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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포칼립스 : 지금 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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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진)
작품등록일 :
2018.12.13 14:36
최근연재일 :
2019.01.30 19:4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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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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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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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개인적으로 여름은 애증의 계절이 아닐까 싶다. 덥지, 습하지 벌레도 많지. 에어컨이라도 잘 돌아갔으면 뭐라 안하는데, SDO가 하필 공기업의 탈을 써서 문제였다. 그러게 평범하게 좃소로 갔으면 좀 좋아? 정부권장온도 지키다 쪄죽겠다.


“숨 좀 천천히 쉬시죠. 덥습니다.”

“제가 쉬면 얼마나 쉰다고 그러십니까. 너무하십니다, 정말. 장군이나 받으시죠.”


괜스레 2부팀장을 걸고넘어지니, 그녀가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근데 방금 둔 수는 장난이 아닌뎁쇼. 내가 왜 이걸 못 봤지.


“아, 한 수 물러주면 안됩니까.”

“아마추어같이 왜 그러십니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입니다.”


이런 야박한 사람 같으니라고. 결국 판세를 뒤집지 못하고 또 져버렸다. 이걸로 담배 네 갑째인가. 이번 주에만 한 보루 털린 것 같은데. 상급자 체면을 생각해서 다음엔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는 투덜대며 주섬주섬 장기판을 세팅했다.


“저번에 딴 것도 아직 다 못 폈지 말입니다. 이러다 폐암 걸려 죽겠습니다.”

“어허, 따놓고 배 째기 있습니까.”


이렇게 장기를 두고 있는 건 단순한 시간 때우기였다. 마수를 처치했다지만 놈들의 위협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었으니까. 언제 다른 괴수가 튀나올지 몰라서 놈들이 출몰하지 않는 일출 전까진 대기해야 했다. 그나마 여름밤이 짧은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지금 밥 하십니까. 겁나 뜸들이시는 거 아시죠?”

“재촉하지 마십쇼.”


또 다시 밀리는 형국에 나는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더워서 집중이 1도 안됩니다, 해보니 핑계대지 말란다. 사회에 있을 땐 장기만 하다 왔나,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몇 수 더 주고받으니 차랑 포가 날아가 있었다. 에라이, 내가 더러워서 안한다.


슬슬 장기도 질릴 참이라 나는 다른 요원들 따라 TV로 눈을 돌렸다. 2부팀장은 그게 영 못마땅한 모양이다.


“다들 저게 뭐라고 그렇게 본답니까.”


한창 전투대기중인 새벽엔 딱히 볼만한 게 없었다. 그렇다고 뉴스를 틀자니 지루하고 해서 음악프로로 돌려놨던 건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었다. 이른바 팬클럽이다.


“헑헑, 개예쁘다.”

“완전 리즈 갱신하는 거 아닙니까? 세젤예가 저기 있습니다.”


저거 봐라, 아주 티비 속으로 들어가겠네. 이러니 채널을 딴 데로 돌리지도 못했다. 잘못 건드렸다간 원성이 쏟아질 테니. 그래도 아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내가 봐도 예쁘긴 하다. 흠흠, 절로 눈이 즐거워지는군.


“서 중위님도 아이돌 좋아하십니까.”

“뭐, 싫어하진 않습니다.”


정직하게 말했을 뿐인데, 왜 그렇게 한심하다는 듯이 보는지 모르겠군요. 예쁜 사람 좋아하는 게 죄입니까, 댁도 보이그룹 잘만 봤으면서! 헌데 음악프로에선 계속 걸그룹만 나오고 있었다. 요즘은 걸그룹이 대세인가보다. 이에 2부팀장이 아니꼽다는 투로 샐쭉댔다.


“아예 위문공연 와 달라 하시죠.”

“그즈음이면 세상 말세 아닙니까.”


실없는 농담이었다. 우리가 노출됐단 건 괴수에 대한 통제를 잃었다는 말이니까. 그나저나 이렇게 마냥 시간 죽일 바에야 던전에 눌러있는 건데. 거기가 평균온도 3~9도쯤 오르내리니 잠깐 피서론 나쁘진 않았다. 위험해서 그렇지.


그래도 비좁은 브리핑 룸에서 부대끼는 것보다야 괜찮은 선택지 같다. 진심 쪄죽겠어. 가뜩이나 더운데 전투복도 긴팔이라서 더 힘들었다. 전에 하복 만들어 달라니까 대답이랍시고 하는 말이 ‘팔을 걷어서’ 입으란다. 그런다고 동복이 하복이 되겠냐. 재질부터가 다르잖아!


