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노가다는 내 특기라고.
구르르릉!!
<광암신밀光暗迅謐>!!!!!!!!!!
난 지금 동굴 안으로 들어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가며 미친 듯이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뒤에서는 거대한 거미와 무너지고 있는 동굴이 전력으로 뒤쫓아 오고 있었다.
구덩이의 천장을 무너트리고 공동을 더욱 커다랗게 만들어 버린 몬스터는 동굴이 무너지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나에게 달려 들었다.
그리고 안 그래도 조금 전 충격으로 불안했던 동굴은 그대로 붕괴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지금 이 꼴이 된 거지.
저 무식한 녀석!
덩치만 커졌지 뇌 사이즈는 그대로인가?
오오!!
보인다 출구!!!
콰쾅!!
탈출이다!
바위에 깔리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탈출 한 나는 마음 속으로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바위에 깔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그나저나 이 멍청한 녀석은 그냥 깔려버렸네?
뭐야, 죽은 거야?
구르르르르르...쾅!
“끼에에에엑!!!!!”
오 뛰쳐 나왔네.
그래그래, 거기서 죽어버리면 너무 허무하잖아.
밖에 나와 몸을 일으킨 녀석의 높이는 5미터에 달했다.
“뭐, 동굴 속보다는 밖이 싸우기 편하니까. 감사해야겠네.”
<그레이트 타란튤라>
무 / 몬스터
종족 : 타란튤라
Lv 145
HP : 2483/2819
MP : 405/405
체력이 조금 달아있었는데 아무래도 바위에 깔리는 바람에 그런 듯 했다.
짐작은 했지만 역시 이 녀석도 엄청 너프됐네.
원래는 420쯤 됐을 텐데.
그럼 경험치는 어떨지 볼까?
“꼭꼭 숨어있었는데 미안, 내 실험 상대가 돼줘야겠어.”
자이언트 타란튤라가 쓰러진 일에 위협을 느낀 건지 귀찮았던 건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우리가 다른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하는 동안 꿈쩍도 안하고 은신해 있었다.
오슬로 경도 찾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나도 기척감지 스킬을 습득 못했으면 못 찾았을지도?
저음 동공에 도착하며 타란튤라를 살피면서 동굴 바닥에 무언가 숨어있다는 걸 발견 할 수 있었다.
한 놈은 우리 보다 강하다는 것도.
자이언트 타란튤라라면 다른 기사들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겠지만 그레이트 타란튤라는 아니다.
그 난리 속에서 동시에 상대하다가는 전멸 할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상대인 것이다.
그렇기에 전투 중에는 물론 전투가 끝나고 동굴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도 계속 마음 졸이고 있었다.
나타나면 내가 상대할 수 밖에 없는데.
자이언트와 달리 운이 좋다고 혼자서 이길 수 있을만한 녀석도 아니고.
다른 기사들이 엄청 수상하게 쳐다봤을걸?
고맙다 가만히 있어줘서.
나는 녀석에게 달려가며 검을 뽑았다.
촤악!
또 독인가!
이 정도쯤이야 아까 수 없이 피했다고.
엇?
쾅!!
달려가던 방향을 틀어 독액을 피한 나에게 곧바로 날카로운 다리를 휘두르는 거미.
그 다리에는 날카로운 가시들이 수없이 자라있어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을 것 같았다.
연계 공격까지 쓰는 거야?
똑똑한데?
난 날아온 다리를 검으로 흘려 피하고는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거미에게 스킬을 휘둘렀다.
<봉암침척蜂暗針刺>!
물론 목표는 관절.
그레이트 타란튤라쯤 되면 더 이상 눈에 띄는 약점도 없었다.
온몸을 철갑처럼 둘러싼 상태라 약점은 관절과 눈 정도이다.
하지만 그 관절도 이중으로 보호 되어 있어서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도중에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키에엑!!”
물론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지만.
