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아포칼립스 : 지금 이 경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약쟁이(진)
작품등록일 :
2018.12.13 14:36
최근연재일 :
2019.01.30 19:4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663
추천수 :
576
글자수 :
102,833

작성
18.12.30 09:26
조회
468
추천
20
글자
11쪽

2. 배신자들(3)

DUMMY

“각 조원 상태보고.”

“김지민 대위 이상 무.”

“서건 중위 이상 무.”

“온도 체크.”

“온도 체크, 6도 확인했습니다.”

“OK.”

 

산뜻한 출발이었다. 수색팀과의 합류도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이대로 훈훈하게 미션까지 마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순 없었다.

 

“팀장이랑 부팀장만 남고 나머지는 나가있어.”

 

귓구멍에 좆대가리 박았냐? 꺼지라고, 씨발 새끼들아. 험한 소리가 나와서야 팀원들이 쭈뼛쭈뼛 움직였다. 나라고 좋아서 어깃장 놓을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그게 내게 밀려온 것뿐이다.

 

“4팀장. 잘 쉬다 왔습니까.”

“죄송합니다.”

“부팀장은 할 말 없어요?”

“죄송합니다.”

 

둘 다 40대를 넘긴 중년이었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새끼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건 영 좋지 못한 광경이었다. 그래서 여길 택했다. 지부는 보는 눈이 많고, 듣는 귀도 많았다. 같은 전투조 선임들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사건의 전말을 아는 사람은 지부장과 나, 이렇게 둘. 모른 척 하라는 지부장의 지시가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따를 수 없었다. 이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물론 내가 나선다는 게 주제 넘는 짓임을 모르진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어렵사리 입을 뗐다.

 

“제가 우습게 보이죠? 나이도 어리겠다, 세상 물정도 모르겠다. 그죠?”

“아닙니다.”

“아니긴 뭘 아니에요. 그런 사람들이 거짓말을 합니까?”

“죄송합니다.”

“감염자는 없다면서, 그럼 그 년은 뭡니까. 어디 설명해보세요. 댁들이 전염시켰어요?”

 

다희가 지부로 이송됐었던 날, 페어는 4팀과 맞췄었다. 그때 전달받은 감염자는 0명. 명백한 허위 보고였다. 나는 아예 반말로 지껄였다.

 

“말해보라고. 어떻게 했길래 없던 감염자가 튀어 나와?”

“죄송합니다.”

“내가 그딴 말 듣자고 이 짓거리 하는 줄 알아!”

 

절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친김에 탁자까지 걷어찼다. 그러고도 분이 안 풀려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던졌다. 나도, 그들도 입을 열지 않았다.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만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니들 내가 아주 좆으로 보이지?”

 

같잖은 핑계였다. 솔직히 기만하던, 대우를 안 해주던 크게 상관 안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 군 기강 운운하며 야박하게 굴 성격이 못됐다. 당장 2팀 부팀장만 해도 단 둘이 있을 때면 은근슬쩍 말을 놓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협동? 신뢰? 그딴 건 없어도 된다.

 

“대체 뭘 믿고 그랬어?”

“···”

“왜? 더 살기 싫어서 그랬어? 그럼 말을 하지. 내가 쏴 죽여줄 텐데.”

 

권총을 빼들고 4팀장의 관자놀이를 겨눴다. 그러곤 안전에 놓여있던 조정간을 움직였다. 달칵, 잠금장치가 풀어지며 금속음이 났다. 나는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넣어 되물었다.

 

“말해, 지금 죽여줘?”

 

지나치지 않느냐고? 아니다. 하마터면 줄초상 치를 뻔했는데 이 정도면 양반이었다.

 

무려 실수도 아닌 ‘고의’였다. 무엇보다 팀의 간부란 사람들이 그랬으니 곱게 넘겨선 안됐다. 감투를 썼다는 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주어진다는 거다. 연민에 휘둘려 팀원을 사지로 내몰라고 씌워준 게 아니란 말이다.

 

“20%짜리를 차에 태워 보내? 그것도 니들 팀원들이랑 같이? 미쳤냐! 이 개새끼들아!”

“죄송합니다.”

“수틀려서 다 뒤졌으면 어쩔 건데!”

 

마기를 통제하지 못하는 감염자는 괴수로 간주된다. 명시된 10%란 민간인이 아닌 요원을 위한 최소한의 상한선. 그를 넘는다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경고였다. 4팀을 그걸 알면서도 다희와 동승을 했다. 제정신이 아니거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던가. 뭔들 용납할 수 없었다.

 

“헌병한테 들켰으면 죄다 총살감이었어!”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차라리 다희가 죽었으면 했다. 이 아이가 살아있음으로 선례를 남기는 꼴이 돼버렸으니. 아무리 좋게 풀렸다 해도 결과로 정당화하기엔 너무 위험한 시도였다. 그러니 예외는 한번으로 족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됐다.

 

[건아, 농땡이 그만 하고 얼른 와라.]

[금방 가겠습니다.]

