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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포칼립스 : 지금 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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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진)
작품등록일 :
2018.12.13 14:36
최근연재일 :
2019.01.30 19:4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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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07
추천수 :
576
글자수 :
102,833

작성
18.12.1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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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 신입 (3)

DUMMY

“얼른 밥 먹으러 가요!”


열리려던 문을 다급히 몸으로 막아섰다. 왜 이렇게 빨리 갈아입니, 재촉했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러워졌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마주했다.


“서 중위님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봅니다. 얼굴 보기가 힘듭니다.”


그야 당연하지요, 댁이랑 엮여서 좋은 일이 있어야 말이죠. 괜히 책잡힐까 피해 다녔는데 여기서 마주칠 줄은 몰랐습니다. 쌩깔 수도 없어 마지못해 악수를 청했다. 오늘따라 그녀 팔뚝에 걸린 완장이 유독 빛나는군. 망할 MP새끼.


어쩐지 복도에 사람이 없다했더니 다 도망갔구나. 말이라도 좀 해주지 그랬냐, 배신자들아.


“요즘엔 별 일 없으셨습니까? 아, 팔을 다치셨군요.”

“살짝 금 간 겁니다.”


왜 이리 살갑게 군데?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이지은 중위의 의중을 살폈다. 순찰하는 중인가, 아마 그럴 거다. 남들은 현장에서 굴러도 헌병 새끼들은 지부를 쏘다니는 게 일이니까. 안 그래도 얄미운데 얼른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기수 충원까지 못해도 두 달은 걸릴 거라던데 고생 많겠습니다.”


그런데 사람을 앞에 두고 왜 다른 데를 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댁이랑 쟤랑 마주치는 건 기획 의도가 아니란 말입니다.


“별 말씀을, 불철주야 지부의 질서를 수호하시는 분께서도 공사가 다망하시잖습니까.”


훈훈한 덕담이 오갔건만 나는 왜 추운 거죠.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눈빛이 얌전히 실토하라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눈을 깔고 말았다. 그렇게 째려본다고 바른대로 고할 것 같습니까! 저는 그렇게 무르지 않습니다!


“오늘따라 더 예쁘신···”

“장난치지 말고 비켜 봐요!”

“···.


적당히 상대하다 보내려 했건만 다희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지부장 입단속 단단히 했다면서요, 왜 때문에 저 새끼 입은 안 틀어막은 거죠. 착잡함에 나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건 자까의 농간이 틀림없어. 밖에선 안의 말소리가 들리는데, 안에서 밖의 말을 못 듣는다는 게 말이 돼? 근데 말이 되긴 했다. 요원의 신체는 일반인을 아득히 상회하니까, 남들이 못 듣는 소리도 들을 수 있긴 하지··· 젠장.


“비키라는 데, 안 비키실 겁니까?”


냄새를 맡은 이지은 중위가 미소를 머금었다. 몹시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군.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머리를 굴려보기도 전에 귀를 때리는 소음이 먼저였다.


“빨리 열어요!”


콰콰코카카콰코강.


보이시죠, 이 포악한 발길질. 건드려서 좋을 거 없으니 가던 길 마저 가시지 말입니다. 에둘러 말했건만 당연히 물러설 거 같진 않았다. 하기야 나 같아도 이렇게 지랄발광대는 걸 두고 어떻게 가겠어. 이지은 중위는 거기다 한 술 더 떴다.


“첩보가 들어와서요, 확인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불상사는 사전에 예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총을 꺼내 들길래 나는 다급히 앞을 막아섰다. 이래서 내가 연류 되길 꺼려했던 건데. 융통성이라곤 쥐뿔만큼도 없는 것들이랑 붙어야 하잖아.


“지금 막아서시는 겁니까?”


왜 그러냐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은 무슨. 나는 식은땀만 삐질 흘려댔다. 그녀는 SDO를 떠받드는 헌병이었다. 군율을 지엄하게 유지할 수만 있다면 피도 불사하는 족속인데, 뒷감당을 어찌 하지?


“특이한 경우라 보고가 지연되었을 뿐입니다. 감염의 통제는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일단 되는 대로 지껄여봤다. 씨알은 먹히려나. 물론 헛된 기대였다.


“서 중위님. 자꾸 이러시면 공무집행방해로 과실보고 올립니다?”


