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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포칼립스 : 지금 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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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진)
작품등록일 :
2018.12.13 14:36
최근연재일 :
2019.01.30 19:4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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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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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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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 보름(1)

DUMMY

“해 떴습니다!”


Sumper moon day! 지금부터 내일 자정까진 경계태세 ‘그린’이 유지된다. 한 달에 딱 한번, 괴수를 잊고 맘 편히 쉴 수 있는 휴일. 오늘만큼은 모든 요원에게 완전한 비번이 보장되었다.


자축의 의미로 팀원 하나가 식당에서 맥주 한 궤짝을 털어왔다. 벌써부터 달리려고? 저녁쯤 되면 볼만 하겠다.


“서 중위님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아뇨. 요즘 약을 먹고 있어서.”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며 일어섰다. 무탈하게 맞이한 보름에 복도는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들에서 활기가 가득 묻어나왔다. 새카만 전투복 대신에 사복을 입어서 그런가, 옷만 달라졌을 뿐인데 분위기가 이렇게 바뀐다.


“이제 끝난 거예요? 고생하셨어요.”


어라, 먼저 말 걸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뻔했다. 아무리 옷차림도 옷차림이라지만.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네요.”

“아이라인만 그린 거거든요!”


2부팀장이 빼액 소리를 높였다. 생얼이 익숙하다보니 메이크업한 차림새가 낯설었다. 본판이 받쳐줘서 그런가, 옅은 화장임에도 인상이 확 달라져 보인다. 그나저나 이른 시간인데 참 부지런하십니다.


“오늘 어디 나가려고요?”

“네. 서 중위님은 오늘도 잠만 잘 거예요? 제가 밥 사기로 했는데 이따가 저녁 어때요?”

“선약이 있어서요. 다음에 먹어요.”


거절을 하니 부팀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저는 맨날 지박령인 줄 아십니까.


“웬일이래요, 출타를 다 하시고.”

“그러게 말이에요.”


사실 나도 별로 내키진 않았다. 보름엔 실컷 퍼질러 자는 게 워너비긴 한데 하필 그걸 봐서 말이지. 모른척하기엔 맘에 걸렸다.


어젯밤 다희가 울고 있더라. 겉으론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여도 속은 아니었나보다. 하긴 가족이랑 작별도 못하고 떨어져버렸는데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한거지.


하여간 쓸데없이 오지랖이 넓어서 탈이라니까. 아침을 먹으며 생각을 정리하는데 마침 녀석이 맞은편에 앉았다. 예의 활짝 웃는 얼굴, 속내를 감추는 건 선수다. 나는 그게 못마땅해 딴지를 놨다.


“안 덥냐? 다른 요원들한테 츄리닝이라도 빌려 입어.”

“저는 이게 편해요.”


지부에서 보급이 나오는 건 전투복과 활동복, 그리고 속옷 정도다. 사복은 직접 구매해야 하지만 막 입대한 다희가 가지고 있을 리 없지. 나갔다 올 때 하나 사갖고 와야 하나, 사이즈도 모르는데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군.


“교관님도 오늘 나가시는 거예요?”

“어. 뭐 필요한 거 있냐? 오는 길에 사다 줄게.”

“그럼, 피자요!”


뜸을 들이길래 뭐 대단한 거라도 말하는 줄 알았다. 미리 말해두는데 이런 날 흔치 않다. 기회 있을 때 말하렴.


“먹는 거 말고 다른 거.”


돌려 말했건만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호의가 부담스러운 건지, 아니면 아직 낯을 가리는 건지. 살갑게 굴면서도 다희는 은근슬쩍 거리를 벌린다. 다른 요원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녀석이 밥을 한 술 뜨며 물었다.


“오늘 훈련은 없는 거예요?”

“그래. 정신없었을 텐데 푹 쉬어.”

“아싸!”


다희는 아직 훈련생이니 외출은 힘들었다. 대신에 지부 내에 위락시설이 잘 정비된 편이니 알아서 잘 놀겠지. 그도 뺑뺑 돌다보면 질리지만 신참인 녀석에겐 괜찮을 거다.


“나 먼저 간다. 이따 보자.”

“네. 피자 꼭 사오셔야 돼요!”

“알았어.”


