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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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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래
작품등록일 :
2018.11.23 19:20
최근연재일 :
2019.02.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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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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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DUMMY

##.


우린 먹다 남은 음식만 대충 포장해서 여관방에 집어넣은 뒤, 한달음에 모험가 길드로 달려왔다.

이미 사방에서 몰려든 인원들의 탓에, 길드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는 길드 안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밖에서 간신히 대강의 사정을 전해 들었다.


요는 이러했다. 도시 주변의 어느 마을을 고블린들이 습격해서, 아녀자나 어린아이들을 잡아갔다는 것이다.

원래라면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일인 만큼, 모두 쉬쉬하며 재난(災難)이라 넘어갈 일이다.

다른 마을도 피해가 생기면 모를까, 작은 마을 하나의 피해론 지방영주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습격을 당했던 그 마을에 때마침 놀러 나왔던 부유한 지주의 딸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지주의 딸은 마을사람들과 함께 납치된 것이었다.

이에 눈 돌아간 지주가 당장 모험가 길드를 찾아와서 막대한 보상금을 건 것이었다.

자신의 딸이 무사히 돌아오기만 한다면 금화 50닢을 푼다고.


모험가들은 한시라도 지체할까, 재빠르게 파티를 편성했다. 고블린 정도의 몬스터라면, 부락을 이뤘다고 해도 중견 모험가파티로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다.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뺏길세라, 벌써부터 의뢰를 수임하고 길드 밖으로 나서는 이들도 있었다.

그와 중에 나는 묘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고블린이 왜 인간을 납치하는 거지? 인질로 거래를 할 것 같진 않은데···”


고블린이야 지금까지 숱하게 잡아봤다만, 놈들이 마을을 습격한다는 건 정말 예상외의 일이었다.

약간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일진놀이에 심취한 초등학생들이 관공서를 습격하는 느낌이랄까.


“고블린이 사람을 납치하는 이유가 간단하지. 맛있게 구워 먹거나 두고두고 강간하려는 거지.”

“으응? 그놈들이 불로 구워먹을 지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고블린이 인간을? 고블린 중에도 암컷이 있을 거 아냐.”

“어휴, 하나는 알면서 둘은 모르는 구너. 유하, 니가 그러니까 아직도 동정인 거야. 생각을 해봐. 인간들 중에도 암컷이 있지만, 엘프나 서큐버스를 보면 어때? 미치도록 따먹고 싶지 않겠어? 그거랑 같은 이치지.”


바르겐이 껄껄 웃으며 그리 말하자, 주변의 다른 모험가들이 묘한 눈빛으로 이쪽을 보기 시작했다.

람은 무어라 한 마디 할 듯하다,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메리가 바르겐의 등을 찰싹찰싹 때리며 꾸짖었다.


“바르겐! 우리 순진한 유하 좀 내버려둬! 요즘 세상에 얘처럼 순진한 애가 얼마나 있다고 애한테 그런 소리를 해?”

“그러는 메리 너도 예전에 오크한테 강간당하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 그건··· 바르겐 니 물건이 하도 시원찮으니까 그렇지! 오크의 절반은 되냐!”

“어, 어헛! 나는 기술이 다르잖아! 기술이!”

“기술? 기술을 운운하기에 3분은 좀 짧지 않···”

“우와아아악! 메리이이! 여기 모험가 길드 안이거든?! 메리, 제발!”


우리가 이런 잡담을 하는 동안 접수를 마친 모험가들의 선두가 출발을 외치며 마을을 떠나고 있었다.

제이슨은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길드 접수처에 줄을 섰다.

그때 내가 그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제이슨, 이 의뢰는 하지 말자. 느낌이 안 좋아.”

“유하, 무슨 소리야? 느낌이 좋고 안좋고 할 게 뭐 있어? 상대는 고작해야 고블린인데.”

“그래. 고작 고블린이지. 고작 고블린이라서 너도나도 끼어들잖아. 현상금이 막대한 만큼 우리 같은 녀석들뿐 아니라 실력 좋은 파티들도 대거 참여할 거야.”


우리 파티는 경험도 실력도 비슷하다. 나라고 고블린에 대해 꿰고 있는 게 아니고, 다른 녀석들이라고 더 잘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고블린은, 내가 봐왔던 고블린은 이런 녀석들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어린아이의 체격, 근력, 지능을 가진 놈들이다.

