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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부제 : 폭삭 망한 별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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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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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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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고 불리던 별, 영혼이란 치트 키 3 (1부 [사라의 달] 완결)

DUMMY

-삐이이그그다닥···


안드로이드들이 들랑거리며 나는 것과는 사뭇 다르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재빠르게 그의 시선이 움직였다.


역시다.


안드로이드를 의지한 채 천천히 그 방 주인이 나온다. 그리고 눈이 마주 쳤다. 잔뜩 헝클어진 머릿결 사이로 비쳐진 똘망똘망 한 시선, 그는 그게 뭔지 안다.


-나 배고파-


그러나 말은 없었다. 그녀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그도 엉겁결에 반응했을 뿐이다.


“어?”


그게 다였다. 제아는 그녀를 부축하던 안드로이드에게서 떨어져 천천히 욕실로 향했다. 그제야 엉거주춤하게 일어나던 가즈는 허탈하게 주저앉는다.


“하아··· 쩝··· ”


긴 한 숨, 그의 바람을 끝으로 입맛을 다셨다.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이렇게 되면 먹을 것부터 준비해야겠네··· ’


그리고 명상에 잠기 듯 눈을 감았다. 나른했던 게으름의 여운을 털어내야 했다.


꿈에서 현실로···


가즈가 7주일 간 게으름 속에 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각성하면서 봉인 되어 있던 크롤나이트들이 적출되자 제아데나스의 사라한은 모세스 체르비를 비롯한 33인의 선발대를 보내왔다. 지금 그들이 리제라블 상층에서 재활 중이었다. 그들 중 체르비와 첼린은 시치타스로 보내질 예정이었다.


그들의 문제는 이 행성이 담당할 일이지 가즈가 개입해 관여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각성한 제아는 이 행성만의 일에서 완전하게 예외가 된 상황이다.


잠시 후 제아가 말끔한 모습으로 나왔다. 한동안 껌뻑거리던 가즈가 않아있던 자리를 비키며 말했다.


“푹 쉬느라 힘들었겠다. 여기 앉아서 좀 더 쉬고 조금만 기다려.”


가즈가 여유롭게 주방으로 간다.


소파에 앉은 제아는 아무생각 없이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며 혼잣말을 했다.


“응? 푹 쉬느라 힘들었겠다···? 핏!”


그도 그렇다는 듯 제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장 몸에 힘이 빠지며 축 가라앉았으니까. 하물며 미르의 방에서는 죽었다가 부활까지 해 봤으니 그 말도 맞는 말일 것 같았다.


잠시 후 가즈가 식사준비를 마치고 제아를 불렀다.


제아가 식탁으로 다가가 리즈가 없는 이유를 가즈에게 물었다.


“리즈는? 그새 제아데나스로 간 건가?”


가즈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죽을 식탁에 올리며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그 아이는 요즘 아주 신났다니까.”


“응? 왜? 무슨 일이 있었어?”


가즈가 죽 한 그릇 떠서 어서 먹어보라는 듯 제아 쪽으로 밀며 말했다.


“와, 가즈 잘 먹을게. 고마워.”


가즈는 자신의 그릇에도 죽을 떠 담으며 말했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네가 미르 쌍둥이를 데리고 나왔잖아.”


“아··· 그랬군.”


리즈 입장에서는 모처럼 또래 애들을 만났으니 좋을 만도 했다.


제아는 자신이 데리고 나온 미르란과 미르렌을 떠올렸다. 크롤나이트를 구하려는 과정에서 그녀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정령체로 각성시킨 그 아이들은 이제 갓 태어난 아이들과 같았다. 어쩌면 이곳에 리즈가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구나 싶었다.


나세의 상념체 미르는 란과 렌으로 각각 각성하면서 정령으로 재탄생했다.


그 흔적으로 남겨진 나세의 혈흔은 그날 이후 신성한 달 리제라블 전체를 감싸 듯 거의 대부분을 뒤덮었다.


물론 심안이 없는 일반 인간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비물질이었지만, 델파트세대들에게는 확연하게 보여 질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피스들에게만 따로 드러내는 크롤라이트도 있었다. 그렇게 영적인 능력 차이에서 볼 수 있는 레벨이 차원으로 구분되어 졌다.


특히 나비지인 리즈에게는 사피스 이상의 것이 보였다.


