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강아지 같아서?
결투가 있고 이틀 뒤, 테트로가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나에게 진 사실이 그렇게 분했던 걸까?
애초에 왜 온 거야 그 녀석.
인간쓰레기 같은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쓸모는 있었다.
그동안 연습해왔던 것들이 충분히 실전에서도 먹힐 수 있다는 것과 10레벨 차이 정도는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
검법까지 제대로 익힌다면 한계돌파까지 쓸 필요도 없을지도.
그날도 자잘한 상처는 조금 입었지만 그 정도는 상처 축에도 안 든다.
딱히 이길 방도가 없어서 무리를 조금 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역시 광암보였다.
그러니 이제는 검법차례지.
그렇게 며칠간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면서 검법 연습에 몰두했다.
아침저녁으로 하는 신체 단련에서도 검법연습을 추가했다.
당장에 효과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결실을 맺으리라.
“응? 저건?”
연습 시합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을 무렵, 내 눈에 연무장 뒤로 지나가는 소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소피아님이시네요? 왜 저런 곳에 계신 걸까요?”
근처에 있던 메이도 소피를 발견했는지 말을 걸어왔다.
“그러게, 보통이라면 방에서 공부하고 있을 시간인데.”
잠시 서로를 쳐다본 우리는 역시 따라가 보기로 했다.
소피는 연무장 외곽의 수풀 사이를 지나 정원 쪽으로 향했다.
우리가 뒤따라가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한참을 이동한 소피는 작은 사이에 주저앉아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저건···”
“··· 새끼 고양이네.”
“냐아~”
소피의 앞에 있던 건 갓 모유를 뗐을 정도의 작은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가만히 서서 소피를 바라보더니 소피의 다리에 머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와와와··· 귀여워요~”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네. 그런데 어미는 없는 건가?”
우리는 계속 숨어있기도 뭐했기에 일단 소피에게 다가갔다.
“아··· 언니.”
“귀여운 고양이네~ 뭐하고 있는 거야?”
“창문으로 보이길래··· 따라왔어···”
“앗! 이 아기고양이 다쳤나 봐요.”
확실히 메이의 말 대로였다.
고양이의 몸 여기저기에 긁힌 듯한 상처와 먼지가 묻어있어 안쓰러워 보였다.
아무래도 어딘가에서 구른 모양이었다.
“응, 그래서 밥을 주려고 했어···”
대답하는 소피의 손에는 빵이 들려있었다.
보아하니 빵조각을 먹이려는 듯 했다.
“그치만 안 먹어···”
“으음, 아마 빵은 잘 안 먹을 거야. 게다가 고양이한테는 좋지도 않을 거구. 메이, 혹시 닭가슴살 같은 게 있을까?”
“아, 아마 시녀관에 있을 거예요! 가져올까요?”
“응, 조금만 가지고 주방으로 좀 와줘.”
“넷!”
메이는 힘차게 대답하고는 시녀관을 향해 달려갔다.
“그나저나 상처를 좀 치료해야 할 텐데···”
“제스···”
“그래, 제스라면 뭔가 알지도 모르니까 일단 제스에게 가보자.”
어차피 우리 둘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일단 나는 고양이를 제스에게 데려가기 위해 안아 올렸다.
살짝 발버둥 칠걸 예상했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품안에 파고들며 머리를 비비기도 했다.
꼭 소피 같네.
“···?”
“후후, 아니야. 어서 가자.”
우리는 제스가 있을 만한 곳으로 향했다.
이 시간이면 아마 먼저 티타임 장소에서 이시스님과 해리와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응? 두 사람 모두 오늘은 빨리 왔네?”
“네, 이 아이 때문에요.”
“냐아~”
“어머나! 고양이구나~”
“새끼인 것 같군요.”
이시스님과 제스는 관심을 가지며 다가왔다.
이시스님의 품안에 안겨있던 해리도 작은 고양이에게 관심이 있는 듯 작은 두 팔을 뻗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다다아~~”
“냐아아~”
“어머, 우리아들 고양이랑 이야기도 하네~”
“그나저나 상처가 많군요.”
“네, 안 그래도 상처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제스라면 알고 있을까 싶어서 데려왔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리고는 잠시 사라지더니 어디선가 작은 보관함을 들고 돌아왔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약초나 연고 같은 약품들이 들어있었다.
“이건 사람이 바르는 약이지만··· 동물들한테도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깨끗한 수건으로 고양이를 닦아주고는 상처 부위에 연고를 덜어 바르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붕대도 감고 싶지만··· 아마 고양이가 싫어할 것 같기에. 이정도면 될 겁니다.”
“오오, 굉장하네요. 의사 같았어요.”
“오랫동안 환자 곁에서 지내다보면 여러 가질 배우는 법이니까요. 항상 상처를 달고 오는 분도 계시구요.”
“어머나, 그건 고생이 많겠네.”
“제스··· 힘내.”
“···”
아니, 두 분 이야깁니다.
보기 드물게 제스가 두 사람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지만 두 사람은 고양이에 정신이 팔려있는 듯 했다.
“그나저나 아직 어린아이 같은데, 어디서 나타났을까?”
“냐~냐~”
“어머나~ 대답해주는 거니~?”
“아뇨, 아마 배가 고픈 게 아닐까요.”
그러고 보니 메이에게 음식을 부탁했었지.
우리는 다 같이 주방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고양이는 소피가 안아서 들고 있었다.
“아, 엘라이자님! 여기 닭가슴살 가져왔습니다!”
메이는 이미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마워 메이. 그럼 간단히 삶아서 줘보자.”
나는 냄비에 물을 담아서 불 위에 올려 고기를 삶았다.
고양이한테는 닭고기가 좋다는 얘기를 어디서들은 기억이 있었으니까.