몬스터가 처음 겪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나는 재빨리 다른 쪽 다리에도 다가가 껍질 틈의 관절을 노려 공격했다.
<봉암침척蜂暗針刺>
“끼에에엑!!”
촤악!!
녀석은 거미줄과 독액을 뿜어대며 뒤로 물러났다.
무차별적으로 뿜어대는 녀석의 공격에 나도 어쩔 수없이 잠시 후퇴.
그리고 그 틈을 타서 나도 마력 포션 한 개를 꺼내 마셨다.
야영지에서부터 달려오느라 마력을 거의 다 소모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싸우기 전에 마셔뒀어야 했는데.
다음부터는 주의해야겠네.
난 포션을 마시면서 녀석의 상태를 관찰했다.
데미지는 꽤 입은 것 같았지만 아쉽게도 다리를 잘라내진 못했다.
붕암침척은 초반에 배운 스킬이라 파괴력이 그다지 높은 스킬은 아니니까.
하지만 다른 스킬들은 겹겹이 쌓인 껍질 때문에 공격이 안 먹힐 거고.
아까처럼 공격 후 폭쇄광참을 쓰기에도 힘들었다.
머리처럼 움직임이 크지 않은 장소라면 모를까 다리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통에 스킬을 한번 더 쓸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이미 신체는 한계까지 끌어올려 쓰고 있고.
연금술사로 잡을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럼 경험치가 아깝잖아.
기여도 시스템 때문에 막타 먹기도 안되고.
여기서 더 빨리 상대하려면 한계 돌파밖에 없겠네.
하지만 웬만하면 이대로 상대하고 싶었다.
포션을 먹으면 낫는다고 하지만 아픈 건 아픈 거니까.
만약 조금 더 강했다면 어쩔 수 없이 한계 돌파를 썼겠지만 이정도 레벨 차이까지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게임이랑 같다고 생각하면 편하려나.
애초에 게임에서도 다리를 자르거나 할 수는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네.
이 상태로 체력이 다 달 때까지 계속 노가다 하는 수밖에.
노가다는 내 특기라고!
우선은 녀석에게 돌진.
곳곳에 거미줄과 독액을 뿌리며 내 움직임을 유도하는 거미녀석이었지만 전용장비로 더 빨라진 나에게 그 정도 속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판금 갑옷은 전용 장비도 아니고 무거운 만큼 아무래도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고 민첩성이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날아다니듯 움직이고 있는 나였다.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간 나는 다시 스킬을 사용하며 관절을 노렸다.
제일 아픈 건 역시 때린 곳 또 때리기지.
어디 언제까지 버틸지 보자고.
8개의 다리를 계속해서 피해가며 꽂아 넣는 검.
다리 사이는 물론 어깨 부근에 있는 관절도 공격하며 끈질기게 약점만을 노렸다.
녀석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때, 움직임도 서서히 느려지는 걸 느꼈다.
좋아, 이 정도라면!
<봉암침척蜂暗針刺>
<폭쇄광참爆碎光斬>
쾅!
두 개의 스킬을 연달아 사용한 나.
그리고 그 효과로 드디어 녀석의 다리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공격에 당황하며 다시 물러나려던 녀석이지만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다.
이쪽도 끈질기게 따라붙어 이번에는 어깨의 관절에 연계스킬.
쾅!
드디어 몸통이 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다.
낮아진 몸통에 올라타 머리로 향한 나는 바로 연계 스킬을 사용해 녀석의 눈에 검을 박아 넣었다.
<봉암침척蜂暗針刺>
<폭쇄광참爆碎光斬>
쾅!
“끼에에엑!!”
“우왓!”
심하게 발버둥치는 몸부림에 나는 다시 바닥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쾅쾅쾅!
바닥에 내려온 나를 베어낼 듯 다리를 휘두르는 녀석이었지만 체력 소모가 커 속도가 느려진 그 공격은 더 이상 내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나는 우선 소모된 마력을 채우기 위해 또 하나의 마력 포션을 꺼내 마시며 공격을 피했다.
