.계.환.생.을 한 것이었다!

심지어 환생 특전으로 현실에서 열렬히 숭배해왔던 요그샤론님의 축복(무슨 마법을 쓰던 랜덤으로 나간다~ 꺄-앗!)이 내려졌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 할 일이란?


“당연히 인간종의 말살이죠.”


샤를로트 드 오르텐시아 백작은 그리 말했다.


나는 소리 없이 절규했다.




##.


샤를로트는 흥분한 마족들을 달래곤, 날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으로 데려왔다.


이세계환생에 정신줄을 놓고 들떠있던 것도 잠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나는 호시탐탐 탈출의 기회를 엿보았다.

하지만 눈을 돌릴 때마다 어둠속에서 탐욕스런 눈으로 날 바라보는 마족들의 시선이 기다릴 뿐이었다.


주변에 일진들이 있으면 괜히 눈이라도 마주칠까 움츠리며 지나가던 나다. 그런데 여기엔 ‘오늘 먹을 거, 내일 먹을 거~’ 하고 그 일진의 몸통을 반으로 찢어먹을 괴물들이 득시글거린다.

당연, 얌전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조금 지릴 뻔했다고.


아무도 없는 응접실 같은 곳에 들어오자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를 보자니 도무지 안심할 순 없었다.


“차라도 한 잔 하실래요?”


샤를로트는 나와 만난 직후부터 쭉 한결같은 미소와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의미로도 이런 상대와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뭘 주건 사양하려했지만, 극도로 긴장한 탓일까 목이 너무도 말랐다.


“물 한잔··· 부탁드려도 될까요?”


내 입에서 조심스럽게 공손한 어조가 나오자 샤를로트의 입가가 미미하게 늘어졌다.


“에이~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 긴장하고 그래요? 조금 전만해도 허물없이 대화했었잖아요? 자자, 하던 대로 해요~ 하던 대로~ 원한다면 편하게 샤를쨩이라고 불러도 되요.”


···만일 네가 독심술을 갖고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죽음을 택하겠다!

그것도 그렇지만, 젠장! 저 문밖엔 침으로 건담을 녹일 법한 괴물(나를 먹고 싶어함)들이 널려있다고! 너 같으면 긴장 안하겠냐!


“흠··· 물론 용사님의 입장은 어느 정도 이해해요. 갑자기 이세계에 소환 되서 같은 인간을 죽이라고 하면 그야 당황스럽겠죠. 아참, 용사님. 이름이 뭐예요?”

“유하··· 입니다.”

“그러니까 유하님, 일단 제 얘기를 들어보시겠어요?”


적어도 부탁할 때 정도는 조금 다른 표정을 지어도 되지 않을까. 슬슬 그 얼굴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면이 아닐까 의심되는 레벨이라니까?


“···물론이죠.”


어쨌거나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


사정은 이러했다. 어느 날부터 인간들이 이세계에서 용사를 소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용사라고 그래봤자 한낱 인간에 불과했고, 대체로 지금의 나처럼 살인 한 번 저질러본 적 없는 순둥이들이 대부분이었단다.

그에 반해 그들이 상대해야하는 마왕은, 고래(古來)부터 영겁의 투쟁 속에서 생존해온 절대적인 강자였다.


기껏 소환된 용사들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었지만, 그를 십분 발휘하기도 전에 기름유출에 떼죽음을 당하는 물고기처럼 고깃덩어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때때로 강력한 능력을 가진 용사가, 터무니없이 특출 난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일부는 기어코 마왕을 죽이기도 했단다.


“운명의 미네르바, 필멸의 루텐하임, 심판의 이시리스··· 등 많은 전하께서 용사들의 손에 패사하셨습니다.”


이곳의 마왕은 엄연히 말하면 특별한 돌연변이다. 돌연변이 중에서도 비정상적인 마력을 갖춘 이들. 실로 마왕이라 부르기엔 손색없는 지고의 강자들.

인간들은 그들을 마왕이라 불렀다.


이렇듯 마왕은 하나가 아니라 복수의 개체가 존재하며 모두 자신의 종족에 따라 제각각의 능력이나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곳의 마족들은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엄연한 지성체이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문명과 과학을 발달시켜왔다.