잘 먹으면 좋겠는데.
닭고기가 삶아지는 동안 모두의 관심은 고양이에게 쏠려 있었다.
“이렇게 작은 고양이를 본건 처음이에요~ 너무 귀여워요!!”
“안 돼 해리~ 고양이는 지금 아파하고 있는 중이니까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단다.”
“다아~!”
“소피아님을 굉장히 잘 따르는 것 같군요.”
“혀가 까칠해···”
고양이는 테이블 위에 눕혀 놨는데 소피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기분 좋은 듯 눈을 감으며 소피의 손을 핥았다.
“오오··· 저, 저도 쓰다듬어 봐도 괜찮을까요?”
“아마 괜찮지 않을까요? 사람을 굉장히 잘 따르는 듯 하고.”
“···여기.”
“와아~ 야옹아~”
메이는 소피와 자리를 바꿔서 고양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가져다 대려했지만 갑자기 고양이가 메이의 손을 탁 쳐버렸다.
“냐!”
“으아! 뭐, 뭐죠?”
“으음? 이제 만지지 말라는 걸까?”
하지만 다시 소피가 다가가 쓰다듬자 기분 좋은 소릴 내며 눈을 감았다.
혹시나 싶어 다른 사람들도 쓰다듬어봤지만 딱히 거부하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메이가 손을 대려 하자···
“냐!”
“에엑?! 왜 나만?!”
메이가 억울한 듯 소리쳤다.
그러게, 정말 왜지···?
강아지 같아서?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그때마다 어김없이 고양이의 펀치를 맞았다.
제스도 옆에서 지켜보다가 고개를 흔들며 말렸다.
“포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데. 왠지 경계하는 것 같고.”
“왜죠? 왜 저만.”
“메이, 그럼 먹이를 한번 줘볼래?”
보다 못한 나는 메이에게 도움을 줘보기로 했다.
마침 고기도 다 삶아졌고.
꼭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었지만.
“해볼게요!”
메이는 닭가슴살을 들고 천천히 긴장하며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네가 고양이보다 더 긴장하고 있구나···
“조그맣게 잘라서 줘야 할 거야. 아직 어린아이라서.”
“네!”
닭가슴살을 잘게 쪼개서 고양이 앞에 가져가자 고양이는 닭가슴살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잠시 메이를 쳐다보더니 갈등하는 듯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제발제발···”
메이의 그런 간절함이 통했는지 고양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메이에게 다가오더니 메이가 주는 닭가슴살을 먹기 시작했다.
“됐다···! 헤헤헤, 많이많이 먹으렴~”
메이는 계속해서 고기를 쪼개줬고 그 틈을 타서 고양이의 등도 쓰다듬었다.
다행이 이번에는 거부하거나 하지 않았다.
꼭 누구를 보는 것 같네···
“···?”
“후후,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소피도 한번 줘볼래?”
“···응!”
그렇게 소피를 시작으로 우리는 번갈아가며 먹이를 먹여주었다.
그렇게 몇 번 받아먹고 난 뒤에는 배가 부른 듯 다시 자리에 주저앉아 쉬기 시작했다.
“아아~ 역시 너무 귀엽네요~”
“그나저나, 이제 이 아이를 어쩐담~”
“···여기서 키워···?”
“으음, 글쎄.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건 힘드려나?”
“안 되는 건가요?”
“네. 제 1왕비님께서 동물을 싫어하셔서, 왕궁 안에서는 동물을 키울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에에! 그런···! 너무해요···”
메이가 실망하며 고양이를 바라봤다.
우리들도 모두 안타까워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냐앙~”
“응?”
어디선가 들려오는 또 다른 고양이 소리.
우린 깜짝 놀라며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그곳엔 아기고양이와 닮은 큰 고양이 한 마리가 창가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냐냐~”
“냐앙~~”
“앗! 엄마 고양이인가 봐요!!”
메이의 말대로 부모가 맞는지 아기 고양이는 일어서서 엄마 고양이가 있는 창가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서로 몸을 핥아주더니 함께 창밖으로 뛰어 내렸다.
“아~ 가버렸어요.”
“그러네. 그래도 엄마를 찾아서 다행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안 그래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다행이야.”
“후후, 역시 아이는 엄마랑 같이 있어야지~”
이시스님은 그렇게 말하며 해리와 소피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이어서 나도.
“이시스님?”
“후후, 리즈도 내 아이나 다름없으니까?”
“···네 감사합니다.”
정말 사람을 포근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부끄러워진 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웃었다.
“파트랏슈··· 다시 만날 수 있겠죠?”
메이··· 어느새 이름까지···
아니 그치만 그 이름은 어떨까 싶은데···
“어머나~ 파트랏슈라, 좋은 이름이네.”
“네,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마음에 들어···”
네? 정말?
그렇게 파트랏슈는 만난 지 하루 만에 우리의 곁을 떠났다.
안녕 파트랏슈···
···
는 뻥이었고.
그 이후로 두 고양이들은 종종 우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와 먹을 걸 얻어 가고는 했다.
“파트랏슈! 여기 과일 좀 먹어볼래?”
“후후, 해리는 조금 더 크면 만지게 해줄게~”
“파트랏슈··· 이것도 먹어···”
“다행이 파트랏슈의 상처는 다 나은 것 같군요.”
정말··· 다들 그 이름으로 부르는 거구나···
참고로 파트랏슈의 엄마 이름은 루루라고 지었다.
다행이야, 이쪽은 평범해서.
- 작가의말
신경 쓰면 지는 겁니다.
곧 1부가 끝나면 슬슬 일상이 끝나고 전개로 넘어갈 것 같네요.
아, 그리고 고양이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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