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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포칼립스 : 지금 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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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진)
작품등록일 :
2018.12.13 14:36
최근연재일 :
2019.01.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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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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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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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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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보름(2)

DUMMY

“팀장님이 다 했네요. 미안해서 어쩌죠?”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다보니 시간도 그만큼 잡아먹혔다. 하지만 뉘엿뉘엿 해가 질 때까지 나는 옆을 지켰을 뿐이다. 집안 정리부터 수술비 납부까지, 사실상 4팀장이 도맡았다. 대답 않던 4팀장은 부드럽게 핸들을 돌렸다. 그러면서 뜻밖의 제안을 했다.


“같이 저녁 어떻습니까.”

“그럼 제가 살게요. 오늘 고생하셨는데.”

“공금 아닌 거 알고 있습니다. 제가 내겠습니다.”

“그래도···”

“바깥에서도 상급자가 되실 겁니까. 그러다 꼰대소리 듣습니다.”


4팀장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어버버 하는 사이 팀장은 능숙한 솜씨로 차를 파킹했다. 작전을 나가며 몇 번 지나쳤던 번화가다.


“팀원들이 여기 맛집이 있다던데 거기로 가시죠.”


안내받은 자리에서 팀장님이 종업원을 불렀다.


“이거랑, 소주도 주세요.”

“팀장님 차는 어떡하려고요.”

“서 사원은 걱정이 많아서 탈이야.”


4팀장이 넥타이를 풀었다. 민간인 앞에서 우리는 팀장님과 사원 관계였다. 그걸 이렇게 써 먹을 줄이야, 당혹스러워하는데 종업원이 신분증을 요구했다. 일단 위조된 사원증으로 어쩌어찌 넘겼긴 한데.


“설마 팀장이 주는 술을 마다할 건가.”


이건 넘길 수가 없었다. 쪼르르, 잔에 술이 채워졌다. 나는 술병을 받아 4팀장의 잔에 술을 따랐다. 이윽고 테이블이 세팅되고 불판에 고기가 올려졌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를 두고 4팀장이 잔을 들었다.


“한잔 하지.”

“예.”


짠, 경쾌한 소리 뒤에 쓴맛이 진했다. 대체 뭔 맛으로 먹는 거야. 인상을 찌푸리니 4팀장이 껄껄댔다.


“서 사원은 아직 술 맛을 모르나봐.”

“쓰기만 한걸 뭐 좋다고 마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로 헹궈도 여운이 남았다. 다시 잔이 채워지고 우리는 연거푸 한 잔을 더 들이켰다.


“서 사원이 올해로 몇 살이지?”

“20살입니다.”

“20살이라···”


4팀장이 끝말을 길게 늘어뜨렸다. 나도 안다. 어린 나이는 타인의 신경을 끌어당긴다는 걸. 내가 그랬듯, 다희도 그럴 테지. 근데 심각한 얘기 하려는데 좀 조용히 해주면 안 될까. 주변 테이블은 또래들의 말소리로 시끄러웠다. 또 쓸데없이 귀는 좋아서 그걸 주워 담고 있다.


학점, 패션, 연예인가십거리. 참 이야깃거리도 많군. 뭐라 할 수도 없어서 눈총만 날리니 4팀장도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서 사원은 저런 애들이 부럽겠다.”

“말해 뭐합니까.”


누구는 괴수랑 쌈박질만 하는데 누구는 팔자 좋게 술이나 들이붓고 있다. 4팀장은 덤덤히 감회를 늘어놓았다.


“서 사원이 하도 어른스럽게 행동하니까 자꾸 까먹게 돼. 네 나이 때엔 저러는 게 맞는데.”


때마침 테이블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긴, 요원만 아니었다면 나도 속 편하게 웃고 있었겠지.


한껏 멋도 내보고, 돈 떨어지면 졸라도 보고. 남들 다 한다던 연애에 미래 계획도 짜보며 살아갔을 거다. 헌데 저 사람들은 알까. 당신들이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일상이란,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삶이라는 걸. 내색은 안했지만 배알이 꼴렸다. 재차 뱃속으로 술을 부었다.


“팀장님은 저런 애들을 자식으로 뒀겠죠. 꽤나 속 많이 썩일 것 같습니다.”


그 중 한 병이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4팀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고기 다 익었다. 타기 전에 먹자.”


어차피 한탄해봐야 돌이키지도 못한다. 사람이란 게 간사한지라 감염자란 멍에도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울고불고 난리를 쳐봐야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밥만 먹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고기가 무척 맛있었다. 금세 불판이 동나고 팀장은 고기를 더 시켰다.


“서 사원이 고생하니까 많이 먹어.”

“사양 않겠습니다.”

“건배도 하고.”