치사하게 나오네. 나란 남자, 약점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 기구한 신세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나름 선량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전생의 업보가 너무 큰 건가. 그나마 다행인 건 다희가 좀 잠잠해졌다는 거다.


녀석 적어도 낌새는 알아차렸구나, 너무 늦은 게 탈이지만. 그래도 내가 어떻게든 수를 볼 테니까 그러고 있어봐, 하려던 찰나.


쾅-!


“으얽!”


폭음이 터지면서 경첩 채로 철문이 뜯겨져 나왔다. 나는 볼썽사나운 비명과 함께 그대로 깔려 넘어졌다. 치운다면 치울 순 있었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다 꺼져줬으면 좋겠다.


“어? 문이···”

“너 뭐야! 손들어!”

“헉, 손들었어요! 쏘지 마세요! 들었어요!”


다희가 화들짝 놀라 손을 높게 추켜들었다. 왜. 있어야 할 나는 없고 총이 있어서 그런 거냐, 아니면 문짝이 떨어져 나가서 그런 거냐. 그래도 너는 선택지라도 있어서 좋겠다. 나는 빡치는 것밖에 못하는데.


그렇다고 마냥 두고 볼 수도 없어서 비적비적 철문 밑에서 기어 나왔다.


“총 내리시죠. 통제 가능한 요원 맞지 않습니까.”

“아, 예에.”


이번엔 이지은 중위가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시기가 일렀을 뿐이지 머잖아 맞닥뜨릴 거라 예상했었으니까, 이참에 매듭을 짓자.


다희는 내 옆에 찰싹 붙어서 눈짓으로 물어댔다. 이 사람은 누구에요? 넌 좀 빠져봐, 여기가 중요하다고. 나는 이쯤에서 미리 짜두었던 구실을 꺼내들었다. 목숨을 건 베팅인데 먹혀야 본전이라니, 참 손해 보는 장사다.


“예비대원 삼아 레드캠프에서 빼온 애입니다.”


원칙대로라면 다희는 즉각 사살되었어야 함이 옳았다. 그럼에도 목숨을 붙여둔 건, 그놈의 어쭙잖은 연민 때문이었다. 허나 헌병에겐 용납될 수 없는 여지라 우리는 꾀를 내야 했다.


20%의 감염치를 타당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레드캠프. 그곳은 복무에 부적합한 인원들을 모아둔 일종의 재활센터였다. 장애를 비롯하여 PTSD, 부적응, 자살 고위험군 같은 결격 사항이 있는 요원들은 이곳을 거쳐 현장에 재투입되곤 했다. 말이야 곱지, 어떻게든 굴려먹겠다는 집념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꼭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요원이 1선에서 물러나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했으니까. 요양원 취급에다 감시도 느슨해서 녀석의 신분을 세탁하는 데에는 최적이었다.


자 보세요, 여러분. 신입이 전입자가 되는 마술, 감쪽같지 않습니까. 제발 그렇다고 해줘요.


“함부로 대하면 자살할 수도 있으니까 취급주의 부탁드립니다.”


나는 태연하게 농담을 늘어놓으며 곁눈질로 다희를 살폈다. 어느새 녀석의 눈동자엔 선명한 금빛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도 양쪽 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새끼지? 아깐 그렇게 해도 안 되더니 뜬금없이 터뜨리고 있어.


“···. 모쪼록 만약의 사태가 없도록 신경써주길 바랍니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댔지만 기실 그녀의 첩보는 [시동] 앞에선 무의미 했다. 저게 그리 쉬운 상태 변환이 아니거든. 나는 득의양양한 패를 등에 업은 셈이었다. 완벽한 ‘가라’는 진짜라는 오랜 격언이 있지 않은가. 말마따나 이지은 중위도 더는 뭐라 못하고 돌아섰다.


사실 나도 직접 보고 있다지만 좀체 믿기지 않았다. 신입 주제에 감염치가 20%가 넘는데다가 감염 당일부터 제어를 넘어서 시동까지 터득했다니. 소위 말하는 재능충도 이렇겐 못할 거다. 거짓말이 오히려 사실 같다는 게 아니러니 할 뿐이지.


