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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포칼립스 : 지금 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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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진)
작품등록일 :
2018.12.13 14:36
최근연재일 :
2019.01.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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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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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입 (1)

DUMMY

현대 사회에서 괴수가 웬 말이냐, 가 상식으로 통용되는 건 어디까지나 전략방위부(Strategic Defense Organization)가 있기 때문이었다. 통칭 SDO. 대 괴수전을 상정하여 설립된 기관은 놈들의 존재를 대중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철저히 감춰왔다.


물론 만사에 완벽을 기한다는 거지, 때론 피치 못할 일도 있었다. 그 부산물이 바로 나 같은 요원들이고. 아무튼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SDO의 신설은 괴수의 출현으로부터 촉발된 것이었다.


때는 세계 2차 대전 말미. 괴수의 존재를 인지한 군부에서 대책을 강구하고자 발족한 게 원류로, 점차적으로 지금의 전략방위부의 모습을 갖춰갔다고 한다. 뿌리를 따라 체제는 군을 답습했지만 계급의 의미는 조금 달랐다.


우리에게 계급이란 포지션이었다. 이른바 역할이란 거다. 게임에서 힐러, 탱커, 딜러 따위로 나뉘는 것처럼 우리도 사냥의 효율을 위해 계급별 특화 직무를 부여했다.


우선 부사관급(하사, 중사, 상사)은 주로 수색를 맡는다. 설명하자면 적이 출현하는 위상공간僞狀空間에 제일 먼저 투입되어 괴수를 탐지하고 민간인을 구출하는 임무다. 의무 요원도 여기에 편제되어 활동한다.


다음으로 위관급(소위, 중위, 대위)은 전투를 담당한다. 경계조가 괴수를 식별하면 그 정보를 전달받아 실질적인 교전을 감행한다. 직접적인 충돌이 전제라, 사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직별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군기가 제일 빡쌔고 규율도 엄격하지만, 거기다 사람까지 없는 형편이었다.


우스갯소리로 복도에서도 다이아 계급만은 피하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신경이 곤두 서 있기 때문이다. 한창 격무에 치이느라 착한 성격도 다 베려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론 영관급(소령, 중령, 대령)은 지원을··· 옘병. 그냥 하는 거 없는 새끼들이다. 비상시 투입되어 작전을 수행한다지만, 사실상 거의 나서는 일이 없다. 대신에 위관급에서 짬밥 좀 먹은 사람들만 달 수 있는 계급장이라 실력 하나는 끝내준다. 불만이 존나 많아도 다들 찍 소리 못하는 게 다 이런 연유에서다.


뭐, 이렇게 보면 나름 재밌어 보이겠지만 아쉽게도 이건 현실이란 말이다. 게임처럼 딸피였다가 풀피로 차는 기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싸우다가 팔 날아가면 외팔이 되는 거고, 다리 날아가면 은퇴하는 거지 뭐. 모가지 댕강하면 요단강 가서 찾아보시던가.


매 작전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 업계 특성상 돈도 안 벌리고 몸만 축내는데, 복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팠다. 연금이 있어, 퇴직금이 있어. 그렇다고 경력을 쳐주는 것도 아니니 깡그리 시간만 날려먹는 셈이다.


나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목 매달아 버리는 건데. 지금은 한 게 아까워서 못하지만, 모쪼록 그런 의미에서···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요, 요, 요... 쟤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거 같은데. 얼탱이가 없어 화가 나지도 않았다. 간만에 신입이라 길래 구경 왔건만, 완전 폐급이잖아. 도대체 이런 애를 왜 끌어다 쓰겠다는 거야. 아무리 인력난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지. 부사관 급이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면서.


괜히 오지랖 부리는 건 아닐까 싶다가도 빨갛게 물든 교복을 보면 또 망설여졌다. 나도 딱 저만할 때 끌려왔었지. 경험자로써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고민하던 중에 마침 호출이 왔다. 가서 물어나 봐야겠다.


엘리베이터에 타니 두런두런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친한 사람이 없어서 남 얘기를 엿듣지 않으면 지부 돌아가는 사정을 모른단 말이지.


“야 그거 들었어?”