다희가 손을 방방 흔들었다. 나는 곧장 지부장실에 들렀다. 출타자들이 왔다간 탓에 향수 냄새가 진했다. 화약 냄새 지운다고 수고들 하셨습니다. 막 퇴근하려던 지부장을 붙잡으니 그녀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넌 또 왜. 어제 나갔다 왔잖아. 안 보내 줄 거야.”

“누가 놀러 간답니까. 다희 신변정리하고 오게 신분증 좀 내주십쇼.”

“그걸 왜 네가 해? 냅두면 서포터들이 알아서 처리해주잖아.”

“걔 레드캠프에서 빼온 걸로 한 거 잊으셨습니까.”

“아 맞다.”


설마 그걸 까먹은 거야? 일처리를 대체··· 나는 지부장에게 불신의 눈초리를 보냈다.


절차상 감염자는 철저한 신원조사를 받았다. 서포터들이 대상자의 성장 배경, 가족 환경, 개인 성향까지 면밀히 검토하여 가장 아픈 손가락을 인질로 삼기 위해서다. 대개는 가족이지만, 때론 돈이 될 수도 있었다.


“자료는 저도 봤습니다. 신참 아빠가 수술비가 모자라다던데 그거만 내고 오겠습니다.”


부모님과 남동생. 특별할 게 없는 가족관계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보였다. 사업 실패에 따른 채무에, 일용직을 전전하던 아버지는 다쳐서 입원한 상태니, 남은 가족들의 생계마저 위협받는 실정이었다. 녀석이 여태 버틴 것만 해도 용했다.


“법카는 못쓰는데, 사비로 충당하게?”

“나중에 갚으라 할 겁니다.”


보통 이런 경우엔 서포터가 재단의 탈을 써서 자금을 대준다. 하지만 다희를 전입자로 위조하다보니 앞선 과정이 생략돼버렸다. 그렇다고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공들인 위장이 재정 결산에서 뽀록나면 안돼니 말이다.


“너무 정 주진 마라.”

“압니다.”


건네받은 신분증엔 ‘희망과 행복’ 글씨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재단 이름 하곤. 볼 때마다 정나미가 뚝뚝 떨어진다. 정말이지 남의 목숨값 갖고 위선은 있는 대로 다 떤다.


“4팀장님 저랑 같이 어디 좀 다녀오죠.”


아무래도 혼자 처리하기엔 나이가 걸렸다. 어린 사람이 대뜸 찾아와서 큰 돈을 주기엔 너무 맥락이 없잖아. 그래서 공범이면서도 나이가 지긋한 사람을 찾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업무입니다.”


본의 아니게 파티를 훼방 놔서 미안하지만 딱히 손 벌릴 데가 마땅찮습니다. 그리고 댁도 책임이 있으니 사적 감정은 잠시 접어두죠. 나는 4팀장에게 서류를 건넸다. 단합을 방해받은 팀원들은 못마땅한 눈을 흘겨댔다. 아마 속으론 욕을 하고 있겠지? 욕먹으면 오래 산다던데, 좋게 생각하자.


묵묵히 서류를 살펴보던 4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중위님이랑 나갔다 온다. 회식은 다음에 하자.”

“팀장님!”

“오래 걸릴 거야, 먼저 마시고 있어.”


도움을 청한 건 나지만 팔이 이 모양이라서 4팀장이 운전대를 잡았다. 내비게이션으론 1시간 후에 도착한다고··· 그때동안 뭐 하지. 안 그래도 서먹한데 단 둘이라니. 잠을 잘 수도 없고, 하는 사이에 곯아떨어진 나도 참 대단한 새끼다.


그래도 타이밍은 맞췄다.


“빨리 돈 갖고 오라고!”


멀리서부터 가재도구가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재개발을 앞둔 달동네임을 알고 왔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담벼락을 따라 낙서가 즐비하고, 하수구 썩은 내가 사방에 진동했다. 반쯤 허물어진 집들이 흉흉한 게, 과연 사람 살 곳이 되나 싶었다.


“여기 맞죠?”

“그런 것 같습니다.”


소리의 진원지가 우리가 찾던 목적지였다. 반쯤 열린 대문으로 들어가자 시커먼 정장을 입은 사내들로 드글거렸다. 널브러진 세간은 구둣발에 밟혀 죄다 짓뭉개져 있었다. 깨져버린 장독이며 유리창에 살벌하게 판을 벌였음을 짐작케 했다.


