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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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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창녀들 - 4.

DUMMY

회색의 겨울언덕에 선 안나의 붉은 머리는 시들지 않는 한송이 꽃과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낭만적인 느낌이야 어찌되었든 상관없는 일이다.

왜 굳이 이런 곳에서 만나야하는건지.

전혀 비밀스럽지도 않고 은밀하지도 않은 장소에서 만나자고 한 이유를, 라파엘의 상인은 이해하지 못했다.


"왜 여기서 만나자고 한거지?"

"좋잖아요. 벽이 있는 곳에선 귀가 있지만, 여긴 누가 다가와도 금세 알 수 있으니까."

"으음."


외진 골목도, 좁은 다락도, 지하 통로도 안심할 수 없는건 사실이다.

아무리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하더라도, 마음먹고 듣고자 한다면 어떻게든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라파엘 상단의 상인들은 그런 비밀 이야기에 민감하다.

자신들의 마스터인 에페로소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지침을 따르기 위해서는 때로는 편법적인 일도 해야하고, 어떤 때에는 위법적인 일도 자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라파엘의 상인들은 일부러 자신들만의 은어를 만들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제 3자나 다름없는 레안나에게 자신들만의 은어를 가르쳐줄 수도 없는 법이다.


"좋은 생각이군. 누가 이상하게 보지도 않을테니까."


창녀와 같이 있는 이유를 굳이 어렵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거라는 의미였다.

라파엘의 상인은 앉을만한 평평한 바위를 찾아 앉은 후 말했다.


"그래, 방법은 찾았나?"

"네, 찾았어요."

"어떤 방법이지?"


저 여자의 술수가 궁금해졌다.

자신들도 찾지 못한 방법을 저 여자가 어떻게 찾아낸걸까.

정말로 색기로 그 미노라는 자를 유혹해내기라도 한걸까.

안나가 말했다.


"그건 너무 간단한 방법이고, 너무 손쉬운 방법이에요. 하지만 당신들은 결코 찾아내지 못한 방법이죠."

"그럴리가 있나."


상인이 오른 팔로 주먹을 쥐며 가슴을 두 번 두드린 후, 말했다.


"라파엘의 상인이 아는건 세계의 모든 상식이다. 그리고 라파엘의 상인이 모르는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상식 뿐이다."


오만할정도의 자신감.

하지만 그 자신감이 자신들의 눈을 닫고 귀를 막고 있다는걸 왜 모르는걸까.

안나는 연민에 가득찬 눈으로 상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간단해요. 미노와 손을 잡으세요. 그것만으로도 당신들은 성공할 수 있어요."

"... 뭐?!"

"미노는 그런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과 손을 잡는다는 것을 주저하지 않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지식을 알려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에게 정을 나눠주는 일에 아낌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니까 만일 동맹을 맺자고 하면 흔쾌히 수락할거에요."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고 있는건가?!"

"당연히 알고서 하는 말이에요. 미노와 손을 잡은 후, 합병해서 주식을 발행하세요. 미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을 공유해줄테니까. 그러면 라파엘 상단의 주식은 아르투아의 길드처럼 쉽게 상장할 수 있을테고, 미노는 당신들의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니 아르투아의 주식을 당신들과 공동으로 소유할 수 밖에 없을테죠. 그게 당신들이 선택할 가장 간단하고 가장 손쉬운 방법이에요."

"하찮군!"


여기가 사방이 뻥 뚫린 언덕이어서 다행이었다.

사방이 막힌 방 안에서 저렇게 고함을 친다면 귀를 막아야 했을테니까.


"포르투칼 왕국을 지탱해온 라파엘 상단의 상인은 위대한 아라곤 인의 피를 이어받은 진정한 인간이다! 누군가 우리의 자비를 구하기 위해 손을 내밀지언정, 우리가 결코 손을 먼저 내미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과 손을 잡아 같은 길을 걸어가라는 말인가!"


그 오만하고 독선적인 목소리를 들으며 안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그리고 그 추억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였다.

불과 며칠전의 일에 불과하다지만 그건 이미 자신의 소중한 추억이다.

