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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포칼립스 : 지금 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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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진)
작품등록일 :
2018.12.13 14:36
최근연재일 :
2019.01.30 19:4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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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76
추천수 :
577
글자수 :
102,833

작성
18.12.2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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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 배신자들(2)

DUMMY

[인게이지!]


본격적인 2차전의 시작이었다. 녀석이 포효하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왔다. 나는 침착하게 놈의 발톱을 빗겨 쳐냈다. 튕겨나간 마수는 건물외벽을 발판삼아 다시 속도를 붙였다.


카앙-!


이어진 격돌에서 손아귀가 찢어져 피가 배어 나왔다. 기교를 부려봤자 체급이 깡패였다. 이를테면 라이트급과 헤비급의 차이랄까. 얼른 와주세요 조장님. 밸런스 패치가 시급합니다.


“미쳤다, 진짜.”


녀석의 뜀박질 할 때마다 아스팔트가 푹푹 패여 나갔다. 코뿔소만한 덩치에다 뒷발까지 짱짱하게 받쳐주니 탱크가 따로 없었다. 차라리 날아다닐 때가 훨씬 나았던 거 같다. 그냥 공중에서 터뜨려 죽일걸.


녀석은 몇 번을 더 들이박다가 돌연 패턴을 바꿨다. 생각보다 영리한 개체였다. 놈은 내 주위를 빙빙 돌며 연신 혀를 날름거렸다. 거기에 마물까지 합류해 금세 거대한 군집이 형성되었다.


쿠오오오-


놈들은 하울링으로 계속해서 동료를 불러들였다. 수 겹으로 둘러싸인 포위망은 점점 더 두터워지고 있었다. 간간히 덤벼드는 괴수를 베어봤자 틈이 보이질 않았다. 반대로 난잡하게 늘어진 사체에 동선만 좁혀져 간다.


한꺼번에 달려들기만 해도 압사 당하겠네. 허나 수가 없진 않았다.


“늦었습니다. 조장님.”


공중으로 높이 떠올랐던 마물이 그대로 내 앞에 처박혔다. 연달아 마물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언제 봐도 깡다구 뒤진다니까. 걸어오는 태부터가 달랐다. 조장님은 흡사 여포를 보듯 혼자서 포위망을 까부수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빠꾸 없이 살고 싶다. 감탄을 뒤로하며 나는 검에 마력을 한껏 담았다. 이윽고 칼날에서 붉은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다수를 상대할 땐 이만한 게 없었다. 나는 놈들을 향해 칼을 크게 휘둘렀다.


마력을 참격의 형태로 정제한 ‘검기’였다. 붉은 호선이 지나간 자리엔 동강난 괴수 사체만이 즐비했다. 조장님은 그걸 다발로 쏟아내는데, 놈들이 견뎌낼 재간이 있을 리가. 군집이 순식간에 와해되며 지들끼리 얽혀 넘어지고 아주 난리가 났다.


[어휴, 겁나 많네. 도와줄 테니까 얼른 정리해요.]


뒤따라 부조장님의 포격이 퍼부어졌다.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놈들의 숫자는 무의미했다. 폭음이 터질 때마다 한 무더기의 마물들이 통째로 녹아내렸다.


크오오오-!


마수의 포효에도 찢어진 전열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애당초 네가 특출났던 거지, 다른 놈들은 그렇게 똑똑하진 않거든. 근데 슬슬 각 나오지 않았냐? 킬각이라고, 나는 보이는 거 같은데.


한창 마물을 썰다보니 손목이 시큰했다. 못해도 백 마리는 때려잡지 않았을까? 내가 이 정돈데 조장님이나 부조장님은 두말하면 입 아팠다. 덕분에 그 많던 마물도 정리되고, 도로엔 마수만이 뎅그러니 남아있었다. 조장님은 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특대 사이즈 고양이네.”

“저래 보여도 겁나 날쌘 자식입니다. 꼬리 먼저 잘라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나는 슬쩍 언질을 줬다. 짧은 교전이었지만 놈의 움직임을 파악하기엔 충분했다. 마수는 꼬리로 무게중심을 옮겨 방향을 틀었었다.


“그럼 니가 어그로 끌어봐. 내가 뒤에서 따게.”

“가끔은 조장님이 모범을 보여주십쇼.”

