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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아포칼립스 : 지금 이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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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쟁이(진)
작품등록일 :
2018.12.13 14:36
최근연재일 :
2019.01.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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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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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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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진마(1)

DUMMY

나는 있는 힘껏 놈의 가슴팍에 칼을 찔러 넣었다. 뼈가 으스러지는 감촉 뒤에 놈의 등판을 뚫고 칼끝이 삐쭉 튀어나왔다. 이걸로 네 자루 째. 그제야 마수가 힘없이 고꾸라졌다.


“우리 막냉이 투우사 취직해도 되겠다.”

“앞으론 관람료 받겠습니다.”


보름이 지나고 며칠, 부조장님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셨다. 언뜻 볼 때는 괜찮아 보이지만 글쎄다, 긴가민가했다. 잘 풀리신 건지, 아니면 연기하시는 건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질 않으신다.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내 할 일이나 해야지. 나는 놈의 마빡에서 마석을 적출했다. 처량하게 버둥대던 다리가 굼떠져간다.


[여기는 전투조, 상황 종료. 게이트 탐색 부탁드립니다.]

[발견 즉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상.]


의례적인 교신을 마치고 나는 발로 걷어차 마수를 뒤집었다. 죽어서도 귀찮게 시리, 칼 손잡이가 바닥으로 향할 게 뭐람. 몸통을 발로 눌러 억지로 뽑아드는데 뼈랑 맞물려서 더럽게 힘들다. 하여튼 네 자루 전부 회수하고 보니 날이 많이 상해있었다. 아이고, 군수참모가 지랄하겠다.


“요즘 왜 이렇게 빡세냐.”

“이러다 정신병 걸릴 거 같습니다.”


조장님의 푸념에 나도 한소리 보탰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두 탕이라니. 가뜩이나 마력통이 적은 사람한텐 이만한 강행군도 없다. 지부로 돌아와 나는 브리핑 룸에 엎어졌다.


“고생하셨어요.”


대꾸할 기력도 없어 손만 흔들었다. 앞선 작전을 수행했던 2팀은 대기하고, 차출되었던 3팀은 쉬러 올라갔다. 가면서 당직 순번이 꼬였다고 툴툴대는데 그게 내 앞에서 할 소린가 싶다. 서로 하루만 바꿔 일해도 금방 마음을 고쳐먹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군.


“2부팀장 뭐 먹을 거 있어요?”

“당 떨어졌어요? 초코파X밖에 없는데 그거라도 줄까요?”

“장난하십니까. 몽X도 아니고.”

“찬밥 더운밥 잘 가리시네. 그럼 마시던가.”


잠깐만요. 그렇게 획 돌아서는 게 어디 있어요. 넙죽 받으려는데 갑자기 손목이 떨렸다. 2부팀장이 흘긋 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스마트 밴드엔 LED 글자가 선명했다. 또 무슨 일이지.


“서 중위님 호출 왔네요.”

“그러게요. 아직 장비도 안 풀었는데.”


그래도 출동 명령이 아닌 게 어디야, 아마 다희 얘기겠지. 대수롭지 않게 문을 여는데 뭔가 심상찮았다. 지부장실엔 나 말고도 조장님과 부조장님도 있었다. 다들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길래 나는 좆됐음을 직감했다.


“왜 저희가 가야 됩니까!”

“말했잖아! 타 지부도 지원 온다고!”

“그런 말 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잔말 말고 장비 챙겨!”

“싫습니다!”


지부장이랑 조장님이 대판 붙어대는데, 어찌나 살벌한지 솜털까지 쭈뼛 섰다. 나는 살금살금 부조장님 옆에 붙어 물었다. 무슨 일이예요, 소곤거리니 부조장님이 귀띔해줬다.


‘진마 떴대.’

‘예? 잘못 들었습니다.’


되물어도 똑같은 말로 돌아왔다. 진마라고? 흠, 그럼 조장님은 왜 그러시지. 진마면 본부 소관이잖아. 나는 귀를 쫑긋 세워 대화에 집중했다.


“본부에 영관새끼들은 다 뒤졌답니까! 마력도 바닥인데 어떻게 진마전을 치루란 겁니까! 지부장!”

“거 존나 떽떽거리네. 포션 빨고 나가면 되잖아!”

“제삿밥이나 준비해두던가! 그거 갖고 되겠냐!”


나는 이마를 탁 쳤다. 아하, 영관이 없으니 우리보고 잡으라는 거군. 가당찮은 추론에 어이가 털렸다. 진마는 괴수 최상위 카테고리, 마수와 견주기도 미안한 상대다. 그런데 지부장은 그런 괴수를 우리보고 사냥하란다. 누가 사냥감인지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닐 텐데.


조장님이 바락바락 대들었지만 지부장은 완고했다.


“얼른 준비해! 선발대 다 뒤지겠다!”