소주도 계속 마시니 쓴맛이 한결 무뎌진다. 알딸딸한 한 게 이게 취기구나 싶었다. 맥주 마실 땐 괜찮았는데 소주가 독하긴 하다. 그런데 주저리주저리 떠들다가도 불현듯 맘이 켕겼다. 사람들이 괜히 술을 찾는 게 아니군, 없던 용기가 슬금슬금 고개를 쳐든다.


“저번에···”


나는 술기운을 빌려 입을 뗐다. 평소라면 엄두도 못냈을 말이,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뒷말을 예감한 4팀장님이 손을 내 어깨에 얹혔다.


“됐어, 뭐 때문에 그랬는지 알고 있어.”

“그래도 말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됐대도. 내가 잘못한 거야, 네가 맞는 거고.”


다시 한 잔. 그걸로 부족해 한 잔 더. 남들은 즐겁게 떠드는데 우리만 장례식 분위기다. 멋쩍어 머리만 긁적이니 4팀장이 품에서 사진을 꺼냈다.


“이거 봐봐.”


다희네 가족사진이다. 보고서를 작성한단 핑계로 찍은 건데 다들 쭈뼛거리고만 있다. 웃어달라는 부탁이 그렇게 힘든 바람이었을까. 오랜 가난 때문인지, 잃어버린 딸에 대한 슬픔인지. 뜻밖의 행운을 맞았음에도 음울한 얼굴만 하고 있다.


4팀장은 그 사진을 쥐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내가 조금만 서둘렀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나는 재차 빈 잔을 채웠다. 자책하는 팀장에게 어떤 말도 위안을 주지 못할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


“팀장님 아니었으면 다희는 죽었을 거예요.”

“서 사원, 알잖아. 숨이 붙어 있대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차마 부정할 수가 없었다. 맞다, 우린 살아만 있는 거다. 가족에게 생사를 전하지 못하고, 소식마저 듣지 못한 채로 살아가야 한다. 전장에 내몰려 하루를 버티고 그러지 못하면 으스러질 뿐. 하지만 그게, 룰이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피러 밖으로 나왔다. 어슴푸레하게 내린 땅거미에 벌써부터 조명들이 환했다. 그 불빛에 행인들 면면이 선명히 보였다. 남의 속도 모르고 얼굴에 서린 미소가 야속하다. 우리 덕에 살아가면서 그 희생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다.


담배를 깊게 빨아 후 하고 내뱉었다. 희뿌연 연기가 허공에서 흩어져간다. 울적해지려는 기분을 달래려 나는 쾌활하게 답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저 보세요, 잘 지내고 있지 않습니까. 다희도 그럴 겁니다.”

“이런 건 어른이 해야 되는 건데. 미안하다.”

“알면 얼른 진급하시죠. 최강희 상사님.”

“알겠습니다. 서 중위님.”


아직 밤은 길었다. 우리는 자리로 돌아와 못다 한 말들을 이어갔다.


“항상 고생이 많아, 선임들이 일을 안해서.”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니에요. 귀찮아해서 그렇지.”


시시콜콜한 잡담부터


“요즘 우리 팀에 연애하는 요원이 있던 거 같던데.”

“헐, 간도 커라. 헌병한테 들키면 작살날 텐데.”

“그게 막는다고 막아지나. 서 사원은 누구 없어? 예를 들어 2팀 누구 말이야.”

“에이, 그런 사이 아닙니다.”


남모를 얘기까지 하다 보니,


“다희만한 애가 둘이야. 못 본지 3년째인데 잘 크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어디 가서 애비 없는 새끼라고 맞고 다니면 안되는데.”


테이블엔 빈 술병만 나뒹굴었다. 터부시되던 가정사도 한낱 안주거리 취급이다. 이모, 여기 소주 한 병만 더 갖다 주세요.


“저도 엄마 없이 컸지만 어디 가서 맞고 댕기진 않았어요. 걱정 마세요.”

“너는 꼬추잖아.”

“그거 차별입니다. 양성 평등 모릅니까?”

“몰라. 그냥 죽기 전에 처자식 보고 갔으면 소원이 없겠다.”

“흠, 그건 어렵고. 유서 써 뒀죠? 가시면 제가 전해 줄게요.”

“이 중위한테 총 맞을라. 됐어, 말뿐이라도 고맙다.”

“빈말 아닌데.”


한참 떠들다보니 복귀 시간이 가까워졌다. 4팀장님이 계산하는 동안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 볼일을 보는데 어지러워 벽에 고개를 박았다. 아, 너무 마셨나. 적당히 마실걸 그랬다.


“소주만 7병이더라. 서 사원 그렇게 안 봤는데 아주 술고래야.”

“저 혼자 마셨습니까. 억울합니다.”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거리를 쏘다녔다. 반쯤 고주망태에도 피자는 잊지 않고 챙겼다. 술 냄새 풀풀 풍기며 가게에 앉아있기 미안해서 바깥에서 담배만 태워댄 건 덤이다.


택시를 타고 지부에 복귀하자마자 다희를 찾았다. 그런데 방문을 두들겨도 응답이 없었다. 아직도 놀고 있나?