그러나 나세의 용 미르를 각성시킨 제아 본인은 누구도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있었다. 미르의 정기를 받은 그녀의 영체가 초월신성 나모디트로 각성했기 때문이다.


미르를 각성 시키고 미르의 방 루프링이 화려하게 붕괴할 때, 퍼플링에 감탄하며 그녀에게 달려온 리즈에게 제아가 말했던 게 떠올랐다.


“리즈 저기 보이는 가장 빛나는 두 줄기의 커다란 크롤라이트 기둥이 보이지? 그 중 하나는 네가 가질래?”


리즈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두리번거리며 말 했다.


“응? 어디 므가 있다는 그야? 어떤 거?”


제아는 그러는 리즈를 보면서 깨달았다. 그리고 라나스세히가 말했던 나스나지의 굴레도 새삼스러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제대로 된 방어 한번 못해보고 영체를 먹혀야 하는 그들의 공포 말이다.


제아는 그때서야 알았다.


자신이 미르와 손잡고 뛰어 넘어 버린 세계는 그녀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차원으로 진입했다는 사실과 나스나지들이 그 존재를 볼 수 없어 제대로 된 대항조차 못하고 당해야만 했던 영역을 뛰어 넘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쓰러지기 전의 기억을 더듬던 제아가 물었다.


“제아데나스에서는 무슨 얘기 없었어?”


가즈가 먹을 것 앞에 놓고 질문부터 쏟아내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네가 푹 자는 사이 선발대도 보내졌어··· ”


“그랬구나. 잘 됐네. 몇 명이나?”


덤덤하게 물어보는 그녀를 보며 가즈가 피식하고 웃었다.


“왜 웃어?”


“그런 건, 천천히 묻고 일단 드시죠? 배고팠다며.”


“치! 한 끼 식사에 유세는··· ”


그녀가 죽을 떠 입에 넣었다.


씁쓸한 듯 고소한 단맛이 감도는 것에 비해 뒷맛까지 깨끗했다.


“오, 맛있는데? 이건 무슨 죽이야?”


가즈도 한입 먹으며 말했다.


“이봐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그냥 묻지 말고 맛나게나 어서 드셔.”


“가즈는 못하는 게 뭐야? 이 죽 한 그릇만 봐도 그래. 정말 능력자네.”


“흠··· 같은 칭찬을 네가 하니까 이상하게 조련 받는 느낌인데?”


“아닌데, 이거 정말 칭찬인데. 자격지심 애잔하네 이분,”


그렇게 서로에게 투덜대지만 그들 사이에는 반가움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1주일 더 푹 자기를 바라던 그녀가 깨어나자 바로 다른 즐거움이 그에게 찾아 왔음을 알았다. 뒤끝이 노곤하다는 게 후유증이긴 했지만, 싫지 않으면 그걸로 그만이다.


가즈가 만들어 준 죽 한 그릇이 많은 걸 얘기해 주는 듯 했다.


제아는 링의 공간에서 만난 나스나지 세히가 꿈결처럼 희미해지며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제아, 이 우주에서 산다는 건 자유로운 거예요,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해답을 찾아보겠다는 당신의 의지 하나면 충분. 먼 과거로부터 당신에게 부여되거나 강요된 의무 따위는 없답니다. 이제 우리들에게 닫힌 당신의 마음을 열어 보세요.-


세히의 말대로 의무 따위는 없었지만, 인연으로 연결된다는 것에 지금처럼 즐거움이라는 부가가치를 얻게 된다면 제아는 기꺼이 의무와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깨끗이 비운 죽 그릇을 다시 채워 줄 테니 달라는 가즈의 손짓에 그녀가 그릇을 건네며 말했다.


“가즈는 삶이 지루하다고 했었나? 어떤 의미에서는 이해가 가긴해. 하지만 글쎄? 이건 종이 다른 유전자적 감성의 차인가?”


가즈가 그녀를 힐끗 보면서 생각했다.


‘너처럼 살면서 지루하다고 하면 그게 사람이니?’


그가 따듯한 물을 컵에 담아 제아 쪽으로 놓으며 말했다.


“살면서 문득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야. 지금은 변화가 없진 않치만··· ”


“변화? 어떤?”


제아의 물음에 가즈가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글쎄··· 뭐 심심하지는 않다는 거겠지··· ”


그 말은 들은 제아는 물 한 모금 마시면서 말했다.


“그래? 난 가즈 때문에 요즘 늘 즐거운데, 넌 그 정도는 아닌가보네?”


