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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부검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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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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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의 왜곡된 기억 (2)

DUMMY

34화 영아의 왜곡된 기억 (2)



<제1 부검실>


앰뷸런스에 실려 온 아이들은 이란성 쌍둥이 은수, 은영 남매!

불에 그을려 피부가 검게 타버린 아이들이 지하 부검실로 옮겨졌다.


차디찬 부검 대 위에 놓여 있는 두 아이.


어떻게 이런 일이!


이럴 때마다 참담한 심정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떡하든 살아보려고 몸을 웅크린 채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아이. 이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하지만, 난 이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과수에 전례 없는 치욕을 안겨줬던 사건!


외국인들이 주로 모여 살고 있는 동래 마을의 한 빌라. 불이 날 당시, 집안에는 24개월이 채 되지 않은 은수(독일이름 뮬러)와 은영(한나) 두 남매만 있었을 뿐, 집 안에 두 아이의 부모는 집에 없었다. 최초 목격자도 인근의 주민이었다.


국과수의 감식 결과 아이의 직접적 사망원인은 유독가스에 질식사였고 부검 및 치밀한 DNA검사를 통해 아이의 부모는 한국계 독일 국적의 베이커 김, 부부임이 밝혀졌다. 이 두 부부는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독일로 돌아가 버렸다.


수사 결과 강력한 용의자로 베이커 부부가 거론되었으나 베이커 부부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한국으로 돌아갈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게다가, 독일 측은 열악한 조건의 한국의 법의학을 신뢰할 수 없고 국과수에서 내놓은 자료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우리 측, 분석 결과를 무시하면서 베이커 김 씨 부부를 한국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결국,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한 수사진의 무능과 맞물려 독일에서 베이커 김 씨 부부가 아이를 출산한 것을 본 적이 없다는 해괴한 독일 지인들의 진술 등이 나오면서 두 아이의 부모가 베이커 씨 부부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어이없는 상황에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고 더 이상 유죄를 확증할 수 있는 증거가 나오지 않아 결국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법의학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며 대내외적으로 치욕을 맛 본 잊지 못할 사건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건, 두 아이의 부모는 베이커 김 씨 부부가 확실하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우리 법의학의 분석력은 무시당할 수준은 분명 아니었다.


반드시 범인을 잡아야 한다!


나는 이 천사 같은 아이들을 죽인 범인을 반드시 잡을 것이며, 추락한 한국 법의학의 위상을 되돌려 놓을 것이다.


“과장님, 너무 참혹하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가 있는 거죠?”

“흠, 그러게 말이다. 이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어서.”


김 과장 역시, 참담한 심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참혹한 광경을 두 번씩이나·········


서로를 끌어안은 채 떨어지지 않았던 은수, 은영의 시신을 간신히 분리해 부검 대 위에 올려놓았다. 새카맣게 타버린 아이를 보는 순간, 가슴이 무너지는 듯했다.


“일단,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보이네요. 외관은 불에 탄 흔적 말고는 없습니다.”

“그래, 부검을 해봐야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있겠지만, 일단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외력에 의한 타살 흔적은 보이지 않는 것 같군.”

“네.”

“일단 부검을 해보면 뭐가 나와도 나오겠지.”


김 과장의 아이들의 목 부위를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를 교살의 흔적을 찾으려는 듯했다.


과장님, 교살은 절대 아닙니다!


“과장님, 그러면 이제 부검 시작할까요?”


“그래. 시작하자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게 우리의 숙명 아니냐.”


김 과장이 메스를 꺼내 들었다.


우선, 우리는 두 명의 아이 중 비교적 상태가 좋은 여자아이인 은영이를 먼저 부검하기로 했다.


부검을 시작해 은영의 사체를 개복해 보니 더욱더 참담했다. 기도는 말라붙어 있었고 폐는 이미 시커멓게 타버린 상태였다. 24개월 미만의 아이임을 감안할 때 불이 난 시점에서 사망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듯했다.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김 과장과 나는 참담한 심정으로 은영의 장기를 적출하기 시작했다.


은영이의 몸은 이미 4도 이상의 화상으로 피부는 물론 근육, 신경, 뼈 조직까지도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전형적인 유독가스에 질식된 상태에서 화상을 입어 사망한 케이스였다.


