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7 R.O.K

웹소설 > 자유연재 > SF, 공포·미스테리

완결

仁伯
작품등록일 :
2018.12.0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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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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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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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

인공지능, 민주주의




DUMMY

[론머맨 아저씨! 이것 좀 보세요! 뭔가 이상해요!]


[퀸! 무슨 일이야?]


[지금 막 K-patrol에서 이 지역 일대의 순찰일정을 변경했어요. 순찰차량에 중무장한 경찰인력을 탑승

시키고 투입차량도 네 배로 늘렸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K-security 이상동향감시드론운용계획도 갑자기 바뀌었어요. 4시간에 한 번씩이던 게 1시간으로 좁혀지고, 감시구역도 훨씬 넓어졌어요.]


[뭐야?! 발각된 거야?]


[비숍! 잠깐만. 론머맨 아저씨.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쪽에서 무언가를 정밀탐색할 이유를 찾은 거겠지.]


[지난 번 말씀하신 대로 파파의 친구라는 류제범PD가 관련자료를 넘겼기 때문일까요?]


[그건 장담할 수 없어. 만약 그랬다면 우리가 머물고 있는 지하적출시설 주변에 정찰력을 총동원했겠지. 이 일대 전체를 뒤질 리가 없잖아?]


[론머맨 아저씨의 해킹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들도 아저씨 때문에 K-NGAI시스템을 믿지 못하고 사람을 직접 동원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렇다 해도 이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속인다고 해서 우리가 넘어갈 형편은 아니지 않니? 지금 정하준님과 이재훈 소령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처지인데?]


[그럼 우리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것도 장담 못 해. 국가보위부나 경검찰, 호국회 이들 중에서 어떠한 정보를 입수하였는지를 먼저 알아내야 해. 이건 퀸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나한테 맡기고. 휴머노이드 소피들은 이동할 채비를 해라. 필요한 장비랑 식량, 자료들 챙기고. 머슬슈트 수령하러 가신 이재훈 소령은 지금 어디쯤이시니?]


[Roadster의 위치를 알아보았는데, 아직 수령장소에 머물고 계십니다.]


[뭐하는 거지? 안면인식프로그램 해킹한 지 30분이 넘었는데······]


[앗! 이런! 혹시······?]


[룩! 왜 그러냐?]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 사태······, 이재훈 소령님 때문일 수도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어제 생필품을 수령하러 갔다가 뒤쪽 전원주택에 사신다는 할머니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거든요. 그런데 그 할머니께서 같이 사는 아들이 호국회원이라고 했어요.]


[맞다. 씨름선수 부부를 꿈꾸는···!]


[나이트! 그렇게 맞고도 정신 못 차렸냐?]


[그 날 너한테 하도 쳐맞아서 멀쩡하던 정신이 나가버렸다! 어쩔래?!]


[둘 다! 지금 농담따먹기 할 때가 아니잖아?! 룩? 그래서? 네 말은, 지금 이재훈 소령이 그 할머니를 통해 아들과 접촉해서 우리들과 관련한 정보를 흘렸다?]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가능성이 크지 않나요?]


[아니야. 네 말이 맞다면 그들은 우리의 인원과 무장상태 같은 정보까지 완전히 확보했을 텐데, 이렇게 순찰계획만 바꿀 이유가 없잖아?]


[만약 이게 우리를 속이기 위한 것이라면요? 네트워크상으로는 이렇게 감시체제만 손보고, 실제 오프라인상에서 직접 작전을 계획했다면요?]


[나이트! 지금 주변상황 체크 중이지? 어떠냐?]


[잠시만요. 뭐가 저기서 날아오는 것 같은데······. 어? 뭐가 떨어지네? 으악···!]


[나이트! 무슨 일이야?!]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 때문에 동선이 꼬이고, 관목과 바위 때문에 디딤발도 불안했다. 그럼에도 산비탈을 달려나가는 나이트의 운동능력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신체적응훈련 때보다 뛰어났다. 힙(hip)와 백(back), 싸이(thigh, 허벅지) 파트에 장착된 소형부스터의 추진력 덕택에, 풋에 무게가 거의 실리지 않아 흙바닥엔 흔적조차 거의 없었다.