무장한다고 해봐야 돌멩이 따윌 던지거나, 원시시대를 연상케 하는 돌도끼 같은 것들이다. 가끔 어디서 주워온 날붙이는 굉장히 무섭지만.


사실 농사일로 단련된 마을청년만 되어도 맨손으로도 패죽일 수 있는 게 고블린이다.

애초에 겁도 많은 놈들이라 사람을 습격한다고 해봤자 무장이 빈약한 행상인이나, 전멸해서 도망치는 모험가를 노리는 정도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마을을 습격한다고? 미심쩍은 냄새가 물씬 풍겼다.


마을 청년들이 병신도 아니고 자기 가족들이 납치되어 끌려가는데 가만히 있었을까.

물론 아직 습격에 대한 자세한 경위라던가, 피해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이건 이상했다.


“그런 놈들이 우글대는데 우리가 끼어들어봤자 얼마나 이득을 보겠어? 괜히 싸움 나서 다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유하, 고블린 부락이 아무리 융성해봐야 개체수가 50을 넘진 않을 거야. 그 말인즉, 운 좋게 고블린 하나만 죽여도 금화가 하나는 떨어진다는 거야.”


고블린 부락이 100에 달할 만큼 커졌다면 길드에서 파악해 영주에게 보고를 하고, 정식으로 토벌대가 나와서 진즉에 쓸어버렸을 거다. 그러니 제이슨의 예상대로 부락은 커봤자 50안팎이겠지.

한 마리에 금화 1닢. 지구에서의 가치로 따지자면 약 백만 원 가량. 완전무장한 어른이 때로 몰려가 어린애 하나만 잡으면 백만 원이라는 거다.

할만하다. 할 만하지. 아니, 할 만한 정도가 아니라 못 먹어도 고를 외쳐야 될 일이다. 그렇지만···


“유하, 뭘 그렇게 쫄고 그래? 혹시 위험한 일이 있을까봐 그러는 거지? 괜찮아. 괜찮아. 우리 말고도 모험가들이 저렇게나 많잖아.”

“맞아, 저렇게 수가 많은 만큼 우리 몫이 줄겠지만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우리가 고블린 한두 번 잡냐, 무리하지 않을 거다, 이런 기회 놓치면 나중에 다른 파티한테 병신소리 듣는다··· 다른 파티원들은 모두 고블린을 잡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석연찮은 기분이 느껴졌지만, 내 의견만 고집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사실 우리 파티원들의 말이 틀린 것도 없었다.

고블린이 날고 기어봐야 고블린, 수백의 모험가들이 떼 지어 몰려가는데 그걸 어찌 감당하겠는가.


그러니··· 별 일 없겠지.




##.


모험가들은 의기양양했다.

궁수들이 고블린의 흔적을 더듬으며 빠른 속도로 이동했고, 근근이 무리에서 떨어진 놈들을 사냥했다.

개중에 하나 둘은 도망쳤지만, 가는 길에만 족히 서른을 주살했다. 그와 중에 이쪽은 당연하다는 듯 아무런 피해가 없어서 모험가들의 사기는 점점 높아만 갔다.


마을을 습격한 고블린의 흔적은 금세 드러났다.

도시 외곽의 숲에서 두어 시간이 지나자 고블린의 거처로 추정되는 동굴을 발견했다.

난데없는 동굴의 출현에 몇몇은 의문을 품었다.

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만큼 숱한 모험가들이 오갔을 터인데, 발견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근방에 이런 동굴이 있었었나?”

“고블린 주제에 동굴 안에 살림을 차리다니··· 대부분 이런 곳은 사나운 짐승들이 살았을 텐데.”

“그래봤자 고블린이다. 빨리 들어가자고! 머뭇거리다간 뒤에 있는 놈들한테 빼앗길··· 아니, 한시라도 사람들을 구해야지!”


모험가들은 군대가 아니었다. 수백이 모였다곤 하나 수십의 파티로 나뉘었고, 그 안에서도 성향에 따라 파벌이 나뉘었다.

그렇기에 다짜고짜 들어가려는 이들을 말릴 수 없었고, 여기까지 와놓고 빈손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기에 남은 이들은 쫓기듯 뒤따라 들어갔다.


“가져온 횃불 더 없어?”

“누가 고블린들이 동굴 속에서 살 줄 알았나!”

“으으··· 마력을 이런데서 낭비하다니··· 라이트!”

“마력소모가 적은 라이트라도 이 정도 밝기를 유지하려면 오래가지 않아! 빠르게 토벌하자!”