그나저나 헌병도 갔는데 허리에 감은 손, 힘 좀 풀면 안 될까. 슬슬 숨이 막히는데, 애초에 본인이 [시동] 상태라는 자각은 있는 거니. 갈비 다 나가기 전에 나는 다희의 이마를 쥐어박았다. 너 때문에 못 살아 내가.


“어떻게 된 애가 그새를 못 참고 사고를 치냐.”

“그치만···.”

“그치만이고 나발이고.”

“저, 폐소공포증 있거든요. 갇혀있는 거 같으면 불안해져서···”


진짜 가지가지 한다. 그렇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애를 뭐라 할 수도 없어서 일단 바닥에 떨어진 펜던트를 손에 쥐어줬다. 그제야 녀석의 눈동자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과정이야 어떻던 좋게 풀리긴 했는데, 이제 어쩐담. 문짝은 박살났고 얘는 요지경인데.


“너 다리는 괜찮아?”


마력을 운용해 [시동]상태가 되었다 한들 신체의 내구도까지 비약적으로 올려주진 않았다. 나는 그 점을 운운했건만 다희가 퍼뜩 생각났다는 듯 조잘댔다.


“부실공사 아니에요? 한번 세게 차니까 떨어져 나가던데.”

“···.”


이쯤 되면 무서울 지경이다. 어쩌면 얘는 내 상상을 한참 웃도는 새끼가 아닐까.


“다희야! 괜찮아?”

“언니!”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니 숨어있던 배신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엔 다희와 안면이 있던 요원도 있었다. 수색 4팀, 사건의 원흉들이다. 맘 같아선 멱살 잡고 죄 털어버리고 싶은데 그래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


그리고, 달리 얘를 맡길 데도 없었다. 니들도 공범이잖아, 짐 좀 덜어가라.


겨우 다희를 떼어내니 집합 시간은 이미 지나버린 후였다. 겸연쩍게 브리핑 룸에 들어가자마자 조장한테 호되게 혼났다. 짬도 안 되는 새끼가 벌써부터 빠졌다고··· 방금 똥치우고 왔는데 알아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네. 흐윽, 억울해


“장비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형으로 준비해주세요.”


수색팀은 벌써 출발했다고 한다. 나도 서둘러 무장을 마쳤다. 이것저것 챙겨 총량 15kg 안팎이긴 해도 체감 무게는 또 달랐다. 배낭까지 짊어지는 수색팀은 배부른 소리라며 방방 뛰겠지만, 적어도 그쪽은 사람이라도 많잖아.


여러 임무를 병행하는 수색팀은 12인 체제로 운영되는 반면 전투조는 고작 3명으로 돌아갔다. 다발로 몰려봤자 접전 시에 동선만 꼬인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면 교대로 뛰면 될 것을, 뻔히 보이는 수작질이었다. 사람이 없는 걸 그렇게 포장하는 것도 재주라고, SDO 개색기들아.


“얼른얼른 끝내고 쉬자. 아 시발, X 같네.”


여느 때처럼 조장의 목소리엔 맥아리가 없었다. 있던 의욕마저 사그라지게 하는 훈시지만 같잖은 사명감을 들먹이는 것보다야 나았다. 그런 건 약발이 떨어진 지 오래라서 말이다.


비록 매일 같이 칼춤이나 추는 극한직업이긴 하지만, 웃긴 건 이런 생활에도 적응을 한다는 거다. 저거 봐라, 차량에 탑승하자마자 다 곯아떨어졌잖아. 저걸 보고 누가 목숨 걸고 싸우러 간다고 생각하겠어, 같은 요원도 몰라보겠다.


긴장이라곤 1도 없는 게 베테랑의 여유라면 여유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 그 축에 끼진 못할 거 같다. 나는 덤덤히 차창 밖 풍경을 눈에 담았다.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의 옷차림은 무척 가벼워 보였다. 벌써 여름이 온 건가? 시간 참 빠르다 싶었다. 처음 이곳에 발령 받았을 때도 여름이었는데. 그렇게 치면 조장, 부조장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해먹은 지 벌써 일 년이나 지난 셈이다.


금방 나자빠질 거라던 선배님들 보십쇼. 막내는 댁들보다 정신이 멀쩡하다구요. 그래서 어깨를 툭툭 치며 선임들을 깨웠다.


“다 온 것 같습니다. 일어나십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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