혼자 싸우니까 템은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좋네.
포션을 다 마신 나는 다시 스킬을 마구 써가면서 녀석의 눈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역시 그레이트 타란튤라랄까.
2번만에 죽어버린 자이언트와 달리 5번이나 눈 속에 스킬을 맞아 놓고도 움직이고 있었다.
“자, 이게 마지막 눈이니까! 이걸로 좀 끝내자!!”
<봉암침척蜂暗針刺>
<폭쇄광참爆碎光斬>!
“끼에에엑!!!!!!!”
여섯 개의 눈을 모두 찔린 녀석은 또다시 발광하며 나를 떨궈냈다.
이런··· 아직도 움직이는 건가.
끈질긴··· 응?
쿵···!!
잠시 발광하던 녀석은 이내 힘이 빠진 듯 바닥에 널부러졌다.
뭐야··· 죽은 건가?
띠링- 레벨이 1 상승 했습니다.
띠링- 레벨이 1 상승 했습니다.
띠링- 레벨이 1 상승 했습니다.
띠링- 레벨이 1 상승 했습니다.
띠링- 레벨이 1 상승 했습니다.
···
띠링- 레벨이 1 상승 했습니다.
띠링- 레벨이 1 상승 했습니다.
내 의문을 해결해 주려는 듯 알림음과 함께 레벨업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알림이 심상치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알림음 세례에 잠시 벙찐 나였다.
와, 이게 뭐야···
레벨이··· 142?!
31이나 오른 거야?
바로 스텟창을 확인한 나는 레벨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아까 전 확인했던 그레이트 타란튤라의 레벨은145.
나와 레벨차이는 기껏해야 34다.
물론 꽤 차이가 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레벨업이 될만한 차이는 아니다.
그 정도 차이의 몬스터는 숱하게 잡아왔으니까 잘 알지.
그렇다면 역시 원인은 그거네.
게임에서의 레벨.
그레이트 타란튤라의 게임 레벨은 420.
나와는 거의 300레벨 차이가 난다.
그 정도 레벨 차이의 몬스터는 게임에서도 잡아본 적이 없었기에 솔직히 이렇게까지 오르는 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초인지 능력과 한계돌파로도 한계는 있는 거니까.
나라고 수백 차이의 몬스터를 마구 잡고 다닐 수는 없잖아.
어찌됐든 레벨이 오른 건 기쁜 일이었기에 적당히 스텟을 올리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죽어버린 그레이트 타란튤라의 시체에 다가갔다.
싸울 때도 느꼈지만 역시 크네.
이건···
일단 통째로 챙길까?
내가 해체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게임에서는 쓸 수 있는 아이템만 딱딱 나와서 편했는데.
나는 아이템 창에 시체를 통째로 수납했다.
이렇게 커다란 시체를 담을 수 있을 만한 마법가방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자이언트도 겨우 담았을 정도니까.
하아··· 그나저나 이거, 다시 씻어야겠네···
나는 다시 몬스터의 체액으로 범벅이 된 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며 이제는 무너진 동굴을 뒤로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마차에서 나와 모두와 인사하고는 준비해준 아침을 먹었다.
간단한 스프였지만 애초에 아침을 그다지 챙겨먹는 타입은 아니었기에 상관 없었다.
역시 왕궁에서 먹던 음식에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여행길에 그런걸 기대하는 건 사치다.
나는 스프를 가지고 에드워드 경의 옆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
“네, 리즈님도 맛있게 드십시오.”
하지만 대답하는 에드워드 경의 목소리는 어딘가 평소와 달라 보였다.
뭔가 기분인 안 좋아 보인 달까?
“음? 뭔가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나요?”
“네? 아··· 죄송합니다. 그렇게 티가 났나요. 하하.”
그럼요, 아주 얼굴에 불만이라고 써놓으셨는걸요.
“그냥··· 어제 만났던 몬스터들이 신경 쓰여서요.”
