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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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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래
작품등록일 :
2018.11.23 19:20
최근연재일 :
2019.02.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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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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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


“끄우와아아아앗?! 유하! 유우우우우하아아아아!!”

“저도 지금 바쁘거든요? 고블린 두 마리 정도는 알아서 좀 해봐요!”

“야, 야야! 궁수한테 고블린 두 마리가 달라붙으면 그건 그냥 뒈지라는 소리거든! 내가 가진 단검이 얘네가 든 몽둥이보다 짧다고!”

“아니, 이쪽은 안 뚫린 채 잘 버티고 있었거든요?! 놓친 건 바르겐이니까 걔한테 따져요!”

“야, 야이 개자식들아···! 나는 뚫리고 싶어서··· 뚫렸냐?! 그리고 지금··· 칼침 맞아서 더럽게 아프거든? 빨리 좀··· 끝내줄래···?!”


우리 파티는 실시간으로 고블린에게 고전하고 있다.

파티원은 5명, 전부 노란목패의 모험가들이다. 모험가들 중에서도 최하의 가장 허접한 수준···

우리는 분수에 맞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고블린들을 멀리서 저격하고, 다가오는 놈들만 전위가 처리하는 방식으로 사냥을 해왔다.

그러다 오늘은 재수 없게 고블린들의 유인책에 당해 포위를 당하게 된 것이었다. 젠장.


이런 식으로 고블린에게 낚인 것만 4번 째였던가··· 처음부터 삐걱거리긴 했었다만, 이번에도 어김없이 생사의 위기를 넘나다는 중이다.

제 3자가 듣기엔 꽤나 유쾌한 만담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바르겐은 정말로 칼침 맞은 채 피를 흘리고 있었고, 궁수인 람은 필사적으로 고블린에게 도망 다니는 중이다.

나 역시 이미 한 방 얻어맞아 저릿한 왼팔을 다독이며 간신히 버티는 중.

새삼 느끼는 건데 이제껏 이딴 파티에서 누구하나 죽지 않은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러니까 사제 좀 구하자니까! 리더면서 아무것도 하는 거 없는 제이슨! 이 멍청아!”

“누누이 말했지만 귀하신 사제님이 고블린이나 사냥하는 우리 파티에 오겠어요?!”

“매일 들이붓는 포션 값으로 하루라도 좋으니 구해보란 말이야! 이 빌어먹을 놈아! 여사제님이면 눈에 도움도 되잖아!”

“이 엉큼한 수퇘지 자식들아! 아가리 놀릴 시간에 칼질이나 한 번 더해!”


파티에서 유일한 여성인 마법사 메리는 마력이 떨어진 지 오래라, 지팡이로 고블린들을 후두려 패고 있었다.

사실 팬다기보단 접근을 견제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한편 쫓기던 람은 결국 화살로 고블린의 머리를 내려찍었지만, 허벅지에 얕게 칼을 허용했다.

그래도 품에서 빼어든 단검으로 나머지 한 놈까지 처리하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후우, 이제 좀 한숨 좀 돌리려나.”

“개소리할 시간··· 에! 칼질을 한 번 더해라!”


정말 엉망진창인 파티지만, 그래도 얘넨 양반이었다.

노란목패 다음인 파란목패 등급의 모험가가 있는 파티만 되도 가입비용이니 뭐니 하면서 신입을 갈취하기 일쑤였다.

거기에 같은 노란목패에도 보상이 짬순이라면서 저들끼리 해먹는 게 당연한 관행처럼 만연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파티는 괜찮은 편이었다. 다들 허접이라 그렇지.


“아, 으아악! 찔렸어! 찔린 데 또 찔렸다고! 씨발 이 고블린 새끼들! 젠장! 젠장!!”

“바르겐 이 등신아! 그냥 버티기만 하라니까 그것도 못하냐! 여기 끝났으니까 바로 간다!”

“일단 포션부터 부어요!”

“다 썼어!”

“람! 포션 남는 거 있죠?! 일단 바르겐한테 던져줘요!”

“아으으으··· 저거 하나만 아끼면 저녁에 닭고기 한 덩이가 더 올라오는데!”

“쓰벌! 아무리 그래도 사람 생명이 먼저 아니냐?! 젠장! 내가 이딴 놈들을 파티원이라고···!”

“유하! 유하아아아아아!!”

“람! 정신 사나우니까 조용히 말해줄래! 이번엔 또 뭔데!?”

“···왼쪽에서 5마리 더 온다.”


역시 정정할까보다.



##.


돌이켜 보면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것도 만만찮은 세상이었다.

멋모르고 고급 여관에 머물면서 괜찮은 식사를 했었을 적엔, 그래도 나쁘지 않은데? 싶었었다. 그러다 놀라울 만큼 돈이 줄어들어 갑자기 위기감이 느껴졌을 땐 왠지 모르게 현자타임이 몰려왔었다.