결코 잊어서도 안되고 잊을 수조차 없는.


*****


"으으. 벌써 추운데."

"가을의 끝자락이에요. 이 바람은 겨울 손님이 오신다는 소식이기도 하고요. 좋지 않나요?"

"난 겨울은 별로지만.. 하긴. 올해 마지막 외출이라고 하면 괜찮을거같아. 참아볼게."


미노를 억지로 언덕으로 끌고 온 안나는 춤을 추듯 빙글 돌며 말했다.


"요즘에 슈첼아우어도 많이 변한 것 같지 않나요? 원래 그 사람은 악독한 상인이라고 들었는데."

"나도 사실 요즘 느끼고 있었어. 순해졌지? 예전에는 눈알만 뺨 위로 뒤룩뒤룩 굴렸는데. 최근엔 에올한테 그동안 미안했다고 선물까지 줬다고 하더라? 에올이 뭐가 미안한지 모르겠다며 나한테 이야기했거든."


그건 아마도 가진 자만이 알 수 있는 마지막 양심일 것이다.

미노와 같이 다니면서 알게된거겠지.

사람을 보지않고 돈만을 보고 다니던 자가, 자신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가진 자의 선의로움을 보고난 후 과거의 자신이 부끄러워진 것이겠지.

하지만 미노의 말대로 에올은 자신이 상처입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모르기 때문이다.

무엇이 죄고, 무엇이 선의인지를.


"알고 있나요? 법을 모르는 자를 상처입히는건 죄가 되지 않는다는걸."


그리고 모르는 것이야말로 죄였다.

그렇기에 귀족은 자신들만이 옳다고 주장할 수 있었다.

설령 그 무슨 짓을 저지르더라도, 자신들은 분별할 수 있는 지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 하지만 원죄를 따지자면 가르치지 않은게 더 큰 죄 아냐?"


역시 저 남자.

생각이 이상하다.

자신들과는 너무 많이 다르다.

오늘 안나가 미노를 이 언덕으로 초대한건 그 다름을 알고싶어서였다.

묻기만 하면 뭐든 술술 답해주는 저 남자가, 과연 지금 자신의 질문에 답해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주식에 대해선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걸 배우다보니 궁금한게 생겼어요."

"안나가 습득이 빠른거지. 가르치는 입장에선 보람까지 있었는걸. 아마 경제 분야로는 알비를 능가할지도 몰라."

"후훗. 알베르투스님과 말이죠. 과찬이에요. 그분과는 같아질 수 없는걸요."

"으음. 잘 모르겠는걸. 그런데 질문은 뭐지? 마을에선 할 수 없는 질문이야?"

"네, 여기서만 물어볼거에요. 두 번은 질문하지 않을거고요. 그러니까 대답하고싶지 않다면 대답하지 않아도 되요."


그건 대답을 강요받기 위해 내건 제약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내거는 제약이다.

대답해주지 않는다면 다시는 알려고해선 안된다며 자기 자신을 가둘 것이다.

그러기 위한 제약.


"어렵게 물어보지 않아도 내가 아는건 다 대답해줄건데."

"후훗."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지성이야말로 권력이요, 힘인데 저 남자는 그걸 아까워하지 않는다.


"주식으로써 하고자 하는 것. 그건 성벽을 위해서겠죠?"


안나는 미노가 대답하기 전, 다시금 제약을 걸었다.

이번에 내걸 제약은 방금 전의 제약보다 더욱 더 엄격했다.


"대답을 할거라면 당신의 목소리로 들려줘요. 당신의 손에 든 그것을 통해서 대답하지말고."


놀란 토끼같은 저 눈.

그게 왜 저리도 사랑스러워보이는걸까.


"아, 안나?!"

"걱정말아요. 아마 나만 눈치챘을테니까."


안나가 말했다.


"사람을 많이 대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된거에요. 그 사람의 목소리는 어떤가. 목소리의 특징은 뭔가하고 귀를 기울이곤 하죠. 그래서 목소리로 사람을 구분하는걸 잘해요. 기억력도 좋은 편이고요."