“예끼! 내 나이가 몇인데. 젊고 팔팔한 니가 해야지.”


그런 말하는 본인도 30대면서. 댁도 아직 청춘이라고요, 조장님.


그나저나 다시 호러쑈를 찍어야 된다니, 몹시 내키지 않았지만 이내 수긍했다. 조장님이 뒤를 점하든 부조장님이 마력을 끌어올리든 놈은 일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저 새끼, 아까부터 나만 보고 있었다.


하하, 시발새끼. 나랑 원수졌냐?


“길게는 못 끕니다.”


고양이가 꼬리를 높게 짓쳐들었다. 나는 심호흡하며 칼을 반대 손으로 옮겨 잡았다. 그래도 전보단 사정이 나았다. 적어도 혼자는 아니잖아.


카아앙-!


같은 장면임에도 결과는 사뭇 달랐다. 내가 녀석을 힘겹게 흘려내자 곧바로 부조장님의 마법이 마수를 강타했다. 뒤이어 조장님이 창을 녀석의 똥꼬 깊숙이 찔러 넣었다. 앗! 뜻밖의 개통을 당한 괴수가 눈을 부릅떴다.


저건 환희일까, 고통일까. 별로 생각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게 곱게 보내줄 때 가지 그랬어. 그랬으면 이런 꼴은 안 당했을 텐데. 애도를 겸해 내가 녀석의 목을 쳤다.


[수색팀, 여기는 전투조. 상황 종료. 게이트 탐색바람. 이상.]

[Roger.]


완벽한 콤비네이션이긴 한데, 뭔가 떨떠름했다. 녀석의 다리는 아직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참수하기 전에 이미 죽어있던 건 아닐까. 괴수가 처음으로 안쓰럽게 느껴졌다.


“꼬리를 쳐 달라 그랬지, 누가 후장을 쑤시랬습니까.”

“딱 길이 보였어. 거기가 급소였다고.”

“창이나 빼고 말씀하십쇼. 그런 취향이신 줄 몰랐습니다.”

“야 덕분에 쉽게 끝났잖아.”


부조장님도 와서 한몫 보탰다.


“진짜 더럽게 하시네요.”

“아니 급소를 노린 거라니까.”

“창에 응가 묻어나오는 거 아닙니까? 개인정비는 알아서 합시다.”

“야 임마!”

“막냉아 너 씻을 때 문단속 잘해. 누나가 걱정돼서 그래.”

“명심하겠습니다.”


소소한 장난이었다. 반쯤 진담이기도 했지만 내친김에 맘껏 웃어두자 싶었다. 평소엔 별로 웃을 일이 없어서 말이다. 그러다 머리를 쥐어 박혔다. 찔끔 눈물이 나왔다. 사람이 쪼잔하게 감정 실어서 때리고 있어.


“고생하셨습니다.”

“네, 좀 고생했어요.”


수색팀의 사열을 받아 게이트를 통과했다.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후덥지근한 공기에 숨이 턱 막혔다. 열대야라더니 사람 잡는 날씨구만. 옷깃을 풀어헤쳐 겨우 숨을 고르니 뒤따라 수색팀이 합류했다.


“서 중위님 꼴이 말이 아닙니다.”


누군가 했더니 수색 2팀 부팀장이었다. 누군 죽다 살아났는데 참 팔자도 좋습니다. 베베 꼬인 심사가 말에 그대로 녹아나왔다.


“얼굴 때깔 고운 게 꿀 좀 빠셨나봅니다.”

“헤헤, 겁나 달았지 말입니다. 앞으로도 종종 부탁드립니다.”


쳇, 말이라도 못하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나는 아린 손아귀만 쥐었다 폈다.


“됐고 메딕이나 불러주세요.”

“다치셨습니까?”


갑자기 왜 그러세요? 시시덕거리던 부팀장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요리조리 눈을 굴리다가 내 팔을 휙 잡아챘다. 아, 팔 빠집니다. 살살하시죠.


“세상에 손이 이게 뭡니까. 조심 좀 하지 그랬어요!”

“그게 제 맘처럼 되면 좋겠습니다.”


부팀장이 호들갑떨며 의무팀원을 호출했다. 죽을병 걸린 것도 아닌데 너무 요란 떠시는 거 아닌가요. 핀잔주니까 부팀장이 소독약을 냅다 손에 들이부었다. 으아악, 여긴 쫌생이들 밖에 없냐!