 

교신을 마치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차피 길게 끌어봐야 입만 아팠으니, 이쯤에서 쐐기를 박았다.

 

“앞으로 4팀이 구조한 민간인들은 제가 다시 검사하겠습니다. 불만 있으면 얘기하세요.”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맘이 편치 않았다. 적어도 내 아버지뻘은 되는 사람들인데 막말이라니, 가당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악역은 필요했다. 나는 매몰차게 돌아서 격실을 나왔다. 그리고 복도에 있던 4팀원들에게도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싹 다 눈 깔아. 뭐 잘했다고 눈 똑바로 뜨고 있냐.”

 

미움이야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민간인 따위, 알까보냐.

 

“지금은 경고야. 다음엔 내가 다 죽여 버릴 거니까 알아서 처신해.”

 

4팀과는 꽤 잘 지내왔었는데, 그도 오늘부로 끝나버렸다. 다시 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나도 참 웃긴 놈이다. 다 엎어놓고서 뒤늦게 후회라니. 쓰린 속을 달래자고 담배 한 대를 꼬나물었다. 후, 니코틴이 도니 조금은 차분해지는 거 같다.

 

“사이드 까다 왔습니다.”

 

선임들한텐 핀잔 몇 마디 듣고 말았다. 화풀이는 괴수한테나 해야지, 나는 챙겨온 칼을 빼들었다. 제식 넘버 LSB-06. 초기 모델에서 몇 차례 개량을 거친 최신예 신품이었다. 그걸 보고 부조장님이 장난을 걸었다.

 

“막냉아 너 저번처럼 뻗는 거 아니야?”

“아, 흑역사 꺼내지 마십쇼.”

 

B형 장비는 A형 장비에 비해 마석 함유량이 절반에 불과했다. 그로서 증폭률을 2배에 근접하게 끌어올린 무기였다. 처음 다뤘을 땐 멋모르고 휘두르다가 마력을 죄다 빨려버렸었지. 욕만 된통 먹어서 고이 넣어뒀던 건데.

 

선임들은 그런 무장을 평시 장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나도 마냥 사용을 미뤄둘 수도 없었다. 조원간의 밸런스가 맞아야 보다 안정적인 작전수행이 가능했으니까. 때마침 마수가 식별되었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Roger.”

 

전초전을 생략하고 바로 본게임으로 들어갈 생각이신가. 하긴, 별놈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젠 6도는 우스웠다. 예상대로 교전 즉시 마수는 제압되었다. 3계위 마법의 여파에 먼지구름만 크게 일어났다.

 

“얼른 전리품 챙겨와.”

“예.”

 

나름 각오했었는데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네. 나는 검을 도로 칼집에 넣어두고 비적비적 녀석에게 다가갔다. 마수는 상반신은 늑대를 하반신은 도마뱀을 닮은 괴기스런 형체였다. 이렇게 언밸런스하니 아무것도 못하고 뚜드려 맞지. 쯧쯧.

 

애도를 표하며 옆구리에서 마석을 뽑아들은 순간이었다. 녀석의 눈에 붉은 빛이 깃들며 꼬리가 높게 짓쳐들어졌다. 부지불식간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팔을 교차했다.

 

“막내야!”

 

얼마나 튕겨나갔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렸을 땐 조장님의 얼굴이 보였다. 뭐지? 눈알을 굴리다가 바로 뒤편에 건물이 있는 걸 확인하고 겨우 살았구나 싶었다. 부딪히기 전에 조장님이 막아 주셨나보다. 하마터면 뇌진탕 걸려 숨질 뻔 했네.

 

“괜찮아?”

“예, 근데 저 새끼 뭡니까.”

 

바닥에 다리를 딛고 서는데 힘이 빠져 후들거렸다. 하필이면 마석을 적출할 때 기습당해서 제대로 된 반응조차 못했다. 마석과 접촉해 상태가 해제된 요원은 그저 조금 강한 일반인에 불과했다.

 

나는 다시금 마력을 깨워 전신에 둘렀다. [가속] 상태로 전환되며 몸이 제 컨디션을 찾아갔다. 그러자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통증이 느껴졌다. 시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뭔진 몰라도 엄청 아팠다.

 

“넌 팔이 수수깡이냐, 툭 치면 부러지게.”

 

조장님의 타박에 그제야 원인을 파악했다. 한 눈에 봐도 오른쪽 아래팔이 덜렁이는 게 심상치 않았다. 아, 전에 부러졌던 곳인데 또 부러졌나?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개박살 났잖아.

 

“그게 툭 이었습니까? 제대로 맞았으면 골로 갔습니다.”

 

하지만 살았단 걸로 만족했다. 안 막았으면 대갈통이 날아갔을 거다. 잡설은 그만하고 나는 왼 팔로 검을 빼들었다. 그즈음 수색팀이 무전을 보내왔다.

 

[급전! 현재 측정온도 1도로 급강하! 다시 한 번 알림. 온도 1도로 급강하!]

