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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포칼립스 : 지금 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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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진)
작품등록일 :
2018.12.13 14:36
최근연재일 :
2019.01.30 19:4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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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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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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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입 (4)

DUMMY

지지지직-


어느덧 라디오에선 사람 목소리 대신 신경을 긁어대는 노이즈만 새어나왔다. 고장 난 것처럼 보이지만 기기는 멀쩡했다. 방송국 신호 대신에 괴수의 경고를 수신했을 뿐이다.


그는 SDO가 도처에서 출몰하는 괴수와 맞설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출현을 예고하듯, 괴수는 등장에 앞서 전파방해라는 형태의 전조를 수반했다. 선전포고를 겸해 세간의 이목을 속이는 데에도 요긴한 핑곗거리였다.


통신보수 업자들로 위장한 서포터가 차량을 작전 구역으로 유도했다. 잠시의 서행 뒤에 차량은 게이트 바로 앞에서 정차했다.


깨진 유리창처럼 허공에 뻥 뚫린 구멍, 게이트는 괴수 서식지 ‘위상공간’으로 연결되는 통로였다. 반대로 놈이 저곳을 지나 세상에 나타날 수도 있었다. 게이트를 파괴하는 게 최상의 수지만, 아쉽게도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직접 그곳에서 괴수를 처치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현 시각 21:37. 전투조 던전으로 진입한다.”


위상공간은 게임 상의 ‘던전’ 컨텐츠와 매우 유사했다. 안전구역이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이라면 위상공간은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사냥터였으니까. 혼용하긴 해도 조장은 꼭 던전이란 말을 고집했다. 단순히 게임을 좋아해서다.


나는 선임을 따라 펜던트를 벗어 서포터에게 건넸다. 게이트란 본디 괴수의 영향으로 파생된 경계. 이편과 저편을 잇는 미묘한 지점을 거쳐 가려면 우리도 저들과 같아야 했다. 오직 [시동]만이 그걸 가능케 한다.


“던전 진입 완료. 각 조원 상태보고.”

“최지민 대위 이상 무.”

“서건 중위 이상 무.”

“확인, 현 시각부로 작전을 개시한다.”


경계를 지났어도 크게 체감할만한 변화는 없었다. 거울에 투영된 것처럼, 위상공간이 현실을 쏙 빼닮았기 때문이었다. 건물부터 표지판, 심지어 우리가 타고 왔던 차량까지 모든 게 제 자리에 있었다. 단, 하늘에 박힌 적색 만월만 빼고. 익숙해질 법도 됐는데 피칠갑한 달은 언제 봐도 섬뜩할 따름이다.


[수색팀, 여기는 전투조. 응답바람.]


작전은 선발대로 투입된 수색팀과의 합류를 우선했다. 그렇지만 고질적인 전파장애가 걸림돌이었다. 상호간의 교신은 1km 내에서 유효한 반면 던전은 매우 광활한 편이었으니까. 그래서 챙겨온 게 신호탄이다.


별안간 붉은 달 아래 백색의 구가 빛을 발했다. 증원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 아주 먼 거리에도 식별할 수 있는 빛의 세기였다. 그럼에도 수색팀은 반응하지 않았다.


“저 새끼들 자냐?”


귀찮아 질 것 같은 예감에 조장이 불만을 토로했다. 총성이 들리지 않는 걸 보면 교전 중도 아닐 텐데. 괜히 불똥이 튈까 나는 한 발 더 쏘아 올렸다.


“막내야 그런다고 보겠냐. 우지(The Uzi)나 들어. 이래도 안 볼런가 보게.”


이런 경우엔 종심 진입 후의 재접촉을 시도하는 것이 매뉴얼이었다. 하지만 만성피로에 찌든 우리 조장님이 교전수칙을 준수할 리 없었다.


탕-! 탕-!


조장의 권총에서 예광탄이 발사되었다. 커다란 총성과 함께 홍색의 실선이 허공으로 쭉 뻗어나갔다. 이번엔 수색팀이 반응을 했다. 보아하니 동북서 방향, 대략 8km 지점이다.


“이러다 제명에 못살겠습니다.”