특히나 본격적으로 마왕이라는 존재가 마족들을 다스리면서 그 수준은 인간에지지 않았고, 때로는 그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곳의 마족들은 그런 존재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앞에서 인간들이 이세계에서 용사를 소환해 마왕을 죽인 거다.

당연 마족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 ‘니들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 거 같아?’라며 자기들도 이세계에서 용사를 소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라고 샤를로트는 말했다.


“저희에게도 그런 딱한 사정이 있으니, 유하님께선 마왕전하와 우리 마족들을 위해 인간종을 말살해주셔야겠습니다.”

“혹시나 묻는데 거부권은···?”

“물론 있습니다.”

“역시 죽이는 건가요···”

“무슨 소리예요? 그래도 애써 소환한 용사인데, 설마 그렇게 쉽게 죽이겠어요?”


응? 혹시 안 죽이는 겁니까? 마족들은 죄다 인간고기 운운하는 미친놈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까! 개중에는 말이 통하는 마족도 있다는, 그런 설정인가요?!

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요! 제 인생에서 러브코메디는 잘못된 게 아니라 아예 없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장래희망은 전업주부로 결정했던 몸입니다!

프로 전업주부를 희망하는 한 명으로서 집안일이라면 자신 있다고요!


“육식성 마족들에게 인간고기는 꽤 괜찮은 별미예요. 특히나 이세계 인간의 고기는 그 희소성이 말 못할 정도로 귀하지요. 마왕전하들께서도 손꼽아 기다릴 정도라니까요?”

“결국 잡아먹혀 죽는 거군요···”

“무슨 소리예요, 말했잖아요? 쉽게 죽이지 않는다고.”


이, 이 년이? 사람 명줄 좀 쥐었다고 들었다 놨다 염병을 떠는구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가능한 한 절대 죽지 않게 할 거예요. 부위별로 먹기 좋게 자른 다음 회복, 재생마법을 걸어드릴 거거든요. 그렇게 회복되면 다시 자르고요. 그러고 보면 이세계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 라는 말이 있다더군요. 그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좋을 거예요.”


···이 씨발년은 해맑은 미소로 무슨 개소리를 해대는 거냐.


“자살방지를 차원에서 온 몸을 구속하고, 재갈을 물리기는 하는데··· 흠흠, 괜찮아요. 좋은 고기의 질을 위해 사료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거든요. 평생 밥걱정을 안 해도 된다니, 나름 괜찮지 않아요?”


젠장··· 어떻게든 긍정회로를 돌려보고 싶은데 그것도 한계가 있지. 씨발, 정신이 화려하게 나가버릴 것 같다. 헬조선 출신답게 온갖 독설과 개소리에 내성을 가진 나지만··· 이건 아니었다.

이건 협박이니, 패드립이니 하는 차원을 아득히 초월한··· 정말 씨발스러운 것이었다.


나는 부서질 것만 같은 얼굴을 억지로 붙들어 매며 가까스로 표정을 유지했다.

아니, 이미 내가 자각을 못할 뿐, 망가져있을 지도 모르지만.

그런 내게 샤를로트는 최후의 선고를 내렸다.


“아참,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식용을 목적으로 자르는 거다 보니, 마취제를 안 써서 더럽게 아프다는 정도겠네요~”


지금이라도 혀를 깨물어 자살한다면 괜찮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이 미친놈들에 이 미친 세계라면 마법으로 날 되살려내서 계속 도축해먹을 지도 모른다.

죽었다 살아난 지 얼마 안돼서 아직 싱싱하다니 뭐니 하는 개소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아까부터 말이 없으신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머릿속이 복잡하다. 정말 뇌의 브레인에 혼돈의 카오스가 믹스처럼 섞이는 끔찍하고도 테러블한 기분이다.

같은 인간을 죽이느냐, 평생 이놈들의 특식으로 도축되느냐··· 아아, 그것이 문제로다.

아니, 씨발! 자살조차 섣부르게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

끼임탈출이 없으면 자살이라도 하게 해줘야 될 거 아냐! 빌어먹을 이세계!


