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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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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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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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미노를 위하여.

DUMMY

간장의 그 깊은 맛과 진한 맛은 분명 지방의 맛이다.

콩에는 없는 기름을 간장에 담아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기에 그렇게 잘 스며들리가 없을테지.

그건 아마도 육류의 기름.

하지만 고기의 기름은 간장에 섞이면 곧 응고되어버리고말텐데.


"게다가 느끼한 것도 아니었어. 라드 이외의 기름. 그것을 간장에 풀어냈다고 하면."


나는 창문을 열어 달을 바라보았다.

저 달은 수백년 후에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 저 달에 발자국을 남길 때까지. 그 시간이 지나서라도.

나는 그 시간대에서 맛본 미각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그 기억에서 나는 간장에 섞인 기름의 맛을 찾아낼 수 있었다.


"답은 버터인가."


버터를 풀어낸 간장.

그것만으로도 간장은 그야말로 만능 조미료가 되어버린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 중 그것만큼 축복받았고, 그것만큼 환상적인 조합을 이뤄내는게 또 어디에 있을까.


"원래 간장은 대두로 만드는 것인만큼, 렌틸콩으로는 그 깊이가 부족하지. 어쩔 수 없었어. 하지만 거기서 부족한 부분을 개량할 생각은 못했던 나의 실수야. 간장만으로 충분할거라고."

[녹음할까요?]

"당연하지, 내가 혼잣말을 할 만큼 쓸쓸해보인다고 생각해?"

[녹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원래 간장은 대두로 만드는... 에이씨, 다시해."


녹음된 기록은 글로 쓰는 것보다도 정확하고 빠르다.

게다가 글과는 달리 감정을 담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펜과 종이가 없어도 된다는 장점도 있지.

필사로 할 수 없는 이 작업을 나는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었다.


"간장으로 충분할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거기에 아직 개량의 여지가 남아있었다는 것. 그걸 깨닫지 못했어. 물론 그만큼 질좋은 버터를 구하기는 힘들테니까... 지금 버터간장을 따라한다 하더라도, 간장보다도 버터의 수급이 문제일테지. 미리, 유통기한은 어떨거라 생각해?"

[길지는 않을거에요. 아마도 저걸 시장에 내놓는다면 버터와 간장을 세트로 유통시켜야겠죠. 그러니 앞서 버터를 팔던 곳에서 추가로 내놓는 상품이 되겠죠.]

"그건 시장을 미리 선점할 수 있단 의미겠지. 이제와 따라가봤자 의미는 없을거야."

[게다가 버터와 간장을 함께 판다면 그만큼 가격이 올라갈거에요.]


굳이 간장을 먼저 시작한 이유는 콩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조미료의 가격을 낮추자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버터와 같이 판매되는 간장은 그만큼 단가가 오를테고, 판매가도 높아질 것이다.

판매가의 상승률은 아르투아의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테고.


본래 시장이라는 것은 가격 경쟁이 가능해야한다.

상대보다 생산비용과 인건비, 그 외의 다양한 가격을 절감하고 또 연구해서 가격을 낮춰 수요를 원하는 쪽에 적정한 가격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 시대에선 그것이 불가능하다.

시장의 제품을 책임지는건 상인과 길드. 가격 또한 그들이 제시한다.

물론 최대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격을 정할테지만, 가능한 높은 값을 받고 싶어하는게 당연하다.

유통에서 마진을 남길수록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수익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인과 길드의 입장에서는 단가가 낮은 상품보다는 단가가 높은 상품을 취급하려고 하는게 당연하다.


한 쪽은 단가가 낮고 아직 입지가 확실하지 않은 길드의 상품.

한 쪽은 단가가 높고 두 개의 상품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으며 입지까지 보장할 수 있는, 게다가 거대 세력이 자리한 길드의 상품.

상인의 입장에서 무엇을 취할건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소비자 중에서도 취약층.

서민 이하의 사람들이 상품을 소비하는게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내가 원하던 방향과는 정 반대의 방향이 되어버린다.


왜 굳이 주식시장을 운용하면서까지 발돋움하려고 한건데!

왜 굳이 다음 상품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않고 기다리려고 한건데!

그건 소비 시장을 고용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한 책략이었다.

시장이 넓어진다면 고용의 기회와 방향도 넓어질 것이다.

고용의 방향이 넓어진다는건, 이제까지 유럽을 주도해온 계급제도에 분명한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봉건제에서 변화하는 민주주의가 아닌, 봉건제에서 발돋움한 자본주의.

그 틀이 자칫하면 처음부터 엇나가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주인님, 정말 긴장이 되시는건가요?]


미리가 재차 물어왔다.


[절망적인 패배감은 없으시잖아요.]


그야 그렇지.

버터간장의 장점인 신선도는 동시에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사용처도 한정되어 있다.

현재로썬 고기에 발라내는 소스 정도가 전부다.

게다가 버터의 진한 맛을 담아내기 위해서 간장의 맛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버터의 단점은 그 맛이 금방 질려버린다는 것.