그녀의 말에 그런 반응을 하며 죽을 뜨던 숟가락을 든 채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건 내 고단함이 널 즐겁게도 했다는 소리로 들리거든.”


제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죽을 떠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다.


“라나스세히가 말했어. 우주에 강요나 의무 따위는 없다고, 굴레는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 즐거움이 덤이라면···”


깨끗하게 날아든 돌직구였다. 그녀 말이 곧, 가즈의 생각이었으니까.


“세히를 만났어? 그 친구도 꽤 갑갑했었나 보네. 직접 왕림해서 쓸데없는 소릴 다하고··· ”


은근슬쩍 말을 돌려 버렸다.


제아가 그런 가즈를 향에 시선을 차분히 늘어트려 넌지시 올려보며 말했다.


“가즈, 우리 태이차 한 잔 할래?”


갑자기 태이차라는 말에 가즈의 몸서리를 쳤다.


가즈가 재빠르게 빈 그릇을 치우며 말했다.


“응 아니야. 그런 차는 세상에 존재하질 않아요. 친구!”


가즈가 뒤돌아서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식탁에 앉아 있는 제아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태이차는 그녀를 취하게 했다. 사실 제아가 그 차를 마시면 하루를 더 푹 자긴 할 테지만, 꼬꾸라지기 전에 주정이라도 부리면 그게 더 곤란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뒤 쪽에서 제아의 음성이 들려 왔다.


“참 이 맛은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가 않네. 음··· ”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만 했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설거지를 마친 그가 제아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앞만 보며 거실로 향했다. 그때 제아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앉지, 차는 준비된 거라 간만에 같이 하고 싶은데, 친구!”


그 말이 농담조인데 잡아 끌만큼 진지하기도 했다. 가즈가 뒤를 돌아 제아를 보게 할 정도로···


허긴 힘든 과제를 마치고 1주일을 잠만 잔 제아였다. 더구나 지금은 너무나 즐거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행복해하는 그녀를 본적이 있었나 싶기도 했다. 그녀가 왼팔을 펼쳐 맞은편 자리를 가리켰다. 가즈가 더는 뿌리치지 못하고 식탁위로 자석에 끌리듯 이끌려 앉는다.


그는 태이차를 마신 제아의 부작용 때문이었지, 태이차가 자체가 싫은 건 아니었다. 그가 물었다.


“너··· 괜찮아?”


제아가 웃음 띤 얼굴로 가즈의 찻잔을 채웠다.


“마셔. 동반자. 지루함과의 작별을 위하여.”


가즈가 동반자라는 말에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의 양부모 아린과 루카의 죽음을 통해 그 말의 의미와 무게를 어림잡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말을 갑자기 제아의 입을 통에 듣게 된 것에 적지 않은 당황도 하고 있었다.


그가 잔을 들어 연속해서 몇 모금 입을 적시고 잔을 내려놓을 때까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분위기가 어색했는지 입을 다문 채 낮은 기침을 몇 번 내고서야 생각이 정리 된 듯 응답했다.


“동반자? 그런데 어쩌지··· ”


가즈가 말을 흐리자 제아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


그건 정말 그녀답지 않았지만 당연했다.


그 말을 이성에게 했다면 좀 복잡 해는 의미였으니까.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가즈였다. 제아의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쪽이 쎄했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 그쯤이다. 그가 다물었던 입을 다시 열었다.


“그건 원래 내가 평생 가질 수 없었을 건데··· 아마도 진지하게는··· ”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제아가 가즈에게 듯 손을 내밀었다. 가즈가 그 손을 잡아 줄 때 그녀가 말한다.


“물론 너 없이도 해낼 수 있었을 거야. 그런데 지금이 더 즐거운 것 것뿐이야. 너랑 인게··· ”


가즈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띤다. 그리고 잡았던 손을 놓으며 그녀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 난 쭉 꺼림직 할 뿐인데··· 네가 말한 의미가 한쪽이 죽을 때까지라고 한다면, 아마 난, 날 키워준 아린과 루카처럼··· 그건 너도 무슨 말인지는 알거야.”


그 말을 마치며 가즈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 갑갑한 듯 시선을 내렸다.


그에게서 파동이 일었다. 그 의미를 아는 제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양손을 그의 어깨에 올렸다. 그는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를 영혼을 통해 파동으로 보내고 있었다.