정확히는 어둠 속에서 남자를 안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

자랑할 수 없고 하찮기만 한 재주였다.


"당신은.. 그래요. 목소리에 특징이 없었어요. 항상 같은 목소리. 결코 달라지는 법이 없고 틀리는 일이 없죠. 혀도 깨물지 않고요."


심지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정확하다.

성서를 외우는 수사도 저만큼 정확하게 발음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당신이 말할 때 손으로 입을 가리는 버릇이 있다고들 알고 있지만. 글쎄요. 그렇지 않을걸요, 그건 절대 당신의 목소리가 아닐거에요. 그래서 듣고 싶었어요. 당신 본래의 목소리를."


안나는 다시 한 번 제약을 강조했다.


"그게 아니면 듣지 않겠어요."

"으음..."


약간은 허스키한.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다.


"이렇게 들킬 줄은 몰랐는데. 알비도 눈치채지 못했거든. 틈틈히 배워놔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억양이 강하고 살짝 말끝에서 딱딱함이 느껴진다.


"그래도 이렇게 말하면 말을 길게는 하지 못하니까 이해해줘."

"괜찮아요. 그러니까..."


안나는 등을 돌렸다.

저 남자의 첫번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왜 눈물이 나는건지.

안나는 자신의 마음조차 쉽게 다스리지 못했다.


"분명하게 말해줘야해요."


*****


안나가 말한 '성벽'은 성 안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유시민을 뜻했다.

정확히는 도시를 구분짓는 외벽과 귀족이 거주하는 내성 사이의 공간.

그곳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동시에 그건 안나가 라파엘 상단의 의뢰를 받아들이기 위해 내건 조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주식과 그 권리가 어떻게 이어지는가.

이론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주식을 100 으로 뒀을 때, 그것을 분할해 살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가 가지고 있다.

물론 재산에 따라서 구매할 수 있는 양은 달라질테지만, 최소한 누구나가 구매할 수 있다는건 분명하다.


아마도 귀족들은 빠르게 눈치챌 것이다.

주식이 길드와 상단, 상회로부터 합법적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하지만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길드는 모든 주식을 귀족에게만 판매하지 않을 것이다.

경영권의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에게 모든 주식을 판매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주식을 방어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첫번째는 증자. 두번째는 우선권을 보유한 주식을 일반시민을 상대로 판매하는 것이다.

우선권을 보유한 주식은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기에 경영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최종적으로는 경영을 위한 자금을 일반시민과 귀족, 두 계층으로부터 모두 지원을 받게되며 동시에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도 취할 수 있게 된다.


이 이론이 완성되었을 때, 귀족과 일반시민 사이의 벽은 한 단계 낮춰지게 된다.

경영에 참여할 수 있고 다량의 주식을 매입한 사람이, 경영에는 참여할 수 없으나 투자를 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하게되는건 당연한 흐름이 될 테니까.

시민을 위해 진정한 의무를 다 하는 귀족.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권리를 가지게 된 시민.

그 두 계층이 살 수 있는 새로운 공간.

성벽이라는 공간은 바로 그 허물어진 공간이 될 것이다.


프랑스어로는 ' 보아르(bourg)'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부르주아'라 불리고 있다.


*****


몸을 팔아 돈을 벌다보니 돈의 흐름은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미노에게서 배운 경제원리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오늘 수업도 굳이 들을 필요는 없었다.

하나라는 숫자를 배운 후 알게 된 둘이라는 숫자를 일부러 복습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여자의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추억정도는 가지고 싶은 법이다.

그것이 마지막이라면 더욱 더.

그래서 일부러 떼를 썼다.

본래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그래서 더욱 떼를 썼다.

분명하게 말해달라며. 조금이라도 길게 들을 수 있도록.


이윽고 마지막 수업이 끝났을 때, 안나는 물어보았다.

그건 그가 들고있던 작고 검은 물건이 뭐냐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더욱 궁금한건 그가 왜 타인을 위해 행동하냐는 것이었다.

왜 이런 변두리 농촌에 길드를 세우고 에노와 협력관계를 갖추고 페루치와 만나 세력을 불려가냐는 것이었다.