마치 수중에 돈 좀 있다고 어깨 으쓱거리면서 도박장에 들어갔다가 싹 날려먹은 기분이랄까?


그때야 변변한 수입도 없던 때였으니 일단 지출부터 줄이자는 생각에 최대한 값싼 여관에서 머무르려 했다.

식사도 대충 보리빵에 분수대 물로 떼울 요량이었다만, 세상은 내 생각보다 쉬운 곳이 아니었다.

얼핏 내 생각을 들은 파티원들은 전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나무랐으니.


“뭐? 거기서 잠을 자겠다고? 유하, 너 바보야? 그렇게나 장기가 털리고 싶어? 그런 곳에서 자고 일어나면 다음 날 아침 장기 털린 채 저승사자를 영접하게 될 거야.”

“우리는 모험가잖아. 도시에 세금도 내지 않고, 정처 없이 여기저기 떠도는 놈들이라고. 좋게 보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마을의 질 나쁜 놈들한테 잘못 걸리면 그대로 그냥···!”

“우리가 바보도 아니고 괜히 비싼 돈 주고 모험가 길드에서 추천하는 여관을 가는 게 아냐. 그리고 식사도 말야, 당장 내일 목숨 걸고 검을 휘둘러야 되는데 보리빵이 말이 될 소리야?”

“맞아, 맞아. 우리는 몸이 재산이란 말이지! 돈 조금 아끼겠다고 굶주리고, 몸 관리 안하고, 포션 하나 덜 챙기면 그대로 훅 가는 인생이라고!”

“어차피 우린 모험가야. 오늘 고블린한테 칼침 맞고 뒈져도 이상하지 않고, 밤중에 창녀 끼고 놀다가 매독 걸려 뒈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그렇게 뒈질 바에야 언제 죽어도 후회 없게 좋은 데서 푹 자고, 맛난 거 먹으면서 살아야하지 않겠어?”


그렇다. 이곳에서의 모험가는 세금 안내는 불법체류자 겸, 일용직 노동자이다.

저축이란 개념 따윈 저 멀리 캐리비안 해에 팔아먹은 그런 종자들이란 말이다!

젠장, 너무하잖아! 대우도 너무하지만 얘네 생각하는 것도 너무 현실적이라 싫어!


“아이고, 우리가 또 얼간이 목숨 하나 구했구만? 엣헴,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업어 키우는 것도 일이라니까? 아무튼 유하, 이렇게 된 이상 점심은 네가 사야겠다.”

“아니, 잠깐만. 저기요? 예? 그게 무슨 소리죠?”

“무슨 소리긴 무슨 소리야. 네 목숨을 구해줬으니 목숨 값으로 점심 한 끼 사라는 거지. 하핫! 설마 네 모가지가 점심보다 싸다고 하진 않겠지?”


도저히 20대라는 걸 믿을 수 없는, 산적수염을 자랑하는 바르겐이 능글맞은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내가 마뜩찮은 표정으로 끄응, 신음하자 그 옆에 있던 메리가 은근한 눈웃음을 치며 끼어들었다.


“에이, 어제 고블린 잡을 때 너만 포션 안 썼잖아. 우린 다들 칼침 하나씩은 맞았다구우~”

“어우야, 사줄게. 사줄 테니까 그 얼굴로 같잖게 애교 부리지 마라. 역겹다.”

“뭐, 뭐, 뭐라고?! 이 개자식이! 필요 없어! 이 나쁜 놈아!”


진짜 웃기는 놈들이라니까.




##.


모험가는 총 9개 등급으로 구분해 증명패를 지급한다.

높은 순으로 백금패, 금패, 은패, 동패, 철패, 황패, 목패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목패는 또 색으로 구분하는데, 높은 것부터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순이다.


백금은 군단급 용병단을 거느린 용병단장은 되야 받을 수 있으며, 금패는 정기사, 은패는 평기사, 동패는 준기사의 실력을 가졌다고 들었다.

동패부터는 수도에 있는 모험가 길드에서 승급심사를 치러야 얻을 수 있으며, 그 밑으로는 어느 정도의 실력과 업적에 따라 각 지부의 임의대로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 파티는 모두 푸른색 목패 등급을 달성했다.


리더인 제이슨이 모두를 모아 오늘은 모험을 쉬고 다 같이 축하연이나 열자고 했다.

몇몇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지만, 제이슨이 쏘겠다는 한 마디에 환호성을 지르며 열외 없이 모두 참석했다.


우리는 자주 가던 술집의 테이블 하나를 통째로 점령한 채 술과 고기를 그득 쌓아놓았다.

평소에는 부리지 못했던 극한의 사치에 콧김이 절로 나왔다.

식욕에 정신 팔린 우리와 다르게 제이슨은 감회가 새로웠는지 눈물을 찔끔거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파티를 맺은 지도 벌써 한 달이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다친 사람 없이 모두 푸른색 목패를 달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어! 진짜··· 진짜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야!”