주요 소비품이 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반면 내가 가진 무기는 어떤가.

옥수수를 가공한 제품, 식용유의 출시가 바로 눈 앞이다.

식물성 기름의 유통은 현재의 유럽의 식문화를 크게 바꿔버릴테지.

동물성 기름으로만 굽던 고기를, 식물성 기름으로 튀겨낼 때의 충격은 가히 식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어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 주식이라는 판매 수단이 더해졌다.

옥수수를 팔기 전에 상장된 주식은 판매처를 한정짓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아르투아의 주식을 소유한 길드와 상회만이 아르투아의 옥수수를 거래할 수 있다.'라고 못을 박아버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유럽의 거의 모든 길드와 상회가 아르투아의 주식을 소유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거대한 시장의 형성.

어느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통일된 길드.

전 유럽의 패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앞으로 단 한 걸음이면 족하다.

그것이 내가 더스펜스에게 싫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였다.


단, 그 앞에 걸린 하나의 돌부리가 나의 길을 막아서고 있다.

버터간장의 출시를 앞두고 상장을 해버린다면, 더스펜스는 나의 상장에 맞춰 버터간장을 시장에 풀 것이다.

나보다 먼저 상장한 영국상회가 버터간장을 시장에 풀어버린다면 영국상회가 가진 주식의 값은 그만큼 오를테고, 그 영향으로 아르투아의 상장가는 그만큼 낮춰질 것이다.

변동되는 주식가격이 상관없다지만, 첫 상장에서부터 주식의 값이 떨어져버린다면 그 후에 시장점유를 할 수 있는 자본이 줄어들 수 밖에 없게된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든 버터간장에 대응할 수 있는 한 가지의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예를 들면 지금 더스펜스가 나의 행보에 두려움을 느끼고 먼저 뒷걸음질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돌부리에 마차가 흔들리는 일이 있더라도 나의 길을 꾿꾿히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나는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이미 그 방법은 내 손에 들려져있기 때문이다.


"미리."

[네, 주인님.]


나는 나의 유럽 이야기가 거의 종착점에 도달했음을 느꼈다.


"그걸 쓸 때가 와버렸어."


그것을 쓰게 된다면, 이 여행은 끝이 난다.

나는 기억한다.

파드칼레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본 것을.

스마트폰을 들고 있던 한 명의 농부의 동상을.

그 아래에 적혀져 있던 글귀를.


『미노를 위하여 - 아르투아의 전설에게.』


이제부터 시작될 아르투아의 전설을 향해, 나는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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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미노에게. (완) +12 19.02.01 766 28 14쪽
67 아르투아의 전설이 되어 - 2. +4 19.01.23 707 22 8쪽
66 아르투아의 전설이 되어 - 1. +4 19.01.22 641 19 9쪽
65 알베르투스를 위하여 - 2. +3 19.01.21 585 21 9쪽
64 알베르투스를 위하여 - 1. +6 19.01.21 599 18 10쪽
» 미노를 위하여. +9 19.01.20 641 20 8쪽
62 테이블 전쟁 - 4. +1 19.01.19 635 21 8쪽
61 테이블 전쟁 - 3. +4 19.01.18 646 25 9쪽
60 테이블 전쟁 - 2. +1 19.01.17 683 20 8쪽
59 테이블 전쟁 - 1. +3 19.01.16 735 24 7쪽
58 세작전. +8 19.01.14 762 28 10쪽
57 마리의 케이크. +6 19.01.12 900 28 12쪽
56 에노에서 머리깎아주는 부인 썰. +5 19.01.11 843 22 9쪽
55 베네치아의 상인 - 후편 2/2. +8 19.01.10 843 29 11쪽
54 베네치아의 상인 - 후편 1/2. +11 19.01.10 814 20 12쪽
53 베네치아의 상인 - 중편. +7 19.01.09 837 25 12쪽
52 베네치아의 상인 - 전. +4 19.01.08 891 22 9쪽
51 산타할아버지는 알고계신대. 누가 착한앤지. 나쁜앤지. +6 19.01.07 931 30 9쪽
50 두개의 달. +5 19.01.06 990 26 13쪽
49 말 한 마디의 가치. +10 19.01.05 955 28 12쪽
48 M&A - 2. +1 19.01.04 941 26 10쪽
47 M&A - 1. +1 19.01.03 991 28 8쪽
46 병들어가는 사자 - 2. 19.01.02 980 29 10쪽
45 병들어가는 사자 - 1. +1 19.01.01 1,044 31 8쪽
44 파리의 창녀들 - 4. +6 18.12.31 1,087 32 17쪽
43 파리의 창녀들 - 3. 18.12.30 1,144 25 12쪽
42 파리의 창녀들 - 2. +3 18.12.29 1,239 26 10쪽
41 파리의 창녀들 - 1. +1 18.12.28 1,300 29 12쪽
40 아르투아의 일상 - 2. 18.12.27 1,261 26 15쪽
39 아르투아의 일상 - 1. +2 18.12.26 1,285 2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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