달리는 궤적을 따라 흐릿한 잔상이 유성의 꼬리처럼 남았다. 그럼에도 나이트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공중에서 자신을 추격하는 비행체 때문이었다. 고공에 높이 떠있는 걸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이상동향감시드론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고도를 낮추면서 점차 뚜렷해지는 모양새가 보통의 비행드론과는 달랐다. 크기도 훨씬 컸고, 기체와 양익 아래에 무언가가 잔뜩 매달려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때, 매달린 것 중의 하나가 툭 떨어졌다. 아니,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일반적인 물체의 추락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내리꽂히면서 순식간에 커지는 물체를 확인하고는 어이가 없었다.

50센티미터 길이의 소형정밀폭격미사일 ‘Hammer’였다.

반사적으로 바디를 옆으로 뒤틀며 바닥을 굴렀지만 흙바닥을 터뜨리는 폭발의 여파에 밀려 수 미터를 날아갔다. 사람 허벅지 두께의 나무가 크게 진동할 정도로 부딪힌 충격으로 휴머노이드 바디 각 파트의 행동제어컴퓨팅네트워크가 일시적으로 연산오류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 사이 또 한 발의 미사일이 떨어졌고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몸이 가는 대로 이동하며 공중의 추격체를 따돌릴 방법을 궁구했지만 마땅한 건 없었다.


[룩! 비숍! 퀸! 어떻게 좀 해봐! 론머맨 아저씨! 좀 도와주세요!]


[비숍과 룩이 지금 막 나갔다. 정하준님도 연체형 반응갑옷 착용 중이시고. 일단 북서쪽으로 이동해라. 다른 휴머노이드 소피들과 만날 수 있을 거다. 퀸! 이글아이로 나이트 주변 동향을 살펴라. 추가병력이 따라붙을 수도 있어. 단, 거리는 1킬로미터 이상 유지해. 저것들 열감지카메라를 사용하는 것 같으니까.]


론머맨의 지시를 들은 나이트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 덕에 룩과 비숍이 오는 방향으로 달려가는 이동속도도 한층 빨라졌다.

미사일조준이 어려워진 Hammer는 나이트의 이동경로와 속도, 주변지형의 데이터를 복합연산프로그램으로 돌려 예상경로를 산출하였다.


[나이트! 무장비행드론이 ‘넷퓨팅’프로그램으로 네 움직임을 따라잡으려고 한다. 조심해라.]


론머맨의 충고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장비행드론의 기체 아랫부분에 장착된 24밀리미터 M2-S 기관포가 대구경탄환을 토해냈다.

지그재그로 몸을 마구 틀며 달린 나이트는 사방에서 덮쳐오는 나무부스러기들을 온몸으로 뒤집어썼다. 귓가로 탄환이 스쳐지나가는 둔중한 파공음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저 아까부터 지금까지 쭉 퀀텀스텔스모드 유지하고 있었는데, 저게 제 움직임을 어떻게 포착할 수 있는 거죠?!]


[머슬슈트도 자체 동력원에서 열을 발산한다. 가시광선카메라로는 보이지 않지만, 열감지카메라로는 동력원에서 발생하는 열을 잡아낼 수 있지.]


[아니, 그러니까 제가 퀀텀스텔스모드로 숨어있었던 걸 무슨 수로 알았냐는 말이에요?!]


[그건···, 네가 그렇게 숨어있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누군가가 알려줬겠지. 누군가가······! 룩! 비숍! 지금 어디냐?]


[비숍은 거의 도착했어요! 전 아직 2분 정도 더 걸리고요!]


[퀸! 나이트하고 비숍을 한꺼번에 잡아. 비숍! 이동 중에 주먹만 한 돌멩이 몇 개 챙겨라.]