“타란튤라들이요?”
“네, 왕도에서 제법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가도 근처에서 그런 몬스터들이 나타나다니··· 어제는 피곤해서 아무 생각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이상하긴 하군요.”
“그런 일은 보통 없나요?”
“네, 어제도 말씀 드렸다시피 기껏해야 코볼트 정도 뿐이라. 타란튤라에 자이언트 타란튤라까지 나타나다니 조금 걱정이 돼서 말입니다.”
그레이트 타란튤라도 있었다고 말하면 기겁하시겠군요.
저 혼자 안고 있도록 하겠습니다.
“뭐, 그렇긴 해도 아주 없는 일도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는 마십시오. 가끔 운이 나빠서 연달아 놓친 몬스터가 수도 근방에서 나타나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오늘 도착하는 도시의 영주님께 순찰을 강화해달라고 부탁해 볼 생각입니다.”
“그게 좋겠네요. 저도 함께 부탁 드려볼게요.”
“오오, 리즈님까지 함께 해주신다면 든든하지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 도시에 도착해 영주에게 부탁하게 됐다.
다행히도 도시의 영주는 꽤 좋은 사람인 듯 우리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특히 자이언트 타란튤라의 시체를 보자 곧바로 부대를 편성해 주변의 순찰과 동굴의 파괴를 위해 힘써 주었다.
미안합니다··· 동굴은 이미 파괴했어요···
숲 속에 산책이라고 생각하고 다녀오세요 여러분···
어라? 뭔가 데자뷰가···
더불어 우리의 숙식도 해결해 주었는데 여러모로 깨끗이 씻고 푹 쉬고 싶었던 우리로서는 대 환영이었다.
특히 내가 대환영이었다.
역시 왕족으로서 생활했던 기간이 길었던 탓일까.
편안한 의식주의 유혹은 버티기 힘들구나.
캠핑카나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다음에 꼭 만들어야지.
그렇게 하루를 푹 쉰 우리는 모처럼 들른 도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하루 더 머물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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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안.
한 남자가 테이블에 앉아서 통신구로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타란튤라가 전멸···? 그레이트 타란튤라도 말이냐?”
“[네, 아무래도 주변 도시의 기사단에게 들킨 것 같아서···]”
“칫, 그래서 내 조심하라고 일렀거늘.”
“[죄, 죄송합니다···]”
수정구 속의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사죄를 하고 있었다.
“뭐, 됐다. 그럼 다른 몬스터들이나 준비해놔라. 이번에는 들키지 않게 조심하도록 하고.”
“[네, 네. 알겠···]”
남자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정구에 마력을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신경질 적으로 의자에 기대며 짜증을 내는 남자.
“도대체가 이놈의 나라에는 몬스터를 끌어 모으기가 왜이리 힘이 드는 거야? 다른 나라는 아무 문제도 없는데 꼭 이 나라만 문제라니까. 젠장, 예전에도 기껏 모아뒀던 몬스터들이 갑자기 증발해버리지 않나.”
피골이 상접한 모습의 남자는 젊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갈라져 심히 듣기 괴로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이전, 테트로와 수정구로 통화하던 바로 그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였다.
“젠장, 그 때 그 일 때문에 그 멸치 같은 녀석한테 짜증나는 소리를 들은 것만 생각하면 당장에 얼굴을 으깨버리고 싶은데.”
누가 누구에게 멸치라고 하는 건가 싶었지만 아쉽게도 주변에 그 얘기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 그래도 덕분에 왕국 안에 꽤 침투해 올 수 있었으니까. 조금 더 써먹을 수 있을 때까지는 살려둬야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남자의 두 눈은 마치 뱀처럼 빛나고 있었다.
- 작가의말
저도 한번 연참해봅니당
주인공 레벨이 이제 겨우 142네요.
갈 길이 멉니다.
2부가 끝날 때 쯤에야 그나마 조금 먼치킨이구나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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