적어도 그 순간까지는 그것이 타당한 추론이었다.


“과장님, 여기 좀 보십시오. 좀 이상한데요?”


하지만. 상황은 곧 반전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은영이의 위를 적출해 확인하는 순간, 나는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왜? 무슨 일이야?”


김 과장이 황급히 내 옆으로 다가왔다.


“위 점막에 울혈이 있네요. 게다가 출혈한 흔적이 보여요. 이 정도면 아이들이 굉장히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다는 건데, 이상하잖아요!”


위 점막 울혈과 출혈은 일반적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을 경우에 위에 나타나는 증세였다. 사체가 어른이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24개월 정도의 아이임을 고려할 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게, 아직 24개월도 되지 않은 아인데 이게 무슨 일이지? 겨우 분유나 기껏해야 이유식을 먹었을 텐데 말이야.”


김 과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적출된 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흠, 누군가 아이들에게 자극적인 뭔가를 먹였던 걸까요?”

“글쎄다. 일단, 그렇게 결론을 내리긴 어렵고, 아이들이 뭔가 자극적인 것을 실수로 집어먹었을 경우도 고려해 봐야지.”

“실수라········· 자극적인 것이라면 뭘까요?”

"글쎄······ 맵 거나 뜨거운 것을 먹었을 리는 없을 거고. 소금? 맞아. 소금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아직 성숙되지 않은 아이의 위라면 소금 정도의 자극만으로도 충분히 위벽이 깎이고 출혈이 생길 수 있어. 아이들이 어쩌면 소금을 집어먹었을 수도 있겠는데?”


김 과장이 안경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소금······소금이라······어쩌면, 어쩌면 말이다. 그것 일수도!


“음, 과장님 아이의 뇌를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뇌? 그 건 왜?”

"제가 좀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흠, 그래? 굳이 뇌를 적출할 필요가 있을까?"


김 과장이 잠시 망설였다.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요."

"좋아. 정밀하게 해서 나쁠 건 없지. 해보자고."

"네. 일단 아이의 두개골을 절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흠, 알았어.”


“과장님, 뇌부종인 것 같은데요?”


잠시 후, 은영이의 두개골을 절제해 뇌를 살펴보니 심각하게 부어있었다. 뇌부종이었다.


“그러게? 정말 아이들이 소금을 집어먹었나?”


김 과장이 놀란 눈을 깜빡거렸다.


소금 중독!


김 과장이 놀란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위 점막의 울혈과 출혈 흔적, 뇌부종은 소금 중독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소금 중독이란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사례이기 때문에 사망자가 소금을 다량 섭취했다는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부검을 하면 이러한 소견을 놓칠 수 있었다.


당시 부검의였던 나도 간과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은영이 위 점막 울혈을 본 순간, 직감적으로 소금 중독을 의심했고 은영의 뇌를 적출해 뇌부종을 확인하는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말이다.


사실, 놀랍게도 사람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소금의 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보통 성인의 평균 체중을 고려할 때, 어른 손으로 한 움큼의 소금만 집어삼켜도 사망에 이를 만큼 소금은 어쩌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었다. 게다가 24개월 정도의 영아라면 더욱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은영이 은수의 사망원인은 질식사가 아니라 소금 중독이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이 아이들은 연기에 질식되기 전에 이미 소금 중독으로 죽었을지 몰라! 그렇다면 누가 이런 짓을?


그 순간, 은영의 눈을 향해 반짝이는 화살표!


은영의 뇌를 살펴보고 있는 순간, 붉은색 화살표가 은영의 눈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번 사건 역시, 화살표가 나타나 힌트를 주는 듯했다.


맞아. 그거지! 눈, 나트륨 농도를 확인해야 해.


“과장님, 아무래도 은영이 안구의 초자체 액을 뽑아 전해질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소금 중독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안구의 초자체 액을 뽑아 전해질 검사를 해서 Na+ 검사를 해야 했다. 일반적인 NA+의 농도는 리터당 135~151 meq이고 만약 172 meq만 돼도 치사량이 된다. 결국, 일반적인 상태에서 30meq 만큼의 소금이 유입돼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흠, 너 혹시, 소금 중독을 의심하는 거냐?”


김 과장이 한 쪽 눈썹을 치켜떴다.