퀸이 이글아이로 촬영 중인 영상을 동시다중접속상태인 모두와 공유했다.

나이트는 비숍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소형부스터들의 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동속도가 시속 200킬로미터에 도달하자 기관포 예측사격이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하지만 예측불가능한 방향전환운동은 더 이상 없었다. 비숍이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해줄 것이란 나이트의 조급한 마음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다른 소피와 조우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린 나이트는 순간 자신이 밟은 땅거죽이 거칠게 솟구치자 균형을 잃었다.

앞으로 고꾸라지는 동작 그대로 폭발하여 비산하는 흙과 돌멩이들처럼 공중으로 날아오른 나이트는 허공에서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낙하하는 가운데 정지비행하고 있는 무장비행드론을 똑바로 마주볼 수 있었다. 기체 앞부분에 매달린 이동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기관포의 시꺼먼 포구가 유난히도 커보였다. 이제 저 총구에서 불꽃을 뿜으면 바로···!


그 때 무언가가 비행드론에게 쏘아지듯 날아올랐다. 예상치 못한 투사체에 반응하느라 기관포조준은 엉망이 되었고 기체 또한 공중에서 크게 휘청거렸다.


[당장 죽을 것 같다면서 그렇게 누워서 넋 놓고 구경질이야? 팔자 좋네?]


[나이트! 뛰어!]


돌팔매질로 무장비행드론의 정지비행상태를 흔들어놓은 비숍이 이죽거리자, 다급해진 룩이 소리를 질렀다.

그 외침이 스타트건의 총성처럼 나이트의 귀에 꽂혔다. 흙을 이불처럼 덮고 있던 몸을 번개같이 일으켜 세운 다음 비숍을 지나쳐갔다.


무장비행드론은 추가로 나타난 타겟 때문에 우선제거대상을 선정하느라 갈팡질팡했다.

그 사이 또 한 번 비숍의 돌팔매질이 이어졌다. 숄더와 웨이스트의 반동으로 풋을 구르는 힘이 일직선으로 쏘아지는 돌멩이에 온전히 실렸다. 경황 중에 기관포를 난사하여 지근거리까지 날아온 돌멩이를 파괴했지만, 크게 부서진 덩어리들이 날아온 여력을 그대로 담아 날아들어 기체와 부딪혔다.

적지 않은 충격에 기체가 허공에서 한 번 뒤집힐 정도로 요동친 드론은 그 다음 날아든 돌을 자체 레이더로 감지하고서도 피하질 못했다.


룩과 합류하기 위해 질주하던 나이트는 폭음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 연기를 뿜으며 추락하는 무장비행드론을 발견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돌팔매질로 저걸 잡았어? 아니, 그깟 돌팔매질에 잡힌 저게 바보인 건가?]


[그 바보한테 죽다 살아난 너는? 어디서 너랑 같은 복사체라고 말하기 창피하다.]


[내가 이글아이 조종하면서 쭉 지켜봤는데, 무식하게 힘만 센 비숍 너랑, 아무 것도 없이 발만 빠른 나이트랑 별 차이 없어 보인다.]


[너희들은 시간만 나면 그렇게 말장난이구나. 룩과 비숍은 추락한 무장비행드론을 분해해라. 중앙제어시스템 본체 모델명하고 그에 탑재된 비행드론운용 인공지능 시리얼넘버 확인해서 그 시각데이터 좀 보내줘.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남아 있는 Hammer미사일 적출하고. 나이트는 정하준님 도착하면 합류하도록 해. 퀸은 고고도에서 최대한 넓게 커버촬영하고.]


[지금 촬영 중인데요, 북북동에서 비행드론 두 기가 빠르게 이동 중입니다. 방금 격추된 것과 동일한 무장비행드론입니다.]


[도착시간은?]


[20초입니다.]


[룩! 비숍! 서둘러! 계획변경한다. 나이트도 일단 다른 휴머노이드 소피들과 함께 움직인다. 그게 안전해. 1호차! 이곳까지 얼마나 걸리지?]