나는 레그 홀스터에서 우지를 꺼내들었다. 예광탄은 최후의 순간에서나 사용하는 비장의 수다. 총성은 비단 아군뿐만이 아니라 적의 이목까지 집중시키니 말이다.


그르르르-


순식간에 기괴한 울음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어둠 속에서 시뻘건 눈동자들이 스산하게 깜박여댔다. 제 영역을 침범한 불청객을 격하게 환대해 줄 모양이다. 나는 조정간을 연발로 돌렸다. 이번 작전에서 맞이하는 첫 괴수 웨이브다.


“탄 얼마 안 챙겨왔는데.”


다다다다다다다다-!


작은 몸집이지만 분당 600발을 토해내는 화력이 전방으로 투사되었다. 대개의 괴수는 물리공격에 면역이 없었다. 그들의 카테고리는 ‘마물’. 위상공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체였다.


찰칵-! 다다다다다다다다-! 찰칵-! 다다다다다다다-!


엄청난 연사력 만큼이나 소모되는 탄창도 만만찮았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급탄을 이어가지만 아쉽게도 탄이 별로 없단 말이지. 40발의 증강 탄창 8개나 집어 왔지만 금세 동이 났다.


짤깍-!


공이가 빈 약실을 때렸다. 동시에 조장이 내 뒤통수를 쥐어박았다.


“야 그거밖에 안 챙겨 왔냐?”

“아예 탄을 박스째로 들고 오라 하시죠.”


자기들은 무겁다며 하나도 안 갖고 왔으면서. 나름 조준사격 한다고 잘라 썼지만 마물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다음엔 진짜 탄통 째로 가져온다 내가.


“신속히 이동한다. 곤죽 되기 싫으면 얼른 따라와.”


괴수의 힘을 빌려 쓰는 만큼 신체는 강화된다. 우리는 그 점을 이용해 그냥 달렸다. 줄줄이 마물이 따라붙고 있지만 이건 수색팀이 정리해주겠지. 어느새 부턴가 나도 조장을 닮아가는 거 같아서 슬펐다.


“저 개새끼들이 또!”


싸잡아 욕하지 마시죠, 저라고 좋아서 하겠습니까.


엎드려! 호령이 들려오자마자 나는 잽싸게 바닥에 슬라이딩했다. 속도 탓에 데굴데굴 구르는 중이지만 그도 제법 요령이 붙었다. 나는 가급적 안 아프게 몸을 웅크리곤 머리 위를 지나는 총탄을 감상했다. 우와, 살벌한 거 보소.


두두두두두두-!


7.62×51mm NATO탄을 사용하는 요 녀석에 비하면 우지는 딱총에 불과했다. 맨 땅에 대고 쏴재끼면 모래 위에서도 불을 피워내는 무시무시한 K-12. 아직 육군에 보급되지도 않은 신삥은 SDO가 비밀리에 실전에서 요긴하게 써먹는 중이었다.


기관총 세례가 끝나니 매캐한 화약내가 코를 찔렀다. 나는 주섬주섬 일어서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번듯한 작전 계획이 있어도 우리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 우리와 연계해야 하는 수색팀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겠지? 알아, 내가 봐도 노답인 거.


“돌았습니까! 전투조장!”


이쪽으로 냅다 뛰어온 수색 2팀장이 부들부들댔다. 아 왜, 그럴 수도 있지. 그러게 처음부터 신호탄 봤으면 좀 좋냐. 조장은 시큰둥하게 귀지를 후벼 팠다.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되겠구나, 나는 여느 때처럼 부팀장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젠 대수롭지도 않았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어휴 매번 고생 많으십니다.”

“무슨 말씀을. 그건 제가 할 말이죠.”


이쪽은 훈훈 저쪽은 활활. 서로 고성이 주고받는 건 의례적인 행사였다. 다른 팀은 진즉에 체념했던데 2팀장도 조장 못지않게 대단하다 싶었다.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사실 나도 포기한지 오래거든. 말한다고 들어먹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지.


한때 부조장님께 그런 역할을 기대했던 적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최지민 대위님은 투병중이셨다. ‘업무태만’병이라고 점점 몸의 기력을 갉아먹는 악질적인 병마였다. 속히 쾌차하시지요, 부조장님. 이러다 막내 과로사 하겠습니다.