우리는 마지못해 돌아섰다. 치사하게 동업자를 운운하다니, 외면하기도 그렇지만 지금 남 목숨 걱정할 땐가. 당장 우리 모가지가 날아갈 판인데. 그나저나 본부, 이 새끼들은 진마 잡겠다고 영관들 다 뽑아갔으면서 왜 우리한테 똥 뿌리고 지랄이야!


흡사 사형을 선고받은 기분이다. 나도 그렇고 선임들도 욕설만 씹어대니, 다른 요원들이 바짝 긴장했다. 간부들은 얼른 마치고 도망치려 손아귀를 연신 쥐었다 폈다. 팩에 담기는 혈액이 하나 둘 늘어갔다.


“연락 받았습니다. 여기 누워 계세요.”


군의관, 유상아 대위가 정중히 안내했다. 그녀는 선임들의 팔뚝에 큰 주사바늘을 꼽았다. 부족한 마력은 임시방편이나마 감염자의 피로 충당할 수도 있었다. 물론 순도야 떨어지겠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하지만 그도 혈액형이 맞아야 가능한 일.


나는 부러운 눈초리로 튜브를 타고 수혈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나처럼 희귀한 혈액형은 답도 없었다. 현 마력 잔량으로 [가속]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으려나. 착잡하게 앉아있는데 다희가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교관님 무슨 일이예요?”

“다희야! 왜 이제 왔어!”


군의관에게 붙잡혀 다희의 팔뚝에도 주삿바늘이 꼽혔다. 하긴, 녀석 감염치는 다른 대원들보다도 높긴 하지. 어리둥절하던 다희는 얼른 분위기를 읽고 얌전히 배터리가 되었다. 그렇게 한 팩을 뽑아내고 군의관이 나를 찾았다.


“서 중위도 누워요.”

“예?”

“다희가 A형 네거티브예요.”


곧바로 따끈한 피가 혈관으로 주입되었다. 어린 애 피를 갈취한다는 가책보단 안도의 감정이 들었다. 이걸로 한 시름 덜었긴 한데, 이어서 군의관이 드릴을 꺼냈다. 허미, 시펄. 잠깐 마음의 준비를···!


“군 의관님 살쪘어요? 배가 나··· 갸아아아악!”


시간 벌려다가 매만 벌었다. 마취가 없어 눈물이 핑 돌았다. 팔뚝에 박힌 철심을 빼내고 나는 아린 팔을 주물렀다. 통증이 있지만 일단 움직이니 됐다. 유상아 대위가 환부를 소독하며 당부했다.


“아직 뼈 덜 붙었으니까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다 또 부러져요.”


그거로 끝나면 다행이죠. 뒷말을 삼키고 우리는 바삐 장비를 챙겼다. 선임들은 C형으로, 나는 무장을 새 것으로 교체했다. 군수참모는 날이 나간 걸 확인하곤 눈알을 부라렸지만 상황이 급박한지라 입술만 짓씹었다. 압니다, 나중에 변상하면 되잖아요.


바삐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서포터가 풀악셀을 밟았다. 조장님이 담배를 꼬나물었다.


“다들 마력 얼마나 찼어?”

“절반도 안 되는 데요.”

“건이는?”

“딱 절반이요.”


조장님의 물음에 나는 덤덤히 답했다. 초조를 감추려는 게 아니라 거짓말이라 그랬다. 사실 평상시보다도 2배 이상 마력이 충만한 상태였다. 고작 1팩, 400ml에 담긴 마력만으로 말이다. 성인 여성이 3,500ml의 피를 가졌다 치면 녀석은 내 16배에 달하는 마력통을 지닌 셈이다.


남한테 들켰다간 곱게 지나치진 않을 거다. 안 그래도 고생만 하다 온 애를 전장에 끌어들일 순 없었다.


“하, 시발. 나도.”


조장님이 욕을 뇌까리며 담배에 불을 댕겼다. 한 모금 빨았을까, 눈을 감고 있던 부조장님이 벌떡 일어났다. 눈 깜짝할 새에 빼앗긴 담배가 창밖으로 날아갔다. 이어 놀라 토끼 눈을 뜬 조장님을, 부조장님이 후려쳤다.


“대체! 지금 마수 잡는 줄 알아요? 담배 냄새에 진마가 꼬이면 다 뒤지는 거예요! 쩐 내 베기 전에 다 창문 열어욧!”


아, 그냥 넘어갔으면 나도 피려 했었는데. 얻어맞은 조장님은 찍소리 못하고 창문을 내렸다. 나도 니코틴이 간절했지만 뺨과 맞바꾸긴 싫었다. 이따 살아남으면 존나 피워야지. 진짜 폐 썩을 때까지 필 테다.


도착한 현장에는 타지부 사관들이 먼저 와있었다.


“301지부 전투조입니다.”

“반갑습니다. 234지부에서 나왔습니다.”

“268지부 전투조입니다.”