나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냈다. 정작 타임어택 원흉인 조장님은 게임 한다며 가버리질 않나, 부조장님도 없던 꾀병을 부려 사라지질 않나. 시원한 데로 튄 거 누가 모를 줄 아냐고. 여러모로 피 보는 건 나랑 수색팀이다.


아몰랑. 괴수나 나와 버려라. 음악프로도 끝물이라 나는 못 다한 숙제나 할 겸 서류를 꺼내들었다. 호기심이 동한 부팀장이 고개를 드밀었다.


“서 중위님 그게 뭡니까?”

“물품소요신청서입니다. 우지가 부서져서요.”


부서지다 못해 개박살 났지. 나름 정이 많이들은 녀석인데 그렇게 보내버려서 내가 미안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구리스라도 잔뜩 발라줄 걸. 조장님 때문에 고생만 하다 보냈잖아.


사실 사관 무장에는 총기가 포함되진 않았다. 조장님이 워낙 지랄 맞아서 하는 수 없이 챙겼던 거지. 그런 면에서 우지는 맘에 쏙 들긴 해도 따로 주문해야 하는 점이 아쉬웠다. 화력이 약해 제식 화기에서 탈락한 탓이다.


내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는 게 아깝지만 목숨까지 절약할 순 없는 노릇이지.


그보다도 돈만 주면 총을 배달해준다는 게 신기했다. 나중엔 RPG(대전차화기)도 구해다 주는 거 아니야? 총기청정국이라던 대한민국도 갈 때까지 갔구만. 하기야 매일 천여 발 이상 탄을 소모하는데 세삼 놀라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그런데 부팀장. 은근슬쩍 제 옆으로 오셨네요. 왜 이렇게 붙는 거죠, 땀납니다. 슬쩍 눈총을 주자 부팀장이 배시시 웃었다. 예쁘긴 하지만 얼굴보단 풀어 헤친 옷깃에 더 눈이 갔다. 들켰다간 곱게 끝나진 않겠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부팀장이 콕콕 옆구리를 찔러댔다.


“서 중위님.”

“왜요.”

“여기 많이 덥지 않습니까.”


대체 뭐 길래 그러시죠. 평소보다도 사근사근한 게 뒤가 구렸다. 미심쩍게 쳐다보니까 그녀가 새초롬하게 시선을 받아쳤다. 떽, 상관에게 이렇게 무례해도 되는 겁니까.


“그런 의미에서 내기 어떠십니까.”

“방금 담배 다 털어 가신 분이 그러십니다. 그러다 일찍 죽어요.”

“이잉, 그거 말구 말입니다.”


어디서 수작질입니까. 딱 잘라 내려다가도 선뜻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나도 무르구나 싶은 게, 남한테 싫은 소리하기가 그렇게 힘들다. 특히 한솥밥 먹는 동료들한텐 더. 전에 있던 선임은 천성이 호구라서 그렇다던데 아니,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해야 한답니까. 갑자기 억울해지네.


“저거 제빙기말입니다.”


부팀장의 손가락이 tv를 가리켰다. 뭔가 싶어서 보니 한창 홈쇼핑이 나오는 중이었다. 수색대원들도 침을 흘리며 집중하는데 쇼호스트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다. 나까지 갖고 싶어지잖아. 요렇게 더운데 얼음 하나 입안에 물고 있으면 진짜 행복하게찌···


“히힛, 어떻습니까.”


퍼뜩 정신을 차렸다. 때마침 TV에선 가격이 담긴 자막이 흘러나왔다. 299,000. 무이자 6개월. 말이 이십만 원 대지, 천 원만 더하면 무려 삼십 만원이나 되는 고가다. 시시껄렁한 내기치곤 스케일이 너무 크다. 물론 있으면 좋긴 한데.


“혹시, 쫄리시는 겁니까?”


어허, 뭔가 착각하시나본데. 같잖게 자존심을 긁어 자극해볼 심산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저 그렇게 만만한 남자 아니거든요. 반응이 시원찮으니 부팀장이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가슴 본 거 다 말할 겁니다.’


아니 이 싸람이. 알아서 눈이 움직인 걸 나보고 어쩌라고. 이건 불가항력이었어, 빼애액! 이라고 해봤자 헌병은 들어주지도 않겠지.


성군기 위반은 징계 수위 최고위급인데, 영창 유경험자로써 다시 가긴 실단 말입니다. 제발 선처를··· 바들바들 손을 떨자, 2부팀장이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얘들아! 서 중위님이랑 제빙기 걸고 한판 하기로 했어!”

“오오!”