“현황보고 부탁드립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않는 선임들을 대신해 내가 선발대가 수집한 정보를 전달받았다. 수색팀의 주력 임무가 민간인 구출이라지만 그 외에도 근방을 정찰하는 미션까지 겸임했다. 우리가 요하는 정보는 후자. 그중에서도 카테고리 ‘마수’급의 데이터가 필요했다.


부팀장은 단말기에 사진을 띄웠다. 조도가 낮아 흐릿했지만 얼추 알아볼 순 있었다.


“현재 색적된 마수급 개체는 1마리로 전갈타입입니다. 크기는 6m 내외이며 특이점으론 꼬리가 세 개나 달려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집게발까지 있으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살벌하게 생겼네요. 거기다 갑각류는 딱딱할 텐데.”

“염려마시죠, 분류상으론 거미류입니다.”

“···”


남의 일이라고 막말하네, 증말. 댁들은 방아쇠만 당기면 되니까 맘 편해서 좋겠수다. 우리는 칼 깨먹을까 노심초사 하는데. 저번에 그랬다가 손망실보고서에다 변제금까지 왕창 깨진 걸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렸다. 오늘도 그러면 자살하자. 시발.


“우지 탄 좀 챙겨드립니까? 아까 다 쏘신 것 같던데.”


부팀장이 살갑게 9x19mm Parabellum탄을 꺼내왔다. 이러니 미워할 수도 없었다. 자기들 장비목록에도 없는 걸 챙겨와 줬잖아. 나는 넙죽 받아들었다.


같은 전투원임에도 무장이 판이하게 다른 건 임무의 성격 탓이었다. 수색팀이 마물을 전담한다면 우리는 마수를 사냥했다. 같은 괴수이긴 해도 엄격히 구분하는 이유가 있었다.


마물은 총기로 저지할 수 있지만 한 단계 위, 마수부터는 불가했다. 놈들은 배리어로 명명된 특수한 장막으로 신체를 보호하기 때문이었다. 통상적인 공격으론 그 방패를 넘지 못했다. 그것이 기관총이 되었건, 대전차화기 건 마찬가지였다. 재래식 병기의 화력으론 놈을 처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필요한 거다. 사관 최소 진급요건, 감염률이 20%에 달해야만 장막을 넘어설 수 있었다. 놈의 배리어는 총탄을 튕겨낼지언정 동족까지 막아서진 않았으니까. 앞서 언급했던 동화란, 신체를 괴수와 유사하게 변이시켜 그를 무효화 시키는 방법이었다.


“혹시 민간인 중에 감염자가 있습니까?”


바로 임무를 속행하려다 나는 잠시 멈칫했다. 아무래도 다희 같은 선례가 있으면 영 찜찜하단 말이야. 다희야 타고난 항마력으로 버텼다지만 어디까지나 행운이 따라서다. 적을 처지하고 왔더니 베이스가 폭-파★ 된 결말만은 피하고 싶었다.


“총 8명을 구조했습니다. 검사 결과 모두 비감염자입니다.”

“혹시 모르니 확인해보죠.”


못 믿어서 그러니 직접 보겠습니다, 라는 말이었다. 기분 나빠할 법도 한데 부팀장은 선선히 안내를 해줬다. 죄인 마냥 머리를 떨군 사람들 앞에서 나는 무릎을 굽혔다.


“고개 들어봐요.”


게이트는 발생과 더불어 주변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었다. 민간인들은 그 주변을 지나가 우연찮게 휘말린 피해자였다. 만약 우리가 신속히 구조하지 못했다면 괴수의 밥이 되고 말았겠지. 혹은 놈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아 감염자가 된다던가. 그럴 바엔 차라리 죽는 편이 나았다.


나도 그렇고, 여기에 있는 요원들은 모두 그런 케이스였으니까.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아무래도 요즘 신경이 날카로워져서요.”

“이해합니다. 몸 성히 다녀오십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금방 오겠습니다.”


여덟 쌍의 눈동자는 모두 검은색이었다. 감염의 징후는 없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이젠 마수를 사냥할 차례다.


작가의말

원래는 이틀에 한편 꼴로 올리려고 했는데 늦어버렸네요. 제성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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