[지금 수신신호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지점까지 5분가량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 잠시만. 페어런트께서 론머맨님과의 커뮤니케이트를 원하십니다. 요청을 승인하시겠습니까?]


[승인한다.]


[페어런트와의 네트워크접속이 불가합니다. 실시간영상커뮤니케이션시스템을 가동합니다.]


[나이트는 어떻습니까? 어디 다치기라도 했습니까?]


[바디가 손상되거나 사고연산에 오류가 일어날 정도의 충격은 없습니다. 하지만 국가보위부 무장비행드론 두 기가 추가로 접근 중입니다. 이를 상대할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1호차에서 하차하여 이동하실 때 개인방어화기와 대전차미사일 휴대하십시오.]


소형미사일과 기관포로 무장한 드론이 더 온다는 말에 놀란 정하준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론머맨은 간단한 부탁 한 가지만 남기고는 일방적으로 1호차와의 접속을 차단했다.


[비숍! 중앙제어시스템 본체 분리했니? 룩! 미사일은?]


[본체에 적힌 모델명의 시각데이터는 전송했어요. 비숍은 기체를 뜯어 미사일발사체에서 남은 미사일을 적출중이고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비행드론운용 인공지능 시리얼넘버까지 알아내야 해. 퀸. 비행드론은?]


[공격권에 들었습니다.]


[두 기가 동시에 미사일조준에 들어갔다. 일단 표적을 분산한다. 나이트. 저것들 넷퓨팅프로그램이 예상 외로 정교하니까, 이동속도보다 방향변화에 주의하면서 움직여라. 룩은 비숍이 칩 시리얼넘버를 확인할 때까지 바디로 방어벽을 구축해라.]


[룩의 바디로는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습니까?]


[제원상 M2-S 기관총이라면 동일탄착지점에 4~5발까지 견딜 수 있다. 하지만 Hammer미사일이라면 3발 이상은 위험···! 룩에게 조준된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비숍. 서둘러!]


[!]


비숍은 그 자리에서 중앙제어시스템 본체를 두 손 사이에 끼우고는 양쪽에서 움켜쥐어 으스러뜨렸다. 내부의 구형 회로프레임이 산산조각나고 중심에 박혀있던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메인컨트롤 칩도 세 동강이 나버렸다.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등 뒤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폭발의 압력에 밀려 걸음을 옮긴 룩의 버팀발이 비숍의 힙에 닿았다. 후끈한 열기와 함께 대기를 뒤흔든 강력한 폭발의 여파가 비숍의 스마트스킨으로 전해졌다.

비숍은 메인컨트롤칩을 팸(palm, 손바닥)에 올려놓고 본래 모양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표면에 새겨진 일련번호를 시각데이터에 담자마자 자신의 백에 체스트와 어브도먼(abdomen, 배, 복부)를 붙이고 있던 룩의 웨이스트를 암으로 부둥켜안고 옆으로 굴렀다.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폭발음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룩이 자신의 위에 포개져있는 걸 깨닫고는 바디를 밀쳐내려 했다. 그러나 룩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숄더를 강하게 찍어 누르는 데 놀란 비숍이 무겁게 내려앉은 룩의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무장비행드론의 기관포가 룩의 등에 사정없이 쏘아졌다.


150킬로그램에 달하는 육중한 바디로도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탄환의 힘 때문에 그녀의 바디는 미친 듯이 요동쳤다. 그리고 비숍은 바로 면전에서 그 모습을 목도했다. 그녀의 핸드에서 자신의 숄더로 전해지는 충격의 여파까지도 고스란히 느꼈다.


“아아악! 누구든 제발 어떻게 좀 해!!!”


비숍이 내지른 고함성은 동시다중접속상태인 것도 망각할 만큼 절박했다.

퀸이 조종하는 이글아이를 통해 그 광경을 그대로 목격한 론머맨은 시스템해킹을 서둘렀다.