나는 하겠다고 말도 안 꺼냈는데 제멋대로···! 부팀장의 외침에 시체처럼 늘어져있던 수색팀원의 눈엔 총기가 깃들었다. 이쪽으로 기어오는 게 왜 이렇게 무섭지.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냐며 묻는데, 아니 왜 뽑지도 않은 칼을 운운하는 겁니까.


어느덧 주변엔 구경꾼이 몰려 장기판은 알아서 마련되었다. 인간 장기한대도 좋다고 헤헤거릴 기세다. 이쯤이면 안한다고 물리기엔 체면이 안 섰다. 하, 남자는 자존심 때문에 일을 그르친다더니 진짜였네. 반쯤 체념해서 부팀장을 노려봤다. 할 테니까 제발 그것만은 봐주세요.


“첫 수는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그거 참 고맙네요. 그리고 같은 수색팀이라고 훈수두기 없습니다.”


단단히 못을 박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아오, 금방 나가 떨어졌다. 이래서 안하겠다고 버텼던 건데. 승자가 된 부팀장은 헹가래를 받고 나는 제빙기가 추가된 소요서를 받아들었다. 이것 참 온도차가 극과 극이군.


덕분에 지갑이 한결 가벼워 진 것 같습니다. 무거울 까봐 돈을 덜어가 주시는 배려에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흐르는 땀을 얼른 물티슈로 훔쳤다.


“다음에 제가 밥 살게요!”


마침 해도 떴겠다 도의상 부팀장이 다음에 밥을 사겠다고 했다. 겁나 비싼 거 먹을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몇 끼 굶고 가면 본전치기는 하겠지.


보고도 하고 서류도 제출해야 돼서 나는 일행에서 떨어져 지부장실을 찾았다. 여전히 서류 더미에 파묻혀 사십니다. 우리가 하는 거라곤 쌈박질뿐인데 왜 그리 종이더미가 많은 지 1도 모르겠군요.


나는 슬쩍 그 위에 소요서를 올려뒀다. 그리고 형식적인 전투경과를 보고하는데 지부장도 듣는 둥 마는 둥 펜대만 굴려댔다.


“야 고만하고 다희나 어떤지 말해봐라.”

“관심이 지대하십니다. 저희는 잡힌 고기라고 신경도 안 쓰시는 겁니까.”


괜히 볼이 쀼루퉁해졌다. 목숨 걸고 싸우고 온 사람한테 그게 할 말이야? 그럼에도 권력인 지고한 것이다. 을인 나로선 밉보여서 좋을 게 없었다.


“제 앞가림은 알아서 하려나 봅니다. 곧장 제어까진 무난하던데요.”

“그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좀 더 지켜보고.”

“예, 저도 이만 쉬러 가겠습니다. 고생하십쇼. 필승.”


그 아이가 [시동]까지 터득했단 걸 굳이 언급하진 않았다. 설령 녀석이 필요해질 때가 올 지라도 마찬가지일 거다. 특출난 재능을 만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순리라지만, 아쉽게도 우리 분야는 그 반대라서 말이다.


우리는 강할수록, 보다 괴수를 닮아갈수록 위험한 전장으로 떠밀려진다. 허나 마물, 그 위의 마수, 넘어서 진마(眞魔). 누구 하나 쉬운 적수가 아니었다. 놈들은 사람을 개미만큼이나 쉽게 죽일 수 있는 괴물이었다.


설령 계속된 싸움에서 살아남았다 해도 마기만은 이겨낼 수 없었다. 숙주가 제 지배하에 놓일 때까지 침식은 결단코 멎지 않으니까. 지금은 아닐지라도 언젠간 선택해야 될 날이 올 것이다. 인간으로서 죽느냐, 혹은 괴수가 되어 죽느냐. 어느 쪽이던 결말은 같았다.


SDO를 거대한 톱니바퀴에 빗대자면, 우리는 작은 부속에 불과했다. 고장 나면 새것으로 대체될 뿐이다.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가장 작은 부품이 될 수밖에. 비록 나는 실패했지만 녀석까지 되풀이시킬 순 없었다.


어느덧 하늘 너머로 여명이 밝아 오고 있었다. 길었던 밤도 이제야 끝났구나. 그러나 또 다시 밤이 찾아오겠지. 부디 죽는 사람이 없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쭉 완결까지 스토리 정리하다보니 시간이... ㅜㅜ

여러분들께서 보내주신 댓글과 추천 갑사합니다. 정말 힘이 많이 됩니다.

그리고 ‘책을읽는재미’님 첫 후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돈벌어본 거 처음이네요 하하하하핳 

끝으로 다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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