뭔가 생명 이상의 것이 걸리니 선뜻 입을 열 수가 없다.

그래, 일단 시간을 벌자. 머리를 굴리다보면 뭔가 수가 날 수도 있잖아···


“저기, 혹시 생각할 시간을···”

“오늘 저녁메뉴는 이세계인 바비큐네요~!”

“할게요! 할게요! 인간종 말살! 그거 할 테니까 제발 살려주세요!”


생각해보면 이세계물에서 다른 사람 죽이는 건 흔한 일이잖아.

나라고 별 수 있나. 일단 살고 봐야지.


“아이참, 유하님.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죽이지 않는다니까요? 누가 들으면 저희가 나쁜 마족인줄 알겠어요~”


젠장! 젠장!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이 미친 세계에 종말을···!




##.


“저기··· 인간인지 인간종인지, 그거 죽인다니까요?”

“네네, 알아요. 알아. 유하님의 마음, 잘 알고 있어요~”

“아니 그걸 안다는 양반이···!”

“···양반?”

“아, 아뇨! 그게 아니라··· 그게··· 그러니까··· 다른 게 아니라··· 이거··· 꼭 필요한가··· 싶어서··· 요?”


인간종을 말살하기로 한지 10분 뒤, 어쩌면 그딴 개소리를 하기 전에 일단 혀부터 깨물고 봐야했던 게 아닐까,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문 하나 없는 회색의 밀실에 리자드맨들이 우루루 들어왔다.

진녹색의 비닐을 가진 괴물들이 의사흉내라도 내는 양 수술복을 입은 우스꽝스러운 광경이었다. 하지만 내가 웃기도 전에 입에 재갈이 물렸고, 안대에다가 양팔, 양다리에 수갑인지 족쇄인지 모를 것들이 채워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샤를로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이죠. 제가 유하님의 뭘 믿을 수 있겠어요? 새삼 돌이켜보면 우리 오늘 처음 만난 사이잖아요?”

“·········.”

“독심술 같은 게 있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아쉽게도 그게 없네요. 그러니까 얌전히 노예각인을 새기는 게 어떨까요?”


그렇다. 나를 믿을 수 없으니, 노예각인을 새기겠다는 거다.

사실 적당히 말을 듣는 척하면서 도망칠 궁리를 했었다만, 역시 얘넨 바보가 아니었다.


“참고로 유하님께선 제가 담당했던 역대 용사들 중 31번째로 그 말을 꺼냈어요. 덧붙이자면 그 중에서 혀를 깨물어 자살시도를 했다가 실패한 게 3건, 갑자기 돌변해서 욕설을 내뱉은 게 13건이랍니다. 아참, 욕하는 사람들 중 침을 뱉은 건 4건 있어요. 마지막으로 무작정 살려달라고 빈 건 무려 43건이고요. 여기에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그 중 누구도 노예각인을 안 새긴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어때요? 놀랍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내 반응은 중요하지 않았던 듯, 샤를로트는 조금 전처럼 입가를 미미하게 늘어뜨리며 말했다.


“아참, 제 친척 중에 용사의 손가락을 모으는 애가 있어요. 그래서 그런데, 혹시 손가락 하나만 잘라주실 수 있어요? 그러면 수술 전에 마취제 넣어드릴게요.”

“·········.”


내가 침묵을 고수하자 샤를로트는 조금 곤란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볍게 눌렀다.


“으음··· 수술 도중에 거래하면 2개나 잘라야 되는데···”

“··· 내가··· 내가 너의 뭘 믿고···”


겨우내 토해낸 목소리는 내 스스로도 놀랄 만큼, 처참히 갈라져있었다.

이에 샤를로트는 장난스럽게 고개를 까닥거리며 말했다.


“저는 언제나 신용과 믿음을 원칙으로 장사하는 마족이랍니다~”


그거 지구에선 사기꾼들의 전매특허 같은 대사거든?


“으음, 진짠데··· 애초에 제가 막 약속도 어기고하는 그런 마족이었으면, 그 손가락 전부 자르고 회복마법이나 걸어줬을 걸요?”


빌어먹을 년. 나는 오기에서라도 끝끝내 그녀의 거래에 응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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