나비지들에게 동반자라는 건 의미가 가볍지 않았다.


서로의 운명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동지애와는 다른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형제나 부부처럼 가족을 이루는 첫 번째 조건이기도 했다.


제아가 그에게 동반자라고 한 의미가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님을 알았다.


그녀가 용기가 필요했다는 것은 지금 마시고 있는 태이차가 말해주고 있었다. 약간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더 큰 용기가 필요할 만 했다. 때문에 가즈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그녀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기계에서 테어난 가즈,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가족이라는 건 없었다.


그를 낳아준 영혼 없는 생모는 그를 늘 먹잇감으로만 바라봤다. 그 혐오스럽고 불편했던 상처는 지워지지 못해 3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을 뿐이다. 모성에 대한 갈증이라고 해도 모호했다. 메마른 것이 꽉 들어차 비워지지 않아 채울 수조차도 없는 답답함을 갈증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영적 자애에 기대어 억누르고 살아왔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찝찝함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그의 바람대로 그렇게 간단치가 않았다.


자신의 모호한 답변에 흔들리던 제아의 눈을 보며, 그가 억지로 접고 살아야했던 일각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가슴 한쪽이 심하게 저려왔던 것도 그 때문이다.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던 제아의 말은 그의 출생과 살아온 과정을 관통하며 다른 의미로 감정의 균형을 흔들었다. 가즈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이 울컥했던 이유가 모호했지만, 300여 년간 그와 인연했던 모든 이들에 대한 여한과 회한들이 그녀의 이끌림에 반응했다. 그리고 한꺼번에 뒤엉켜 버렸다.


그를 받아준 양부모가 불의로 사망했을 때도 그랬고, 리즈를 살리려고 서둘러 움직여야 할 때도 그랬다. 태어난 순간부터 감정이 매마를 정도로 맞닿은 인연들과의 서글픔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의 지루함은 다름 아닌 쓸쓸함, 그쯤이었다.


실비아 시스템이 외로움을 정의하기 위해 그를 태어나게 한 건 우연이었다.


우연치고는 지독하게 기분 잡치는 일이다.


그를 나아준 영혼 없는 생모는 곤충의 생태처럼 그를 매번 잡아먹을 뻔 했다. 때문에 실비아 시스템은 그를 지구인들에게 인계했다. 물론 양부모는 그를 아들처럼 키우려고 노력했다.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기대며 생모의 먹잇감이던 시절을 잠시라도 지울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의 바람대로 놓아두지를 않았다.


아린과 루카 그 두 사람은 성단의 별들을 넘나들며 바쁘게 헌신해야 했다.


때문에 가즈의 나이 10살이 된 이후로는 가족처럼 지내기가 어려웠다.


어느덧 18세의 나이로 성장한 가즈가 지구를 다시 방문했을 때, 그를 낳아준 영혼 없던 생모 실비아는 나비지들의 도움으로 영체를 배양해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살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낳은 아들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영체가 배양되며 아듀리를 희석 시켜 버린 탓이었다.


그녀에게는 차라리 축복이었지만, 가즈에게는 씁쓸함이었다.


한때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던 그녀를 보며 가슴이 텅 빈 듯 했다. 그게 서글펐다.


물론 다시 봐도 반가운 실비아 시스템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영혼이 없는 건조한 기계시스템일 뿐, 그가 가즈를 바라보는 시각은 인간의 감정에 비추어 메울 수 없는 이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역시 그에게 생명을 부여한 존재는 영혼 없는 기계일 뿐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그의 출생만큼이나 건조하고 차가운 존재였다. 적어도 남들에게는 그랬다.


그도 역시 일찌감치 이성에 눈을 떴다. 300여 년간 많은 이성친구들이 있었지만,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성단을 여기저기를 떠도는 그를 이해해 주었지만 기다려주는 인연은 없었다. 가죽으로 발전한 상대는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이성을 대하는 것을 꺼리게 된 가즈는 그들을 그저 동료로서만 인정해 왔다.


그 후로 마주 보는 것이 없애 버려할 대상이 아니면 집중해서 제대로 지켜봐 준적도 없었다. 시치타스의 나비지 마도린의 일원으로 별들을 떠돌며 지내 왔지만, 결국 그에게 가족의 끈끈한 유대란 건 어디에도 없었다. 5살 이후로 30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가족이란 그에게 있어서 그저 와 닿지 않는 허상일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위로가 되었던 건 동생뿐이었다. 유대감 때문에 기꺼이 짊어질 수 있는 의무감은 330년을 살면서 최근 5년간 리즈가 유일했다.