“수색조 4팀장 영창간대!”

“헐? 뭐 때문에?”


그러게 뭐 때문인데... 끝까지 말해주고 가지. 감질맛 나게 하고 있어. 지부장실은 맨 위에 있어 꼭대기 층에 도착한 건 나 하나뿐이었다. 대충 노크 두 번하고 들어가니,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가 눈에 밟혔다.


설마 거들어달라고 하진 않겠지.


“저 왔습니다.”

“그래, 이거 좀 봐봐.”


뭔가 싶어서 보니 프로필이었다. 유다희··· 처음 보는 이름인데. 손가락은 궁서체로 기입된 퍼센테이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20%...? 커트라인에 간신히 걸쳤지만 그래도 사관임을 입증하는 최소 수치였다.


그 말인 즉! 나는 가져왔던 용건을 까맣게 잊고 지부장을 찬양했다.


“드디어 타지부에서 사람 끌어온 겁니까! 무능력한 줄 알았는데 다시 봤습니다! 지부장님.”


동시에 지부장의 눈이 엷게 째졌다. 아차, 한창 잠을 못 잤더니 대뇌 필터링이 맛가버렸나 보다. 당장 저 서류철로 후려쳐도 할 말이 없겠군. 다행히 책하진 않는 모양이지만 왠지 그게 더 불안했다. 저 사람 성격에 이 정도에 그칠 리가 없는데.


“제대로 보라고. 이거 신입 꺼야.”


그럼 그렇지. 곱게 넘어갈 리가 있나. 그런데 신입이라, 무슨 꿍꿍이지. 속아 넘어가기에는 너무 조악한 트릭이잖아. 설마 짬질하시는 건가? 꺼림칙했지만 일단 장단이야 맞췄다.


“신입이 20%요? 세상에 대단한 인재 아닙니까.”


굽실거림을 강요하는 상사의 권위가 탐난다. 아무리 노잼이어도 맞장구 쳐줘야 하니까. 나는 언제쯤 돼야 저렇게 굴 수 있으려나. 나름 계급은 높은데 물 찼다고 대우도 안 해 주던데.


“장난치지 말고, 새꺄!”


영혼 없는 제스처에 대번 역정이 날아왔다. 아니, 젠장 얼마나 더 비위를 맞춰야 하는 겁니까! 라는 짜증은 곱게 넣어두고 나는 공손히 되물었다. 권력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내가 밉다...


큼큼, 목을 풀고 한껏 목소리를 깔았다.


“착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재검만 몇 번째 인지. 팔이 걸레짝이 돼서 찌를 데도 없겠더라.”

“장비 이상은 체크해 보셨습니까?”

“안 해봤을 거 같냐. 중간에 다른 요원들 데려다 시험해봤는데 문제없었어.”


그러니까 미칠 노릇이지, 하며 지부장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였다. 그나저나 결정사항이면 왜 부른 거야, 툴툴대면서도 한편으론 의아해 마지않았다.


20%? 저걸 저걸 믿으라고?


“그렇다 치면 그 신입은 뭡니까.”


잠깐 본 거지만 분명 멀쩡했었다. 그걸 근거로 나는 나지막이 토를 달았다.


이는 교범에도 명시되어 있었다. 인명을 구출함에 있어 선별적인 구명 활동을 하라는 의무사항이었다. 여기서 선별이란 수치를 산출하여 구분하는 것을 뜻했다. 마지노선은 10%내외. 그 이상은 숨이 붙어있어도 즉결처분이었다. 사실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그 시점에선 ‘사람’이라 할 수도 없겠지만.


퍼뜩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그 영창이···”

“눈치 깠으면 입 닫고 있어. 소문나면 곤란하니까.”


그럼 그걸 저한테 왜 말씀하시는 의도가 뭐죠. 같이 죽자는 겁니까.


나는 원망의 눈초리를 흘겼다. 맨날 사람 없다고 찡찡대긴 했어도 이렇게 되갚는 건 너무하시잖습니까!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애초에 법규 위반은 둘째 치더라도 신입이 저 수치를 떠안고 있다는 자체가 문제였다. 난다 긴다 하는 부사관들도 감당 못하는 마의 구간인데 어디서 굴러들어온 돌이 그걸 뚫고 있어. 듣도 보도 못한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지부장 신분이 높다 한들, 내가 봐도 그 선에선 건드릴 수 없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그걸 독단으로 처리한다?