파괴된 중앙제어시스템 본체의 모델명과 메인컨트롤칩에 적인 비행드론운용 인공지능으로 의시리얼넘버로 개개의 미사일마다 독립적으로 설치된 미사일제어시스템을 가동한 후, 이글아이의 고고도촬영영상을 토대로 정지비행상태인 비행드론의 GPS정보를 수신하였다.

그리고 바로 남아있는 Hammer미사일 3기를 발사시켰다. 소형미사일의 로켓에서 폭발하는 듯한 점화의 반동으로 발사체에서 사출된 미사일들은 산출된 GPS를 통한 궤도로 비행하기 위해 엔진출력을 올렸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는 비행체를 포착한 무장비행드론들은 각기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한 기는 고도에 따른 미사일의 궤도변경과 이동거리분포를 계산하여 기관포로 탄막을 형성하였고, 다른 한 기는 같은 Hammer미사일에 의한 요격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리고 둘 다 효과를 거두었다. 다만 안타깝게도 요격시스템을 가동한 비행드론은 추가로 날아드는 미사일에 대응하지 못하고 격추당하고 말았다.


[비숍! 나이트를 타겟으로 삼은 무장비행드론이 남아있다. 합류해라.]


[룩은요? 이렇게 놔두었다가, 또 한 기가 오면···!]


[퀸이 일대를 고고도촬영하고 있어. 아직 드론이 추가된 정황은 없다. 어서!]


론머맨의 지시에 비숍은 땅바닥에서 바디를 일으키는 룩을 내려다보았다. 덜덜 떨리는 암과 접힌 레그로 애처롭게 바디을 지탱하는 모습에 울컥했다.

Hammer 1기, 그리고 M2-S 기관포 70~80발이 전부였는데도 저런 상태다. 그런데 24밀리미터 탄환이면 동일한 탄착지점에 5발이 명중되어도 괜찮다고? 룩의 아머야 그렇게 맞기 전까진 멀쩡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충격은 내부시스템을 몇 번이고 망가뜨릴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네트워크에서 모르는 게 없고 못하는 게 없어서 론머맨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는데, 이런 것 하나도 예측 못 하나?! 달려 나가는 비숍의 머릿속에서 처음으로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반응, 즉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란 감정이 산출되었다.


이글아이의 실시간고고도촬영영상을 통해 정동쪽으로 빠르게 이동 중인 나이트와 만나기 위해 밑에서 북동쪽으로 향하던 비숍은 근처 도로에서 무언가가 나이트에게 접근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양쪽 어깨에 대롱거리는 개인방어화기와 기다란 플라스틱 박스가 왠지 모르게 작아 보이는 거대한 물체가, 몸뚱이에 맞지 않는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비숍은 그것이 연체형 반응갑옷을 착용한 정하준임을 알아챘다. 그제야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나이트의 빠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고도를 낮추어 고속비행 중이던 무장정찰드론은 레이더에서 나이트를 향해 접근하는 물체를 잡아냈다. 일단 추가적인 타겟으로 상정하고 비행속도를 높인 드론은 카메라를 통해 접근 중인 물체가 무장 중임을 파악한 후 선제공격으로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추가로 등장한 타겟의 화기에서 6.8밀리미터 탄환이 쏘아져 기체를 두들겼다. 중무장에도 불구하고 화기로 무장한 적이 아닌 민간인을 상대하기 위해 제작한 드론인지라 장갑이 두텁지 못했다. 이에 순간 300미터까지 고도를 높인 후 정지비행상태에서 미사일조준시스템을 가동했다.


그 때 남서쪽에서 접근 중이던 또 다른 추가타겟이 무언가를 쏘아냈다.

카메라영상으로 이전에 출동했던 비행드론을 격추시킨 투사체와 비슷한 크기를 지닌 물체가 비슷한 속도로 날아들고 있음을 확인한 무장드론은, 실시간영상데이터전송시스템을 통해 전송받은 격추된 비행드론의 영상을 통해 자신에게 날아드는 투사체가 돌멩이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속으로 3, 4차례 이어진 강력한 돌팔매질을 가볍게 피해낸 무장드론은 미사일조준대상을 비숍으로 변경했다.