부팀장은 붕대까지 건네받아 돌돌 감아댔다. 뭐라 하려다가 지쳐서 그만뒀다. 열일의 후유증이 이렇게 나옵니다.


“그런데 쟤들은 뭐한답니까? 얼른 현장정리하고 쉬고 싶은데.”

“글쎄요.”


서포터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바빠. 아저씨들, 영업 끝났어요. 얼른 돌아가자고요. 재촉하려는데 무전기가 울렸다.


[현 시각 02:20 신종 게이트 출현 확인, 전투조는 현장으로 신속히 이동 바랍니다. 수색 2팀은 지부로 복귀하십시오.]


발신처는 지부였다. 오퍼레이터의 전언에 나는 탄식을 금치 못했다. 시발, 오늘 무슨 날이야? 말은 그렇게 했어도 몸은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서둘러 차량에 탑승한 뒤 창문으로 고개만 빼꼼 내밀었다.


“오늘 제빙기 온다니까 틀어놓고 있어요. 갔다 와서 얼음 물고 있게.”

“다치지나 마세요.”


멀어져가는 현장에서 수색팀이 우리를 배웅했다. 흔하진 않지만 간혹 발생하는 경우였다. 그게 하필 지금이라서 그렇지. 이어서 수색 4팀을 선행 투입했다는 무전이 흘러나왔다. 4팀장, 징계 끝났나? 팀장이 없어서 4팀은 당분간 전력에서 이탈한다고 들었는데. 복귀전이 참 드라마틱하겠군.


“저 새끼들 또 꿀 빠네. 시발, 탈영했다가 붙잡혀서 부사관으로 강등되고 싶다.”


조장님이 볼멘소리를 낼 법도 했다. 수색팀이 편제에 여유를 갖고 루틴을 돌린다지만 우린 얄짤없었다. 현 지부에 소속된 전투조는 여기 있는 세명이 전부. 하지만 상황이란 게 그리 녹록했던가.


“사관 없다고 난린데 쉽게 놔 주겠습니까. 끽해야 감봉 먹고 땡일걸요.”

“야 인간적으로 두 탕은 너무하잖아. 그냥 타 지부에 지원 요청하라 그럴까?”

“퍽이나 받아주겠습니다.”

“그럼 추가수당이나 더 주던가.”

“왜 저한테 그러십니까. 지부장한테 가서 따지십쇼.”


퉁명스레 대꾸하니까 대번 꿀밤 쥐는 거 봐. 성질 좀 죽이세요, 조장님. 노닥거리곤 있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앞섰다. 나도 그렇지만 다들 잔여 마력이 간당간당할 텐데. 이번에도 고양이 같은 녀석이 튀어나오면 진짜 위험했다.


[전투조 서건 중위입니다. B형 장비 반출 요청합니다. 현장에서 바로 교체하게 조치해주세요.]

[확인했습니다.]


“막냉아 무리하는 거 아니야?”

“이래야 맘이 편할 것 같습니다.”


불안해하는 것보다야 나았다. 뒷감당은 내일의 내가 하는 거지, 오늘의 내가 아니잖아. 부팀장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감아줬던 붕대를 도로 풀었다. 그놈을 감당하려면 한손으론 버거웠다.


사관이 사용하는 주무장은 냉병기였다. 그는 괴수의 사체로 만들어진 무기로 마력을 증폭시키는 매개체였다. 그중 A급은 의도적으로 성능을 제한시킨 장비. 보다 높은 급수가 책정될수록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낼 수 있었다.


내게 허락된 건 B형 무장까지였다. 그럼에도 A급을 고집했던 건 제어가 어려워서다. 무기로 가공했어도 괴수는 괴수였다. 무기에 마력이 흐르는 즉시 녀석들은 잠에서 깨어났다. 역으로 마력이 빨려 탈진당할 수도 있단 말이었다.


“빠른 서렌(Surrender:항복하다)부탁드립니다 조장님.”


사실 B형 무장을 사용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전투가 길어지면 어떻게 될지, 그건 나도 몰랐다.


작가의말

추천 눌러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덕분에 힘내서 잘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생각보다 잘 써져서 일일연재를 도전해보려합니다.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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