다년간의 눈칫밥을 먹은 센서가 바삐 경보를 울려댔다. 엮어서 좋을 게 하나 없다는 신호, 자극받은 생존본능이 곧 꾀를 내었다.


“상부에 보고는 하셨습니까?”


피할 수 없다면 맞서라. 그건 하수나 하는 짓이었다. 어떻게든 전가시키는 게 최상의 수. 어차피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았다. 이럴 땐 무조건 높은 사람을 끼고 들어가야지. 발각되더라도 업무상 위력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보험으로.


속 보이는 의도에 지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야, 너는 쟤가 불쌍하지도 않냐?”

“그럼 저는 안 불쌍합니까?”


따지고 보면 이렇게 뼈 빠지게 구르는 게 누구 탓인데. 나는 어깨의 계급장을 보란 듯이 툭툭 쳤다.


통상적으로 요원이 사관 계급장을 달 수 있는 건 실전 투입 후 약 2년 후였다. 최소한 730일의 검증을 거쳐야만 어느 정도 밥값을 한다고 판단되기 때문이었다. 아차 하는 실수로 팀원을 전멸시킬 수 있는 보직이라, 선발에는 매우 깐깐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하는데.


그걸 깨버린 장본인이 지부장이었다. 막 임관한 요원을 불과 반 년 만에 사관으로 발탁한 파격적인 선발. 덕분에 당사자인 나는 계급은 계급대로 대우 못 받고 구르기는 존나게 구르는 중이었다.


“제 앞가림하기도 벅찹니다.”


이러니까 나만 나쁜 놈 된 것 같잖아. 억울해. 난 팔 부러진 거 때문에 병가라도 주는 줄 알았는데.


“누가 책임 지랬냐, 수가 날 때까지 잠깐만 맡아달라고.”


그러니까, 본부에 보내면 무슨 꼴을 볼지 몰라서 일단 데리고 있겠다는 거, 맞나. 부디 내가 잘못 해석했길 빈다. 말이 그렇지 뭔 일이 생겼다하면 다 내 탓이 되는 거잖아. 기한을 밝히지 않는 건 자기도 몰라서고.


자고로 고생은 사서 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다. 소자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르나이다.


“싫습니다.”

“어쭈, 다 들어 놓고?”

“헌병한테 불어버릴 겁니다.”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뒷말이 발목을 잡았다.


“깨먹은 장비, 불문에 부쳐줄게.”

“···.”


상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셨군요. 기업인을 하셨으면 성공했겠습니다.


흔들리는 속내를 읽은 지부장이 스산한 웃음을 흘렸다. 나는 제자리 걸음중인 통장 잔고를 떠올렸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돈에 쪼들릴 일도 없었는데.


아니, 임무 중에 무기가 깨질 수도 있지 했지만 그게 또 아니었다. 빗대서 군인이 전쟁하다 탱크 깨먹으면 사비로 물어내는 게 말이 돼냐? 그런데 여기선 말이 됐다.


원칙상 모든 무구는 SDO의 재산이라, 파손되면 사용자의 책임을 물어 개인이 변제해야 한단다. 뭐 같아도 총칼로 지켜온 규정이라 반박 시 사살이었다. 살벌한 새끼들. 여기가 공산당이냐!


그래, 까짓것 들키기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설마 들켜도 죽이기까지야 하겠어. 제일 인재풀이 적다는 사관인데.


“할래?”

“예, 예! 하겠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마지못해 승낙하며 짐 하나를 덜은 셈 쳤다. 돈도 돈이지만 그러게 양심이란 게 뭔지 사람을 찜찜하게 만들어. 늘 저지르고 후회하는 내 나쁜 버릇도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하필이면 프로필에 기입된 나이가 내 동생이랑 같을 게 뭐람. 헌데, 아무것도 모르는 애를 어떻게 해야 되냐.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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