나스나지의 세히가 말했듯, 우주에서 산다는 것이 자유로운 것이다. 그러나 배려 없이 던져준 자유로만 삶을 살아내야 하는 것은 오히려 힘겨운 의무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그건 강요받지 않았어도 속박만큼이나 거북한 일이었다.


죽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살긴 살아야 하니까.


동반자라는 속박을 받아들이며 적어도 한 가지의 거북함을 풀어낼 수 있었다. 앞뒤 따져 가며 멀리 볼 것도 없었다. 그것은 서로가 나눔으로 구애 받지 않는 즐거움과 더불어 빈 곳 없이 꽉 찬 포만감일 것이다. 서로가 함께 한다는 신뢰와 동질감에서 의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희로애락에 대한 공감일 수도 있다.


그건 영혼을 가진 존재들에게 부여된 굴레임과 동시에 당연한 자유였다.


가즈는 말없이 이 모든 이야기를 상념의 파동으로 제아에게 전해 주고 있었다.


한동안 가즈를 뒤에서 안아 주며 그의 이야기를 읽어 내던 제아가 그의 포옹을 풀었다. 그리고 그의 어께에 양손은 다시 얹고 말했다.


“내 영혼의 고향이 지구라는 별 이였네. 멀기도 멀다.”


지구에서 태어난 가즈가 참 멀리서도 왔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작 자신의 피 속에도 그와 같은 지구인들의 유전자가 흐른다는 생각에 제아는 알 수 없는 흡족함을 가졌다.


고개를 들며 가즈가 차분하게 입을 떼 또박또박 알려주었다.


“가즈 웰 실비아스··· 내 이름이야.”


제아 대답했다.


“쥬라스 한 제니··· 이건 내 이름이지.”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아마 앞으로도 즐거울 거야. 살고 죽는 것 따위는 딱히 상관도 없어. 그래도 나 말인데, 용기라는 걸 조금 내 봤을 뿐이야. 물론 네가 원한다면··· ”


가즈가 미동하지 않고 답했다.


“응, 네가 원한다면··· ”


그리고 알게 되었다.


처음 만난 그 때부터 두 사람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굴레에 묶여 함께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가즈에게 숙명을 전한 라나스세히의 예고는 여기에 닿아 있었다.


제아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가즈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속삭였다.


“고마워 가즈··· ”




---------------------------




현관 한쪽 구석,


리즈는 발버둥치는 렌과 란의 입을 틀어막고 입을 꼭 다문 채 웃는 듯 우는 듯 묘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살금살금 숨죽여 문 밖으로 나갔다.


그 시간 그곳에서 눈치 없이 달그닥 거리는 건, 영혼 없는 안드로이드들뿐이었다.


영혼이란 기능성이다.


작가의말

◎ (부제 : 폭삭 망한 별 치트키 그들)의 1부 [사라의 달]편은 여기서 완결입니다.

이어지는 2부 [아루만지의 후예]는 플롯을 정리하고 쓰여지는 중이라 바로 이어 연재가 되지는 못합니다.  