조장님이 차에서 내려 다른 조장들과 악수를 했다. 진마 하나 잡자고 우리 301을 비롯해 268, 234. 3개 지부 전투조가 여기에 모였다. 지원을 요청한 108지부까지 포함하면 무려 4개 전투조가 동원된 거다.


총지휘는 우리 조장님이 맡기로 했다. 다른 조장들은 우리 부조장님보다도 기수가 낮았다. 이러니 그렇게 졸라도 충원을 안 해준 거군. 조장급이 두 명이나 있으니 나까지 셋이면 충분하단 건가. 다른 조가 각기 다섯, 여섯 명으로 짜인 걸 보면 그래도 한 명은 필요할 거 같은데.


감상이야 둘째 치고 당장 진마가 급했다. 조장님이 요원들의 주목을 끌었다.


“여기서 진마전(眞魔戰)경험 없는 사관은 거수.”


조장님의 말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초심자가 절반이 넘잖아. 멀뚱히 쳐다보는데 부조장님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막냉아, 넌 손 안 들어?”

“왜 그러십니까. 저 진마 잡아 봤습니다.”

“언제?”


부조장님이 놀라 되물었다. 뭐지, 프로필에도 적혀 있을 텐데. 진짜 금방 나자빠질 거라고 쳐다도 안 본 건가. 설마 하는데 그게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됐다. 하는 수 없이 내 입으로 밝혔다.


“저 603기입니다.”

“헐, 너 그 재수 없는 기수였어?”

“재수 없다니요. 말은 가려 해주시죠.”


진마는 영관 담당이라지만 위관도 사냥할 순 있었다. 그게 상당히 버거워서 그렇지. 지부장님이랑 조장님이 대판 싸운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 그 세 명중에 한 명이 너야?”

“예.”


나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위관만으로 진마를 상대한다는 게 어떤 건지 나는 몸소 겪어봤다. 그것도 사관 진급시험에서 말이지. 간단하게 마수 한 마리만 처리하면 될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진마가 튀어나와서 사달이 났다.


교관 5명, 사관생도 54명. 총 59명이 진마 하나에 떼죽음을 당했다. 살아남은 건 나를 포함해 세 명 뿐. 참혹한 결과에 본부에선 난리가 났다고 들었다. 아예 진급 시험 자체를 바꿔버렸다던데, 아무튼 내 동기들은 잘 지내나 모르겠다.


“그렇게 안 봤는데 우리 막냉이 대견하네.”

“그렇게 안 봤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말 안 해도 알겠다. 하긴, 마력은 낙제점에다 피지컬이 좋은 편도 아니니까. 진마를 잡았다기엔 초라한 스펙이긴 했다. 애초에 진마전에 말려든 것부터가 재수가 없어서라지만, 역설적이게도 운이 따라줘서 산거지.


과연 이번에도 그럴까? 왠지, 아닐 것 같았다.


“소위는 아예 빠지고, 중위 이상으로 공격대를 꾸린다.”


고심하던 조장님이 작전인원을 추렸다. 그렇게 리더인 조장님을 뺀 13명 중 5명이 제외되었다. 남은 건 여덟.


“후위 지휘는 차상위 선임자인 김지민 대위가 맡는다. 해당하는 요원은 저쪽에 붙고.”


연달아 넷을 추리니 동수인 네 명이 남았다.


“전위는 진마전 경험자가 메인이다. 초심자는 대기하다가 부상자와 교대한다. 삐끗했다간 다 뒤지는 거야.”


그럼 다시 둘이 빠진다. 어라, 조장님을 포함한대도 꼴랑 셋?


“이렇게 나까지 포함해 전위다. 후위는 신호하면 사역할 수 있는 최고위 마법으로 즉시 지원해. 어그로가 튀었다간 말 안 해도 알지? 소위들은 선투입된 108 전투조를 구출하고 너희 중 최선임이 지휘를 해라. 무전은 3채널로 맞춰두고 특이사항 있으면 즉시 보고하고.”


편성이 끝나니 대충 감이 잡혔다. 조합이랄 것도 없이 구색만 맞췄구나, 얼추 이해가 갔다. 초면인데 손발을 맞추는 건 무리겠지. 하지만 고작 셋이서 진마를 붙잡아두겠다고··· 가능할까, 확신이 안 섰지만 나는 침묵을 지켰다.


조장님도 다 생각이 있겠지. 설마 짬을 똥꼬로 드셨겠어?


“이제 ‘레이드’하러 가자. 선두는 내가 선다.”

“Roger.”


한결 같은 게 조장님의 매력이라지만 이번만큼은 작위적인 느낌이 진했다. 모두들 은연중에 저곳이 사지가 임을 의식하고 있었다. 조장님은 그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 얕은꾀를 부린 거다.


부디 믿겠습니다, 조장님. 미련이 많아서 벌써 가긴 싫거든요. 저 오래 살고 싶어요.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시간 맞춘다고 급히... 내일 자고 인나서 쬐금 수정할 수도 있어요.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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