그 한 가운데에 모자(母子)가 있었다. 아마 저들이 다희의 혈육일 거다. 소년은 대견케도 울고 있는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악에 받힌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 달라고 했잖아! 내가 돈 벌어서 가져다준다고!”

“야 임마. 당장 가져 오라고. 남의 돈 끌어 써놓고 입 싹 닦고 있을 거야!”

“준다 했잖아!”

“그럼 니네 누나 팔아서라도 갖고 와!”


퍽-! 가슴팍을 걷어차인 소년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와, 심하다. 영화가 과장만 하는 건 아니구나. 보다 못해 나서려는데 남자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뭐야, 아저씨들도 돈 받으러 왔어? 순서를 지켜야지. 우리가 먼저 왔잖아.”

“하, 시발. 이걸 다 후려 팰 수도 없고.”

“뭐? 다시 말해봐. 씨발놈아, 뭐라 지껄였냐.”


남자가 쇠파이프로 4팀장 어깨를 쿡쿡 찔렀다. 위협을 가하는 꼴이 꽤나 능숙하다. 아, 마음 같아선 죄다 때려눕혀야 속이 시원할 텐데. 불필요하게 소란을 피웠다간 괜히 일만 늘어난다. 4팀장은 애꿎은 주먹만 쥐었다 폈다.


“돈은 우리가 줄 테니까 얌전히 받고 가라.”

“하, 이 새끼 말꼬라지 하고는.”

“좋은 말로 할 때, 좋게 끝내자. 무슨 말인지 알지?”


더는 입씨름하기 싫은 듯, 4팀장은 남자의 쇠파이프를 뺏어들어 우그러뜨렸다. 엿가락처럼 휘어진 쇳덩이가 세멘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다. 한풀 기세가 꺾인 남자들에게 나는 챙겨왔던 가방을 드밀었다.


오만 원권 지폐가 빼곡한 돈 가방이었다. 카드로 긁었다간 기록이 남아버려서 죄다 현찰로 바꿔왔다. 천천히 액수를 확인하던 남자가 대빵에게 가서 소곤거렸다. 대빵이 코웃음 쳤다.


“야 돈이 부족하다는데?”

“임마, 법정이자 최고 한도로 친 거다. 니들도 사람이면 적당히 떼어가야지, 아니면 법원에서 보던가.”


4팀장이 배짱을 튕겼다. 조사에 따르면 장기 연체된 빚을 4금융권에서 매입했다고 한다. 저 남자들은 악성채무전문 추심꾼들. 저런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사회 짬밥이 먹은 사람이 제격이다.


“어차피 니들도 다 받을 생각 안했잖아.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냐. 원금에 이자까지 두둑히 쳐줬는데.”


무려 3억이다. 원금의 수배에 달하는 금액 앞에서 손익을 논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 우리가 인심 썼다. 어이, 아지매 잘 지내쇼. 담엔 돈 떼먹지 말고.”


남자들은 그렇게 달랑 영수증만 남기고 떠나갔다. 일단 채무는 해결한 것 같은데, 이 난장판은 어떻게 수습한담. 눈알만 굴리니 4팀장이 다시 한 번 나섰다. 같이 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저희는 이런 사람입니다.”


4팀장이 준비한 명함을 꺼냈다. 이어서 ‘희망과 행복’이라고 사회에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 재단임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의심하던 아주머니는 이내 눈물을 뚝뚝 흘려댔다. 연신 감사하단 말을 하며 머리를 조아리는데 양심이 찔렸다.


이거, ‘딸내미 목숨값입니다.’라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질 않는다.


“괜찮아?”


나는 시선을 돌려 소년을 살폈다. 아이의 눈에도 눈물이 핑글 맺혀있었다. 대견한척 했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소년이다. 건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은 용기에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도와줄게. 같이 정리하자.”


우리는 널브러진 살림살이를 정리했다. 집기부터 이불까지, 쓸 만한 건 별로 없었다. 정말 야무지게 뒤집어 놨구나. 곱게 보내지 말 껄 그랬다. 그나마 옷은 빨면 되니 주섬주섬 담는데, 그 중엔 다희의 옷도 있었다. 목이 다 늘어진 티···


“이리 주세요. 저희 누나 거예요.”

“아 그래? 여기.”


나는 모른 척 소년에게 옷을 건넸다. 아이는 옷을 받아들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작가의말

~.~

다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잠시 쉬었다가는 편입니다.
책읽는재미님! 후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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