조금 전부터 고기를 보며 입맛만 다시던 바르겐은 삐죽 내밀고 있던 입술을 움직였다.


“다행은 니―미럴. 그 한 달 동안 내가 칼침 맞은 횟수가 니가 평생 허리 흔들어댄 횟수보다 많을 거다! 젠장!”

“으휴, 바르겐. 제이슨이 사주는 건데 꼭 분위기를 깨야겠어? 애초에 밤일 얘기로 입을 놀리기엔 별로 튼실하지도 않더만.”

“어, 야, 야앗!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다른 녀석들이 오해하잖아! 그, 그리고 어젠 지도 좋아 죽었으면서!”

“좋아 죽은 게 아니라 내 연기가 뛰어난 거랍니다. 알겠어요? 3분 찍, 조루씨.”


메리의 신랄한 독설에 바르겐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다른 파티원들은 깔깔 웃으면서 다시 분위기를 달궜다.

제이슨 역시 좀처럼 보기 힘든 박장대소를 퍼뜨리며 잔을 치켜들었다.


“아무튼 모두 건배! 오늘 하루는 진탕 놀고 푹 쉬자!”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는 주구장창 고블린만 사냥했다.

슬슬 다른 몬스터도 잡아볼 법 했지만, 우린 꾸준하게 고블린을 고집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쉽고, 익숙해서 그랬다.

아니, 그 안에는 쓸데없이 자만하지 말자는 의미도 담겨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푸른색 목패를 달게 된 이상, 계속 고블린만 잡지는 않을 터였다.

붉은색 목패를 얻으려면 고블린 이상의 실적이 필요할 테니까.


“내일부터는 바빠질 거야. 앞으로는 정식 의뢰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오늘부터라도 자기 전에 의뢰 하나 받아두면 좋겠지.”


노란색 목패는 길드의 의뢰를 받을 수 없다. 노란색이면 의뢰를 해결할 능력이 못될뿐더러, 여러 파티 사이에 낀다 해도 어중이떠중이는 방해만 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란색 목패는 알아서 사냥한 몬스터의 신체 일부를 모험가 길드에 제출해 승단해야 한다. (우리는 고블린 귀를 제출했다.)


그렇게 푸른색 목패가 되면, 그때부턴 길드에서 의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뭐, 그래봐야 각 의뢰에는 모험가의 등급을 따지는 제약이 있어 전부 받을 수 있진 않다.

푸른색이면 고블린에서 놀과 코볼트 정도로 폭이 넓어진 정도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의뢰로 몬스터를 토벌하면 몬스터의 사체를 팔아 얻는 이익에 의뢰비도 받을 수 있다.

이때부터 그럭저럭 먹고 살만해지는 거다.


“제이슨, 무슨 의뢰를 받을 거야? 나는 개인적으로 귀족영애의 호위 같은 걸 하고 싶은데! 크하하!”

“푸른색한테 호위를 맡길 귀족 영애가 어디 있겠어? 적어도 황패는 얻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해야지.”


호탕한 산적 같은 외견의 바르겐은 보기보다 술이 약했다.

생긴 건 오크통으로 술을 들이킬 것 같은 녀석이, 고작 맥주 두 잔에 얼큰하게 취해버린 것이었다.

그는 질색하는 메리에 아랑곳 않고 시뻘게진 얼굴로 씩씩, 콧김을 뿜으며 외쳤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났으면 말야, 귀족 영애 정도는 모셔봐야지! 아암! 안 그러냐? 람!”


람은 대답하는 대신 맥주를 홀짝이며 맞은편에 있는 메리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는 지금 절찬리에 분노와 웃음이 뒤섞인 표정으로 우두둑, 손을 풀고 있었다.


“아하~ 그래. 우리 바르겐은 귀족영애가 좋구나? 옆에 있는 마법사는 이제 늙어서 성에 차지도 않나 보지?”

“으, 으응? 헛! 아, 아니 메리! 메리! 그, 그런 게 아니라··· 아, 알잖아? 난 메리밖에 없는 거!”

“흥. 됐네요. 오늘은 그렇게 노래 부르던 창관이나 가지 그래?”

“어? 진짜로 가도 돼?!”

“어우우우! 넌 바보야?! 만에 하나 창관 갔다가 걸리기만 해봐. 앞으로 영원히 같은 방 쓰는 일 없을 테니까!”

“크흥! 메리! 메리이이이이!”


바르겐은 콧김을 흥흥, 내뱉으며 메리의 허벅지에 고개를 들이댔다. 그러면서 끔찍한 바르겐표 저세상 애교를 보여주었다.


그때였다.


―긴급! 긴급! 도시 내의 모든 모험가들은 지금 즉시 모험가 길드로 모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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