더 큰 곳에서 시작했더라면, 더 큰 결과를 이뤄냈을텐데.

결과만을 바랬더라면 지금쯤 더욱 높은 곳에 있어야 할 사람인데.

왜 이런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몸을 낮출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동정때문인가요?"


가장 현실적인 대답은 이것이라고 생각하며 먼저 확인했다.

만일 동정때문이라고 대답한다면...


"동정때문이 아냐."


미노가 재차 대답해왔다.


"그리고 난 결코 당신들을 동정하지 않아."


미노의 말을 들으며 안나는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었다.

그 말 한마디가 얼마나 자신들에게 위안을 주는지를.

타인을 향한 동정.

교회라면 좋아할 법한 단어지만, 동정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그보다 잔혹한 말이 어디있을까.

동정이라는 관심만큼이나, 그것을 받는 사람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만일 동정때문에 사람들을 위한다고 대답했더라면 안나는 미노를 그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노는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다.

동정이 아닌, 타인을 향한 순수한 관심.

그것이 미노의 진심임을 알았을 때, 안나도 자신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


음험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추억에 잠긴 안나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겨우 그따위 보고를 하고자 나를 일부러 불렀단건가? 역시나 몸을 파는 계집이란거군. 하찮기만 한 보고다. 우리가 왜 너를 일부러 고용한건지도 모르는건가?! 도둑질밖에 배운게 없으면 그거라도 해보라는 의미였다! 미노의 방이 어딘지는 잘 알고 있을텐데! 모른다면 한 번 몸을 준다고 하면서 들어가보라고! 그곳에서 증서든 뭐든 훔쳐와보란 의미다!"

"이해하지 못했나요? 그는 당신이 어떤 누구라 하더라도 손을 잡을거에요. 기꺼이. 흔쾌히.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누구라도 먼저 손을 내밀 사람이에요. 모르겠나요? 그렇게나 평판이 좋지 않던 슈첼아우어조차 사람이 바뀌었어요. 당신들은 그러지 못하나요?"

"바뀌어야할건 우리가 아니라 너희들인거겠지. 분수조차 모르는 것 같으니."

"당신에겐..."


이제는 악몽처럼 느껴지는 상인을 향해 말했다.


"내가 대체 뭘로 보이는건가요? 인간조차 아닌건가요?"

"하. 그랬지. 그러고보니 널 볼 때면 항상 궁금했었어."


남자가 안나를 밀어 넘어트리며 소리쳤다.


"어떻게 암컷따위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는건지를!"


짜악!

남자의 손바닥이 안나의 뺨을 후려쳤다.

동시에 반대쪽 손이 안나의 치마 안쪽으로 스멀거리며 기어들어왔다.

늑대처럼 뺨을 물고 뱀처럼 몸을 탐하려고 들었다.


"내가 너를 가여이 여겨주마."


그야말로 잔혹한 동정심.

그것이 안나의 눈을 감게 만들었다.

저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더럽혀진 몸이니까...

퍼억!

피로 물든다고 해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휘유. 누님. 어쩌려고 하셨수. 늦었으면 먹혔을거잖아."


남자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다가 이내 몸의 힘을 잃고 그대로 안나의 위로 쓰러져버렸다.

그의 등 뒤에 서있는건 불량한 느낌의 남자였다.

어느새 다가온건지 안나조차도 그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도둑고양이 걸음의 쟈크'라고 한다.

쟈크는 피가 붙은 슬링(투석구)를 휘휘 돌리며 휘파람을 불며 안나가 일어서길 기다렸다.

안나는 핏방울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죽인건 아니지?"


자신의 몸을 억누른 남자의 몸을 밀어젖히며 자리에서 일어선 안나에게 쟈크가 대답했다.


"몰라? 그런건 신경 안쓰는데?"

"생각 좀 하고 움직여."

"어? 죽이면 안되는 놈이야? 그럼 날 왜 불렀어?"

"너만큼 한가한 놈이 없을테니까."

"히힉. 웃기지마. 파리의 뒷골목의 모든 창녀들은 누님을 위해서라면 전부 한가하다고 할걸."