“네. 위 점막 울혈이나, 뇌부종이 심한 것으로 볼 때, 소금 중독이 의심됩니다.”

“소금 중독이라······그게 흔한 사례가 아닌데······”


김 과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초자체 액을 뽑아 검사를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 그건 아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너는 지금 누군가가 이 아이들에게 소금을 다량으로 먹였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잖아. 안 그래?”

“네. 충분히 의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안 그러면 아이의 뇌가 저렇게 부어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흠, 그렇긴 한데. 그렇다면 결국, 방화에 의한 질식사가 아니라 소금을 이용한 타살이라는 건데······그럼 누가?”


김 과장이 입술을 잘근거리며 미간을 좁혔다.


“그건 지금부터 우리가 밝혀내야죠. 그게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는 길이며 대한민국의 법의학을 자존심을 살리는 길이기도 합니다.”

“뭐? 대한민국 법의학의 자존심? 너무 거창한 거 아냐?”


김 과장이 코를 찡그리며 양 팔을 감싸 안았다.


“아. 그냥. 뭐.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잘하면 앞으로 우리나라 법의학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뭐 그런 거죠. 솔직히 우리 법의학 환경은 열악하지만 부검 실력은 세계적 아닙니까?”

“그래. 그렇긴 하지. 지난번, 스위스 법의학 포럼에 참석해보니 그쪽 법의학자들은 부검을 한 달에 한 두 건 한다더라. 이게 말이 되냐?”


김 과장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유럽의 선진국이라고 사건이 적었던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강력사건은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적으로 법의학자 수가 부족했고 환경 또한 열악해 한 명의 부검의가 하루에도 서, 너 건의 부검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으니 김 과장이 어이없어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법의학 환경은 최악이었지만 반면에 그로인해 단련된 부검 실력만큼은 전 세계 탑이었음을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우리도 하루빨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인력을 확충해야 할 텐데요.”

“어느 세월에? 나 죽기 전에 그럴 날이 올지 모르겠다."

"············"

"그건 그렇고 일단 부검은 여기서 마치고 화학 분석실에 초자체 액 샘플 보내 분석 의뢰해라. 일단 결과 나온 것 보고 판단하자.”


은영의 부검에 이어 실시한 은수의 몸 역시, 은영과 동일한 결과였다. 은수의 위 점막에 울혈이 발생되었고 그의 뇌 역시 심하게 부어있었다.


“네. 과장님!”


이, 이건 또 뭐야?


은영과 은수의 눈에서 초자체 액을 뽑으려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 그들의 기억.


분명,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이는 한 여자의 또렷한 모습 이었다!


작가의말

참고

초자체액: 수정체 후부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투명한 젤리상의 물질

meq: 밀리그램당량. 전하와 mol()을 통합한 단위가 당량(Eq)으로, 1Eq1mol의 전하를 나타낸다. 1mEq1/1000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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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똑똑한 순경 하나, 열 형사 안 부럽다 +25 19.01.15 8,436 342 12쪽
36 복제가 아닌 복원 (2) +28 19.01.14 9,251 346 12쪽
35 복제가 아닌 복원 (1) +23 19.01.13 9,637 323 12쪽
» 영아의 왜곡된 기억 (2) +28 19.01.12 10,153 334 12쪽
33 폭로, 그리고 망자의 보답 & 영아의 왜곡된 기억 (1) +27 19.01.11 11,001 365 12쪽
32 이간질(兩舌) (2) +20 19.01.10 11,160 363 13쪽
31 이간질(兩舌) (1) +23 19.01.09 11,378 354 12쪽
30 치명적 거래 (2) +32 19.01.08 12,170 356 12쪽
29 치명적 거래 (1) +21 19.01.07 11,977 370 12쪽
28 사람은 배신해 (2) +31 19.01.06 12,967 386 12쪽
27 사람은 배신해 (1) +31 19.01.05 13,234 374 12쪽
26 뭐? 공포탄에 사람이 죽어? (2) +28 19.01.04 13,431 375 10쪽
25 망자의 보답 & 뭐? 공포탄에 사람이 죽어? (1) +39 19.01.03 13,729 395 8쪽
24 파국 (破局) +28 19.01.03 13,577 370 10쪽
23 빼박 (2) +27 19.01.02 13,547 40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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