 

뒷북 오지시네요. 답신하려다가 말았다. 남은 팔이 한 짝뿐인데, 무전기 들 손이 어딨어. 어느덧 부조장님이 사역한 바람결에 먼지 구름이 걷어갔다. 놈의 형체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선명히 빛나는 적색의 눈동자, 죽은 줄 알았던 마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좆됐다.”

 

조장님이 짧게 상황을 요약했다.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말이라 나도 전적으로 공감했다. 놈은 미처 회수하지 못한 마석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본디 마석이란 놈들의 심장. 그것을 적출했음에도 숨을 거두지 않았다는 건··· 여벌의 심장이 있단 의미였다. 씨발.

 

“1도라, 그러면 ‘더블코어’쯤 되겠군.”

 

태평하게 감상이나 늘어놓을 때입니까.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녀석의 변이를 주시했다. 마석을 삼킴으로써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던 몸뚱이가 수그러들고 있었다. 오늘 운세에 마가 끼어도 단단히 끼었나보다. 하나였던 몸이 두 개로 쪼개지려 했다.

 

콰아아앙-!

 

[구경만 할 거에요?]

 

변신을 방해받은 괴수가 살기를 짙게 뿜어댔다. 하마터면 분리가 완전하게 진행될 뻔 했다. 하긴, 넋 놓고 구경할 때가 아니지. 나도 한 몫 거들려는데 조장님이 어깨를 잡았다.

 

“너 한 손으로 다룰 수 있겠어?”

“그럼 못하겠다고 찡찡댑니까.”

 

B급 무장이 대수랴, 더는 물러설 데가 없는데. 변이를 마친 마수는 각각 늑대와 도마뱀으로 따로 떨어져 나왔다. 전투조의 전위도 단 두 명. 여기서 내가 빠지면 부조장님이 위험에 노출 돼버린다.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무조건 해야 됐다.


녀석들과 대치하며 조장님이 부조장님을 호출했다.

 

[지민아 마력 얼마나 남았어?]

[쥐어짜서 3계위 두 번쯤? 장담은 못해요.]

[그럼 내가 늑대를 맡을 테니까 건이랑 네가 도마뱀을 맡아. 그나마 쟤가 둔해 보여.]

[알았어요.]

 

상황은 가히 최악이라 할만 했다. 역할을 분담해도 수행할 여력이 부족했다. 앞서 괴수와 맞붙었던 게 이렇게 발목을 죄어온다. 이럴 때 증원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게이트가 생성되기 전까진 외부와의 교신은 불가했다. 그나마 있는 수색팀은 대 마수전에선 무쓸모. 결국 우리끼리 해결해야 되는 셈이다.

 

일진 사납다 정말. 나는 이를 갈며 칼을 고쳐 잡았다. 보다 적은 양의 마력을 흘렸음에도 무기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넘실거리는 붉은 연기는 이내 고착화되어 칼날의 형태를 취했다. 효율이 좋긴 하지만 그를 유지하는 데에도 만만찮은 마력이 소모된다.

 

그러니 이번엔 적당히 처먹어라. 제발, 물주 뒈지게 생겼어.


작가의말

으아아아 늦어서 죄송합니다.

조카가 놀러와서요... 퍄... 5살이란 참 에너지가 넘치는 나이였군요

제가 탈진해서 뻗어버렸습니다 ㅋㅋ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 지금 이 경계선에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혹은 리메와 관련해서 +44 19.01.21 926 0 -
21 5. 탈영(2) < 이 글을 마지막으로 리메이크에 들어가겠습니다! +46 19.01.30 521 30 11쪽
20 5. 탈영(1) +30 19.01.21 573 51 11쪽
19 4. 진마(4) +13 19.01.19 416 27 12쪽
18 4. 진마(3) +6 19.01.17 406 27 11쪽
17 4. 진마(2) +6 19.01.15 409 25 12쪽
16 4. 진마(1) +2 19.01.12 430 22 12쪽
15 3. 보름(2) +7 19.01.10 423 22 12쪽
14 3. 보름(1) +8 19.01.08 436 22 11쪽
13 2. 배신자들(6) +8 19.01.06 445 24 12쪽
12 2. 배신자들(5) +6 19.01.05 452 26 11쪽
11 2. 배신자들(4) +6 19.01.02 450 20 11쪽
» 2. 배신자들(3) +4 18.12.30 469 20 11쪽
9 2. 배신자들(2) +12 18.12.27 521 22 10쪽
8 2. 배신자들(1) +4 18.12.26 539 25 10쪽
7 1. 신입 (6) +13 18.12.24 608 27 11쪽
6 1. 신입 (5) +15 18.12.22 688 29 11쪽
5 1. 신입 (4) +3 18.12.20 754 25 11쪽
4 1. 신입 (3) +10 18.12.17 902 25 11쪽
3 1. 신입 (2) +11 18.12.15 1,061 33 11쪽
2 1. 신입 (1) +12 18.12.13 1,428 37 11쪽
1 프롤로그 +8 18.12.13 1,712 37 3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약쟁이(진)'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