"너는?"

"나라고 다르겠어? 우리는 누님이 아니었으면 애시당초 굶어죽거나 맞아죽었을 놈들인데 뭐. 누님이 거둬준 몸이라고."

"난 너희들을 거둔 적이 없는데."

"히히힉. 그런가보지."


쟈크가 남자의 등을 발로 꾹꾹 누르며 말했다.


"죽지는 않았네. 죽일까?"

"관둬. 더러워지니까."

"내 손이?"

"아르투아의 언덕이."

"으으음... 좋아! 쟈크는 누님이 하란대로 하면 되는거니까! 그래서 이젠 어떡할거지?"


쟈크가 슬링을 허벅지의 주머니에 넣으며 물어보았다.


"이 놈들을 통해 꽤나 큰 돈벌이를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안하기로 했어. 어차피 약속따위 지킬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까."

"히히힉. 그런데 왜 받아들였던거야?"

"그걸 몰라? 쟈크. 우리는."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 한다. 강도. 살인. 매춘. 또 뭐였지? 아. 투기. 그게 우리들의 지침이라서?"

"맞아. 우린 돈되는 일이면 뭐든 해야해. 그제야 사람대접을 받을테니까."

"이 놈들은 그러면 돈이 안되는 놈들이란거지?"

"그렇지. 그러니까..."


안나가 아르투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 물랭 루즈는 아르투아를 비호하는 세력으로 돌아선다. 파리의 허락받지 않은 모든 자들에게 그렇게 전해."


작가의말

미스터강님의 후원 감사합니다.

공지는 내일 지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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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아르투아의 전설이 되어 - 2. +4 19.01.23 707 22 8쪽
66 아르투아의 전설이 되어 - 1. +4 19.01.22 641 19 9쪽
65 알베르투스를 위하여 - 2. +3 19.01.21 585 21 9쪽
64 알베르투스를 위하여 - 1. +6 19.01.21 599 18 10쪽
63 미노를 위하여. +9 19.01.20 640 20 8쪽
62 테이블 전쟁 - 4. +1 19.01.19 635 21 8쪽
61 테이블 전쟁 - 3. +4 19.01.18 646 25 9쪽
60 테이블 전쟁 - 2. +1 19.01.17 683 20 8쪽
59 테이블 전쟁 - 1. +3 19.01.16 735 24 7쪽
58 세작전. +8 19.01.14 762 28 10쪽
57 마리의 케이크. +6 19.01.12 900 28 12쪽
56 에노에서 머리깎아주는 부인 썰. +5 19.01.11 843 22 9쪽
55 베네치아의 상인 - 후편 2/2. +8 19.01.10 843 29 11쪽
54 베네치아의 상인 - 후편 1/2. +11 19.01.10 814 20 12쪽
53 베네치아의 상인 - 중편. +7 19.01.09 837 25 12쪽
52 베네치아의 상인 - 전. +4 19.01.08 891 22 9쪽
51 산타할아버지는 알고계신대. 누가 착한앤지. 나쁜앤지. +6 19.01.07 931 30 9쪽
50 두개의 달. +5 19.01.06 990 26 13쪽
49 말 한 마디의 가치. +10 19.01.05 955 28 12쪽
48 M&A - 2. +1 19.01.04 941 26 10쪽
47 M&A - 1. +1 19.01.03 991 28 8쪽
46 병들어가는 사자 - 2. 19.01.02 980 29 10쪽
45 병들어가는 사자 - 1. +1 19.01.01 1,044 31 8쪽
» 파리의 창녀들 - 4. +6 18.12.31 1,087 32 17쪽
43 파리의 창녀들 - 3. 18.12.30 1,144 25 12쪽
42 파리의 창녀들 - 2. +3 18.12.29 1,239 26 10쪽
41 파리의 창녀들 - 1. +1 18.12.28 1,300 29 12쪽
40 아르투아의 일상 - 2. 18.12.27 1,261 26 15쪽
39 아르투아의 일상 - 1. +2 18.12.26 1,285 2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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