급하게 오는 탓에, 고블린이라고 방심한 탓에, 동굴에 살 거라곤 생각을 못해서. 갖은 이유로 모험가들은 횃불을 챙기지 못했고, 대신 마법으로 불을 밝혀야만 했다.

서로 다른 파티가 수십의 파티가 모여 있는 탓에 횃불이 있어도 꺼내들지 않은 탓도 있었다.


‘하찮은 고블린 따위에?’

‘다른 데도 많은데 굳이 우리 파티가?’


보수가 높다곤 해도 모인 대부분은 노란목패, 푸른목패 모험가들이었다. 그래도 수백이 모이니 마법사가 꽤 있었다. 덕분에 시야는 확보되었지만, 동굴은 생각보다 깊었고, 중간 중간 갈래길이 있었다.


“니미럴! 뭔 놈의 동굴이 이따위로 길다냐! 일단 파티를 반으로 나누자!”

“갑자기 반으로 나누자니··· 여기 있는 파티가 한 둘이 아닌데 어떻게 절반으로 나눈단 말인가!”

“그냥 꼴리는 곳으로 들어가! 고블린은 운 좋은 놈이 잡는 거다!”


워낙 수가 많았기에 모험가들은 주저 없이 나뉘어 이동했다.

반으로 나눈다고 해서 고블린에게 당할 거란 생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래길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에는 두 갈래, 세 갈래, 세 번째에는 심지어 네 갈래길도 나타났다. 그렇게 점점 잘게 쪼개지던 모험가들은 뭔가 잘못 됐다는 걸 깨달았다.


“뭔가 이상해··· 고블린의 소굴이라기엔 너무 깊어. 고블린은 지능이 좋은 몬스터가 아니야. 이렇게나 깊은 곳에 거처를 만들면 돌아오지도 못할 텐데···”

“고블린의 체력을 고려해 봐도 이렇게까지 깊은 곳에 거처를 두진 않네. 오다가 지쳐 쓰러질 테니.”

“무엇보다 아직까지 이쪽으론 고블린이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어···”


라이트 마법은 진즉에 꺼진지 오래였다. 모험가들은 말없이 꿍쳐두었던 횃불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그도 오래가진 않으리라.


어둠 속의 횃불이 금방이라도 꺼질 듯 불안하게 떨리는 만큼, 모험가들의 마음속에 공포가 피어났다. 그 즈음부터 동굴에서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흡! 크어어억!

-으악! 살려··· 줘!




##.


처음에는 운 나쁜 몇몇이 당했다고 생각했다. 모험가들은 죽은 이들을 비웃으며, 경쟁자가 줄었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하지만 그 비명이 이어지고, 계속 이어지면서 뭔가 석연찮음을 깨달았다.


-크악! 고블린! 고블린 따위가!

-죽여! 빨리 죽이란 말이··· 끄윽!


“젠장, 또 비명이···!”

“역시 돌아가자··· 뭔가 이상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 테니까···!”


불길하게 메아리치는 비명소리만 몇 번을 들었을까, 심약한 마법사 소녀가 지팡이를 꼬옥, 쥐며 떨리는 목소리로 귀환을 촉구했다.

이에 선두에 서있던 난쟁이 전사는 굵직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윽박질렀다.


“겁쟁이 놈들! 저 비명은 숨어있던 놈들에게 기습을 당한 걸 거다. 여긴 빌어먹게 어둡고, 놈들은 밤눈이 밝으니까! 하지만 그래봤자 고블린이다! 아마 지금 돼지처럼 뒈지는 건 다 너희 같은 어중이떠중이들이겠지!”

“그렇지만··· 비명이 한둘이 아냐.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푸른 목패일 뿐이잖아!”

“한심하긴! 이래서 노란 목패 놈들은 안 된다는···”


난쟁이 전사가 말을 하다 멈췄다.

모험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난쟁이는 입술만 수차례 끔뻑거릴 뿐, 도통 입을 열지 않았다.

누군가 한명이 ‘저기···’라며 그에게 손을 뻗는 순간, 난쟁이이의 동공이 까뒤집어지면서, 목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꺄악! 피, 피가···!”

“피 따위에 겁먹지 마! 사람 피 처음 보냐! 무기나 들란 말이야!”

“젠장! 고블린이다! 습격이야!”


그렇게 난쟁이의 빈정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고블린이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그의 빈정을 이었다.


“케륵.”


작가의말

케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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