곧바로 미사일을 발사하려던 무장드론은 다른 쪽에서 빠르게 날아드는 물체를 레이더로 감지했다. 비행체가 방사하는 레이더파동을 감지하여 자체조준시스템을 갖춘 미사일임을 알아챘다.

비숍을 향한 미사일시스템을 일시정지상태로 돌리고, 다시금 기관포로 탄막을 형성하며 정지비행모드를 고속비행모드로 전환했다.

아래로 향해있던 기체 뒤편의 구형엔진노즐이 뒤로 돌아가면서 출력이 높아지고, 동시에 양익 아랫부분의 소형부스터가 꺼졌다. 이동하는 드론을 따라 비행궤도를 수정하던 미사일은 두터운 탄막에 막혀 상승속도가 반도 안 되게 떨어졌고, 결국 목표물에 도달하지 못한 채 공중폭발하였다.


미사일을 막아낸 후에 이동을 멈춘 비행드론이 다시금 비숍을 찾았다. 그러나 그 땐 이미 대여섯 개의 돌들이 방금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연달아 날아드는 중이었다.

급히 탄막을 가동했지만, 부서진 덩어리들 몇몇이 기체에 전하는 충격으로부터 정지비행상태를 유지하느라 사격시스템을 가동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허둥지둥대는 사이 두 개의 돌멩이가 무장드론의 우익을 두 동강내고 구형 엔진마저 박살냈다.


무장비행드론 기체가 공중에서 폭발했다. 터지기 직전까지 기체를 수습하려던 인공지능이 폭발의 징후를 감지하였을 때 보였던 마지막 감정반응은 자신의 소멸에 대한 허무함이었다.




Neo-Familism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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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미행 그리고 역습 1 19.06.18 28 1 18쪽
204 미행 19.06.17 29 0 23쪽
203 소피들에게 마수를 뻗친 론머맨 19.06.16 26 0 11쪽
202 합종연횡 3 19.06.15 32 0 15쪽
201 합종연횡 2 +2 19.06.14 43 1 14쪽
200 합종연횡 1 19.06.13 33 0 15쪽
199 하나의 개체에 공존하는 인격들 2 - 정하준과 에그의 커뮤니케이션 19.06.12 30 0 29쪽
198 하나의 개체에 공존하는 인격들 1 - 정하준의 삭제된 기억, 그리고 복제된 소피들의 인격 19.06.11 33 1 16쪽
197 죽음의 압박 19.06.10 32 1 9쪽
196 민얼마을 해커 2 19.06.09 29 1 12쪽
195 민얼마을 해커 1 19.06.08 28 0 13쪽
194 커져가는 불신 7 - 론머맨에 대한 정하준과 룩의 의심 19.06.07 29 0 17쪽
193 피를 마시는 거목, 그 실체의 끝 19.06.06 32 1 8쪽
192 민얼마을 긴급대표회의 6 - 진압 19.06.05 29 0 15쪽
191 민얼마을 긴급대표회의 5 - 혼란 그리고 갈등 19.06.04 38 0 17쪽
190 민얼마을 긴급대표회의 4 - 무력시위 19.06.03 31 0 15쪽
189 민얼마을 긴급대표회의 3 - 처형 19.06.02 32 0 9쪽
188 민얼마을 긴급대표회의 2 - 선동 19.06.01 33 0 26쪽
187 민얼마을 긴급대표회의 1 - 연출 19.05.31 30 1 13쪽
186 어제의 적, 오늘의 동지 2 19.05.30 32 0 12쪽
185 민얼마을 - 민얼마을의 민주주의, 그 실체 19.05.29 30 0 12쪽
184 민얼마을 5 - 해커 19.05.28 31 1 19쪽
183 민얼마을 4 - 드라이브 19.05.27 34 0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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