“피자는 제가 전해줄게요.”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한 잔 합시다.”

“언제든 불러주세요.”


4팀장과 기분 좋게 헤어지고 나는 다희를 찾아 나섰다. 근데 이 넓은 지부에서 어떻게 찾지. 어떻게 사 온 피자인데 이러다 다 식겠다. 그래서 물어물어 지하까지 내려왔다.


“야 토스 똑바로 줘라!”


격납고에선 한창 족구가 진행 중이었다. 토스라도 네트만 넘기면 상대편이 알아서 자멸해댄다. 흠, 발이 세모난 걸 보니 다들 거하게 한잔 하신 모양이군. 다희는 귀퉁이에서 다른 요원들이랑 같이 쩝쩝대고 있었다. 하여간 침투력 하고는. 자연스러워서 하마터면 몰라볼 뻔 했다.


“와 서 중위님 오셨다!”

“지부의 참 노예!”

“전투조 소년가장!”


내 등장에 다른 요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수식어가 몹시 언짢지만 술 때문에 넘어간다.


2부팀장을 비롯해 지부에 있는 요원은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 둘러앉은 중앙엔 출타자들이 바리바리 사온 음식들이 쫙 깔려 있었다. 굳이 피자를 사 올 것도 없이 웬만한 먹거리가 전부 있다. 치킨, 족발, 보쌈, 떡볶이···


“무슨 단합대회 합니까? 잘 됐네요, 이거도 같이 먹어요.”

“교관님 피자 사오신 거예요? 잘 먹겠습니다!”


입에 묻은 치킨 양념부터 닦아라. 뭐라 하기도 전에 다희가 냅다 받아갔다. 주변에 앉은 요원들은 빵빵한 다희의 뺨을 주물럭거렸다. 그래, 예쁨 받으니 됐다.


볼 일도 다 봤으니 들어가 쉬려는데 2부팀장이 소매를 끌어 당겼다.


“서 중위님도 앉아요.”

“저 마시고 왔는데요.”

“멀쩡하면서. 저 사람들 안보여요?”


어느새 족구하던 사람 하나가 나자빠져 있었다. 이야 가셨네, 가셨어. 회생 불가 판정에 다른 요원들이 팔다리 하나씩 잡아 코트 밖으로 내팽개쳤다. 그런 사람만 대여섯 명이 넘었다. 아주 대 환장쑈구만.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데 종이컵에 맥주가 가득 담겨서 내밀어졌다.


“얼른 받아요, 팔 아파요.”


술은 섞이면 안 좋다 들었는데, 고민하다가도 그냥 받아들었다. 기왕 기분 낸 거 끝까지 달려보련다. 마침 4팀장이 양 팔이 붙잡혀 격납고로 끌려왔다. 그도 술을 고사했지만 다른 요원들이 어떻게든 손에 쥐어줬다.


왜들 저러지. 술 못 마셔서 한이 맺혔나. 광기에 가까운 집착에 떨고 있는데 옆에서 2부팀장이 크게 외쳤다.


“자, 모두 잔 채워요! 서 중위님의 건배사가 있겠습니다!”


저 이런 거 못하는데. 부담스럽게 시리, 눈총을 주니 그녀가 귓가에 속삭였다. 그 모습에 다른 요원들이 오오거리며 아주 좋아 죽는다. 근데 그런 달달한 건 1도 없거든요.


‘분위기 깨실 겁니까? 꼬추 새끼가 눈 딱 감고 질러요!’


어휴, 뭐라 할 수도 없고. 나는 마지못해 잔을 높게 들었다.


“후에 ‘위하여’를 외쳐주시면 됩니다. 자, 다음 보름을!”

“위하여!”


내밀어진 종이컵에 하나하나 맞대고 술을 들이켰다. 역시 첫 잔은 원샷이지. 목울대를 넘어가는 술이 달기만 했다. 데뷔도 했겠다, 입가심 삼아 과자를 입에 물고 다른 요원들을 살폈다. 다들 볼이 빨간 게 어라, 다희 너도 술 마셨니?


에이 다른 요원들이 잘 챙겨 주겠지. 그런데 막상 찾는 사람이 없었다. 조장님은 근신이라지만 부조장님은 복귀하셨을 텐데.


“부팀장, 부조장님은요?”

“아시잖아요, 보름이면 기분 안 좋으신 거. 말씀은 드렸는데 저희끼리 놀라고 하셨어요.”


이번에도 그러신 건가. 요즘 들어 부조장님은 나갔다하면 죽을상으로 돌아오셨다. 물어볼 때마다 대답도 피하시고. 캐묻는 건 실례 같아 말았지만 걱정이 든다. 아무래도 찾아가봐야 할 거 같아 먼저 자리를 떴다.


하지만 문 하나를 두고 주저했다. 노크 할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는 못들은 척 돌아섰다.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작가의말

일연까지 이제 한편... 다들 날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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