썩 재미있는 내용이 아님에도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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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라고 불리던 별, 영혼이란 치트 키 3 (1부 [사라의 달] 완결) 19.03.13 23 0 19쪽
72 지구라고 불리던 별, 영혼이란 치트 키 2 19.03.10 13 0 14쪽
71 지구라고 불리던 별, 영혼이란 치트 키 1 19.03.09 21 0 13쪽
70 인간과 정령, 그리고 4 19.03.08 26 0 15쪽
69 인간과 정령, 그리고 3 19.03.07 12 0 13쪽
68 인간과 정령, 그리고 2 19.03.06 10 0 13쪽
67 인간과 정령, 그리고 1 19.03.02 18 0 13쪽
66 나스나지의 굴레 5 19.02.28 17 0 14쪽
65 나스나지의 굴레 4 19.02.27 24 0 12쪽
64 나스나지의 굴레 3 19.02.27 21 0 13쪽
63 나스나지의 굴레 2 19.02.26 15 0 13쪽
62 나스나지의 굴레 1 19.02.25 24 0 13쪽
61 나세의 용 3 19.02.24 29 0 11쪽
60 나세의 용 2 19.02.24 12 0 13쪽
59 나세의 용 1 19.02.23 24 0 13쪽
58 뜻밖에 만남 3 19.02.21 14 0 12쪽
57 뜻밖의 만남 2 19.02.21 19 0 13쪽
56 뜻밖의 만남 1 19.02.20 18 0 12쪽
55 관리와 지배, 그리고 불편함 2 19.02.19 12 0 14쪽
54 관리와 지배, 그리고 불편함 1 19.02.19 14 0 14쪽
53 령의 혈흔 4 19.02.17 14 0 12쪽
52 령의 혈흔 3 19.02.14 22 0 12쪽
51 령의 혈흔 2 19.02.10 14 0 14쪽
50 령의 혈흔 1 19.02.10 16 0 17쪽
49 제 5의 제후 4 19.02.09 15 0 12쪽
48 제 5의 제후 3 19.02.08 28 0 14쪽
47 제 5의 제후 2 19.02.08 19 0 13쪽
46 제 5의 제후 1 19.02.07 20 0 13쪽
45 정령이 머무는 곳 3 19.02.07 21 0 17쪽
44 정령이 머무는 곳 2 19.02.07 16 0 13쪽
43 정령이 머무는 곳 1 19.02.06 20 0 14쪽
42 제아데나스 이계 4 19.02.06 17 0 13쪽
41 제아데나스 이계 3 19.02.06 32 0 15쪽
40 제아데나스 이계 2 19.02.02 18 0 13쪽
39 제아데나스 이계 1 19.01.31 27 0 14쪽
38 체르비의 공허 4 19.01.30 20 0 17쪽
37 체르비의 공허 3 19.01.24 17 0 14쪽
36 체르비의 공허 2 19.01.23 21 0 15쪽
35 체르비의 공허 1 19.01.22 23 0 13쪽
34 유일무이 클라스를 쥐다 3 19.01.21 31 0 16쪽
33 유일무이 클라스를 쥐다 2 19.01.21 34 0 17쪽
32 유일무이 클라스를 쥐다 1 19.01.20 34 0 13쪽
31 열두 날개의 마녀 케이아 4 19.01.18 31 0 15쪽
30 열두 날개의 마녀 케이아 3 19.01.17 32 0 14쪽
29 열두 날개의 마녀 케이아 2 19.01.15 30 0 14쪽
28 열두 날개의 마녀 케이아 1 19.01.13 37 0 16쪽
27 별에서 온 여자 4 19.01.13 44 0 13쪽
26 별에서 온 여자 3 19.01.12 28 0 13쪽
25 별에서 온 여자 2 19.01.10 29 0 16쪽
24 별에서 온 여자 1 19.01.10 45 0 12쪽
23 지하도시 리제라블 6 19.01.09 46 0 10쪽
22 지하도시 리제라블 5 19.01.08 39 0 10쪽
21 지하도시 리제라블 4 19.01.07 47 0 15쪽
20 지하도시 리제라블 3 19.01.07 39 0 13쪽
19 지하도시 리제라블 2 19.01.06 46 0 17쪽
18 지하도시 리제라블 1 19.01.05 46 0 13쪽
17 꿈을 깨다 3 19.01.04 49 0 13쪽
16 꿈을 깨다 2 19.01.04 41 0 18쪽
15 꿈을 깨다 1 18.12.31 47 0 13쪽
14 예정된 여정의 시작 4 18.12.29 47 0 14쪽
13 예정된 여정의 시작 3 18.12.28 43 0 19쪽
12 예정된 여정의 시작 2 18.12.27 56 0 12쪽
11 예정된 여정의 시작 1 18.12.25 52 0 13쪽
10 소멸과 탄생 4 18.12.24 60 0 14쪽
9 소멸과 탄생 3 18.12.23 61 0 13쪽
8 소멸과 탄생 2 18.12.20 56 0 13쪽
7 소멸과 탄생 1 18.12.17 64 0 14쪽
6 꿈을 꾸다 6 18.12.16 73 0 14쪽
5 꿈을 꾸다 5 18.12.15 87 0 13쪽
4 꿈을 꾸다 4 18.12.14 87 0 14쪽
3 꿈을 꾸다 3 18.12.13 123 0 16쪽
2 꿈을 꾸다 2 18.12.13 186 1 20쪽
1 꿈을 꾸다 1 18.12.12 44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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